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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습격
충격의 패배 이후, 대략 2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나는 그동안 호북 천가장에 몸을 숨긴 뒤, 나의 힘을 갈무리했다.
결코 무서워서, 또다시 착정을 당할까봐 여인들의 치맛자락 속으로 숨어든 건 아니다!
'분명 사술이었을 거다.'
김소예는 나를 상대로 뭔가 특별한 금제를 발동시켰다. 그건 아마도 전생에 나를 상대로 줬다고 하는 특이능력과 관련이 있으리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
'인정은 하지. 그런 걸 본인이 안 쓰고 나한테 줬으면 평생 노예 할 수도 있지.'
또다시 혈강시처럼 부리고 다녀도 인정할 것이다.
과거로 돌아와 짧은 순간이지만 아이를 낳고 여인들과 행복하게 사는 순간을 즐기게 해줬으니.
하지만 김소예는 그러지 않았다.
나를 상대로 마치 혈소예가 하듯이 조롱하고, 능욕하고, 내 몸의 정조를 빼앗아갔다!
'복수하겠어.'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 류서시가 왜 색마들을 상대로 그렇게 호되게 당하고도 복수의 칼날을 갈아왔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근데 김소예를 상대로 어떻게 이기지?'
일단 나는 불가능하다.
내가 아무리 혈마가 되어도, 내가 아무리 날고기어도 결코 김소예는 이길 수 없다.
무림맹주도, 천마도, 곤륜파 장문인도, 당대의 혈교주도, 그 외에 천하 곳곳에 퍼져있는 모든 현경 고수 이하 무림의 고수들도 모두 이길 수 있는 내가!
오직 단 한 사람, 김소예만 이길 수 없다!
"끙."
현재, 나는 천가장 근처 작은 호수에 배를 띄워놓고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혈마의 기운은 모두 빠져나갔지만, 아마 김소예는 내 몸에 뭔가 이상한 금제를 걸어두었을 것이다.
가령, 몸 안에 자신의 피를 섞어넣어 만리추종향과 같은 역할을 하게 만든다거나.
'충분히 그럴 수 있어.'
혈교주에게 내려오는 무공은 대부분 중원 무림인의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특이한 무공이다.
무공이라고 부르기도 이상한, 그야말로 사술의 극한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대공자 쪽도 정리하지 못했는데.'
대공자가 본격적으로 날뛰지도 않았는데 혈교까지 본래 나서야 할 시간대보다 훨씬 이르게 활동을 시작한다?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
마교 대공자의 세력과 혈교의 세력을 동시에 적대할 수 있는 사람과 세력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하북팽가.
팽가는 완전히 나의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가주와 소가주-팽유월, 팽신혜가 나와 큰 관계를 맺고 있는 한, 팽가는 나와 척을 지지 않는다.
그리고 마교 소공녀의 세력.
이시아를 필두로 한 십마 대부분이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특히 진가장에서 기거하는 비천여삼마가 톡톡히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서 검각 추가.
검마 왕소현의 검각은 우리를 숨겨주는 가림막 역할을 하고 있다. 덕분에 나는 검마의 뒤에서 열심히 나와 내 여인들의 무공 수련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거나 동맹을 맺을 수 있는 곳으로 제갈세가, 사천당문, 무당파, 황보세가, 아미파 등이 있다.
여기서 조금 더 힘을 얻고자 한다면-
"......모용."
연희봉 모용란으로 대표되는 모용세가.
"거기에 그 녀석이 있지 싶은데."
하지만 내가 찾는 사람은 모용란이 아니다. 모용란은 미래에 그저 그런 초절정 고수 중 한 명일 뿐이며, 진짜는 모용세가의 피를 이어받은 또다른 여인이다.
유성마검(流星魔劍).
만약 그를 우리편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큰 이득이 될 것이다.
혈겁난세의 천하 30대 고수에 들어간 검객에다가, 파천신검을 보좌하는 여러 검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으니까.
"근데 씁…."
건드리지는 못한다. 여인이기는 하지만, 내가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
왜?
"아직 성인이 아닌데…."
미성년자!
아무리 여인을 겁간하고 아무나 범하고 다니는 나라도, 미성년자는 건드리지 않는다.
물론 나야 성년이 되자마자 열심히 기방을 돌아다녔지만-
뭐? 성년이 되기도 전에 한 것들?
그것은 그저 자-위에 불과하다.
"다음 용봉지회가 되면 딱 출전할 수 있는 나이가 되겠어."
17세.
만약에 내가 그녀를 옆에 두고 키운다면?
'왕소현이 키운다면 아주 빠르게 성장할 지도 몰라.'
인재를 키우는데 있어 가장 뛰어난 여자가 바로 검마다. 그녀가 유성마검을 키워본다면 분명 20살이 되는 시기에 초절정, 35살 전후 시기에 현경을 넘볼 수 있으리라.
찌르르.
"오."
나는 찌가 내려가자마자 바로 손에 힘을 줬다. 상념을 잠시 지워버리고, 입질이 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지금.'
