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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색마-389화 (389/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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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습격

강호에 변태는 많다.

흔히들 색마라고 하는 이들은 정말 차고 넘치며, 이들은 약자를 힘으로 억압하는 악적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조리 추색살에 의해 모가지가 날아갔다.

그런데 악인에 어디 성별의 구분이 있으랴?

여인의 몸으로 같은 여인을 범하는 자도 존재했고, 차마 건드려서는 안 될 금기를 범하려고 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 모두 추색살에 의해 잡혔다.

이렇게 추색살이 확실한 모습을 보이니, 몇몇 이들을 중심으로 이상한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이거 조금만 비명 지르면 한탕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암암리에 잘못된 행동들이 퍼지기 시작하며, 그 피해는 중원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이른바, '꽃뱀'이라고 부르는 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누가 이들을 꽃뱀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모른다.

색마가 널리 퍼지게 되며 사람들은 점점 색으로 가득한 천하에 적응하게 되고, 새로운 방안을 찾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꽃뱀이라는 것이 꼭 지금에와서 새롭게 나타난 현상일까?

'내 생모도 그런 경우였지.'

남궁세가의 여식이었으면서 나름 명망있는 가문으로 혼약을 맺고, 뒤로는 자기가 사랑하던 호위무사와 통정했다.

현천백가의 가주 입장에서는 꽃뱀이나 마찬가지인 여자였다.

그래서 나는 이 사건을 보자마자 진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장문인은 당했다는 것을.

단지 장문인을 담그려고 한 여자가 평범한 여자가 아닌, 조금 범상치 않은 여자라는 것에 자료와 정보를 수집했을 뿐이다.

사홍련의 칠공주 중 한 명.

-분명 죽었다고 생각했소. 내 사매를 죽인 자의 시체가 나왔으니까. 하지만 얼굴은 정말 말로하기 힘들 정도로 난도질되어 있었지.

현타 도사는 치를 떨며 자신의 의심에 대한 근거를 이야기했다.

-지금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자는 홍화문이라는 곳에 보호를 받고 있소. 무당파와는 사이가 좋지 않은 곳인데, 이곳에 몸을 의탁한 것은 조금 당연해보이지. 하지만...이상하지 않소? 엄연히 검각이라는, 그것도 추색살 호북지부가 있는데.

현타 도사의 의심은 지극히 합리적이었다. 그래서 나도 그의 말을 어느정도 믿기 시작했다.

-상식적으로 진가장의 검각주에게 신변보호를 요청해야 하는 것 아니겠소?

-역시 현타다.

대외적으로 검각주는 다른 여인들의 흠모와 신뢰를 받는 여인이다.

그런 검각주에게 보호를 요청하는게 아니라, 힘없는 중소문파에 신변보호를 요청한다?

두 가지 중 하나다.

하나는 여인이 홍화문이라는 문파의 사람인 경우. 이건 금방 아니라는게 판명되었다.

또 다른 하나는 검각주에게 의탁할 수 없는 경우.

-검각이 무당파와 제휴를 맺었다고는 하지만, 무당파의 추문이 진실이라면 검각주의 성정상 응당 제휴를 끊어버릴테지.

-검각주에게 의탁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

-검각주는 사홍칠공주의 얼굴을 알고 있을 것이오. 일곱 명 중 두 셋은 용봉지회 당시 직접 검으로 쓰러뜨렸으니까.

만약.

만약 피해자가 검각주에게 몸을 의탁하러 왔는데, 검각주가 그 여인이 십상련의 사람이었다는 걸 눈치채게된다면?

피해를 입은 여인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지명수배범과 같은 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들, 과연 누가 믿겠는가.

그러니 확인하러 가야한다.

대외적으로는 감찰관에 의해 조사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뒷면에서는 확실한 파악이 필요했다.

'겸사겸사 정의로운 행동도 좀 하고.'

사홍련의 일원으로 추정되는 여인의 나이는 대략 40세 전후, 그리고 무공의 수위는 대략 절정 이상으로 추정.

그러나 많은 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겉모습은 30대 초반의 여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탈탈 털어먹어야지.'

뿌리까지 뽑아낼 기세로 취할 것이다. 그걸 위해, 나는 호북의 여러 사람들을 동원하여 색마행을 나섰다.

사홍련의 일원이 아니라면 무당파 장문인은 경질된다.

하지만 만약 여인이 사홍련의 일원이고 무당파 장문인을 무고한 것이라면….

'정의를 세우리라.'

나는 여인이 몸을 의탁한 문파, 홍화문의 담벼락 아래에 몰래 숨어들었다.

* * *

그 시각.

무당파는 장문인의 연금에 따라, 대외적인 활동을 일절 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 돌아다녔다가는 색마로 같이 몰리게 된다!

