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381화 (38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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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

서걱.

검이 몸을 갈랐다. 피분수가 일었고, 내 두 눈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

흑발의 여인-구천현녀의 눈동자에는 놀라움이 가득해보였다. 나조차도 놀랐는데, 당연히 구천현녀도 놀랐겠지.

"......하하."

투둑, 투두둑.

구천현녀의 옷에 피가 튀었다. 누군가의 몸에서 뿌려진 붉은 선혈은 땅에 떨어져 내 발에 튀었다.

"......아프네요."

적발의 여인은 내게 안기며 가쁜 숨을 내뱉었다. 나는 명령을 받지도 않았으나, 나도 모르게 그녀의 등을 만졌다.

자흔.

검기가 베고 지나간 흔적이 등에 남아있었다. 검강마저도 막아낸다는 혈녀복을 베어내고, 흰 피부는 사선으로 갈라져 피가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다.

"아파…."

여인, 혈교주는 내 품에 고개를 묻고 울었다. 혈강시의 몸을 실로 꿰메다가 바늘로 찔리던 것도 아파하던 여인이다.

자기가 직접 나서기를 두려워하던 여인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혈강시를 만든 여인이….

"하하, 그래도 다행이다…."

혈강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날렸다.

"쿨럭."

가슴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혈교주는 붉은 피를 입에서 왈칵 쏟아냈다.

"이게 죽는 건가요…."

혈교주는 피로 물든 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았다. 나의 차가운 피부에 닿은 그녀의 손길은 따스했으나, 점점 혈기가 빠져나가는게 느껴졌다.

"당신은...항상 이런 고통을 겪어왔었군요."

혈교주는 오히려 나를 어루만지며 위로했다. 나는 쏟아지는 그녀의 피를 손으로 담았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만 알지, 사람을 살리는 방법은 모른다.

머릿속의 지식은 남아있다고 한들, 그걸 사용할 힘이 없었다.

이미 내 몸은 한계에 봉착해있었고, 방금 전의 일격은 나를 향한 마지막 일격이었으니까.

"하하, 하. 엄청 허망하네요. 앞으로 한 걸음만 남았는데."

혈교주는 떨리는 손으로 내 목을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내 입술에 가벼이 입을 맞췄다.

피가, 아주 미약하게 내 입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내 몸에 안겨 무너졌다.

"꼭...살…."

보통 다른 무림인들을 보면 죽어가면서 할 말은 다 하고 죽던데, 혈교주는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쓰러졌나?

쓰러진 건가?

잠시 기절했고, 얼마 시간이 지나면 이제 일어나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나를 데리고 천하를 돌아다니지 않을까?

아니었다.

혈교주는 내 품에서 의식을 잃었다. 천천히 뛰던 심장은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게 입술을 맞춘 것이, 무림인들이 다들 하던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회광반조였다.

사락. 사락.

나는 쓰러진 그녀를 안고 돌 위에 눕혔다. 혈색을 잃은 그녀는 나와 마찬가지로 창백한 시체가 되었다.

쏴아아아.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소나기일까, 아니면 하늘이 우는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대로 가만히 두면 혈교주의 몸은 제대로 수습조차 되지 못한 채 난자당할 거라는 것.

푹.

내 몸은 땅을 파기 시작했다. 내력은 바닥에 닿았고, 더이상 육체를 움직일 힘은 없었다.

그래도 죽은 자를 위해 무덤 정도는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지나가던 야생동물이 피냄새를 맡고 땅을 파헤치더라도, 최소한 길가에 널브러지게 둘 수는 없지 않을까.

서걱.

내 손가락이 잘렸다. 저항조차 할 수 없었던 나는 멍하니 고개를 들어올렸다.

푸른 눈동자는 나를 향해 동정도 연민도 가지지 않았다.

나를 내려다보는 눈빛은 그저 그렇게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네 손에 의해 까마귀밥이 된 수가 수만에 이르거늘, 정작 너는 특별히 여겨달라는 것이냐.

그런 건 아니다. 단지 나는 그저 안타까웠을 뿐이다.

중원 무림에 혈겁을 일으키고 천하를 어지럽힌 여자라도.

수많은 여인들을 제물로 바쳐 피와 고통 속에 몸부림치게 만든 여자라도.

자신을 지키려고 만든 혈강시를 위해 몸을 내던져 나를 구하려고 했다면.

최소한 그녀를 위해, 마지막 가는 길은 편히 보내줘야하지 않을까.

서걱.

하늘이 두동강 났다. 천하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마지막 순간.

나는 혈강시의 몸이 혈교주의 위를 덮은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색마가 여인을 덮치는 것 같기도 하고, 호위무사가 여인을 지키기 위해 몸을 날리는 것 같기도 했다.

툭.

나는 바닥에 떨어졌다. 소나기가 잠시 내린 하늘은 참으로 어이없게도 맑고 투명했다.

