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407화 (407/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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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제갈선과의 춘약 성교 이후.

우리는 천환단을 복용하여 제정신을 차린 다음, 난장판이 된 방을 정리했다.

"아참. 공자님. 이번에 제갈세가의 무사들을 동원하는 대가로 선물을 보냈잖아요."

"음, 그랬지. 선물이라고 하기에는 그냥 보석에 불과하지만."

이번 무당파 장문인 무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는 제갈선이 세가 밖에서 활동해도 문제가 없게 조치를 취했다.

가문 밖에서 활동하지만 가문 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도. 아직은 제갈선이 와백봉으로서의 역할이 필요했기에, 나는 제갈선을 통해 정기적으로 제갈세가에 이런 저런 영약이나 패물을 보냈다.

밖에서 그냥 숨어있는게 아니라, 이런 이런 활동을 통해 무공의 성취와 막대한 이윤을 남기고 있다!

당연히 제갈선은 알아서 내용을 꾸미고 있었고, 제갈선은 모종의 방법을 이용하여 제갈세가에 자신의 강호행에 따른 결과물들을 보내며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

마침 호북에 돌아온 제갈선은 호북에서의 대규모 소요 사태를 예상했고, 제갈세가에도 유사시를 대비하여 무사들을 동원하라 일렀다.

설마 벽력탄까지 터질 줄은 몰랐지만, 제갈선이 우리 세력에 있기에 제갈세가는 호북성 구원에 한 발 걸칠 수 있었다.

- 무당파, 검각, 제갈 세가를 내 친히 치하하노라!

소위, 무당과 검각만 챙겨먹으려던 밥상에 수저를 준비한 셈이었다. 덕분에 제갈선은 가문 내에서의 입지도 많이 올라갔고, 나도 제갈선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제갈선의 나에 대한 연심은 제갈세가의 부흥과 비례한다.

'막상 이렇게 보니까 팽유월과 비슷하네.'

이 여자에게 딸을 낳게 하면 과연 무인의 재능이 더 높을까, 아니면 작가의 재능이 더 높을까?"

"거기에 같이 편지도 하나 써서 보냈어요."

"...편지?"

"네. 가주님과 어머님께서 가장 걱정하시는 문제죠. 제갈세가는...여인이 가주 자리를 이어받는데 가장 부담감이 없는 세가니까요."

무슨 말인지 나는 대번에 이해했다. 그리고 조금 많이 놀랐다.

"가주 자리를 포기한다는 것이냐? 너, 가주 자리에 욕심이 있던 거 아니었나?"

"...있었죠. 예전에는."

제갈선은 미련 없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저는 색마에게 범해질 여자인데, 괜히 소가주 자리를 유지할 필요는 없잖아요?"

"너 설마 그걸 편지에 적은 건 아니지?"

"후후, 아니에요. 그냥...색마님의 수법을 배웠을 뿐."

"내 수법?"

막 검은 머리칼을 하나로 묶어 정리하던 제갈선은 내게 눈을 찡긋였다.

"저를 구해주신 천무명 공자를 위해 생을 바치겠다고 했죠. 공자님도 사랑을 위해 유설라 소저를 구하려고 목숨을 걸었는데, 제가 가만히 있으면 뭔가 없어보이잖아요?"

"......천무명에게 또 한 명 더 동료가 생겨버렸군."

유설라, 당서희에 이어 벌써 여자만 셋이다.

"어머, 동료요?"

제갈선은 외투를 적당히 걸치고 벽에 비스듬히 섰다. 좌우로 흘러내리는 옷에 하얀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부인은 어때요? 천무명 공자의 부인."

"이런 말 하면 개쓰레기 같겠지만,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사실혼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강호 무림에서는 남녀가 손만 잡아도 이미 아이 낳고 손자손녀 이름까지 보는 거랍니다."

"......."

제갈선의 말에 나는 두 손을 들었다.

"나 참. 그래서 천무명 부인 하겠다 이거냐?"

"우선은요."

"허, 우선은?"

"천가장에 들렀을 때, 진법을 슬쩍 봤었잖아요. 팔괘진을 근간으로 한 배치. 공자 님과 일곱 여인으로 구상하려는 거 아니에요?"

어떻게 알았지. 역시 진법 천재인 건가?

"그런데 말이에요...."

제갈선은 엄지로 입술을 훑으며 눈웃음을 쳤다.

"팔괘는 별개로 두고, 안에 태극이 하나로 존재할 수 있게 개조하는 건 어떠세요?"

"......."

1+1, 그리고 8.

"팔괘진에 해당하는 집들은 연이나 다른 분들 하고...저는 중앙에 위치할 태극에 자리를 잡는 건...안 될 까요? 어차피 저 소가주 자리 포기하면서 집에다가 그렇게 얘기했거든요."

