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347화 (347/568)

--------------------

나의 여자를 위하여

기본적으로 천가장이든 진가장이든 내가 품은 여인들은 모두 똑같은 내공심법을 하나 익히고 있다.

채양보음.

내가 익힌 채음보양의 정반대에 해당하는 내공심법으로, 간단히 말해 몸속에 들어오는 남자의 정기를 자신의 내공으로 치환하는 무공이다.

즉, 이 내공심법을 사용하면 내가 그들의 안에 사정하는 정기를 단순히 허벅지 아래로 흘려보내는게 아니라, 내공으로 흡수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이거 계속 품고 있으면 가가의 씨가 남아있거나 그런 거 아닌가요? 히힛.

애초에 씨가 없는 상태에서 뿌렸기에 문제될 일은 없다.

독고연의 요망한 말은 언제나 나를 까딱 잘못하다가는 임신시킬 수 있다는 경감심을 일깨웠고, 나는 최대한 그에 주의하며 사정했다.

'망했네.'

지금까지의 다짐이 무색하게, 내 양옆에 누워있는 여인들은 내 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

아랫배가 살짝 튀어나와있었고, 음부에는 하얀 정액이 덕지덕지 말라붙어있었다.

원래부터 채음보양을 익히고 있던 당서희도, 내가 양기를 불어넣어 음기를 회복하라고 가르쳐준 유설라도.

둘 다 채양보음으로 내공을 흡수하는 양 이상으로 뱃속에 양기를, 정액을 받았다.

둘의 하반신에는 하얀 가루가 바스라질 정도로 성교의 흔적이 가득했고, 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방 안은 남녀가 교접한 육향으로 가득했다.

'진짜 임신할 수도 있겠는데.'

뱃속에 정자가 며칠동안 살아남아서 난자와 만난다? 말도 안 되지만, 그 정자가 나의 씨라면 또 어떨까.

-무림인을 상대로 상식을 논하지 말거라.

스승은 말했다.

-무림인이란 인간의 상식을 초월하고자 하는 존재. 무공과 내공의 힘은 자연의 법칙을 때로는 거스를 수도 있는 법이다.

'안전일에 사정했는데 임신하거나 그러진 않겠지.'

그럴 것이다. 그래야했다.

'여차하면 중려신화정으로…. 아니, 그건 조금 그런가.'

나의 자녀가 될 수 있는 녀석들을 내 손으로 직접 지워버린다는 건 윤리적으로나 양심적으로나 캥기는 부분이 없잖아 있다.

'몰라. 될대로 되라지.'

왜 과거의 나는 굳이 복호보살을 더 쉽게 범하겠다고 혈마를 강림시킨 것인가.

왜 혈마를 거둔 과거의 나는 그 짧은 순간의 성욕을 참지 못하고 금제도 없이 염마와 빙마의 자궁이 가득 차오를 때까지 정액을 싸지른 것인가.

왜 그들은 그리도 조심하고 또 조심하자고 몇 번이고 되뇌였음에도 눈앞의 미녀들을 두고 참지 못해 지금의 나를 괴롭히는가!

'에라 모르겠다.'

책임은 결국 미래의 내가 또 지게 되리라.

낙장불입.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고, 더이상 되돌릴 수 없다.

사아아.

나는 둘의 허리를 휘감은 양손에 각각 중려신화정과 빙백신공을 이용해 내공의 운용을 도왔다.

'많이도 줬네.'

아미파의 삼존녀와 복호보살(류서시)을 채음한 내공의 9할 가량은 둘에게 전부 쏟아버린 것 같았다.

'개평 따지면 나 완전 손해봤는데.'

현경 고수 복호보살을 상대한 것 치고는 내게 남는 내공이 거의 없었다.

밖에서 벌어 집에 있는 여인들에게 전부다 갖다 바친 셈이지만-

"흐흐흥, 상공…."

"공자님…."

잠꼬대로 가슴을 비비며 나를 찾는 두 여인을 보며, 나는 손익계산에 대한 생각이 단번에 날아가고 말았다.

