소설리스트

비천색마-408화 (408/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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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색초야신공(比色初夜身功)

뒤로 하면 혼전순결을 지킨 것이다!

처녀를 잃지 않았기 때문에, 처녀의 유무를 따지는 혼전순결은 아무튼 지켜진 것이다!

제갈선이 말한 논리는 혈교주도 가슴을 탁 치고 갈만한 논리였다.

역시 신기제갈의 재녀.

-부인, 이 피는….

-저...처녀예요….

-부인!!

앞은 처녀가 확실하지만, 뒤는 넣어보기 전까지는 처녀인지 비처녀인지 알 방도가 없다.

심지어 여인이 무림인이라면 더욱 확인할 방도가 없다.

-여고수의 장점이 무엇인지 아느냐, 뒤로 하고 나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혈교주의 말을 복습해보자.

-뒤로 하게 되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지. 무언가가 줄줄 새는 것! 하지만 그건 일반인들에 한정된 것이다. 무림 여고수들은 그곳조차 내공의 힘으로 단단히 조일 수 있고, 어느 수위에 오르면 삼매진화로 속의 찌거기를 태워버릴 수도 있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만, 배변이라는 약점을 지우기 위해서는 뭔들 못할까.

즉, 무림인은 부작용 없이 뒤로 할 수 있다.

-뒤로 아무리 해봐야 허벌이 안 되는데, 본인이 입 꾹 닫고 있으면 뒤가 처녀인지 창녀인지 어떻게 알겠어?

여자가 죽을 때까지 비밀을 지키면 남편은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내가 아는 방법을 알려주지.

혈교주는 내게 방법을 알려줬다.

-소예신공이면 넣어봤을 때 딱 감이 오게 되어있거든. 얼마나 많이 했는지, 또 얼마나 많이 다른 남자 물건이 들어왔는지.

아마 중원 전역을 통틀어, 뒷보지가 처녀인지 아닌지 감별할 수 있는 사람은 천하에 나밖에 없을 것이다!

-나중에 확인했는데, 처녀가 자기를 뒤로 몰래 수면간 하고 그랬으면 어떨 것 같아? 꼴리지 않아?

'혈교주, 그건 당신이 틀렸소.'

위도 아래도 뒤도 모두 처녀를 취한 기억이 있는게 최고다.

만약 혈소예가 진짜로 자신의 뒤를 이용해 나를 범하고 갔다면, 나는 진심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좋아 죽을 때까지 범할 자신이 있다.

그래서 무림의 여류고수들의 좋은 점 중 하나가 바로 뒤로도 큰 부담감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뒤로도 해보고 싶다고?"

"......."

나는 내 앞에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고 앉은 여인, 왕소현을 상대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이걸 보았습니다."

왕소현은 내 앞에 책자 하나를 내밀었다. 그곳에는 천색록이라는 문구가 당당히 박혀있었다.

와봉 선생----!!

"이건 어디서 얻었나?"

"저잣거리에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런 건 누가 퍼뜨렸지?"

"호북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어디서 썼는지는 몰라도...글씨가 제각각인 것으로 보아 원본을 바탕으로 어디선가 사본을 만드는 듯 합니다."

"그럴 법 하지."

와봉 선생의 글은 단편집이다. 대량의 책을 찍어낼 만큼의 규모는 아니고 또 정체를 숨겨야하기에, 그녀는 암중에 필사본을 파는 곳에 몰래 천색록의 사본을 뿌리고 다녔다.

사본이 사본을 낳고, 또 그게 필사되어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작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천색록은 결국 중원 곳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잠깐 내가 봐도 되겠나?"

"네, 물론입니다."

"음."

나는 천색록의 내용을 살폈다.

주인공의 이름은 적당히 장 모라고 되어있다. 성이야 흔하디 흔한게 장씨고, 이름은….

'이거 이름이 바뀌었는데?'

필사 과정에서 이름을 바꾼 걸까. 중간중간 이름이 틀린 경우가 보였다.

'자기 이름 넣다가 섞였군.'

천색록의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하는 걸까. 공감한다. 나 또한 추마귀 시절 천색록을 보며 천색록의 멋진 주인공들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이 주인공은 무엇을 했나 보니, 세상에.

"......여검후가 벽에 난 구멍에 끼었는데, 마침 지나가던 삼류 무사에게 뒷치기로 엉덩이를 개발당한다? 에그머니나, 망측한 소설이로다!"

"그래서 안 해보셨습니까?"

"벽에 끼우고 엉덩이에다가 박으면 여자가 많이 힘들어한다. 아랫배가 벽 구멍에 쓸리거든."