휘릭.
가볍게 낚싯대를 당겼다. 힘으로 보아 분명 대물일테고, 저걸 잡으면 오늘은 민물고기로 찜을 하면 될 터.
그랬는데.
"...에게."
작다. 어느정도로 작냐면, 대공자 주지만큼 작았다.
"씁. 이건 먹지도 못하겠군."
낚싯꾼들의 불문율이 있다면, 배가 고파서 쓰러질 정도가 아닌 이상 새끼들은 모두 풀어줘야 한다는 것.
"잘 가라. 다음에 만날 때는 더 크고, 아니면 부모님 모시고 와라."
나는 물고기 새끼를 놓아줬다. 놈은 바늘에 아파하면서도 거친 물살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에휴. 빨리 자라게 할 수도 없-"
순간.
내 머릿속에 비상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흐음."
가능성이 있나? 위험부담은 있다.
하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혈교주를 상대로 이기기 위해서라면, 혈겁난세를 종식하기 위해서라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
"키워서 먹는다라…."
콰득.
나는 몸을 일으켰다. 비록 한 마리의 물고기도 낚지 못했지만, 깨달음을 얻었으니 더 큰 것을 낚은 셈이다.
"그래. 물고기는 많아."
무림맹의 시각이 청해로 쓸린 이 때.
지금이야말로 크게 크게 움직이며 활동에 박차를 가할 때다.
"따먹힐까봐 가만히 앉아있는 건 비천색마 성미에 맞지 않지."
설령 김소예가 와서 다시 나를 범한다?
'언제는 범해질 각오 안 했나.'
범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녀가 나를 죽일 것도 아니고, 내 주변에 있을 나의 여인들을 죽이려고 하거나 할 사람도 아니다.
타인을 범하는 자, 자신도 범해질 각오가 되어있어야 하는 법.
'기다려라, 혈교주.'
권토중래.
혈마는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 * *
강호에는 현재 두 가지 큰 사건이 있다.
화산파의 매화검수 중 여인이 다른 청년 후보자 둘을 상대로 비무에서 이겼다거나, 황보세가의 둘째딸이 비무행을 나섰다거나, 남궁세가에 또다른 절정 고수가 생겼다거나 하는 건 큰 일도 아니었다.
청해, 마교와 곤륜파의 격돌!
과연 이것을 격돌이라고 할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모르겠지만, 천하제일로 불리우던 두 명이 비무를 펼쳤다는 소식은 청해에서 요동까지 울려퍼졌다.
현경 고수들의 싸움이 확실히 다르긴 다르더라!
머리가 찬란한 금빛으로 물든 초마교인의 전설을 실현한 천마도 그렇고, 산 위에서 신선처럼 노닐던 자라고 불렸던 현녀가 진짜로 반선과도 같은 힘을 내는 것에 천지가 요동쳤다.
그리하여 다소 곤란해진 건 다른 천하제일로 평가받던 무림맹주 독고자영이었다.
-맹주도 그만큼 할 수 있소?
-천마는 주먹질 한 번으로 산에 구멍을 뚫었는데?
-곤륜파 장문인은 검기로 절벽을 갈랐다더군!
천하제일은 누구인가!
강호의 모든 관심사는 진정한 최강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특히 천마와 현녀의 격돌을 본 마교인들이 천마의 위업을 알리고자 떠들썩하게 사방으로 이야기를 퍼뜨리면서 소문은 날개가 달린 것처럼 퍼져나갔다.
-그럼 빙색마인이라는 자는?
-에이, 요즘 잠잠하잖나. 괜히 잠잠하겠어? 아내를 납치했으니 그런 거지.
-아내?
-그 왜, 무림맹주의 딸….
또다른 강자로 평가받던 빙색마인은 거의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 미치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관에서도 제법 강한 자가 있지 않았나?
알음알음 자신들이 아는 이름들을 하나 둘 꺼내며 최강자 논쟁을 하는게 강호인들의 일상이었다.
이런 밝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강호를 뒤덮은 또다른 사건들에 우울해질 뿐이었다.
-그거 들었나? 얼마전에 한 문파가 색마로 몰려 궤멸했다고 하더군. 장문인부터 글쎄….
색마의 준동!
추색살이 곳곳에 퍼져 색마들을 제압하고 잡아들이는 이상으로 색마들은 곳곳에 존재했다.
사파는 기본이고, 나름 정파 무림의 사람으로 이름을 날리던 의협도 색마로 몰렸다. 심지어 나름 지역에서 이름 좀 날린다던 문파들 마저도.
-아이고, 어쩌다 그렇게 됐소?
-장문인 아들이 술에 취해 여인을 강제로 끌어안았다더군!
-...그 정도는 그냥 넘어가 줄 수 있지 않나?
-이 사람아! 이 시국에 그런 말을 하면 그대도 잡혀가!