제갈선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내게 속삭였다.

"출가외인이 되면...가주 자리 의미가 없다고."

크르르, 못참겠다.

"승급 시험이다."

"...꺄아악!"

나는 제갈선을 다시 한 번 덮쳤다.

* * *

제갈세가의 힘은 현재 산동과 하북, 둘로 나뉘어져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와백봉 제갈선의 납치로 여러가지 문제가 생겼지만, 추색살의 대대적인 활약이 널리 알려지면서, 무림인들의 시각에는 산동과 제갈세가가 바로 연결되어버렸다.

여기에 산동의 맹주나 마찬가지인 황보세가가 제갈세가의 진출을 호방하게 받아들이며, 제갈세가는 두 지역에 힘을 반반 정도 걸쳐놓은 셈이 되었다.

가주인 무림맹 군사 제갈길은 현재 호북에 있으나, 세가의 주요 인원은 하나 둘 산동으로 알음알음 움직이고 있었다.

호북에 남은 이들은 이제 제갈길의 직계와 가문 내의 선조들을 모시기 위한 이들 뿐.

대부분의 방계가 떠난 제갈세가의 방은 대부분 비어버렸다. 그중에서도 유독 오랫동안 비어있는 방이 하나 있었다.

"......."

군사, 제갈길은 사람의 흔적이 장기간 끊긴 방 앞에 선 채 가만히 있었다. 방의 먼지를 털러 들어가는 하인들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들어가지 않는 곳.

와백봉, 제갈선의 방이었다.

"......."

명목상, 제갈선은 자신의 딸이다. 무림세가도 그렇지만 친척의 자식을 양자나 양녀로 들이는 경우는 제법 흔했고, 제갈선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양녀로 들인 아이였다.

영특하고, 무공에 재능은 있지만,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도통 종잡을 수 없던 여아.

그러던 아이가 용봉지회 이후 많이 변했다. 정확히는 이봉결정전 이후에 엄청난 정신적 성숙을 겪었다.

그리고 산동에 있으면서 큰 고초를 겪은 끝에, 제갈선은 이제 더이상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뭔가 씁쓸하구나."

자신의 손이 닿지 않은 곳에서 훌쩍 커버린 아이. 이제는 어른이 되어 제 몫을 톡톡히 해내는 것 뿐만 아니라, 가문에 큰 이득을 가져오고 가문을 위해 많은 것을 알아내기도 했다.

"너무...똑똑해져버렸어."

제갈길은 부채로 입을 가리며 눈을 감았다.

제갈선이 가져온 소식들.

그 수많은 정보들은 맹주의 귀에 들어가지 '못' 했다. 그 뒤로 제갈길은 장기요양을 핑계로 본가에 머무르는 휴가를 조금 길게 쓰게 되었다.

정확히는 호북을 벗어나지 못했다. 호북과 하남이 그리 멀지 않을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호북을 떠나 하남으로 들어갈 방도가 도무지 없었다.

"...미치겠군."

혼자서라면 떠날 수 있다. 하지만 제갈세가에 남은 이들이 걱정되어 도무지 떠날 자신이 없었다.

자신이 집을 나서면 누가 집을 지킨단 말인가?

그가 제갈선이 가문 밖에서-호북성 안이기는 하지만-거처를 마련하고 움직이는 것을 방관하는 이유도, 그녀를 '어떤 이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다.

"여보."

복도 끝에서 사랑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갈길은 표정을 바꾸고 인자한 미소로 아내를 향해 다가갔다.

"부인. 아아, 건담이도 같이 왔느냐?"

"아버님."

조금 딱딱한 말이기는 하지만, 그걸 이제 갓 4살 정도 되어보이는 어린 아이가 허리를 꾸벅 숙이며 말하니 어른인척하는 느낌이 들어 귀엽기만 했다. 그게 자신과 아내가 사랑으로 낳은 늦둥이라는 것에 더욱 사랑스러웠다.

"담아, 뭔가 할 말이 있느냐?"

"궁금한 거."

"무엇이냐?"

"어, 어음, ...아버님은 마흔인데 왜 스물?"

"......."

고뇌하고 또 고뇌한 끝에 하는 말이었으나, 제갈길은 무림맹의 군사라는 두뇌의 보유자임에도 무슨 말을 하는지 잠시 숙고해야했다.

그렇다고 섣부르게 아이에게 '응? 뭐라고 했니?'라고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대신 제갈길은 육아의 초고수, 황보염에게 배운 대로 웃으며 대처했다.

"마흔? 스물? 무엇이 마흔이고 스물이니?"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걸 인지시키며, 상냥하게 반문한다. 그러자 아들, 제갈건담은 제갈길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얼굴."

"아하."

제갈길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내 또한 활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나이는 마흔을 넘었는데, 다른 마흔인 분들보다 많이 젊어보여서 그런 것이냐?"