아직 색마라고 확정된 것도 아니지만, 강호 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현철 도사를 색마로 몰았다.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이오!"

무당파의 장로들은 한 자리에 모여 사람들을 비토하기 시작했다.

"장문인이라는 자가 어찌 이런 추행을!"

정정. 장문인을 비토하기 시작했다.

"본인은 오래전부터 현철 도사가 장문인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소!"

한 명이 물꼬를 트자 다른 이들도 이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원래 현기 대사형께서도 현타 사형에게 장문인 자리를 물려주려고 하셨지 아마?"

"솔직히 무공만 따지고 보면 현타가 지금 무당파 최고가 아닌가?"

"태극혜검도 3성에 이르렀으니…."

장로들의 대세는 점점 기울기 시작했다. 현철 도사를 버리고 현타 도사를 새로운 장문인으로 추대하자!

"지금 무슨 소리들을 하는 것이냐!"

쾅!

문이 열리자, 씩씩거리는 현타 도사가 거칠게 소리를 질렀다.

"무당파의 장문인이 어찌 그런 참담한 짓을 저질렀다고 단언하는가! 현질, 현피! 그대들은 어찌 감히 그런 소리를 입밖으로 내뱉는 것이야!"

"하지만 사형, 진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누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판가름하지? 무당파 장로들? 아니다! 관아에서 판결을 내릴 것이다."

"사형!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까딱 잘못했다가 관에서 무당파를 죽이기 위해, 판결을 조작하기라도 한다면-"

"갈!!!"

현타 도사의 사자후에 장로들은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어느새…!"

현타 도사의 중후한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내력은 거의 초절정 끝자락에 이르러있었다.

무당파에 어디 초절정 고수가 더 있던가? 없다! 장로들 모두 절정 고수이며, 초절정은 현철 도사와 현타 도사 두 명 뿐이다.

단지 현타 도사가 현 장문인인 현철도사보다 무공의 수위가 현재로서는 높을 뿐.

"나는 제자들과 함께 홍화문으로 갈 것이다! 그곳에서 피해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것이야!"

"사형! 그건 진짜 아닌 것 같은…!"

쿵!

현타 도사는 이미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장로들은 현타 도사의 급작스러운 행동에 혼란에 빠졌다.

"사형이 도대체 왜…?"

곧, 현타 도사가 피해자를 만나러 홍화문에 간다는 소문이 무당산 아래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 *

솔직히 말해서 나는 현철 도사를 믿지 않는다.

낙인을 찍어놓은 것은 아니지만 그는 충분히 그럴만한 사람이고, 또한 술에 취했다면 더더욱 그럴 자다.

하지만 그는 결코 여자를 추행한 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사공희를 위해서.

현철 도사로부터 튀어오른 파편이 사공희에게 맞지 않도록, 나는 이번 사건을 두 가지 방향에서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이미 어디서 온 여자인지는 대충 파악했어.'

하오문의 정보력. 독고연의 기억. 제갈선의 분석. 이시아의 직감.

그리고 여인을 상대로 무조건적으로 발동하는 아기색마의 기감.

이제 남은 것은 내가 추행을 받았다고 하는 여인을 직접 보기만 하면 끝난다.

'근데 보기도 전부터 감이 오는군.'

어떤 감이냐? 이 여자는 '꾼'이라는 것을.

"여인을 위한 보금자리인 진가장에, 그것도 검각주에게 의탁하지 않은게 의심스럽지. 크흐흐."

"주공. 검각이 무당파와 깊은 관계를 맺었기에 그런 것 아닐까요?"

"소현아. 너는 네 위치에 대해 잠시 잊은 듯 하구나. 모든 여인들이 흠모하고 존경하던 자, 한 때 백도제일화였던 여인이 네가 아니더냐. 흑도에 잠시 들어갔다고 해도…검마?"

"소현아…."

왕소현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중얼거렸다.

"이름으로 불러주시다니…!"

"...그런 거로 젖는 거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검마의 나이와 감수성을 생각하면-

저벅, 저벅.

멀리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나는 왕소현과 담벼락에 바짝 붙었다. 둘다 흑의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휘이잉.

바람이 스치자, 왕소현의 검은 외투가 살짝 밖으로 흘러나왔다. 안에는 검은색을 기조로 한 왕소현만의 월녀복이 빛나고 있었다.

"그럼 진입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을 정하자꾸나."

"중요한 것이요?"

"네 별호."

"......아."

왕소현의 표정이 대번에 굳었다.

"그, 그런 중요한 걸 지금 정하자고 하시면!"

이제 우리는 진입을 앞두고 있다. 때에 맞춰 당장 들어가지 않으면 시간을 놓치게 될 것이다.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멀리서 여러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나는 휘황찬란한 도복과 수염을 휘날리며 걸어오는 무당파 도사들을 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지금이 때다. 무당파에서 소란을 일으켜줄테니, 우리는 그 사이에 담을 넘어가야할테지."

