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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들의 밤
비색선녀들과의 환상적인 밤을 즐긴 뒤.
나는 둘을 내 품에 안았다. 전라가 된 두 선녀는 내 품에서 새근새근 잠들었고, 나는 둘을 토닥이며 밤을 만끽했다.
과거 내가 아붕으로서 사공희와 팽유월의 사이에서 잠시 누웠던 때처럼, 둘은 내 몸 위에 허벅지를 올리며 나를 압박했다.
선녀 두 명이서 색마를 제압한 형국이었고, 나는 둘의 몸을 전신으로 만끽하며 밤을 보냈다.
'확실히 체급차이가 있네.'
비색선녀들이 지칭하는 천마망교와 비교했을 때, 비색선녀들은 그들과 체급에서 크게 밀렸다.
중단전 차이, 톡 까놓고 말해서 슴부격차!
독고연의 행동?
제갈선의 허벅지?
-일단 여자는 얼굴, 가슴, 몸매 순으로 싸워서 하나라도 먼저 먹고 들어가면 이기는 거야.
혈교주는 말했다.
남자의 시선은 하늘에서 땅으로 이어지고, 가장 먼저 보는 얼굴부터 아래쪽까지 훑기 때문에 얼굴이 최우선이라고.
'얼굴은 다들 예뻐서 비교할 수 없지.'
누가 얼굴이 못났다? 그런 건 없다. 얼굴만큼은 천하절색들을 한 자리에 모아뒀으니까.
문제는 비색선녀들이 비교우위를 점하기에는 상대가 만만찮다.
그리고 천마망교는 수가 넷이나 있으니, 곤란해하는 심정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마망교와 대적하는 비색선녀단을 만든 이유는 하나.
'둘이서 같이 하겠다 이거지.'
혼자서 하는 건 독점하는 기분은 좋지만 중간부터 하다가 기절하기 십상이니, 둘이서 나눠서 나를 상대하겠다는 것이다.
'나야 좋지만.'
한 명을 기절시키고 다른 여인을 찾아 굶주린듯 나가는 건 예의가 아니다.
그러므로 하는 여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고, 둘이나 셋이서 함께 덤비면 그게 내게는 더 마음이 편했다.
'침대 위에서 다투면 공평하게 양물로 다스리면 되지만, 침대 밖에서 다투면 골치아파져.'
보라. 침대 위에서 그렇게 티격태격하다가도 지금은 고이 잠든 두 명의 선녀를.
'여자 둘이서 남자 하나랑 같이 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서로 뜻이 통한다는 증거지.'
내 앞에서 서로 투닥거리던 건 그냥 애교에 불과했다. 아마도 앞으로도 셋이서 자주 하게 될 터.
그게 독고연과 제갈선, 선녀동맹주와 와봉 선생의 조합일지 아니면 다른 조합이 될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선녀들과의 밤이 헛된 시간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역시 같이 뭐 먹으니까 친해지지.'
독고연과 제갈선은 내 양물 근처에서 손을 맞잡고 자고 있었다.
'역시 정파의 무림맹. 선녀동맹도 다를게 없군.'
양물을 달라고 서로 티격대격 하다가도 나를 착정하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결국 함께 나를 상대했다.
'백도가 그렇지.'
그게 마치 서로 구파일방이니 팔대세가니 거드름을 피우며 싸우다가 마교와 혈교라는 거대한 악 앞에 하나로 뭉쳐 싸우는 백도 무림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았다.
-선, 이리 와요. 둘이서 같이…!
-지금은 일단 이기는 것에 집중을…!
둘의 합공 덕분에 나는 내가 바라던 때에 사정하지 못했고, 둘은 엉덩이로 엄청난 양을 긁어갔다.
대만족.
둘은 둘 다 동시에 기절하며 잠들 때까지 박히고 또 박혔다.
엉덩이 안으로 들어간 정액은 모조리 영약으로 흡수될테니, 엉덩이 아래에도 뭔가 잔여물이 남아있지도 않았다.
'몰라서 다행이다.'
둘은 알고 있을까? 자신들이 뒤로 받아낸 수많은 아기씨가 진짜로 임신 가능성이 있는 씨라는 것을.
'독고연이 몰라서 진짜 한숨 돌렸다.'
제갈선이 중간중간 적절히 개입해준 덕분에 독고연은 눈치채지 못했다.
오늘은 엉덩이로 하고 싶다는 기분이라면서 구질구질한 변명을 하기는 했지만, 결국 나는 정액 묻은 내 자지를 한 번도 독고연의 음부에 넣지 않았다.
엉덩이에서 아래로 흘러내린 것도 없으니 안전하다.
설령 오늘 임신을 한다고 해도 괜찮다. 독고연은 천가장의 여인들 중 가장 화경에 가까운 여자니까.
