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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비색선녀
내가 아내로 맞이하고자 하는 여인들은 하나같이 재능이 출중하고 머리가 비상한 여인들이다.
태극검후 사공희.
그녀는 현생보다 더 불안정한 성장환경 속에서도 화경 고수가 되었다. 나로 인해 꽃피운 재능은 나조차도 놀라 자빠질 정도다. 분명 재능만 두고 논하자면 현경에도 이를 수 있다.
미래천마 이시아.
과거가 어떻든, 인망이 있고 재능이 출중하여 마교 제일인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녀는 착실히 성장하고 있고, 주변 세력도 이전보다 탄탄하게 갖추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독고연.
파천신검은 선녀화의 부작용을 달고도 백도제일인이 되었다.
선녀화를 강제로 억누르며 그것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빠르게 강한 무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기야 하지만, 그녀는 진정으로 '무림맹주'에 걸맞는 존재였다.
팔방미인.
통솔이면 통솔, 무공이면 무공, 지력이면 지력, 정치면 정치.
현경의 끝자락이 100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녀는 분명 네 가지 수치가 모두 90~99 사이에 이르렀을 것이다.
'혈소예가 직접 파악한 것이니 맞겠지.'
혈소예는 무인들을 1부터 100까지의 수치로 표현했다. 중원 무림의 무장들을 파악하는데 가장 훌륭한 방법이라고 얘기했고, 생각해보면 얼추 들어맞기도 했다.
개인의 무력에서 우선 정점으로 치자면 혈강시, 그러니까 혈마가 99.
그 뒤로 파천신검이 98, 미래천마가 98 정도 수준에 이르러있다고 혈소예는 평했다.
그런데 사람이 무공만 뛰어나다면 모를까, 한 집단을 통솔하는 능력, 여러 집단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듯 다루는 정치력, 그리고 그걸 전부 아우르는 지능이 모두 현경급인 사람이 있을까?
독고연이 그렇다.
내 눈앞에서 내 양물을 맛있게 빨고 있는 독고연이 바로 그런 팔방미인의 전형이었다.
'그러니까 혈겁난세에서도 무림맹을 이끌었지.'
여인의 몸으로, 칼솜씨 하나로 천하를 평정했던 여인이다. 결국 혈마와의 싸움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까지 몰고가는 시간이 무려 몇 개월이 걸렸다.
'그런데 거기에 신기제갈의 재녀가 함께한다면?'
전생.
독고연은 홀로 머리를 쥐어짜내며 중원을 평정해야했다.
근처에 남궁패나 황보혜지같은 우수한 간부급 무사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무력으로 뛰어난 이들이지 무림의 집단을 운영하거나 지적으로 엄청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왜 파천신검의 무림맹에는 '군사'라고 할만한 존재가 없었는가?
지금의 무림맹주 독고자영과 군사 제갈길이 최고의 조합을 보이는 것처럼, 제갈세가의 사람이 그녀의 곁을 보좌하면 되는게 아니었을까?
'미래에는 제갈세가가 망했었지.'
제갈선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고, 제갈검담이 복수를 울부짖으며 단독으로 움직였다.
분명 독고연에 준할 정도로 뛰어난 지력의 보유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세가가 망하는 바람에 독고연을 본격적으로 지원하지 못했다.
그런데 만약 이들이 젊은 시절부터 합을 맞추어 활동하게 된다면?
'나도 모르는 곳에서 서로 만나서 벌써 이야기를 주고 받았겠지.'
비색선녀.
소문이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했다는 건 본인들이 내게 보내는 어떤 신호였다.
천가장의 독고연.
진가장의 제갈선.
비천색마의 집 구조를 낱낱이 파악하고 있는 둘인 만큼, 똑똑한 머리로 천가장과 진가장 내에서의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서로 부족한 정보를 교환했으리라.
정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도대체 언제만났을까.'
개인적으로 몹시 궁금하다. 이 두 명의 접점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연아. 내일은 내가 잠시 다른 곳에 다녀와야겠다."
"멀리 가시나요?"
"그리 멀리 가지는 않아. 요즘 이 일대에 제법 맛있는 영약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 말이지."
"그러세요? 후후, 제가 또 따라가면 될까요?"
"아니. 나 혼자 조용히 다녀오마."
"아, 그 쪽 영약이구나. 후후, 알겠어요. 언니들한테는 전해둘게요."
사공희는 지금 무당파에 나가있고, 이시아는 비천여들과 함께 마인들끼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오랜만에 술독을 풀었으니, 넷이서 신나게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리라.
"다녀오마."
"다녀오세요, 가가."
쪽.
나는 독고연의 입맞춤을 받고, 나 또한 독고연의 입에 입을 맞췄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나는 천가장을 빠져나와-
스르륵.