"그, 그러니까 지금 당장 이명을 정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럼."

이미 말하는 중에도 적기를 놓치고 있다.

"그러면...현검마망(賢劍魔妄)으로…."

"......."

천마망교는 실존했다. 마망. 항상 들을 때마다 좋은 울림이고, 마침 검마의 이름도 들어가니 왠지 부르기도 편했다.

"혹시 다른 애들은?"

"빙마는 설라마망, 서희는 염희마망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그거 좋군."

"그리고 소공녀께서는-"

"시아는 마망 아니야."

"......."

"그냥 천마일 뿐."

* * *

"문을 열어주시오!"

"그럴 수 없습니다!"

"잠깐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오!"

현타 도사는 막무가내로 나서기 시작했다. 한 문파의 장로 급이나 되는 자가 이리도 무례하게 행동하니, 중소문파인 홍화문의 무사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누, 누구도 만나지 말게 하라는 장문인의 명이 있었습니다!"

"아, 아무리 현타 도사라고 하셔도 무당파의 무사들은, 저, 절대로!!"

홍화문의 제자들은 떨리는 목소리에도 물러나지 않았다. 홍화문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무당파에서 여긴 왜…? 피해자 만나러 온 건가?"

"설마. 겁박하러 온 거 아니였어?"

"무당파도 다른 문파랑 다를게 없군. 추행을 당해서 충격을 받은 여인을 이리 몰려와서 겁박을 하려고 하다니."

사람들의 수군거림에도 현타 도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울컥한 심정을 목에 담아 소리쳤다.

"정말로 잘못을 했는지 시시비비를 가려보고자 함이오!"

현타 도사는 언어의 벽력탄을 터뜨렸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었고, 주변인들은 현타 도사의 말에 입을 떡 벌렸다.

"현타 도사께서는."

끼이익.

대문이 열리자, 홍화문의 문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말씀을 들어보니, 현타 도사께서는 현철 도사의 결백을 믿는 듯 하십니다?"

"물론! 사형은 그럴 사람이 아니오!"

"만약 그 분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제 문파에 몸을 의탁한 여인을 상대로 이렇게 몰려와서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하는 분들의 저의가 궁금합니다."

"확실하게 건드렸는지 본인의 입으로 확인을 받고자 함일 뿐!"

현타 도사가 오히려 당당하게 나오자 당황한 사람은 홍화문주였다.

"허, 증좌라도 있습니까?"

"증좌? 장문인과 무당을 향한 나의 믿음과 신뢰가 증좌요!"

"하. 난 또. 참으로 부질없는 말씀이시구려."

홍화문주는 현타 도사를 향해 비릿하게 웃었다.

"과연 금의위 감찰관께서 그걸 증좌로 인정하실 지는 모르지만, 어디 두고봅시다. 돌아가시오! 아무리 무당파라고 한들, 홍화문은 결코 추행을 당한 여인을 색마를 두둔하는 자들 앞에 보일 수 없으니!"

"뭐라!!"

감정이 격앙되자, 서로 할 말 못 할 말 다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이 놈! 감히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이보시오, 현타 도사. 그대가 무공이 나보다 높고 배분이 높다고 한들, 내가 그대보다 한 살 연상이오. 말을 삼가하시오!"

"감히 우리를 색마를 두둔하는 자로 모는 것도 모자라, 장문인을 색마라고 단정지어? 오냐, 내 오늘 일은 잊지 않으마!!"

현타 도사의 사자후가 저자거리에 널리 퍼져나갔다.

"만약 사실이 명명백백 밝혀져 무고임이 드러날 경우, 홍화문주는 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오!"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 홍화문은-"

소란이 점점 커지는 사이, 두 인영이 홍화문 담벼락을 넘었다.

[작품후기]

여러분 언젠가 제가 나이에 대해 수정한다고 했지 않았습니까?

가급적이면 완결 이후로 잡았는데, 아무래도 슬슬 수정을 시작해야할 것 같습니다.

혹시 중간중간 나이 관련 묘사가 뭔가 뒤틀려있다 싶으면 작가가 숫자 계산에 약한 멍청이 인 것이므로, 그냥 혈혈세를 외쳐주시면 됩니다. 혹은 제보를 해주시면 제가 수정 작업을 하는데 수월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공지사항을 확인...사실 여기가 더 자세해요. 아무튼 이 소설에 미성년자는 없습니다. 모두 성인입니다. 조금...많이 수정해야 할 것 같기는 하지만요.

괜찮습니다.

어차피 다음 일러스트들은 더 성숙한 버전으로 주문 제작하는 중이거든요.

하하하하

독자 여러분들에게 슬픈 소식이 있다면...

다음편으로 가주세요.

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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