'그냥 없었던 셈 쳐.'

나는 영약을 발견했고, 영약을 둘에게 나눠준 셈이다.

이것 저것 따지고 보면 손해는 결코 아니다.

'두 명 아니었으면 혈마강림 부작용 때문에 아미파 쑥대밭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르니까.'

아미산에 남아있던 모든 여인들을 범하며 성욕을 억누르는 것보다 두 명의 마인을 그만큼 범하는 쪽이 위험부담이 적었다.

"우으응…."

둘은 지쳐 잠든 와중에도 나의 기운을 느끼며 스윽 웃었다.

'잘 자네.'

둘이 직접 채양보음을 하는게 가장 효율적이지만, 열락의 시간을 지새우느라 둘은 지쳐서 잘 수 밖에 없었다.

'살면서 이만큼 가버린 적도 없었을 거다.'

10번? 15번? 둘이 가버린 횟수만 따지면 거의 1각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절정을 느꼈을 것이다.

더군다나 내가 안에 사정할 때마다 임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쾌감이 터져나왔을테니 평소보다 더 잘 느꼈을 터.

고환이 텅텅 비어버릴 때까지 사정했다.

이제 싸는 건 둘이 뿜어낸 조수처럼 점성이라고는 거의 없는 투명한 물에 가까울 뿐이었다.

"......진짜 오랜만이네."

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올렸다.

"자지 안 설 때까지 해본 건 진짜 오랜만이다."

두 여인과 마찬가지로, 아기색마는 고개를 축 늘어뜨린채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역시 십마.'

과거로 돌아온 이후 아기색마가 만족한 듯 혈기를 누그러뜨린 게 손에 꼽을 정도이건만, 아기색마는 염마와 빙마를 정액으로 임신시킨 것에 더할 나위없이 만족하고 있었다.

'얘들을 진가장으로 데려오는 것과 사천에 두는 것...뭐가 더 안전하지?'

진가장으로 데려와 두고 두고 취할 것인가.

아니면 사천에 두고 현지처와도 같은 느낌으로 이렇게 셋이서 질펀하게 놀 것인가.

"......결국 해답은 아미인가."

아미파가 어떻게 나오느냐에따라 내 대처도 달라지리라.

물론 모든 가정은, 둘이 임신이라도 하면 사천에 그려놓은 계획은 모두 백지가 되고 만다.

-애 생기면 지금까지 계획 다 지우고 새로 청사진 그려야 하는 거 몰라?

"......."

아아, 이 모순된 감정은 무엇인가.

아이가 생기면 위험할 것을 알고 있지만, 아이가 생기더라도 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때는 천가장에 집지어야지. 별 수 있나.'

아미파가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나는 둘의 살결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감았다.

...우리가 눈을 뜬 시간은 아침을 넘어,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도 한참을 지난 시간이었다.

* * *

당가의 비밀 서고는 사람이 오랜 기간 지대도 될 정도로 설비가 갖추어져있다.

혹시나 모를 유사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숙식을 할 방부터 시작하여 취식이 가능한 시설이 최소한도로 갖추어져 있다.

"설마 요리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요리를 통해 손기술을 기를 수 있으니까요."

나는 유설라와 함께 둘이서 식탁에 앉아,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에 나선 당서희를 뒤에서 구경했다. 머리를 말총처럼 하나로 묶은 그녀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사천 특유의 맵고 향이 강한 요리를 내어왔다.

"......."

유설라는 눈앞의 사천 요리에 표정이 굳었다.

"저...이렇게까지 매운 건 잘...."

"설라가 먹을 건 따로 있죠."

당서희는 눈을 찡긋이며 맵지 않은 음식을 따로 내어놓았다. 중간에 양념을 붓기 전에 따로 일정량을 뺀다 싶더니, 유설라를 향한 배려인 듯 했다.

"고맙습니다, 서희."