주변 자연에 동화되었다. 미혼표식구궁진의 일부가 될 때까지, 나는 아주 조용히 숨어버렸다.
사박, 사박.
내가 나온지 두 시진 쯤 지났을까? 천가장에서부터 한 명의 여인이 천천히 밖으로 걸어나왔다.
'어우야.'
월녀복을 입고 백발을 머리에 두른 검은 면사포로 최대한 가린 채, 복면과 꽃 가면을 쓴 여인은 자색의 눈동자로 주변을 이리저리 훑었다.
'저게 그 말로만 듣던 자청선녀로구나.'
이명 그대로 선녀가 내려온 듯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색다른 모습을 보니 양물이 뻐근해지고 발깃해지는게 아기색마도 마음에 든 것 같았다.
그리고.
저벅, 저벅.
미혼표식구궁진을 나온 자청선녀는 인적이 드문 산길을 빠져나와 어딘가로 향했다.
그곳에는 허름한 창고와도 같은 집이 하나 있었고, 집 앞에는 자청선녀와 비슷한 복장의 흑발 여인이 금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어요?"
"네. 그분은 다른 곳에 가셨다고 하니까 괜찮아요."
"다른 분들은요?"
"유(乳)는 산 위에 있고, 둔(臀)은 지인들과 음주가무."
"......."
가슴과 엉덩이로 부르다니. 누구를 지칭하는지 금방 알아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 했다.
"그분이 혹시 눈치채시거나 그러지는 않았겠죠?"
"눈치채셨어도...뭐 위험하게만 놀지 마라는 그런 느낌?"
"그건 당연하죠. 애초에 저희가 호북 밖으로 나가는 것도 아니고, 이 근처에서 활동하는 거니까."
나는 슬그머니 건물 안쪽을 향해 다가가려했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팔엽괘진(八葉卦陣)?'
미혼표식구궁진에 준하는 극강의 진법. 누구든 진법 내로 들어온 자가 있으면 바로 진법을 펼친 주인에게 기감이 전해지는 진법이다.
기존에 제갈세가에는 없는, 혈겁난세의 산물.
'이걸 벌써 개발했다고?'
제갈검담이 알고 있던 진법이라 제갈검담이 만들었나 싶었지만, 그도 다른 이에게 배운 진법이라고 했다.
아직은 고작 창고와도 같은 건물 하나 정도 넓이지만, 나중에는 산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진을 펼칠 수도 있으리라.
'역시 제갈선.'
두 명의 선녀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담벼락 위로 안을 엿보려고 했으나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
그럼 위에서 내려다보는 수밖에.
허공답보.
나는 멀찍이 높은 나무 위로 뛰어올라 용안과 함께 내부를 살폈다. 두꺼운 창호 너머로 보이는 창고 안은-
"......허."
선녀동맹(仙女同盟).
그곳에는 천하에 누구도 모를 작은 무림맹이 펼쳐져있었다.
* * *
"천마신교의 두 고수가 이번에 진가장으로 들어오면서 저희의 세력은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금환선녀는 벽에 붙여놓은 중원 전도에 있는 이름들을 하나 둘 옮겼다. 사천에서 호북으로 옮겨진 두 개의 종이에는 각각 염(炎)과 빙(氷)이 적혀있었다.
"다행히 저희가 상정한 최악의 사태...류(柳)가 합류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렇겠죠. 아무래도 자리가 자리니까."
두 선녀는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또 없겠죠?"
"당장은."
중원 전역 곳곳에 펼쳐진 이름들! 대부분은 호북에 몰려있으나, 일부가 곳곳에 퍼져 호시탐탐 호북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가령, 섬서의 '선주'라거나.
가령, 산동의 '보지'라거나.
"...맹주. 그런데 왜 여기는 보지입니까?"
"괘씸해서요."
"알겠습니다. 그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칭하겠습니다."
금환선녀는 '보지'라고 접혀있는 종이를 다시 펼쳤다.
황혜
보지
그리고 다시 선녀동맹의 맹주의 지시에 따라 반으로 고이 접었다. 나중에 다시 펼쳐주자는 생각과 함께.
"맹주. 결단을 내리셔야합니다."
"무슨 결단이요?"
"지금 전력으로는 저 간악한 가슴마인들을 상대로 밀립니다. 저들은 둔마(臀魔)를 중심으로 무려 셋이나 아래에서 보좌를 하고 있고, 심지어 셋 다 이렇지요."
금환선녀는 제법 넓은 대접 그릇을 하나 집어들었다. 두 선녀는 슬쩍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가 인상을 와락 찡그렸다.
"다행히 그들의 수장인 둔마는 아직 이 정도입니다. 하지만 언제 또 사람이라는게 성장하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맞아요. 엉덩이만 봐도 그런데, 엉덩이 급으로 가슴이 자란다면 분명 크나큰 적이 될 거예요. 우리가 가진 이점도...빼앗길지도 모르고."
