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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
"흥, 흐흥~"
김소예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숲길을 걸었다. 숲속을 파헤치고 들어가니 곧 허름한 창고같은 집이 하나 나왔고, 김소예는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안으로 들어갔다.
"......."
그곳에는 한 여인이 전신에 붕대를 둘둘 두른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땀에 젖은 붕대에는 몸속에서 빠져나온 검붉은 피와 노폐물이 가득했고, 김소예는 인상을 찌푸리며 여인에게 손을 뻗었다.
화르륵!
핏빛처럼 반짝이는 삼매진화에 붕대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도자기를 구워낸 듯, 안에는 하얀 백옥같은 피부의 여인이 나타났다.
김소예와 마찬가지로 붉은 머리칼을 한 여인이.
"어디보자…."
완전히 나신이 된 여인을 향해 김소예는 손가락을 들어 여인의 음부를 향해 푹 찔러넣었다.
"쳇."
그리고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막은 재생하기 힘드네...하아."
김소예는 진심어린 한숨을 내쉬며 손에 삼매진화를 일으켰다. 그리고 기지개를 켜며 밖으로 나오다가-
"...음."
조심스레 손을 엉덩이 쪽으로 넣은 뒤, 무언가를 꾹꾹 누르고 나서야 활짝 웃었다.
"하아, 좋다!"
"뭐가 그리 좋냐."
저벅, 저벅.
김소예와 마찬가지로 붉은 머리를 한 남자가 털레털레 걸어왔다. 그의 옷은 검상이 가득했고, 방립은 한쪽이 잘려있었다.
"어, 아빠! 어떻게 된 거예요?"
"잠깐 중원 나들이 나왔다가 무림맹이랑 붙었다."
"와...아무도 안 죽였죠?"
"초절정 놈들 안 죽이느라 이 고생을 했지. 무림맹주와는 거의 죽이기 직전까지 갔지만."
혈교주는 어깨를 으쓱이며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
"...으히히."
김소예는 그저 웃기만했다. 혈교주는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누구 닮아서 이런 건지."
"예쁜 건 엄마 닮았고, 잘 하는 건 아빠 닮았다?"
"너 이 녀석. 그런 말 함부로 하면 공공외설로 관아에서 잡아갈 거다. 언행에 주의해."
"사실이 그런데요. 아무튼 고마워요. 덕분에 배부르게 잘 먹었답니다."
"......."
혈교주는 복잡한 얼굴로 딸을 쭉 훑었다.
"언질은 이미 늦었던 건가."
"네?"
"...지난 번에 만났을 때 지나가면서 얘기했지. 소예는 만만찮을 거라고."
"후후, 장인어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은 벌이죠."
"누가 장인이냐."
혈교주는 마지막 자존심을 세웠다.
"그보다 너, 이제 어떻게 할 거냐."
"뭘요?"
"네가 들쑤시고 다닌 바람에 중원의 정세가 심상찮아."
"심상찮아봐야 정마대전 일어나는 정도밖에 더 되겠어요? 그래요. 용봉지회로 시작되는 정마대전의 서막이-"
"너, 혹시 곤륜산 다녀왔냐?"
"......."
김소예는 그대로 멈췄다. 혈교주는 혀를 차며 서쪽을 가리켰다.
"지금 청해랑 신강이랑 비상이다. 비상. 천마가 일월신궁을 내려왔어. 왜 그런지 아냐?"
"...천마가 왜 벌써 움직이기 시작해요?"
"너 때문에."
혈교주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너 잡으러 지금 곤륜산 장문인이 곤륜산 내려오다가 마교랑 붙었다. 지금 청해에서 신선들이랑 마인들이랑 제대로 붙었다고."
* * *
와아아아아!!
검과 창이 날아든다. 수많은 무인들이 땅과 하늘에서 서로 부딪혔다.
"크으으, 강하군! 도사놈들! 산에서 그냥 나물만 뜯어먹고 사는 줄 알았더니!"
"그러는 네놈이야말로 육욕만 탐하는 줄 알았더니 제법 힘 좀 쓰는 구나!"