그리고 나를 향해 죽음을 내려준 구천현녀의 눈또한 맑고 투명했다. 그녀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내 목을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음 생에는 다른 모습으로 볼 수 있기를."

그녀가 하는 말을 나는 당시에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게 그녀가 준 또다른 기회라고 생각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후회하지 않기를.

스승을 죽이지 않고.

비참한 살육의 길을 걷는 여인을 꽃길 속에 걷게 하며.

그리고 마지막에는 나를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진 한 명의 여인을 위해, 한순간이라도 은혜를 갚을 수 있기를.

그런 생각과 함께, 나는 의식을 잃었다.

"짜잔. 정신이 들어요?"

...그 여자가 나를 의자에 발가벗고 묶어둘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 * *

"자신있게 나섰지만 결국 저한테 패배하셨네요, 오빠."

"누가 졌다는...큭?!"

사락.

아랫도리가 뻐근하다. 나는 내 자지를 붙잡은 무언가에 소름이 돋았다.

"너...지금…?!"

"왜요?"

김소예는 손에 호신강기를 두껍게 두르고 내 자지를 붙잡고 있었다.

조금만 손가락에 힘을 줘도 자지가 우뚝하고 부러질 것 같았다. 애초에 권강이라는게 그랬다.

아무리 아기색마라도 호신강기를 두른, 그것도 현경 고수의 손은 버틸 수 없다.

"후훗, 겁먹은 표정도 일품이네요. 근데 설마 제가 이걸 부러뜨리기를 하겠어요? 이렇게 완벽한 자지를?"

스륵, 스륵.

김소예는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내 자지를 자극했다. 강기가 자지를 꾹꾹 눌렀다 떨어지니, 이건 수음을 받는 건지 고문을 당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지금 김소예가 내 눈을 가리고 뒤에서 손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

기감으로 나는 그저 그녀의 손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코로는 그녀의 체향이 물씬 풍겨왔고, 그에 따라 나는 더욱 자지가 뻐근해졌다.

여기서 더 커지거나 달아오르면 괜히 뚝 부러지거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생리현상이라는게 어쩔 수 없었다.

"오빠. 부탁해봐요."

"뭘?"

"손으로 한 발 빼달라고."

"......."

자존심이 있는데 어찌 그런 부탁을 할 수 있을까!

"하. 나를 협박할 셈인가본데, 그런 건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래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렇게? 아니면 이렇게?"

사각. 사각.

강기를 해제한 손이 손톱을 세워 내 귀두를 살살 긁기 시작했다.

등허리에 소름이 돋기 시작하며 자지가 더욱 달아올랐고, 김소예의 손가락은 내 자지를 훑듯이 긁기 시작했다.

"정말 완벽하게 멋진 자지네요. 후후, 설마 소예신공을 여기다가 활용할 줄이야."

"?!?!?!?"

꾸욱.

김소예는 손으로 고환의 뿌리 부분을 붙잡았다. 정확히는 고환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부분을 손으로 붙잡았다.

"여기에 금제를 걸어서 동자공의 효과를 보다니, 치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 필요할 때만 힘을 해제하고."

"크...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

설령 급소가 잡혀있더라도 할 말은 해야했다.

"아무리 김소예가 천하제일의 천재라고 한들...네 나이에 나보다 강한 건 말이 안 되지. 너...묶었지?"

"후후후."

소예신공은 애초에 여인의 몸에서 개발된 무공이다.

그리고 김소예, 아니 혈소예는 자신을 따르는 혈선녀들에게 소예신공을 베풀었다.

난관통제.

"내가 정관을 양옆에서 내공으로 막은 것처럼, 난관을 내공으로 누르는 영구피임법 아니냐."

"맞아요. 난자가 배란되지 않게 만드는 거죠. 배란이 없으니까 생리도 없고. 후후후, 이런 대화를 편하게 할 사람이 있다니. 정말 행복하네요."

행복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는 것 같지만. 나는 요도구를 건드리는 검지에 침이 꿀걱 넘어갔다.

"2차 성징이 일어나는 순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죠. 동자공이든 동녀공이든, 정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더욱 강해질 수 있으니."

아주 얇게 두른 호신강기 때문에 그녀의 손길을 온전히 느낄 수 없었다. 마치 면사 장갑을 끼고 귀두를 애무하는 것 같았다.

"후후, 저는 2중으로 막혀있답니다?"

"......난관이랑 질?"

"적나라하지만 정답에요. 오빠로 치면...이렇게."

꾸우욱.

김소예는 엄지로 내 자지를 아래에서 눌렀다. 그리고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피리를 불듯 위를 붙잡았다.

"!!"

요도구가 엄지에 눌렸다. 사정감은 치밀지 않았지만, 나는 내 자지를 마음대로 잡고 괴롭히는 김소예에 분노가 치밀었다.

