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356화 (356/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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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역의 색마는 나야

"...흠."

대공자 주지는 날카롭게 벼린 칼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렸다.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는 몸을 벌벌 떨며 고개를 조아렸다.

"이보시오, 공동살."

"예! 마교 감숙성 지부의 지부장, 공동살입니다!"

"내가 말이야, 사천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갑작스러운 주지의 고백에 공동살이라고 불린 남자는 의아함을 내비쳤다.

"나를 배신한 염마는 사천으로 기어들어갔지. 그리고 또 나를 배신한 빙마는 사천 아미파에 터를 잡고 있어. 자, 그러면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겠지?"

"사천에 피의 복수를 하셔야합니다!"

"그래, 그래. 그런데 말이야...빙마가 아주 재미있는 짓을 했어. 그 이야기는 들었나?"

"...예. 백도 무림의 청년과 사랑에 빠져서 아미파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도망을 갔다고...."

"그럼 말이야."

주지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사천에서 탈출해서 도대체 어디로 떠날까? 호북으로? 감숙으로? 아니면 남해로?"

"...그, 그건 저도 잘."

"그래. 모를 수 있지. 빙마는 신출귀몰한 존재니까. 어디로 도망치든 빙마는 사실상 이제 내 편이 아니거든."

주지의 검이 공동살의 어깨를 슬쩍 눌렀다.

"그러니까 나는 내 편이 조금 필요하단 말이지. 이보시오, 공동살. 그대의 딸이 분명...올해 성인이었지?"

"......."

공동살은 침을 꿀꺽 삼켰다. 주지는 싱긋 웃으며 공동살의 앞에 쪼그려앉아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마시게. 그냥 물어본 것 뿐이야. 단지...새로운 십마의 자리가 조금 비어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대공자."

공동살은 무릎을 꿇었다.

"감숙성으로 올라올 빙마를 붙잡아 바치겠나이다!"

"그래, 그래. 좋네. 한 잔 하겠나?"

감숙성으로는 아무도 올라가지 않고 있었다.

* * *

탈흑색마.

그들은 나로 인해 어쩌면 피해를 봤을지도 모르는 자들이다. 반대로 내 덕분에 이득을 봤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취미이자 또다른 직업은 일종의 미용사.

강호의 인식은 그들을 색마로 보고 있다. 사실 색마가 맞기는 하다. 젊은 시절의 그들은 여인을 강제로 벗기고 자른 다음 하얗게 만들어 범했을테니까.

하지만 그들도 나이를 많이 먹게 되었고, 가정을 가지고 손녀까지 보게 되면서 색마 짓은 그만두게 되었으리라.

아내가 있는데 왜 색마 짓을 하겠는가? 아내를 상대로 하면 되고, 그들은 자신의 성벽을 받아주는 여인을 아내로 맞이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아내로 맞이한 여인들은 하나같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이들이라고 했다. 그들은 감히 남들에게 겨드랑이를 과시할 정도였고, 나 또한 지나가면서 잠시나마 침을 꿀꺽 삼켰다.

- 여자의 매력은 겨드랑이에서도 나오는 법.

혈소예는 말했다.

- 털이 있는 건 당연히 말이 안되고, 이렇게 관리를 잘 하면 색다른 매력을 뽐낼 수 있지. 어때? 예쁘지? 그리고 이렇게 팔을 들어올리면서 꺾어주면...다들 뻑 간다?

역혈당옳.

나는 여인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든 매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과연 혈교주가 깨달은 진리를 혈교주만 알고 있을까? 아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자들이 많고, 그들은 혈교주만큼은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길에 파고들어 어떤 진리를 찾아냈을지도 모른다.

눈앞에 있는 탈흑염살도, 아래에 있는 백보색살도 마찬가지.

- 음모는 없는게 더 예쁘다.

- 겨드랑이도 마찬가지더라.

- 그럼 목 아래에 있는 털은 미용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법!

즉, 이 의형제 색마들은 여인의 목 아래에 있는 모든 털들을 지워버리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자들이다.

그게 자기 아내나 손님을 넘어, 강호에 나오면 지나가는 백도 여인들을 모조리 밀어버리니까 악명 높은 색마가 되었다.

'역시 괜히 혈요선 조부들이 아니야.'

만약 서로 모르는 곳에서 만나 술잔을 나눴다면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테지.

하지만 아미파는 내 영역이다. 이미 내가 침발라놓은 여인들이 수두룩하다.

원로 중에는 삼존녀, 장문인은 류서시, 그리고 제자 중에는 정자와 정조, 빙백봉 유설라를 취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미파는 내게 이런 식으로 유린당하게 내버려 둘 곳이 아니라는 말!

"감히 사천에서 색마 짓을 할 생각을 하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나는 검기에 분노를 실었다. 탈흑염살은 전력을 끌어올리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후후, 여인에게 희롱을 하는데 당연히 배짱으로 하는 거지. 그런데 이런 곳에는 어쩐 일이오?"