두 선녀는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언니들, 뒤로는 했대요?"
"특별히 따로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의심되는 자가 있다면 선술을 익혔다고 하는 염마가 그렇지요. 저희랑 뒤로 할 때 화기로 소독하신다고 한 것도 염마의 무공이 아닙니까?"
"염마는 이쪽으로 올 가능성이 엄청 낮은데.... 씁, 좋아요. 그래도 한 명 정도는 우리 쪽 첩자가 있으니까."
빙.
"선, 요즘 궁주님이랑은 사이가 어때요?"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호북에 다녀온 뒤로...염제와 부쩍 사이가 좋아진 것 같았습니다."
"셋이서 했겠네요."
"예. 분명 세 명이서 같이 한 게 분명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산동에 있을 때 셋이서-"
"씁."
자청선녀가 혀를 차자, 금환선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맹주."
"지금 자기들만 천 공자랑 재미봤다고 놀리는 거죠?"
"그, 그런 건 아닙니다. ...근데 맹주.... 아니 연은 바라면 그분께서 바로 해주시잖아요. 지금도 그분과 하고 왔으면서."
"윽."
자청선녀는 말문이 막혔다.
"그, 그거랑은 별개잖아요! 저는 색마님이랑 맨날 하는 거고, 선은 색마님이랑 천 공자랑 둘 다 해봤잖아요!"
"아직 색마님께 처녀 강간은 안 당했으니까 저는 다르죠."
"저도 강간당한 적은 없거든요?!"
"네, 네. 지난 번에 밤에 알몸으로 동굴에서 했던 이야기는 자-알 들었습니다. 남들 아무도 없다고 거칠게 쑤셔달라고-"
쿵!
자청선녀는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성을 냈다.
"그러는 선이야말로 상냥하게 하는 거 안 좋아하잖아요!"
"안 좋아한다기 보다는, 남자의 거친 손길이 더 끌린다고 해야하나.... 그, 개인적인 취향에 대해서는 넘어가도록 합시다. 같은 선녀들끼리 서로 와해되어서는 안 됩니다."
"선이 먼저 시비를 걸었잖아요! 저도 셋이서 한 건 딱 두-"
"......오호라. '두?' 두 번이나 있으시겠다?"
펄럭.
금환선녀는 부채를 펼치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언제, 어디서, 누구랑 같이 하셨습니까? 천가장에서는 셋이서 하는 경우가 잘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두 번은 아니고."
자청선녀는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헤실거렸다.
"...가슴 언니랑 같이, 그리고 엉덩이 언니랑 같이...? 가, 가끔 넷이서 할 때도 있기는 한데.... 헤헷."
"......천가장 남는 자리가 몇이라고 했죠?"
"앗, 설마 반역을...?!"
"반역이 아닙니다!"
선녀들의 투닥거림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 * *
"......재밌게 노네."
나는 두 선녀의 앙큼한 반란 모의에 웃음만 절로 나왔다. 삐거덕거리기는 하지만, 둘이 천가장과 진가장 내에서 동맹을 맺고 세력을 구축하고자 하는 건 변함이 없었다.
'선녀들끼리 통하는 뭔가가 있나.'
둘다 몸에 선기(仙氣)가 있으니, 분명 그걸 바탕으로 만났으리라. 그리고 서로 자신의 마음을 터놓고 동맹을 구축했겠지.
"그럼 이제 정마대전이 호북에서 일어나는 건가?"
중원 하늘이 아니라 색마 남근을 걸고 일어나는 정마대전이라.
"적어도 피흘릴 일은 없겠군. 내가 좆물만 흘리면 되는 일이니."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 차라리 그게 나을 지도 모른다.
수백만 중원인들이 죽는 것 보다 나 한 명이 희생하면 되는 거니까.
"......설마 여기서 혈교가 난립하지는 않겠지."
만약 중원의 미래가 이곳 호북, 천가장과 진가장에서 펼쳐진다면 정마대전의 다음은-
"......뭐지, 정전기인가?"
갑자기 앞머리가 피식 튀어올랐다. 나는 머리 위로 더듬이처럼 솟아난 붉은 머리칼에 절로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니겠지."
혈교를 중심으로 정과 마가 손을 잡고 대적하는 일이 발생할텐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끝장이다.
"만약에 천가장에서 혈겁난세가 일어난다면 혈마는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짝.
나는 손으로 뺨을 두드렸다.
"하나 뿐이군."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있었다.
"피를 뿌린다."
그게, 혈마니까.
"일단 비색선녀들부터 범해보실까."
표적이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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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희 경지 수정했습니다. 전생 화경, 재능은 현경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