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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마, 강림
"흐윽, 흐으윽...."
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흐느끼는 복호보살의 등(맨살)을 토닥이며 연초를 태웠다. 아미산에 있던 약초를 돌돌 말아 중려신화정으로 태우는 정도였지만, 소모된 내공을 조금이라도 채우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미안하다. 처음인 줄 알았으면 적당히 하는 건데."
"닥쳐라, 이 놈!"
복호보살은 시뻘게진 얼굴로 나를 향해 호통을 내질렀다. 혼령 상태인 그녀였지만, 생전에는 미모로 이름 께나 나렸겠구나 싶을 정도로 상당한 미인이었다.
그런 미인을 영혼 한 점 남김없이 쪽 빨아먹었습니다.
'혈교주, 보고 있소?'
그 때 혈교주의 어깨에 칼침을 놓았던 아미신녀는 나에 의해 영혼의 처녀가 꿰뚫리는 참상을 겪게 되었다. 아미산의 지박령으로 존재하며 생전부터 한 번도 성적 쾌락을 느껴본 적 없는 복호보살은 인간의 번뇌를 깨우치고 말았다.
"흐끅, 이제, 이거 떨쳐내지 못하면 열반 못해...!"
"뭐...좋게 좋게 생각해라."
나는 계속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나이도 수백 살 어린 영계 따먹었다고 생각해."
"이, 이 망할 놈이!"
아미신녀는 내 가슴을 향해 주먹을 두드리며 성질을 부렸다.
"내가 어디 너를 따먹었더냐! 제발 안에는 하지 말아달라고 몇 번이고 외쳤던 걸 무시하고 냅다 안에 몇 번이고 싸질렀던 놈이!"
"그래도 천하제일좆 맛은 보고 가는 거 아니냐. 나중에 등선해서 오늘 있었던 일을 풀어봐라. 선녀랑 보살 님들 다 부러워할 거다."
천하제일인과 살을 섞는 것 만으로도 나름 콧대 세우고 다닐만한 업적인데, 양물로도 천하제일인 남자와 몸을 섞는다?
무림으로 치자면, 백도제일화의 처녀를 취했다고 당당히 자랑하고 다녀도 될 수준의 이야기였다. 물론 백도제일화는 사공희니까, 나는 사공희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외쳐야만 했다.
"네가 지금까지 간직해 온 내공은 내가 잘 써먹으마. 어우, 오랜만에 전력을 쓰니까 기가 허해져서 말이야. 흐흐흐."
나는 여전히 빨딱 서 있는 양물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겼다. 복호보살의 애액이 흥건히 질척거리는 양물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고, 복호보살은 얼굴을 붉히며 남근을 눈으로 흘겼다.
"......네놈, 언젠가 크게 후회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을 살아가는 건 미래의 늙은 색마가 아니라 청년 색마이니,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는 거지."
전생과 똑같은 최후를 반복하게 될 지 언정, 나는 지금의 색마행을 후회하지 않는다.
"즐기며 사는 덕분에 이렇게 예쁜 아미신녀를 취한 거 아니겠어? 흐흐, 내가 어지간한 지박령들 다 만나봐서 아는데...대부분의 여자 지박령들은."
뭉클.
"처녀귀신이더라고."
나는 복호보살의 엉덩이를 만지작거리며, 다른 손으로 그녀의 눈물을 훔쳤다.
"처녀귀신은 무슨.... 나를 남자 여럿 잡아먹은 년으로 취급하지 않았느냐?"
"색마인 나조차도 헷갈릴 정도로 대단했다는 얘기다. 흐흐."
"...죽을 놈. 너는 반드시 여인에게 살해당할 것이다."
사아아.
"아주 비참하게 죽을테지. 그 누구도 네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내 처녀를 찢었던 것처럼...갈기갈기 찢겨나가리라!"
아미산의 새벽이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나는 복호보살, 류서시의 몸을 단정하게 여몄다. 그녀의 몸에 깃든 은빛의 기운은 서서히 새벽빛과 함께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잘가라, 복호보살. 너는 내가 기억하마."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처녀를 취한 여인들은 죽을 때까지 기억한다.