역시 사람은 함께 뭔가를 먹어야 친해지는 법. 염마와 빙마는 서로의 이름을 부를만큼 친해졌다. 나는 두 비천여마들이 친목을 다지는 것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삼존녀와의 싸움은 어땠나?"

"크게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화경급 힘이라고 하지만, 제가 방어하고 서희가 공격하니까 손을 쓰지 못하더군요."

"거기서 누구는 화경으로 올라가는 실마리를 잡은게 참 질투가 나긴 하지만...좋은 게 좋은 거죠. 설라가 화경 올라간 기념으로 주군께서 이렇게 배 든든하게 채워주셨으니.'

서희는 당당히 자신의 배를 두드렸고, 설라는 고개를 움푹 숙였다.

"오늘의 일은 평생 잊지 않을 거예요. 주군의 진심을 온몸으로 느꼈으니까."

"뭐...좋을대로 생각해라."

나는 서희가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배를 채웠다. 무림인은 벽곡단만 먹어도 기본적인 공복감은 해소할 수 있지만, 식도락은 얻을 수 없다.

화경고수든 현경 고수든 간에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3대 욕구를 떨쳐내는 이들은 드물었다. 먹지 않고 자지 않고 싸지 않는 자는 대부분 등선하여 지상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난 뒤, 나는 차와 함께 작전회의에 들어갔다.

"서희, 아미파의 소식은 어떻게 되었지?"

"성도 인근을 조사하고 있던 아미파 무사들이 일제히 아미산으로 들어갔대요. 성도 근처에 있는 비구니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있어요."

"빙백봉에 대한 소문도 왕성하게 퍼졌습니다. 저희가 삼존녀를 습격한 것도 그렇지만...여론의 눈치가 보이는 것도 있겠죠."

우리가 질펀하게 놀고 있던 낮동안, 아미파는 무사들을 전부 귀환시켰다.

"빙백봉 유설라의 소동에 더불어 천무명이라는 이름도 슬슬 사천에 돌기 시작했구요."

"흐흥, 우리 빙백봉은 이제 사실상 천무명 아내가 되어버렸네요?"

"...빙백봉은 어디까지나 가짜 신분. 저는 빙궁주이며 비천여빙마입니다. 서희, 자꾸 그러지 마요."

"후훗, 알았어요. 그냥 부러워서 조금 질투해본 거니까 이해해주세요."

당서희는 삐친 유설라의 볼을 쓰다듬었다. 나는 둘을 보며 고뇌에 빠졌다.

"흠...."

"왜 그러세요? 혹시 또 하고싶어지신 건...아니죠?"

"...할 수는 있는데, 하, 한 두 시진만 더 쉬었다가 하면 안되겠습니까?"

"왜 내가 또 할 거라고 생각하나. 난 그냥 쳐다만봤을 뿐인데."

나도 지금 뻐근해서 당장 더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무리를 하면 되기야 하겠지만, 그랬다가는 나나 둘이나 셋 모두 몇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뻗을 것이다.

"나는 그냥 서희가 질투하지 않는 길을 생각해봤을 뿐이다."

소곤소곤.

"...어머나."

서희는 내 제안에 눈을 빛내며 활짝 웃었다.

"그런 거라면 대환영이죠. 오랜만에 진짜로 바깥나들이 할 수 있게 해주시는 것도 고마운데, 그렇게까지 해주신다니...."

당서희는 내 손을 붙잡으며 활짝 웃었다.

"저, 비천색마 부인은 되기 어려워도, 천 공자님의 아내부터 되면 쉽겠어요!"

"앗."

유설라는 차를 마시려다가 울상을 지었다.

"...또 내 무덤을...!"

우리는 당서희를 계기로 사천당문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사천당가의 도움?

"가주님! 어르신! 도움!"

화경 고수이자 마교의 십마가 당가의 이득을 위해 움직이겠다는데, 누가 감히 막을 수 있겠는가?

* * *

늦은 저녁.

아미파는 단적으로 말해, 둘로 갈라졌다.

계기, 반로환동!