절정부터 화경. 경지를 아우르는 초고수들이 칼을 휘두르고 있는 광경은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
대공자 주지는 제법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계획의 3할이 망했군."
자신이 중원 전체에 걸쳐 퍼뜨려놓은 계획의 3할이 지금의 전쟁으로 무너져버렸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겨버린 거지? 뢰마, 이유를 파악했나?"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내부에 잠입한 자들의 말에 따르면…."
뢰마도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저기 마인들과 함께 진을 펴고 있는 곤륜파 12선인도 장문인의 뜻을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허."
으아아아악!!
대공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화경 마인들을 가리켰다.
죄다 한 때는 십마의 자리를 거쳐간 초고수들이었으나, 그들은 누군가의 검기에 의해 도륙을 당하고 있었다.
엄밀히 따지면 죽지는 않았다. 상대는 살검을 휘두르지 않았고, 그저 무력화시키고 있었을 뿐이니까.
그리고 '혼자서' 곤륜파 장로들과 수백 마인들을 상대하는 자는 여인으로, 바로 곤륜파 장문인이었다.
천화현녀, 하산.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
곤륜파의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던 그녀가 산을 내려와 중원으로 향하고자 했다.
-천하제일인에게 도전할 기회!
마인들은 마인들 대로 목숨을 걸고 도전에 나섰고, 곤륜파의 12장로들은 장문인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장문인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쿨럭.
현녀는 피를 토했다. 그 누구도 그녀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했지만, 현녀는 각혈했다.
"지병인가?"
"글쎄요…."
대공자는 머리를 긁적거릴 뿐이었다.
"병약한 미인이라…. 정말 취하고 싶은-"
"아서라. 네가 건드렸다가는 바로 목이 달아날 거다."
"...천마를 뵙습니다."
대공자는 허리를 숙였다. 그의 옆에는 동물의 털이 달린 외투를 두른 천마가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작 화경 정도로 천하제일을 도모하려고 생각하다니."
"...저 여자가 천하제일입니까?"
대공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금방이라도 각혈하며 쓰러질 것 같은 저 여자가?"
"낼 수 있는 힘만 따지고 보면 천하제일이지. 아니, 이제는 천하제일에 가까운가…."
천마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대의 흐름은 어쩔 수 없군. 이게 늙어간다는 건가."
"......."
대공자는 혼잣말을 시작하는 천마의 말에 괜히 답하지 않았다. 화답을 해봐야 긁어 부스럼이었다.
"너도 알아는 두거라. 천하에는 나를 포함하여 천하제일일을 노릴만한 자가 일곱 명이 있다."
"......예?"
대공자는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다.
"아버님같은 분이 여섯이나…?"
"크흐흐, 전혀 몰랐나보군. 이거 괜히 얘기했나?"
천마는 대공자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 비록 네 계략은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나 내 아들인 이상 공평하게 해줘야겠지. 아아, 그렇다. 천하의 수많은 현경 고수들 중에 천하제일을 논하자면 일곱 명이 있지."
천마는 턱으로 현녀를 가리켰다.
"그리고 저 여자는 곤륜산에서 최강이다."
"...그 말씀은…?"
"곤륜산 아래에 내려오면 저렇게 골골거린다는 말이지. 물론 저 상태로도 나와 동귀어진할 수 있겠지만…."
천마는 절벽 끝을 향해 다가섰다.
"지금은 죽을 생각이 전혀 없으니, 발걸음을 돌리게 하는 정도로 끝낼까."
잠시 그에게서 검은 기류가 터져나오기 시작하더니, 그의 머리칼이 찬란한 금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천마군림보.
순식간에 절벽에서 뛰어내려 현녀의 앞을 가로막는 천마의 모습에 대공자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것이 천하제일."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할까요?"
"그래. 무림맹주, 천마, 현녀. ...그리고 네 명이나 더 있다니."
대공자는 천마와 현녀의 격돌에 입꼬리를 씩 들어올렸다.
"일곱 명만 이기면, 내가 천하제일이라는 말이 아닌가."
쿠구궁.
금빛과 묵빛이 교차하듯 부딪히자.
"...어, 여기 바닥 왜 이래?"
절벽이, 무너져내렸다.