한다고 하면 엎드린 자세가 아니라 하늘을 보고 반듯하게 누운 자세에서 두 다리를 벌리고 하면 아프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이걸 해보고 싶다는 것이냐?"

"그...제 개인적인 생각이며 욕심입니다만."

왕소현은 그녀 답지 않게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망설였다.

"얼마든지 말해라. 호색에 관한 일이라면 내가 뭐든지 해주마."

"...검각의 제자들 중 일부가 색에 대해 알고 싶어합니다."

"!!"

나는 등허리에 번개가 치는 듯한 짜릿함에 지릴 뻔 했다.

"뭐, 뭐라…?"

"검각의 제자들은 저와 사제지간인 동시에, 그 아이들은 저를 큰언니로 여기고 있답니다."

"큰어머…. 크흠, 크어엄!"

"...하아. 그래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은 하고는 합니다. 저야 나이가 어느정도 있으니 참을성을 배웠지만, 꽃다운 나이의 어린 아이들이니 호기심이 생기는 걸 막기란 참으로 어렵더군요."

성에 대한 호기심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사항이다. 무림인이라고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이 책들도 그 아이들로부터 압수한 것입니다. 그러다가 얼마전 독...흠흠. 연자패 소저와 검담을 나누며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연자패. 독고연이다.

"가가가 뒤로 할 때는 거칠게 싸주시는데, 앞으로 하는게 아니라 뒤로 하는 것부터 배웠으면 남들은 평생 처녀인 줄 아는 거 아니냐면서 말입니다."

"......."

와봉 선생의 사상이 선녀맹주에게 퍼지고, 선녀맹주의 호적수인 검마에게로 흘러들어왔다.

"그래. 알겠다. 네가 하고 싶은 말을."

나는 천색록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혹시 뒤로 하고 싶은 아이들이 있으면 얼마든지 얘기하거라. 내가 그 방면으로 전문가를 불러줄테니."

중려신화정으로 지지고 넣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혈강을 씌워서 안으로 찔러 넣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단지 선녀도 아닌 여인과 뒤로 한다는 찝찝함이 남아있지만….

"주군. 뒷처녀를 취하셨으니, 강호의 많은 남자들을 위해 검각 여제자들의 처녀는 배려해주심이 어떠신지요?"

"강호의 도리는 지켜져야 하는 법."

나는 검각 여제자들과의 첫날밤을 치를 강호의 의협들을 위해 기꺼이 처녀를 남겨주시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들이 환상적인 첫날밤을 보내기 위해, 여인으로서 남자를 기쁘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리라.

"실기교육은 못 참지."

* * *

"슬슬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감찰관."

"......."

황녀, 아니 완벽하게 미청년인 감찰관으로 변장한 존재는 동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몇 번이고 훑었다.

"인피면구는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감쪽같이 변장할 수 있다니."

"관무불가침이라고 한들, 무림의 것 중 좋은 것이 있으면 수용해야죠."

"동감합니다."

감찰관은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두 명의 여인이지만, 아무리 봐도 두 명의 미청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끼이익.

"가세, 감찰관."

신궁은 밖으로 나서자마자 바로 말을 놓았고, 감찰관은 신궁을 따라 걸어나갔다.

"먼 길 직접 배웅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호북성주는 직접 마중을 나와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그는 이번 일로 인해서 여러모로 큰 고초를 겪었고, 동시에 큰 기회를 얻었다.

"편안히 모시지 못해 죄송합니다, 신궁."

호북성주는 신궁에게 말하며 눈으로는 감찰관을 슬쩍 바라봤다. 겉으로 내뱉는 말과 실제 대상이 다르다는 것 정도는 둘 다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성주.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호북성에서의 일은 황궁에까지 올라가고 말았다.

무림 세가의 폭주!

과연 이대로 무림의 세력을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이 옳은 것인가?

이미 오래전부터 무림의 세력과 관아의 대립은 골이 깊게 파여있었다.

나라의 힘이 강할수록 무림은 억압되었고, 나라의 힘이 약할수록 무림은 득세하였다.

현재는 둘의 힘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20년 전 십상련의 난동 이후, 관에서 상당한 힘을 되찾게 되며 무림은 황궁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무당파, 검각, 제갈세가. 다행히 이 세 곳은 대화가 통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다른 곳은 미지수. 특히 관의 개입을 꺼려하는 자들일수록 더 곤란해질 겁니다."

"요동 말씀하시는 거군요."

"예. 요동성주가 상당히 골머리를 썩힐 겁니다."

모용세가의 후계자 판도가 바뀌었으니, 요동성도 미래에 대한 구상을 바꾸지 않았을까?