곳곳에서 추행을 당했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부분, 약 9할 9푼의 경우가 진짜 색마가 저지른 짓이었으나, 간혹 색마들이 끝까지 억울하다고 잡아떼는 경우도 있었다.
-자네도 조심하시게. 사파 여인들을 중심으로 무고를 일삼고 있으니.
-뭐? ...그거 혹시 옛날에 십상-
-쉿! 말 조심하시게! ‘그 조직’은 입에서 담아선 안 될 자들이야!
일부, 아주 극히 일부의 여인들이 모종의 이유로 색마에게 당한 척 꾸민다고 하더라.
하지만 이미 억울하다고 하던 색마는 추색살에 의해 목이 달아나는 경우가 있었고, 대 색마시대에 이런 경우는 소위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되고는 했다.
결국 관아에서 나섰다.
이미 이전부터 관에서 행동을 개시하고 있었지만,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색마들의 행동을 파악하고 나섰다.
정확히는 ‘억울한 색마’를 구제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마교와 곤륜파의 격돌.
대 색마 시대에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는 추색살의 부작용들.
그 가운데, 천하제일색마라고 할 수 있는 자는 색마부인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 * *
"모두, 할 말이 있다."
나는 천가장에 있는 세 아내를 불렀다. 모처럼 진지한 내 말에 셋은 진지한 얼굴로 나와 마주앉았다.
"용봉지회가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더욱 바빠질 터. 연이와 약속한 것도 해결해야하고, 시아와 약속한 것도 해결해야 하지."
"네. 저야 안 해도 그만, 해도 그만이지만…."
"이쪽은 안 하면 난리가 나니까."
이시아 쪽의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반드시 참가해야한다.
천마와의 일전.
내 전생의 업보와도 관련이 있는 만큼,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근데 그렇다고 당장 갈 필요는 없지.'
굳이 힘을 모으자면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힘을 모아 맞상대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달부터는 한 달의 반은 천가장에서, 나머지 절반은 아마 외유가 길어질 것 같구나."
"...조금 슬퍼지겠네요."
"어, 어느 정도 비율이야?"
"...설마 1:1은 아니시죠?"
"1:1?"
"15일 정도는 밖에, 15일 정도는 안이라는 건…?"
"아, 그거 맞다."
세 여인의 표정이 굳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내 생각을 말했다.
"현지에서 조금 시간이 걸릴 일이 많을 수 있다. 그래서 조금 장기 출장을 가려고 한다."
"도대체 뭘 하려고 하시는 거예요?"
"영약 수급."
강호 전반에 퍼져있는 영약을 수급하여, 나의 내공으로 만들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는 양심상 건드리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마음이 급해지니까 건드릴 수 밖에 없겠더라고."
"...상공, 혹시."
"그래. 무당파의 태극혜검을 꺼낸 것처럼, 곳곳에 있는 기연이란 기연은 모조리 털어버리려고 한다."
만약 이미 털렸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직 털리지 않았다면 내가 싸그리 챙기면 된다.
김소예가 천기를 읽었다고 해도, 설마 강호에 수 백이 넘을 영약창고들을 털어먹었겠는가?
"그래서 지금부터가 본론인데."
세 여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나 혼자서 가서 영약을 흡수해도 말이다, 거기서 잉여내공이 발생한단 말이지. 그러니까...내공을 받아줄 여인 둘이 필요하거든?"
"...핫!"
"너희. 조를 좀 짜야겠다."
원래 혈겁난세에는 정파고 마교고 그런 거 없다. 천가장? 진가장?
'내가 따먹히게 생겼는데 처첩이 중요해?'
비록 아직 마교의 준동이 남아있지만, 정과 마가 하나가 되어 손을 잡을 때가 된 것이다!
"누구랑 같이 할래?"
지난 번에는 한 명씩 데리고 나갔다면, 이번에는 두 명씩 데리고 가게 생겼다.
"사이라면 걱정마라. 유구한 전통의 방식으로 화목해지고 친해지는 방법이 있으니."
"뭔데요?"
"셋이서 떡치면 돼."
"......."
이시아와 독고연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둘이 산 증인이 아니던가!
"나는 잠시 사나흘 정도 외유를 다녀오마. 그 사이에 한 명을 정해다오. 그리고 이왕이면...너희 셋은 각자 따로따로 했으면 좋겠다."
"앗."
"......."
독고연과 이시아는 사공희를 향해 뻗으려던 손을 슬며시 내려놓았다.
"어...왜요?"
"왜냐고?"
이유는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진가장 애들이랑 한 명씩 섞여야 내가 안심을 하지.'
자칭 금환선녀를 제외한 화경 셋이 한 명씩은 붙어야 내가 안심을 하고 데리고 다닐 수 있지 않겠는가.
바야흐로, 색마여단(가칭)의 발족인 셈이다.
[작품후기]
A 사공희 이시아 독고연
B 당서희 유설라 왕소현 제갈선
2인 1조로 A에서 1명, B에서 1명을 데려간다면 당신의 선택은? (3P 무조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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