* * *
김소예의 감옥으로부터 탈출한 나는 내 몸의 상태를 몇 번이고 확인했다.
빙백신공을 이용해 주변을 얼음으로 두르고, 얼음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몇 번이고 확인했다.
'혹시 또 이상한 데 자국이 남아있으면 어쩌지?'
치골과 허벅지에 수치스럽게 먹으로 글귀를 남겨놓은 것은 지우면 된다.
목에 가득한 입술 자국이나 가슴에 남은 잇자국은 내기를 둘러 몸의 열기를 두르면 괜찮아진다.
착정당한 정액은 다시 되돌아오기 마련. 다행히 완전히 착정당했기에 머리칼의 붉은 기운도 완전히 빠져나가게 되었다.
'반대로 얘기하면 그만큼 쪽쪽 빨아먹고 갔다는 말이지만.'
생각해보니 열받는다.
"젠장. 내기를 빼간 거야, 아니면 정액을 빼간 거야?"
내공도 살짝 줄어들어있다. 아주 약한 수준이었지만, 분명 채양보음으로 가져간 것이 분명하다.
"누굴 맛집으로 아나…."
물론 내가 여인들에게 천하일미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건 내가 주도적으로 할 때의 이야기!
'기승위로 당하는 척 하다가 바로 허리 붙잡고 쑤시는 거면 몰라도, 계속 기승위로 쥐어뜯기는 건 사양이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건 질색이다!
물론 이런 생각이 나의 망상으로 끝날 수 있다.
사실 김소예는 그냥 자지만 손으로 만지고 떠난 거라면?
뭔가 하는 척 하면서 실은 그냥 나를 조롱하고, 미래의 자신이 만든 혈강시를 보러 온 거라면?
그리고 다른 남자를 붙잡아다가 혈강시로 만든다면?
"......."
그건, 뭔가 조금 억울할 것 같다.
"......후."
인생의 목표가 하나 또 생겼다. 마침 혈교의 준동을 막는다는 것에 더불어,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말았다.
'혈교주를 이긴다.'
광마든 광마의 딸이든, 어느쪽이든 내가 그들을 이겨서 천하제일인임을 인정하게 만드리라.
그렇다. 천하제일-
"생각해보니까 더 빡치네. 으으, 어디 또 숨겨놓은 곳 없나?"
나는 몸 구석구석을 다시 살폈다.
자지 아래에다가 천하제일좆이라고 적어놓았으니, 만약 누가 내 자지를 빨려고 아래에서 올려다보았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겠는가?
-상공, 아무리 그래도 여기다가 문신은 조금….
-뭐야. 누가 여기다가 장난을 쳐놨어. 좆맛이 아니라 먹맛이잖아.
-혹시 누가 장난을 쳤는지 알 수 있을까요? 별 건 아니에요. 그냥 저도 같은 짓을 할까해서...흐흐.
대번에 난리가 날 것이다.
바닥에 깔아둔 얼음에 비친 것만 아니었으면, 마침 자지가 벌떡 서있는게 아니었다면 나는 분명 못보고 넘어갔을 것이다.
'두고보자, 김소예.'
과연 현생에는 어떤 맛인지 내가 확실히 알아내리라.
저벅, 저벅.
나는 힘겹게 천가장에 들어갔다. 마침 천가장 문앞에는 사공희가 마중을 나와있었다.
"......볼이 차갑군."
나는 그녀가 제법 오랫동안 밖에 나와있었다는 걸 알아챘다. 사공희는 멎쩍게 웃으며 자신이 품에 안고 있던 목도리를 건넸다.
"어서오세요. 이번에는...조금 늦으셨네요."
"미안하다. 조금...격한 싸움이었다."
현경과 현경, 천하제일을 두고 싸웠으니 격한 건 맞겠지.
"조금 쉬고 싶구나."
"어서 들어가요. 시아랑 연이도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잠깐."
나는 주변에 중려신화정을 붙여놓은 뒤, 사공희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잠깐만 이대로...있자꾸나."
"어, 사, 상공…? 무,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조금 슬퍼서."
나는 조금, 겁간을 당한 피해자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말았다.
그리고.
'복수하겠어.'