"너 그거 아냐? 가슴만 만지고 애만 태우는 새끼가 제일 나쁘다고 말했어."

"누가요?"

"네가."

혈소예가.

"아, 그거 진짜 맞는말이네요! 역시 저예요. 후후후.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졌으니까 따먹든 말든 좀 애만 태우지 말고 쑤시고 박고 하자고."

혈마의 힘이 끓어넘쳐서 그런가. 나는 입에서 정제된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언제까지 손으로만 재미 볼 거냐. 응?"

"어...그것 참 미안한데."

쮸읍.

김소예는 나의 목 뒤를 강하게 빨았다. 분명 입술자국이 강하게 남았을테고, 나는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마치 내가 내 여인들의 가슴 근처에 잇자국을 내놓듯, 그녀는 내 몸에 표식을 남겼다.

"푸하. 오빠, 그거 알아요? 오빠는 기절해서 모르겠지만, 저는 이미 재미 볼만큼 봤답니다?"

"......뭐?"

이런 씨발?

"너...혹시 나 기절시켜놓고 혼자서 내 위에 올라타고 그랬다 이거냐?"

"어머. 저 아직도 명실상부한 처녀예요. 그건 몹시 실례되는 말이군요!"

"여자에게는 박히기 위한 구멍이 세 개 있다고 혈소예가 말했지."

"......."

김소예는 침묵했다. 눈가리개만 없었다면, 나는 애매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코를 찼을 것이다.

"어, 음, 괜찮아요! 적어도 앞은 처녀이니까."

"어디까지 처녀인지는 불확실하군."

둘 다 비처녀가 되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또는 어느 한쪽만 비처녀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기절한 색마에 의해!

"수면간을 당하니 끔찍하군."

"후후, 그래서 앞으로 하실 거예요?"

"안할까봐?"

나는 그녀의 손에 잡힌 자지에 힘을 주었다.

"강호의 수많은 여인들로부터 음기를 빼앗아 네게 이길 것이다. 무슨 사술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이길 수 있다."

"죽이는 거로 이길 수 있겠죠. 제압하려고 드니까 문제지."

"살려서 범하려고 제압하는 건데 죽일 이유는 하등 없다. 이기겠답시고 죽일 바에는 차라리 따먹히겠다."

"......후훗, 알겠어요. 그럼 어디 열심히 노력해보세요."

쪽.

김소예는 내 쇄골에 입술을 맞추며 내 눈가리개를 풀었다.

"너...도대체 내가 기절한 사이에 뭘 한 거냐."

"오빠 먹었죠."

김소예는 볼부터 붉게 상기되어있었다. 옷은 다시 입은 듯 헝클어져있었고, 머리칼은 땀에 살짝 젖어있었다.

왜?

설마 또다른 습격자가 나타나서 그걸 대응했다거나 그런 걸까?

천만에!

"했냐?"

"비밀."

김소예는 요염히 웃기만하며 거리를 벌렸다. 아무리 봐도 혼자서 자기만 재미 본 것 같은 모습이지만, 의심 말로는 할게 없었다.

"아참. 오빠 색마짓 하다가 여자라고 좀 봐주고 그런 거 보이더라고요. 그러지 마요."

"...뭐?"

"은원은 곧 나중에 업보로 돌아오는 법."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거 모르나?"

"복수할 사람이 없을 때까지 구족을 멸해버리면 되는 거죠. 마침 객사하기 딱 좋은 상태여서, 제 나름대로 처리했답니다."

슥삭.

김소예는 엄지로 목을 그었다.

"다음에 또 생각나면 따먹으러 올게요, 오빠."

"...이게."

막 힘이 돌아왔다. 나는 바로 구속구를 힘으로 끊고 몸을 일으켰으나-

"다음에도 정액 낭낭하게 주시는 거예요. 알았죠? 후훗."

김소예는 눈을 찡긋이며 붉은 기류와 함께 사라졌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탈력감이 들었다.

"...그래서 한 거야 안 한 거야?"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확실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에 어이가 없었다.

"...진짜 어떻게 이리도 강한 거지."

나는 내 상태를 쭉 훑었다. 상체에 가득한 김소예의 입술 자국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 발가벗겨진 아랫도리에는….

-소예먹고감^^

-正正ㅡ

-美味!!

-10개월 배부를 맛(๑˃؂˂๑)و

"......뭔가 엄청 열받네."

그녀는 붓으로 내 허벅지 근처를 낙서로 도배해놓고 떠났다. 나는 중려신화정을 일으켜 낙서를 하나하나 지워야했다.

'두고보자.'

10개월, 몇 번이고 배부르게 만들어줄테니.

"아 씨. 이건 또 뭐야?"

자지 아래에는 천하제일좆이라는 문구가 박혀있었다.

[작품후기]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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