'임신하면서 몸이 망가지는 것 때문에 화경을 최소 기준으로 잡은 것도 있으니.'
즉, 태아가 생겨 본격적으로 배가 볼록해지는 시기에 화경에 이르기만 하면 된다는 말.
-자궁이 넓어지기 전에만 환골탈태하면 아무 문제 없더라.
아이가 본격적으로 크기 전, 그러니까 배가 볼록해지는 시기 이전에 화경에 이르면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 오히려 아이를 낳기에 더 튼실해지고 산후 부작용 없이 산전의 몸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근데 임산부는 환골탈태 못해.
하지만 아이가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무공의 발전에 방해가 된다.
-여자는 임신하는 순간부터 무인이 아니라 어머니가 되는 거야.
혈소예는 말했다. 아무리 무공에 심취하여 여인의 삶을 포기한 여자라고 한들, 아이를 가지게 되면 몸이 알아서 어머니로서 판단하기 시작한다고.
-화경이 되어 환골탈태를 할 기회를 얻었는데 아이가 있다? 어떻게 될 것 같아? 아이를 데리고 환골탈태하겠어? 절대 안 그래. 환골탈태를 포기하더라도 아이를 지키더라고.
환골탈태의 이점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을 것인가.
아니면 환골탈태의 이점을 누린 뒤에 아이를 낳을 것인가.
참으로 머리가 아픈 일이지만 가장 빠른 해결 방법은 하나 뿐이다.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화경 찍고 임신하면 만사형통이라는 거 아니겠어?
'혈교주, 역시 당신이 옳소.'
혈교주의 말에 따르면, 여자는 서른이 넘어가기 전에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했다.
-육봉의 나이 제한이 왜 서른까지인 줄 알아? 그때까지가 임최몸이거든. 뭐냐고? 임신 최적화 몸. ...지난 번에 말한 몸매가 아니라, 진짜로 몸을 얘기하는 거야.
특히 무림인인 여인은 실제 나이 20대 후반이면 20대 초반과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혼인 적령기를 넘어 출산 적령기라고 했다.
'지금 독고연이랑 제갈선이 딱 그 수준이지.'
독고연은 이제 막 출산 적령기가 시작된 수준이고, 제갈선은 출산 적령기 구부능선의 삼부능선을 대략 넘어간 시점이다.
'어지간한 정도가 아니면 돼.'
천가장과 진가장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검마조차 신체 연령은 출산 적령기의 끝자락에 간신히 발을 걸치고 있다. 그 이상 넘어간다면 모를까, 다들 아이를 낳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그러니 화경이 되어야 한다.
팽유월처럼 특이체질이 아닌 이상 초절정 고수조차 출산으로 인한 기혈의 뒤틀림과 골격의 변모, 그리고 성정의 변화를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화경은 할 수 있다.
'화경 이상에서 낳은 아이가 진짜 재능이 넘치는 편이기도 해.'
이왕 태어날 아이라면, 부모의 욕심상 조금-사실은 많이-똑똑하고 남들보다 뛰어난 아이이기를 바라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월아만큼만 되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지.'
어디까지나 팽유월이 특이한 경우일 뿐이다.
대부분의 여류고수들은 임신한 뒤로 초절정에서 정체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팽유월은 오히려 골반이 넓어지고 꼬였던 기혈이 출산으로 변함에 따라 더 성장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빨리 화경이 되어다오."
너희들을 임신시킬 수 있게.
나는 두 여인의 머리칼을 정리하며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어올렸다. 하늘에는 달을 가로지르는 새들이 날개를 펄럭였고, 밤공기와 풀벌레 소리만이 내 귀를 간질였다.
새액, 새액.
그리고 양쪽에서 들려오는 작은 숨소리. 나는 둘의 호흡이 점점더 안정되어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앞으로 자주 신세를 져야되겠어.'
선녀동맹.
혈마가 신세를 지기에 가장 안성맞춤인 이들이리라.
* * *
"이제 비색선녀는 끝이다."
나는 천가장으로 돌아온 뒤, 쓰라린 엉덩이를 만지작거리며 식탁에 앉은 둘에게 엄포를 놓았다.
"색마에게 겁간을 당한 거로 끝내자."
"그치만."
독고연은 대놓고 불만을 드러냈다.
"가가께서 취하실 여인들을 다른 색마들이 취한다고 하면 참을 수가 없어요!"
"뭔가 이상하긴 한데 그래도 안 돼. 자청선녀는 처녀를 앞뒤로 다 잃었는데, 그래도 선녀 활동을 계속 할 거냐?"
"비천색마께서 자청선녀를 취한 걸 함구해주시면 되는 거 아닐까요?"
"그걸 말하는게 아니지 않느냐. ...선, 너는 뭐 할 말 없나?"
"네? 저요?"
제갈선은 먼산을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저는 색마님의 의견을 따를 건데요."
