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405화 (405/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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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약초 내놓으시오."

"춘약?"

"아니, 정신 건강에 좋은 것들 말이오."

약선은 나를 보자마자 쌍욕을 내뱉으려했다.

"병 주고 약 주나? 누구한테 주려고? 지금 벽곡단 만들기도 바쁘다."

"벽곡단?"

"태극화가 내게 무당파 장문인에게 선물로 줄 벽곡단을 만들어달라고 하더군. 무당파 안에 있는 벽곡단은 아주 개판이니, 나보고 먹기 좋게 잘 만들어달라고."

"벽곡단도 만들 줄 아시오?"

약선은 손에 들고 있던 부채를 펄럭였다.

"내가 못 사는 사람들에게 약을 판매하면서 거의 헐값에 넘기지만, 돈 있는 놈들한테는 후려친단다. 너같이 다 꿰고 있는 놈들 말고, 적당히 비싼 값이면 적정값이라고 생각하는 놈들이 있기 마련이지."

"아, 금창약이랑 벽곡단 같은 걸 팔아서 돈을 충당해왔군?"

역시 약선이다. 낙수효과를 설마 의약품으로 실천하고 있을 줄이야.

"벽곡단 하나 줘보시오. 얼마나 맛있나 보게."

"약을 맛으로 먹냐?"

"오랫동안 갇혀있으면 벽곡단 먹을 때도 맛있으면 폐관수련하기 좋은 법이니. 보자."

콰득.

"미미!"

"무슨 개소리냐."

"맛있군. 이거 그냥 영양식으로 팔아도 되겠는데? 도대체 뭘 넣은 것이오?"

"인형설삼."

"......."

나는 혀에 온 감각을 집중했다. 혹시나 내가 놓친 내공이 있을까하여 잔여물 하나하나까지 집중했다.

"거짓말이다."

"아니, 이 영감이?"

"크흐흐, 영약이라고 하니까 바로 표정 바뀌는 거 봐라? 얘끼, 이 놈아. 벽곡단은 진짜 생존을 위한 물건이다. 그런 것에 몸의 영양흡수를 해치는 영약 같은 걸 넣을 리가 없지 않느냐? 영약 흡수한다고 몸의 힘을 더 많이 쓰는데."

"그것도 그렇군."

벽곡단은 그저 음식일 뿐이다. 쌀과 같은 곡식을 가루로 빻고 빻고 하나로 압착하여 만들어낸, 초경량건식에 불과하다.

- 벽곡단 먹고 살 바에는 그냥 무인 때려치고 고기랑 술과 함께 살지 뭐.

혈교주는 말했다.

- 벽곡단은 비상식량이야. 아주 작게 만들어서 고열량을 내는 음식이라고. 근데 이상한 건 말이지, 어차피 강호인들은 무공을 연마하면서 그만큼 열량을 소모하잖아? 그럼 벽곡단에도 꿀같은 거 조금 섞어넣으면 안 돼?

벽곡단의 다양화!

어차피 식사 대용으로 먹는 것이라면, 조금 달달한게 들어가는게 더 좋다. 생모래를 씹어먹는 듯한 느낌보다는, 꿀가루를 입에 넣고 먹는게 더 좋지 않은가?

꿀로 인한 열량? 무림인은 초식 한 번만 연습하면 금방 꿀의 열량 정도는 극복해낼 수 있다.

- 단 거 없이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나아. 당과같은게 왜 쉽게 살이 찐다고 하는지 알아? 그만큼 몸에 많은 활력을 주기 때문이라고. 그럼 달달한 거로 압착을 해서 벽곡단을 만들면 그만큼 더 열심히 무공연마를 할 수 있을 거 아니야?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혈소예가 나를 상대로 했던 말들 중에는 무엇 하나 틀린게 없다.

"이거, 인형설삼이 아니라 다른 걸 집어넣었군?"

"흐흐, 그래. 단맛을 내는 약초를 갈아서 조금 뿌렸다. 먹을만 하지?"

실제로 약선의 벽곡단에도 제법 달달한 기운이 서려있었다. 본인은 약초를 갈아서 넣었다고 하지만....

"복숭아...?"

"와, 귀신 같은 놈. 그걸 눈치챈다고?"

"과육을 넣지는 안았을 것이고, 말려서 빻은 다음 가루로 뿌렸나?"

"이 놈, 남의 영업비밀을 털어가다니. 네놈이 양심이 있느냐?"

"여기 내 건물이오."

나는 약선이 들어올린 빗자루를 피하며 벽곡단의 맛을 음미했다.

"이보시오, 약선."

"왜!"

"이거, 상품화합시다. 대륙 전역으로."

"상품화...?"

약선은 빗자루 봉술을 멈추고 의자에 걸터앉았다.

"또 무슨 꿍꿍이냐."

"별 건 아니고, 진가장에 새로운 역할을 하나 만들고자 하오."

"또 무슨 개짓거리를 하려고?"

"표국을 만들 것이오."

약선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추소광같은 놈을 끌어오게?"

"그놈이 아니라! 진사월을 중심으로 한 표국을 만드는 것이오."