"감찰관께서 찾은 '그녀'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면 바로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꼭 부탁하네. 그녀 또한 색마의 추적을 받는 존재이니."

연희봉, 모용란.

이봉결정전 이후 아직까지도 빙색마인의 추적을 받고 있는 존재.

오죽하면 모용세가, 심지어 개방이나 하오문에서도 그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을 정도.

감찰관과 신궁은 며칠간 호북에서 머무르면서 모용란을 찾으려고 했으나, 결국 찾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하고 말았다.

"덕분에 잘 쉬다 가오."

"예. 뭔가 있으면 꼭 알려드리…. 결코 오해하시면 아니됩니다만, 꼭 보고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호북성주는 복잡한, 하지만 날카로운 눈을 빛내며 시종에게 뭔가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이것은?"

"최근들어 저자에 떠도는 춘서(春書)이옵니다."

"네놈…?"

"신궁, 성주께서는 오해를 하지 말라고 먼저 말했지 않습니까? 들어보도록 하죠."

감찰관은 흉흉한 기세를 뿌리는 신궁을 제지했다. 호북성주는 십년 감수한 얼굴로 천색록 중 하나를 집어들었다.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이 춘서들은 제가 생각하기에 허구의 일을 지어낸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강호의 풍문 중 사실에 준하는 것들을 알아채지 못하게 꾸며 쓴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호북성주는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어쩌면 이것...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등장인물만 바꾸어 알리려는 것이 아닐지."

"......알겠습니다. 호북성주의 걱정은 잘 알겠습니다.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감찰관은 천색록이 들어있는 보따리를 챙겼다. 둘은 미리 준비되어있던 마차에 몸을 실었고, 호북을 떠나 요동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

"......."

두 남장여인은 누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마차 안에서 천색록을 펼쳤다.

"...세상에. 호북성주의 말대로, 현실의 이야기들과 상당히 유사한-"

"나, 남자를 의자에 묶고 그 위에 올라타서 범하는 처녀가 있다니! 이런 파, 파렴치한…!"

"......."

감찰관은 신궁이 읽던 책과 자신이 읽던 책을 슬쩍 교환했다.

* * *

요동의 소식은 호북에 전해졌다.

아무리 자신의 정조를 지키기 위해 강호행을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쌍둥이의 곤혹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란, 정말 갈 거야?"

이제는 진정한 벗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존재, '윤'이 전전긍긍하며 '란'이라는 미청년을 제지했다.

"같이 있자. 응?"

장익덕이 여체로 환생했다면 믿을 법한 거구의 여인이 내는 목소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목소리였지만, 오직 이 여인만은 가능했다.

"윤."

우둑, 우두둑.

미청년의 얼굴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시원시원하게 생긴 흑발의 여인으로 변했다.

그에 대응하듯 거구의 존재도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거품이 빠져나가듯 순식간에 모습이 변한 여인은 활기가 넘치는 미녀였다.

연희봉, 모용란.

그리고 산주봉 방철수의 동생, 방윤.

검각의 제자로 들어가 실력을 쌓고 색마로부터 몸을 보호하기로 했던 두 여인은 모종의 이유로 헤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무리 싫어도 동생은 동생이야. 억울해서 자살하는 꼴은 못 봐."

"그건…."

"미안. 색마에게 당한 너는 믿지 못하겠지만...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잖아. 나는, 믿고 싶어."

모용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도...가족인 걸."

"아냐, 란. 나도 내 언니가 그런 일에 휘말렸다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마음 안 써도 돼."

방윤은 모용란을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

"무사할 거야. 하북팽가 가주님 이야기도 들어서 알잖아? 천환단이라는게 없는게 아니란 걸."

"...응. 꼭 찾아서 요동으로 갈 거야. 그리고...용봉지회에서 다시 만나자."

두 여인은 서로를 향해 포권을 취하며 울다가 웃었다. 첫 만남 이후로 동고동락하며 둘은 참된 벗으로서 교우를 다졌다.

"검각주님께는 말씀드렸어?"

"편지만 일단 남겼어. 요즘 바쁘신 것 같아서. 너는 혹시 알아?"

"...그, 그게."

방윤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특별수련...같은 거라고 해야하나."

"......?"

"다른 애들한테서 권유받은 건데, 그러니까…."

"......."

방윤으로부터 특별수련에 대해 들은 모용란은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다.

"비색초야신공(比色初夜身功)이라고...?"

"여기, 비급도 있어."

"......검각은, 무림은 이래도 되는 건가?

첫날밤을 대비한 색공 초식의 향연에 모용란은 할 말을 잃었다.

[작품후기]

색마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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