"군사! 맹주의 의사는요?!"
"어차피 맹주도 색마님의 의견을 따르실거면서. 색마님, 이거 다 비색선녀 안 하는 대신 뭔가 얻어내려고 하는 수작이에요."
"......."
다소 신랄한 제갈선의 표현에 독고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언니."
"왜요, 언니가 뭐 말을 잘못했어요?"
독고연의 일격은 강력했으나, 제갈선 또한 물 흐르듯 받아치며 오히려 역공을 펼쳤다.
"살면서 먹은 밥그릇 갯수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제 생각이 틀린 건 아닌 듯 한데."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올거예요, 군사?"
"그러니까 바로 본론을 말하자는 거죠, 맹주."
군사로 대할 때는 군사로. 언니로 대할 때는 언니로.
'이거 딱 용봉지회 당시의 와백봉인데.'
유설라를 상대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제갈선의 모습에 나는 괜히 기시감이 들었다.
'좋게 말하면 날카롭고 이지적이고 언행이 다소 직설적인 여자지만....'
-와백봉이요? ...그냥, 좀 그랬어요.
사공희가 이봉결정전에서 만났을 때는 상당히 인상이 별로라고 대놓고 이야기했을 정도였다. 그 모습이 어떤 의미에서 나왔을까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얘도 은근히 투기가 있단 말이지.'
독고연보다 독점욕은 없어도 은근히 질투를 부린다. 특히 독고연과는 좁힐 수 없는 나이라는 차이에 큰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다.
아니, 어쩌면 그건 당연한 수순-
"그나저나 색마님. 여기 구조가 정말이지...너무 환상적인데요."
제갈선은 이미 비색선녀 활동의 연속성에 관심이 없었다.
그녀의 눈은 천가장의 구조에 집중되어 있었고, 내부의 구조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진법에 매료되어버렸다.
"마음같아선 정말 이런 집에서 살고 싶습니다."
"여기서 사는 건 아니고?"
"후훗, 가능한가요?"
"화경에 내 애 낳으면."
제법 까다로운 천가장 입주 조건에 제갈선은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아이야 천무명 공자의 아이를 낳으면 되고, 화경이 문제로군요. 후후, 걱정마십시오. 목표가 있으니...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될 겁니다."
"그래. 화경 될 수 있을 거다."
용안이 완전히 열리면 화경이 대수일까? 현경도 가능하리라.
"천가장에 들어오려면 엄청 고생을 하게 될 것이다. 괜찮느냐?"
"역경도 있고 힘들기도 사겠죠. 하지만...여기, 정밀 탐나는 곳이에요. 저기 와봉단이라고 따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갈선은 나를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새로운 아내는 언제든지 환영이다."
"가가!"
"단. 모두에게 조건은 똑같다. 만약 네가 화경에 이르지 못한다면...알지?"
"네. 그저 진가장의 여러 여인들 중 하나가 될 뿐."
다소 잔혹한 말이었으나, 제갈선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남은 팔괘진의 자리는 셋.
의도치 않게 여인들끼리 서로 다투게 만들었지만, 최소한 선녀 동맹은 서로 싸우지 않으리라.
같은 선녀끼리 서로 설마 헐뜯고 싸우겠는가?
앞으로도 선녀가 더 늘어난다면 마찬가지.
'선녀 더 늘어날 일은 없겠지?'
쫑긋.
갑자기, 내 머리칼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음?"
차를 마시는 중에 더듬이처럼 돋아난 머리칼은 하필 붉은색이었다.
"하여튼 둘이서 이야기를 조금 나눠보도록 해라. 과연 비색선녀 활동을 하는게 맞는지."
"가가, 어디가셔요?"
"......객잔?"
누구도 오지 않을 조용한 객잔으로 나는 급히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운명이 도래했기에.
찌르르.
머리칼에 깃든 혈기가 나를 좀먹어들어간다. 마치 인형처럼 내 몸을 조종하며 움직이는 것 같았다.
'소예신공이 자꾸 끓는다.'
나는 속으로 수도 없이 부정하던 가정이 맞아떨어지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이거 설마.'
'주인'에게 반응하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도망쳐야해.'
천가장을 나가는 즉시 포착될 것이다.
"잠깐 밖에 다녀오도록 하마."
나는 바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 * *
"거기. 멈춰라."
"네? 저요?"
"......어디서 본 얼굴 같은데. 혹시...용봉지회?"
"어머, 용봉지회 아시는구나! 모습 많이 바뀌어서 몰라보실 줄 알았는데."
"하하하. 중원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난 여인을 어찌 몰라볼까? 환영하오. 호북에는 무슨 일이오?"
"후…."
검은 장발의 여인은 입꼬리를 씩 들어올렸다.
"천하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호북에 있다고 해서 왔답니다."
[작품후기]
에에에에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