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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오르라
"우리가 발가벗고 떡치고 있으면 말이야, 녹색공주는 옷을 훔쳐갈까?"
"양심이 있으면 훔쳐가지 않겠죠."
"그래도 쟤는 한 명이고 우리는 두 명인데? 내가 옷을 구해다주리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진정으로 착한 사람이라면 남의 걸 건드릴 생각하지 않고 최대한 빨리 도망치지 않을까요?"
훔쳐서 자기가 입을 것인가, 훔치지 않고 그냥 지나갈 것인가. 굳이 번거로운 함정을 마련한 건 일종의 마지막 시험 절차였다.
소위, 어디까지 인성이 글러먹었는가?
아무리 사파 여인이라고 해도 정도가 있는 법이며, 특히 강호의 시기가 시기인 만큼 무고는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 너 색마? 죽어!
- 난 색마가 아닌, 커허헉!
지금 강호에 추색살이 얼마나 많이 돌아다니는가?
만약 무당파 장문인 급이 아닌 일반 낭인이었다면, 억울함에 저항하다가 추색살에 의해 죽어도 할 말이 없게 되는 것이다.
- 나는 억울해! (사망).
죽고 나서 억울함이 드러난다고 해도, 이미 모든 중원인들은 무당파 장문인이 여자를 더듬은 것으로 알 것이다. 설령 결백이 밝혀지게 된다고 해도, 몇몇 이들은 새롭게 뒤바뀐 진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 그거 아는가? 무당파 장문인이 꽃뱀에게 당했다더군!
- 뭐? 꽃뱀이었어? 진짜로?
- 그래! 글쎄 그 여자가....
- 저런. 참 안 됐군. 그는 좋은 장문인이었지....
무당파 장문인이 추행범으로 몰려 죽지 않도록, 우리는 명명백백히 천하에 진실을 널리 알려야했다.
-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자는 사파의 여인이며, 사홍칠공주의 잔당이다!
- 뭐?! 십상련이라고!!
- 역시 사파인의 흉계였구나! 장문인, 나는 그대를 믿고 있었소! 현철 도사가 술에 취해 여자를 만질 리가 없지! 암! 그렇고 말고!
강호에서 사파인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친다.
특히 과거에 악명이 자자했던 십상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우리가 대중에게 '피해자는 녹색공주라는 십상련'이라고 밝히는 것만으로도 여론은 반전될 것이다.
"소문을 퍼뜨리는 거야 하오문의 힘을 빌리면 되니...."
"그들도 이런 이야기는 좋아할 겁니다."
다행히 하오문은 나-연붕과 태극화에 대해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장문인의 진실을 널리 알려줄 힘을 가지고 있다.
뒤로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는 증거를 만들어낼 것이다.
무당파 장문인이 만지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으니, 피해자가 피해자가 아닌 무고 가해자라는 증거를 만들어낼 것이다.
정확히는 이 여자가 무당파 장문인을 상대로 음해를 하려고 했다는 증거를!
'감찰관이 오는 이상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있지.'
누가 만졌나. 누가 건드렸나. 누가 복수를 하겠다면서 한 문파의 장문인을 무고로 만들려고 했나! 누구보다도 공명정대하고 확실한 시선에서 바라보는 감찰관이라면 분명 내가 만들어낸 증거를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일 것이다.
증거를 만들어냈다고 하지만 없는 사실을 꾸민 것이 아니라, 있는 사실을 정리하여 보내주는 셈이니까.
단지 조금 우리 쪽에 이롭게 비틀 뿐이다. 본래 진실은 반만 드러내는게 가장 효과적이니.
그리하여 모든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뒨 뒤, 녹색공주 환경애는 감옥에 갇힐 것이다.
무림인이니 힘줄이 잘리고 단전이 파괴된 채 감옥에 갇히게 될 것이다. 차라리 죽는게 좋겠다 싶을 정도로 모진 고문을 당할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나름 중년미부인데 폐인으로 만들어야하나?'
'나름 물에 잘 씻기고 중려신화정으로 소독하고 먼지 털어내면 못 먹을 정도는 아닌데.'
'그냥 죽이기에는 아까운 계륵같은 여자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관아에 넘길 것인가, 아니면 또다른 방법으로 그녀에게 단죄할 것인가.
훔쳐가지 않으면 무림인인 걸 숨길 수 있게 해주려고 했다. 십상련이니 십수년 정도는 감옥에 처박혀서 반성하게 하는 정도로 마무리하려고 했다.
'근데 훔쳐갔으면 끝났지.'
골수까지 쪽쪽 빨아먹을 정도로, 색마의 방식으로 효율을 끌어낼 것이다.
바로, 채음보양.
"아, 아악, 하아악...!"
"그러길래 왜 남의 옷을 훔쳐갔어?"
녹색공주는 미약에 몸을 절기 시작했다. 약선으로부터 받은 미약과 일반 시중에서 파는 춘약을 섞어 그 효과를 극상으로 끌어올렸다.
"옷깃이 스치는 것조차 남자의 손길처럼 느껴질 것이다."