"별 이유는 없다. 사천에 다른 색마가 돌아다닌다면...나중에 내가 취할 때 찝찝하니까."

"하! 고작 그런 이유...라고 하기에는 공감이 되는군."

역시 같은 색마라서 그런지 통하는 바가 있다.

"그래서 지금 내가 그쪽의 영역을 침범했다 그거요?"

"물론."

"크하하! 어이가 없군! 어차피 범하지도 않을 여인들 아니오? 그대가 취하지 않는 잉여들을 내가 좀 먹어보겠다는데 그것도 불가하오?"

"불가."

식탁위에서 흘러내린 튀김 부스러기도 용서할 수 없다.

"쥐새끼가 발밑에 돌아다니는 건 눈뜨고 볼 수 없거든."

"하...쥐새끼라. 쥐 한 마리가 집을 박살낼 수 있다는 것도 모르는가보군."

슬슬 열이 뻗치기 시작하는 걸까. 나는 서서히 말이 짧아지는 놈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네놈같은 하수와 말을 섞자니 진절머리가 나는구나."

"하수? 아, 아무리 그래도 감히 나를-"

"고작 뭉툭한 칼로 주변을 자르는 것 정도로 만족하다니. 그래서야 모근이 피부 아래에 남아있지 않느냐."

나를 향해 검을 출수하려던 탈흑염살은 슬며시 검기를 거두었다.

"그럼 보여주시오! 사천검담의 힘을!"

"간단하지."

나는 그가 방금 마른 풀을 뜯어낸 여인, 아연사태를 향해 손을 뻗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내 손에서 피어오른 금빛 불꽃이 용처럼 아가리를 벌리며 아연사태의 음부를 집어삼켰다.

"!!"

"삼매진화일 뿐이다."

화륵, 화르륵.

불꽃의 용은 아가리를 마구 좌우로 비틀며 아연사태의 고간에 부딪혀 강력한 불꽃을 일으켰다. 아연사태는 기겁을 하며 게거품을 물었다.

"......."

기절.

정신을 잃은 그녀는 자신의 아래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지 못했다. 나는 삼매진화-실은 용제검의 검기를 담은 중려신화정을 거두며 꺼뜨렸다.

"어떠냐."

"......허어, 역시 천하는 넓군."

탈흑염살은 순수하게 감탄하며 손뼉까지 쳤다.

"정말 대단하오. 어찌 이런 생각을 하셨소?"

"싹은 잘라서 없애야한다고 하지만 잡초는 다시 악착같이 자라기 마련. 그렇다면 뿌리를 파내거나...태워서 없애버려야지."

파앙!

나는 손에 움켜쥔 검을 휘둘러 검풍을 일으켰다. 아연사태의 아래에 타오르던 불꽃은 하늘로 날아올라 사그라들었고, 그녀의 고간은 아주 깨끗하게 변해있었다.

탈흑염살이 모근을 뜯어내느라 약간 남아있던 거무튀튀한 부분이 말끔히 사라져있었다. 나는 허벅지와 고간부가 크게 차이없는 모습에 매우 만족했다.

"오늘 이 탈 모가 한 수 배웠소이다."

"별말씀을."

영업비밀을 대놓고 보여준 셈이었으나, 자고로 장인의 기술은 허투루 따라할 수 있는게 아니다.

"삼매진화로 뿌리까지 태워버리다니. 피부를 태우지 않고 제거를 한다면...극강의 손기술이 필요할 터. 끄응. 역시 천하는 넓군!"

고수는 초고수를 알아보는 법.

탈흑염살은 확실히 여러 여인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색마였다. 나와의 색공 차이를 대번에 깨닫고 꼬리를 말았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하나의 기술일뿐! 여인의 미를 다루는 대결에서는 비록 내 패배일지라도, 나머지 대결에서는 질 수 없지!"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는게 미덕일텐데?"

"하하! 삼세판이라는 말이 있지 않소! 첫번째 대결은 나의 패배이나, 두번째 대결은 다를 것이오."

철컴. 탈흑염살은 검을 역수로 들어올렸다. 생전 처음보는 기수식이었지만, 나는 그의 검에 깃든 짙은 살기에 쌍검에 힘을 불어넣었다.

"미용술은 졌으나, 이제 무공은 나의 승리가 될 것이오."

"하. 이긴다는 자신감은 둘째치고, 그럼 셋째는 뭐로 할 거지?"

"방중술."

탈흑염살은 비릿하게 웃으며 나를 향해 전음을 날렸다.

[네놈을 죽여 빙마를 빼앗아 취하겠다. 비천색마.]

"!"

초격은 머리. 나는 쌍검을 양손으로 들어올려 검을 막았다.

"흐흐, 어떻게 알았는 지 궁금한 모양이군."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이겠지."

검담이 비천색마라는 것을 알아챌 가능성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단정할 수 있을까?