"응!"

"흐하하하하!"

제갈길은 맑은 미소를 터뜨렸다.

"우리 건담이가 벌써부터 무림의 진리를 알아냈구나! 그건 우리가 무림인이라서 그런 거란다."

"무림인?"

"강호의 사람들이라고 하지."

"음.... 그럼 선이 누나도 무림인이야?"

"물론. 선이도 마찬가지로 무림인이란다. 젊은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구룡, 육봉으로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지."

비록 친자는 아니지만, 제갈선은 두 부부에게 친딸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다. 비록 건담과 나이가 많이 차이나고 이미 장성하여 가정을 꾸려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만, 아끼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나, 선이 누나 또 보고 싶어."

"하하, 선은 지금 잠시 가문에서 나와 강호를 떠돌고 있단다. 언젠가 또 볼 수 있을 거다."

아기 때 봤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똑똑한 아이란 말인가.

"응? 아닌데? 얼마전에 만났어."

"...응?"

"이거 줬어!"

제갈건담은 품에 꼭 숨겨놓은 보물을 꺼내듯, 몸 깊숙한 곳에 넣어둔 물건을 꺼냈다.

"이거!"

"......이건?"

"아무래도...선이가 조금 힘을 쓴 것 같습니다."

"허어, 부인. 이건 도대체...."

한빙참옥(寒氷斬鈺). 제갈길은 말문이 막혔다.

"아, 맞다!!"

제갈건담은 품에서 꼬깃꼬깃 접어둔 작은 종이를 꺼냈다.

"이거, 아버님 주랬어!"

"......."

제갈길은 단번에 편지를 펼쳤다. 그곳에는 단 네 글자만이 적혀있었다.

천선지연(天善持緣), 출가(出家).

"......허어?"

부들부들.

제갈길은 갑작스러운 딸의 출가 소식에 넋을 잃었다. 과연 여기서 말하는 출가가 출가일까?

"그...여보. 아무래도 선이가."

제갈 부인은 민망한듯 아들의 귀를 살짝 손으로 누르며 입을 열었다.

"...정인을 얻은 듯 합니다."

"......."

* * *

"하여튼 선녀들은 죄다 요망하기 짝이 없군."

"아야야...."

나는 제갈선을 옆에 품고 그녀의 몸에서 춘약의 기운을 빼냈다. 그녀는 내 위에 마주보듯 몸을 겹치고 입술을 삐죽였다.

"요망한게 아니라, 침발라둔 건데요."

"그게 그거지. 가문에 '나 남자생겼소'하고 말하고 다닌 셈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러는 공자야말로 허락해주셨잖아요."

"...흠."

이름값이다. 검제의 무공과 이름을 빌려 사칭했으니,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셈이나 마찬가지.

"항상 고마워요, 공자. 제 이기적인 부탁을 들어줘서."

"걱정마라. 나중에 열매를 수확할 때 몇 배로 복수할테니."

열심히 벼르고 있다. 처녀를 취할 때 제갈선이 과연 얼마나 기뻐할 지 상상하며.

"후훗, 그것 참 끌리는 말이네요.... 기대할게요."

스윽.

제갈선은 허벅지 사이에 끼운 나의 자지를 마구 비비며 눈을 찡긋였다. 골반과 허벅지가 그리는 환상의 삼각주 사이에, 그녀는 내 자지를 끼우고 마치 유사 성행위를 하듯 하반신을 비볐다.

"그럼 제가 더 꼴받게 하면 나중에 더 크게 당하겠네요?"

"물론이지. 아주 거칠게 푹푹 쑤셔줄거다. 그래서 춘약은 어땠냐?"

"......."

제갈선은 바로 얼굴이 푹 익어버렸다. 그리고 내 가슴에 고개를 묻으며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좋긴 좋았는데...."

"좋았는데."

"...뭔가 기억이 날아간 것 같아서, 부끄럽네요. 저, 무슨 말을 했어요?"

"......."

나는 그녀의 반쯤 감긴 금빛 눈동자를 직시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몸을 살짝 위로 당겨, 나와 얼굴을 마주볼 수 있게 만들었다.

"아주 꼴리는 말들."

"......다시는 안 할래요. 공자가 이렇게 웃는 거 보니까, 저 분명 이상한 말 했을 거예요."

"그런 걸 두고 취중진담이라고 하는 거란다. 흐흐."

미약에 취해있었지만.

"취중진담이라...."

제갈선은 입술을 끔뻑거리며 내 눈치를 보며 중얼거렸다.

"...처녀 가져가실 때, 색마처럼 말 못하게 입술막고 찍어누르듯 정상위로 범해달라고 혹시 제가 말해버렸나요?"

"......."

인간춘약이 여기에 있다.

[작품후기]

틈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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