삼존녀는 셋이 동시에 반로환동을 했다. 그리고 여기에 오랜 기간동안 폐관수련을 하던 류서시까지 '반로환동'을 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 이, 이게 무슨 일이오?

- 나도 반로환동 할래!!

- 와.... 나보다 어려보이네. 노인네들 양심 상태가?

모두가 삼존녀의 반로환동에 의아함을 내비쳤다.

장문인인 류서시는 차라리 상황이 좋았다.

그녀는 '폐관수련'을 마치고 나왔더니 벌어진 사단을 파악하는 형국이 되어버렸고, 누구도 그녀의 반로환동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폐관수련이 오죽 길었나!

이봉결정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폐관수련에 들어간 만큼, 오히려 왜 이렇게 늦게 나왔냐고 성토를 하면 했지 싫어하는 이들은 없었다.

아미파 장문인이 초절정을 넘어 화경급에 이르렀다는데 누가 싫어하리오?

- 근데 삼존녀는 아니지!

- 맨날 누워서 콩만 까먹고 있던 늙은이들이 갑자기 셋다 동시에 반로환동?

- 억울해서 못 살겠다!

류서시에 대한 여론과 달리, 삼존녀의 반로환동에 대해서는 말이 많았다.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도 없었다.

- 삼존녀는 반로환동의 비법을 밝혀라!

- 너만 하냐, 나도 하자!

- 셋 다 동시에 반로환동을 한 비결이 무엇이냐!

너무나도 기이한 사태!

차라리 멸색사태 류서시처럼 화경에 이르렀다면 모를까, 삼존녀는 반로환동을 하며 내공을 모두 잃어버린 것처럼 오히려 약해져있었다.

내공을 다스리고 몸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들 과연 화경일까?

글쎄.

- 너도 나도 반로환동! 반로환동이 장삼네 집 강아지냐!

- 자기들만 반로환동하고! 원로가 되어 깨달음을 얻었으면 모두에게 베풀 줄 알아야지!

- 우리가 얼마나 자기들 밑에서 개고생을 하면서 일했는데 자기들만 젊어지고. 하, 이러다가 이름 바꿔서 몰래 용봉지회도 나가시겠어?

젊은 제자들부터 같은 원로급 장로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삼존녀에 대해 비토하기 시작했다. 장문인보다 더 높은 배분의 원로들에 대한 예의와 격식은 젊음의 비결앞에 모두 나락으로 처박히고 말았다.

물론 삼존녀는 삼존녀 나름대로 억울했다.

- 그럼 너희도 벽에 박혀서 색마에게 따먹히든가!

- 늙은이들 대머리 보기 싫다고 현경 고수가 강제로 반로환동시켜서 범했는데 우리보고 어쩌라는 것이냐! 좋기야 좋았지만, 우리도 겁탈을 당한 피해자다!

- ....라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삼존녀가 비결을 밝힐 수도 없지 않은가!

- 저런 년들이 위에서 지껄이기만 하고 자기들은 꿀빠니까 빙백봉이 아미파 나가려고 하지!

- 아미파의 수치!

- 순순히 반로환동의 비결을 내어놓지 않으면...어...음...어떻게 하지?

그렇게 아미파에 혼란이 가중되던 찰나.

끼이익.

아미파 정문을 당당히 열어젖히고 나타난 청년이 있었다. 그는 검 한 자루를 움켜쥔 채, 당당히 아미산을 올라 아미파에 발을 디뎠다.

"누구십니까?"

잘생긴 청년의 앞에서 두건을 꾹 눌러쓰며 부끄러워하던 제자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단지 머리카락이 없을 뿐인데, 그녀는 발가벗겨진 수치심이 들었다.

"본인은...."

청년은 깍듯하게 포권을 취하며 대답했다.

"천무명이라고 합니다."

"천무명이라고 하면...혹시...!"

"다른 건 아니고."

빙백봉 유설라가 사랑을 찾아 떠난 것으로 추정되는 상대가, 아미파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설라 구하러 왔습니다."

[작품후기]

협!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