"눈빛."

"뭐?"

[아무리 모습을 바꾼다고 한들, 빙마를 걸고 넘어지자마자 돌변하는 눈빛은 숨길 수 없지.]

"......."

아주 깔끔하게 들켰다. 나는 입꼬리를 씩 들어올리며 검을 튕겨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느냐?"

"내가 어떻게 알겠소!"

"살인멸구."

탈흑염살의 미소에 금이갔다. 나는 탈흑염살의 검을 빙글 돌려 튕겨낸 다음, 남아있던 다른 검을 앞으로 휘둘렀다.

"상룡참."

피할 수 없다. 다소 허무할지 몰라도, 나는 검제로서 낼 수 있는 힘을 전력으로 끌어올렸다.

카---앙!

"역시."

예상은 했지만 예상대로 되어서 잠깐 속이 쓰렸다. 나는 내 뒤에서 등을 찌르려는 검을 향해 뒤로 다른 검을 휘둘렀다.

"으음!"

다소 느려진 속도 때문에 탈흑염살은 내 검끝에 간신히 검을 맞추며 검격을 튕겨올렸다. 나 또한 뒤를 노리는 검을 베어그었다.

"크윽, 더럽게 무겁군!"

내 검을 받아낸 노인은 나를 향해 이죽거렸다.

"크흐흐, 범인은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더니! 네놈이 딱 그 모양이구나!"

"......쓸데없는 말을."

형이라는 자는 눈치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아우라는 자는 눈치가 없어서 반로환동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형님, 고전하시는 구려!"

"...아아, 그래도 고맙다. 덕분에 진짜로 살았다."

"...그 정도입니까?"

"그래. 이 녀석, 진짜다."

탈흑쌍마. 탈흑염살과 백보색살 두명이 합쳐져서 쌍마인 존재.

둘은 익숙하다는 듯 나를 상대로 검진을 펼쳤다. 둘이서 한 명을 상대로 검진을 펼치니 갑자기 숨이 턱 틀어막혔다.

빈틈이 없다. 한 명을 노리자니 다른 한 명이 들어올 것 같고, 둘을 동시에 노리기에는 검세가 날카로웠다.

그렇다고 상대를 못할 것도 아니지만....

'전장이 좀 그런데.'

검기가 마구 날뛸텐데 주변에는 형틀에 묶여 음부만 드러낸 여인들이 수두룩하다. 까딱 잘못하면 검기가 튕겨나가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

"......."

나도 탈흑쌍마도 여인들을 눈짓으로 흘겨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정네들끼리 싸우는데 여인의 피를 보게 할 수 없다.'

'이기는 자가 전부 취할 여자들이니, 지금은 자리를 옮겨 싸워야 할 때.'

검기의 여파가 닿지 않을 정도로만 장소를 옮기면 끝이다.

그런데.

"크윽?!"

카---앙!

뒤에서 나를 노리는 강렬한 검기에 나는 몸을 돌려 검을 막아냈다. 탈흑쌍마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날카로운 검기였다.

"색마...!"

"멸색사태!"

류서시.

백보색살과 대치중이던 그녀는 백보색살이 형을 돕기 위해 내쪽으로 오자, 그를 따라 올라왔음이 틀림없다.

"...후후."

그리고 나는 그녀의 눈빛을 읽었다. 뒤에 있는 다른 둘에게는 보이지 않는 아주 강렬한 눈빛을.

'좆됐다.'

이 여자.

아미파의 모두가, 탈흑쌍마가 보는 앞에서 내게 범해질 각오를 했다.

즉...전력으로 내게 덤빈다는 말.

"아미파에 색마가 셋이나 이렇게 방문하다니. 장문인으로서 용서할 수 없다. 검담이든 탈흑쌍마든...내 검이 너희들을 모두 베어버리라."

"......."

'의도치 않은 삼파전이 되겠네.'

제일 피해보는 건 내가 될 것이고. 나는 아미파 무사들이 형틀에 묶인 여인들을 구조하는 것을 보며 검제의 힘을 최대한 갈무리했다.

"마침 잘 됐군. 탈흑쌍마, 네놈들을 죽이고 이 자리에서 아미파 장문인을 범하겠다."

내 선언에 셋은 동시에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를 죽이기 위해, 그리고 나에게 전력으로 부딪혀...패배하기 위해.

'그럼 전력으로 박살내야지.'

"천상용제검!!"

좌수검에는 타오를 것 같은 뜨거운 열기를.

우수검에는 얼어붙을 것 같은 차가운 한기를.

"쌍검, 합일!"

그리고 가운데 쌍검을 움켜쥔 내가 중심이 되어 양의를 하나로 모아 태극을 이룬다.

"서봉설황격(暑鳳雪凰擊)!"

쌍검에 각각 얼음과 불꽃의 봉황이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랐다.

화경 셋?

'난 현경이다.'

한마디로, 천하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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