나는 녹색공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천마신공을 일으키며, 익히 알고있던 비술을 사용했다.
환술.
대량의 내공이 소모되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녹색공주의 눈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고, 거친 숨소리만 가득했다.
"남의 인생을 망치려고 들었으니, 그에 대한 대가를 치뤄야지. 그래서 내가 고민을 좀 해봤다. 어차피 감옥에 갇히게 될 거, 어차피 힘줄은 잘리고 단전이 파괴될 거, 굳이 내가 그와 같은 짓을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말이야."
"으, 으으, 으으으...!"
부들부들.
"나를...환술로 자백시키려고 하는 것이지...!"
"호오, 정신력이 대단하군. 지금 몸이 달아올라서 미칠 것 같을텐데."
녹색공주는 환술에 걸린 와중에도 나를 또렷하게 노려봤다. 나는 그녀를 비웃으며 정수리에 손을 올렸다.
"그래서 나는 네게서 몇 가지를 가져가기로 했다. 우선 첫번째, 너의 내공."
"!!!"
사아아.
"꼭 채음보양이 떡을 쳐야만 하는 건 아니란다."
녹색공주의 머리칼이 서서히 탁해지기 시작했다.
"흡정대법이라고 들어는 보았나?"
"너...색마로구나...!"
"천하제일색마인 자지."
중원인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검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내 손에는 녹빛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응?"
뭔가 낯이 익다. 내공이 낯이 익다고 하는 표현은 다소 이상할 지 몰라도, 나는 왠지 모르게 이 내공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
'녹천광검(錄川廣劍)? 아닌데. 옥궤륜마(鈺軌輪魔)? 아니야. 그거보다는.'
"주군?"
"잠시만. 집중 좀 하마."
나는 내가 흡수하는 내공을 내 안으로 갈무리하며 천마신공에 집중했다. 광포한 기운으로 겁박하며 내 속으로 끌어당긴 녹색 기운의 내공은-
"칠색(七色)...광록심법(光綠心法)이로구나. 그렇군. 직접 느껴보니 기억이 나."
"그, 그걸 어떻게...!"
"아는 방법이 다 있지."
내공의 기운을 직접 손으로 흡수하고나니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혈겁난세의 일들이 하나 둘 머릿속에 떠오르며, 인과의 사슬이 하나 둘 짜맞춰지기 시작했다.
- 혈교주! 오늘 너를 쓰러뜨리고 강호의 정의를 바로세우겠다!
- 건방진 꼬마네. 가라, 혈강시.
- 그 자도 내가 해방시키겠어!
'홍채영화검(虹彩英花劍).'
일곱 자루의 검기로 무지개빛을 뿌리던 젊은 여고수. 혈겁난세의 신진 여고수,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현경 고수다.
'이 여자로구나.'
이 여자의 몸에서 홍채영화검이 태어난다.
머리가 특유의 내공심법으로 인해 무지개색으로 물든 특이한 여자였지만, 특유의 의협심과 검실력으로 혈교 무사들을 단독으로 쓰러뜨렸던 여자.
'홍채영화검의 일곱 조각 중 하나가 광록심법이었지.'
얼굴도 가슴도 몸매도 적당했지만, 특유의 알록달록한 머리칼과 일곱 개의 검의 '정파 무인'이 설마 사홍칠공주로부터 이어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런 여자에게서 그런 참한 딸이 나온다고? 하늘의 기적인가?'
그 여자를 떠올리니, 눈앞의 여인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얼굴은 분명 비슷한데, 사람의 성정이 어찌 이리 다를 수 있을까.
"사홍칠공주는 일곱 명에게 각각 무공을 나누고, 그걸 다시 하나로 합치려고 했던 건가...앙큼한 짓을."
"네, 네놈은 도대체 뭐냐!"
"몰라도 된다. 그나저나 환술을 걸었는데도 말 잘하네. 광록심법 때문이로군."
정신이 맑아지고 고요해지는 심법으로, 정순한 내공을 다루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심법이다. 그걸 가진 여인이 무당파 장문인을 상대로 무고를 저지르려했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일단 내가 다 가져가마."
사아아.
녹색공주의 내공을 모조리 뽑아내자, 그녀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더이상 그녀의 몸에서 녹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라."
"네...."
내공이 빠져나오니 이제 슬슬 환술이 먹히기 시작했다. 녹색공주(였던 자)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내 대답을 기다렸다.
완전히 환술에 걸렸다. 단전이 텅텅 비어버린 녹색공주는 녹색도 공주도 아닌 중년미부 환 씨에 불과했다.
"다른 칠공주는 어디에 있지?"
"...모두 죽었습니다. 큰언니는 천화로 돌아가셨고...이제 저만 남았습니다. 다른 곳에서 칠공주를 사칭하는 자가 있는데...가짜입니다."
"천화?"
"무당파로 인해 천화가 퍼졌고...저는 그것에 복수를 하고자...."
사홍칠공주 전멸. 천화. 복수. 정보가 새롭게 갱신되었다. 하오문에 비싼 값에 팔 수 있으리라.