왜 무림에 은원에 대한 복수가 또다른 복수로 이어지는지, 다시금 깨우쳤다.
혈소예.
반드시 10개월 배부르게 만들 것이다.
* * *
"흐음. 뭐, 천마가 알아서 어련히 잘 막겠죠."
김소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외투를 둘렀다. 부친과 마찬가지로 방립을 쓴 그녀는 떠날 채비를 마치고 방 안으로 손을 뻗었다.
저벅, 저벅.
알몸의 여인이 밖으로 인형처럼 걸어나왔다. 핏빛처럼 붉은 그녀는 혈교주를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교주님을 뵙습니다."
"...옷은?"
"다 찢어져서 버렸어요."
"쯧."
혈교주는 자신의 엄지를 가볍게 깨문 다음, 내기를 밖으로 빼냈다. 그리고 그것으로 몇 가지 특이한 옷을 만들어냈다.
"피로 이렇게 옷을 만드는 사람은 아빠말고는 없을 걸요?"
"입혀. 안그러면 너 알몸으로 데리고 다닐 거 아니냐."
"흐흥, 속옷 정도만 입히...아야. 알았어요. 입히면 되잖아."
김소예는 인형을 조종하듯, 여인에게 붉은 옷을 입혔다. 그 모습은 미래, 피학마녀라고 불리우던 혈요선과 큰 차이가 없었다.
탁요선.
김소예에 의해 주워진 그녀는 김소예의 명령을 따르는 인형이 되었다. 혈녀복을 입은 혈요선은 멍하니 두 부녀의 지시를 기다렸다.
"그래서 너는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아빠는요?"
"나는 해남으로 돌아가야지."
"어? 중요한 일이 있어서 나오신 거 아니었어요?"
"그랬지. 그랬는데."
혈교주는 먼산을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이미 늦은 것 같더구나."
"아…. 안타깝네요. 누군지 모르지만 명복을 빌게요."
"......."
혈교주는 말을 아끼고 또 아꼈다.
"그래서 너는 이제 어떻게 할 거냐. 해남으로 갈테냐?"
"으엑. 아빠랑 같이요? 싫어요. 1년 뒤에 용봉지회 있다고 하던데, 거기에 나가야죠. 혈소예로."
"나가려고?"
혈교주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네가 혈교의 대표로 나가겠다는 것이냐?"
"네. 이유가 생겼거든요."
김소예, 아니 혈소예는 입맛을 다시며 활짝 웃었다.
"천하에 넓게 퍼진 예쁜 아가씨들이 모이는 대축제가 아니겠어요? 거기서 사람들을 좀 물색해보려고요."
"뭘 하려고?"
"음...글쎄요."
혈소예는 옆에 서있는 혈요선의 가슴을 뒤에서 뭉클 움켜쥐며 어깨를 으쓱였다.
"혼수?"
"......여자들을 가져다 바치겠다?"
"네. 혈선녀들을 하나 둘 소집해서 비천색마를 습격할 거예요. 위기를 넘기면 넘길수록 강해지겠죠? 제가 키운 혈녀들은 색마에게 범해져 힘이 될테고, 그렇게 되면 마지막에는…."
할짝.
"어떤 여자라도 범할 수 있는 사상 최강의 색마가 탄생하지 않겠어요?"
"...너 설마."
"그래요. 아빠 식으로 표현하자면."
혈소예는 더할 나위없이 활짝 웃었다.
"제 남편은 제가 키워서 잡아먹을래요."
그녀의 미소는 누구보다도 순수했다.
[작품후기]
소교주 금소예 양 일러 완성되어씀다
다음 일러는 혈교주님이구요, 다다음 일러는 김소예 양입니다.
그게...
기존 일러레 분 작업이 바빠져서 저도 대기중이라.... 진짜 일러레토라레를 당한 것 같은...흑흑 조용히 꿀빨, 크흠. 자주 신세지고 있었는데 안타깝네요. 아마 앞으로 일러 나오는 텀이 조금 길어질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미리 파악 좀 할게요. 다음 일러 보고 싶은 캐릭이나 또 다른 구도로 보고 싶은 히로인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 반실사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