"표국이라."

약선은 약초를 곰방대에 넣었다. 나는 중려신화정을 이용해 약초에 불을 붙였다.

"후우. 그러니까 너는 내가 만든 벽곡단이나 금창약 같은 것을 중원 전역으로 유통하겠다는 것이냐?"

"좋지 않소? 어차피 무림인들은 전부 바가지 씌워버리면 그만아니오. 솔직히 이 벽곡단, 원가로 따지면 엽전만 모으면-"

"그만."

벽곡단의 판매 가격은 은자 단위부터 시작했다. 남겨먹는 비율로만 따지면 거의 8할 가량 이윤이 생기는 물건이었다.

"후우. 알겠다. 표국이고 나발이고, 나야 더 많이 벌어서 더 싼 약재를 구해오면 좋지."

"좋은 선택이오. 다른 과일들도 갈아서 넣고, 꿀가루도 좀 섞어넣으면 아주 훌륭한 벽곡단이 될 것이오."

"그래, 그래. 젠장, 일거리가 하나 더 늘었군. 이거나 가져가라."

약선은 내게 작은 목함을 건넸다. 안에는 붉은색으로 반짝이는 작은 단환이 담겨있었다.

"이건 무엇이오?"

"청심환(淸心丸)이다."

"빨간색인데?"

"사람의 머리를 맑게 해야지, 혈기를 왕성하게 하면 어쩌냐? 적심환이라고 하면 팔릴 것 같아? 안그래도 홍화문이 난리를 치면서 요즘 붉은 것들 하면 다들 치를 떤다."

"중원인들이 적색을 싫어할 리가 있나."

"사람 나름이지."

약선은 연기를 하늘로 후 불었다.

"나는 빨간 것들이 싫다."

"왜?"

"피를 연상케하거든. 특히 내 약으로 인해서 피를 보는 경우가 있으면 더더욱."

"......."

약선은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예전에 그 얘기를 했던가? 아주 오래전에, 내가 칼을 들고 직접 집도한 적이 있었다고."

"관심없소. 여인의 옛 이야기라면 모를까, 노인네 옛 이야기는 들어봐야 득이 될 게 없으니 사양하겠소."

"......썩을 놈. 언젠가 후회하게 될 것이다. 에잉."

약선은 나를 향해 곰방대를 휘두르며 나를 쫓아냈다.

"사업 이야기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마. 어차피 내가 안한다고 해도 네놈이 몰래 다 하겠지만, 그냥 눈뜨고 내 비법이 뜯기는 건 용서할 수 없지."

"호오, 그러면?"

"7:2:1."

"당연히 내가 7이지?"

"미쳤나? 내가 7이지."

"...후우, 알겠소. 내가 노인장 똥고집을 어찌 이길까. 근데 1은 무엇이오?"

"1은 네놈의 지분이고, 2는 의원에서 쓸 운영비지."

"지독하시군."

"효율적인 경영방침이라고 해주겠나. 대신 이거 줌세."

탕.

약선은 새로운 목함을 꺼내들었다.

"이게 또 무엇이오?"

"춘약. 지난 번에 찾은 것의 개량형이다."

"......효과는 확실하겠지?"

"그거야 네놈 하기 나름이지. 어련히 알아서 잘 쓰겠지만, 괜히 엄한 사람 겁탈하는데 쓰지 마라."

"물론이오. 내가 선량한 사람 건드리는데 춘약 쓴 적 있소?"

"젠장. 말하니까 화나는데, 춘약도 필요없는 놈이 왜 춘약을 그렇게 모아대는 것이냐?"

"아, 그거 말이오?"

춘약은 필요없지만, 채음보양에는 아주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양물을 쑤시고 할 것 없이, 춘약만 좀 뿌려주면 바로 음기를 흡수할 수 있으니까.

"지나가다가 바빠서 범하기 귀찮은 악녀가 있으면, 춘약을 뿌려서 음란하게 만든 다음, 하단전에 손만 올리고 내공만 쏙 빼먹고 가면 되니까."

"...실제로는 안 하고?"

"뭐하러?"

"......너 색마 맞냐?"

"저런. 나는 보통 색마와는 다르지."

굳이 말하자면....

"나는 미식가요."

아기색마는 나름 입맛이 고급이다.

"아무나 먹지 않지.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

"어머, 저요?"

어느새.

약선당의 뒷문 앞에는 약재를 한 상자 들고온 와봉 선생이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춘약에 대해...자세히 알려주겠어요?"

* * *

색마하면 떠오르는 약이 있다.

춘약!

여인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효과를 가진 이 약은 대부분의 색마들이 사용하는 물건으로, 아주 몹쓸 짓을 할 때 사용된다.

설마 색마가 아내에게 사용하겠는가?

아니다!

과거 제갈세가의 방계 여인들이 객잔에서 산공독에 중독된 뒤, 제압을 당하고 춘약에 중독되었던 적이 있다.

여인의 감각을 끌어올리며, 민감하게 만들고, 남자를 받아들이며 점차 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어차피 범하는 건데 그러면 마비약이나 써서 못 움직이게 만들지, 춘약은 왜 쓰는 걸까요?"