"그럼 다른 공주들의 비급은 어디에 있지? 무공을 분명 일곱으로 나누었을텐데. 유실되었나, 아니면 네게 모두 하나로 모였나?"
"제가 모두 관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홍화문의 비고에 있습니다."
"주군."
왕소현은 눈짓으로 내게 신호를 보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그녀는 바로 자리를-
"...아."
그녀는 옷이 없었다. 나는 왕소현에게 내 외투를 입혔고, 왕소현은 얼굴을 붉히며 주섬주섬 주워왔던 속옷을 마저 입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여차하면 빠져라."
왕소현은 외투 한 벌만 겉에 입은 채 홍화문의 비고로 달렸다. 그녀의 눈빛에는 궁금증이 가득해보였지만, 동시에 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가득했다.
'역시 검마다.'
알아서 눈치껏 빠져주는게 역시 검마다웠다. 나는 외투 아래로 흩날리는 그녀의 매끈한 다리를 구경하다가 녹색공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다음 질문이다. 왜 무당파 장문인을 무고했지?"
"......그 자는 색을 밝히는 자로, 모두가 믿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거짓이라도?"
"흐름만 잘 타면...진실이 드러나기 전에 거짓이 진실을 죽여버릴 것이라고...."
"일촌남근이 범인이군. 역시나."
이런 사특한 짓을 할 자는 역시 대공자밖에 없다.
'열받네.'
죽이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죽여버리고 싶다. 공자 주지에게 엿을 먹이기 위해 십마 중 둘만 제외하고 모조리 비천으로 만들었건만, 대공자는 아직도 벌레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직은 안 돼.'
대공자는 정마대전을 일으킨 원흉이 되어 죽어야 한다.
'이렇게 여자 보내주니까 봐준다.'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도 손님이 선물로 가져온 걸 바로 버릴 수 있겠는가. 지금처럼 과거의 존재든 마인이든 여자만 보내준다면, 내가 취사선택을 해서 먹고 버리면 그만이다.
'탈흑쌍마처럼 노인네 두 명 안 보낸게 어디야.'
대신 다음에 노인이나 남자를 보내면 천마와의 협정이고 뭐고 반 죽여버리러 가야겠다.
'필요한 정보는 얼추 끝.'
나는 환술을 거두었다. 그리고 중려신화정과 빙백신공을 적절히 응용해, 내 몸에서 얼어붙은 양기의 정수를 하나 빙정처럼 뽑아냈다.
겉은 분명 얼어붙어있는 조각이나, 안에는 양기가 가득 담겨있는 물건. 나는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은 단약같은 것을 환경애의 입안에 밀어넣었다.
"이걸 먹고 어여쁜 아이를 낳아라. 그리고 아이에게 이 기운을 전해주거라. 아이가 태어나고 20년 뒤...그걸 다시 찾으러 가마."
미래 현경 여고수를 낳게 할 여자. 아이를 낳고 아무리 숨긴다고 해도, 내가 불어넣은 나의 기운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딸의 몸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다. 딸.
"너는 앞으로 아들을 낳을 수 없는 몸이다."
나의 내기가 아들이 나오는 걸 막을 것이다.
내기는 자연히 몸속에 깃들어 극강의 양기를 뿜어낼 것이며, 환경애의 몸은 자연스레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아이가 음기를 머금도록 태어나게 만들 것이다.
만약 나의 내기를 뚫고도 남아가 태어난다면, 그는 수많은 남색가들에게 노려질 터.
'그런 미래는 없을테니, 안심하고 딸을 낳기를.'
그래야 내가 20년 뒤, 성인이 되었을 때 취하러 오지 않겠는가?
"아버지가 누군지는 몰라도 잘 낳고 잘 키워라. 알겠지? 아 참, 그리고...."
"아...."
충격을 받아 멍하니 있는 환경애를 향해, 나는 양물을 가리켰다.
"범하지 않는다고는 안했다."
질속에 있는 타인의 흔적이 찝찝하다면 위생을 찾으면 그만.
사아아.
붉은 기운이, 강기가 내 양물을 뒤덮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두꺼운 물건이 강기의 두께까지 더해지자, 환경애는 공포에 질렸다.
"호좆강기. 권강도 있는데, 신체의 일부인 자지에 강기를 두르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흐흐."
혈교주가 직접 가르쳐준 비기다.
- 임신을 방지하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지. 흔히들 자지 위에 동물 껍질 같은 걸 씌우고 싸던데...현경 고수들은 그냥 자지 위에다가 강기 두르면 안 되나? 앞부분에 넓게만 해두면 맘껏 쌀 수 있잖아.
이제, 마음껏 안을 쑤실 수 있다. 남의 정액이 내 자지에 묻는 일도 없으며, 찝찝함이 남을 일도 없다.
"엎드려."
나는 환경애의 등판을 걷어찬 뒤, 강제로 네 발로 엎드리게 만들었다.
[작품후기]
임신 방지용
아내들에게 쓰지 않은 이유는 촉감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