와봉 선생은 검은 색안경을 치켜올리며 내게 물었다. 잠시 약선과 이야기 때문에 진가장에 방문했던 나는 와봉 선생의 방문을 받았고, 아주 기쁜 마음으로 그녀를 맞이했다.

"색마가 춘약을 쓰는 이유가 궁금하다?"

"네. 제 개인적인 궁금증도 있지만, 방계 여인들이 습격당한 것에 대해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자 해요."

와봉 선생은 진가장에 있는 중에도 제갈 세가를 각별히 아꼈다. 같은 여인인 만큼, 방계 여인들이 강제로 색마들에게 당한 것에 상당히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춘약을 왜 사용하는지 알면 그에 대해 쉽게 대처할 수 있으니까요."

"춘약을 사용하는 이유라.... 하나 뿐이지."

"자신이 없으니까."

나는 바지 속 아기색마를 한 번 강하게 튕겼다.

"일류색마는 춘약을 사용하지 않아. 이류나 삼류 색마가 춘약을 사용하지."

"뭔가 색마에 고수나 하수를 따지는게 무의미한 것 같지만, 그래서요?"

"양물과 허릿심으로 여자를 달아오르게 할 자신이 없으면서, 약의 힘에 의존하는 것들이다."

나는 와봉 선생의 앞에 약선이 만든 춘약을 가져왔다.

"어디 안전한 동굴도 아니고, 대부분의 색마는 인적이 드문 으슥한 산길에서 여인을 상대로 춘약을 사용하지. 그리고 대부분 범하려고 하는데, 이 때 여인이 춘약에 당했다고 한들 금방 하아앙 거리겠느냐?"

"죽어도 끝까지 저항하겠죠. 아니면 포기하고 눈물을 흘리거나."

"그래. 그게 보통이지. 하지만 여인을 범하는 색마 놈들이 꼴에 그런 모습은 보기 싫다 이거야. 남자는 대부분 자기 양물로 쾌락에 헐떡이는 여자를 보고싶어하지."

"...아하, 좆으로 여인을 공략하는게 아니라 약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와봉 선생은 색마의 춘약 사용에 대해 금방 이해했다.

"하지만 춘약도 결국 한계가 있다. 모든 약이 그렇지만 인간의 몸은 내성이 생기기 마련이고, 또한 내공의 힘을 이용하면 춘약의 기운도 술기운처럼 몸에서 빼낼 수 있지."

"그럼 말이에요, 춘약의 부작용은 쉽게 해결할 수 있나요?"

"있지. 천환단 먹는게 제일 쉽고, 다음으로는 춘약의 성분을 분석해서 그에 맞는 처방전을 처방하는게 방법 아니겠어. 아니면 오랜 시간 심기체를 고루 다독이면서 몸을 다독이거나."

"그렇군요...."

와봉 선생은 색안경을 다시 치켜올렸다. 얇고 불투명한 검은 색안경 너머, 금빛 눈동자는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면 말이에요, 가주님."

"이번에는 가주님이라고 부르는 거냐?"

"아이 참, 공자도 색마도 아닌데 그러면 뭐라고 불러요?"

"오...."

와봉 선생은 연하가 아니다. 유감.

"네가 바라는 게 뭔지 알겠구나. 나를 의원님이라고 불러라."

"알겠습니다. 의원님. 제가 작은 부탁이 있어서 그럽니다만....."

와봉 선생은 책상 위에 놓인 춘약을 손으로 가리켰다.

"...정말 이거로 하고 나면 부작용이 없는 거, 맞겠죠?"

"그래. 물론 나중에 춘약에 당하더라도 내성이 쌓이는 정도고, 하고 난 뒤에 운기조식만 하면 금방 해결될 수 있다."

"그럼 의원님. 제게 처방을 부탁드립니다."

와봉 선생은 침대에 걸터앉아, 다리를 슬쩍 꼬았다. 소복 사이로 드러난 하얀 다리에 절로 군침이 넘어갔다.

"그...도대체 춘약이 뭐길래 범해지는 여인들이 저항을 못하나 궁금해서.... 안 될 까요?"

호기심은 못 참지.

"받아오기를 잘했군."

언젠가를 대비해 춘약을 모아둔 이유에는 약선에게 말하지 않은 또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지금처럼, 춘약을 이용해 스스로 민감해지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을 경우.

춘약의 부작용을 해소하려면 여러가지 준비가 필요하지만....

'춘약 성교를 위해서라면 천환단도 아깝지 않다.'

나는 약선으로부터 건네받은 춘약 가루를 손에 묻혔다.

"그러면 시작해볼까? 흐흐흐."

"아...잠깐만요. 흠흠.... 우선 이렇게...."

와봉 선생, 제갈선은 상체를 뒤로 숙이며, 맨발로 내 바지 앞섶을 슥슥 건드리며 나를 올려다봤다.

"우리 약 빨고 질펀하게 한 번, 어때...?"

"......."

말이 춘약이 될 수 있구나. 아기색마는 와봉 선생의 말에 시작부터 달아올랐다.

[작품후기]

색마하면 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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