"네 영혼에 각인된 나의 정기를 잊지 말거라. 천하 어디를 가든, 설령 하늘로 올라가든, 그 누구도 내 좆맛을 따라오지 못할테니."
육신의 첫경험은 비록 시대의 상이함에 따라 가지지 못했더라도, 나는 복호보살의 혼에 '첫 남자는 비천색마'라는 기억을 새겨넣었다.
"네가 내게 저주를 퍼부었으니, 나도 네게 저주를 퍼부으마. 너는 앞으로 그 어떤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나만큼 쾌락을 즐기지 못하게 될 것이다."
파과의 흔적은 물로 씻어내릴 수 있어도, 첫 경험의 짜릿한 순간인 기억 속에 묻어둘 수 없는 법.
"그리고 나를 찾아와 이렇게 얘기하겠지. 제발 색마님의 자지맛을 한 번 더 느끼게 해달라고."
"...허튼 소리!"
"크흐흐, 그래. 허튼 소리다. 네가 내게 허튼 소리로 저주했으니, 나도 똑같이 말한 것이다."
나는 복호보살의 볼을 쓰다듬으며 턱을 강제로 들어올렸다. 이미 힘이 빠진 그녀는 내 손짓에 저항할 수 없었다.
"아미파를 향한 네 사랑을 생각하여, 아미파를 멸망시키지 않으마. 내 색벗의 문파를 무너뜨릴 수 없지."
"......그런 말을 한다고 내가 너를 용서할 것 같으냐?"
"아니. 나는 네 용서를 구하지 않아. 용서를 구걸하지도 않을 것이고."
이제 죽어 성불한 존재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나는 복호보살과 시선을 맞췄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지. 인간은 삶을 몇 번이고 윤회한다고. 어디 다시 태어나봐라. 그리고 내게 복수를 하러 오거라. 남자라면 가차없이 목에 검을 찌를 것이고 여인이라면...그 때는."
스륵.
나는 복호보살의 입술을 훔쳤다.
"입에 남근을 쑤셔넣어주마."
"...더러운 변태 색마."
복호보살은 나를 향해 사납게 웃으며 이를 갈았다.
"네가 나를 범한 것처럼 똑같이 갚아주마. 설령 다시 범해지는 한이 있더라도...꼭!"
복호보살의 얼굴은 나찰처럼 일그러졌다.
"오늘의 치욕은, 내 잊지 않겠다…!"
사르르륵.
류서시의 눈에 깃든 은빛은 태양이 솟아오름과 함께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지쳐 쓰러진 류서시를 두 팔로 받았고,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복호보살을 향해 애도를 표했다.
"나무아미타불."
부디 극락왕생하거나, 다음 생에도 혼백의 모습과 마찬가지인 미녀로 다시 태어나 만나기를.
그러면 그 때는 고통스럽지 않게, 상냥하게 범하리라.
"...오래 기다렸군."
나는 류서시를 안고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다소 헝클어진 머리칼과 옷차림의 염마와 빙마가 서있었다.
"언제부터 있었지?"
"다 따먹고 연초 태우고 계실 때 즈음?"
"...그럼 거의 끝에 온 셈이군."
혈마형태가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다. 나는 연초를 마저 태워 바닥에 던졌다.
"미안하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니에요. 저희도 일 각 즈음 전에 겨우 탈출한 걸요."
"...삼존녀를 제압하여 창고에 가뒀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글쎄…."
나는 시간을 되뇌였다. 우리가 잠입했던 시각으로부터 지금까지 싸워온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가늠해보니, 대략 반나절 가량이 흘러있었다.
"......설라야. 아미파 고수들이 지금 다 어떻게 되었지?"
"장로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빙백봉을 찾으러 나갔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잠입해서 싸운 것도 모를 수 있는가?"
"......아무리 그래도 아미파인데."
"......."
아미산 정상.
우리는 너무나도 고요하게 아미파에서 새벽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가 예상했던 현경 고수들의 구원군은 없었다.
하나, 우리가 아미파 내부의 구조도를 바탕으로 정말 조용히 숨어들어왔다는 점.
둘, 아미파에서 실력 좋은 이들이 모두 유설라를 잡으러 갔다는 점.
셋, 아미파에서 우리의 존재를 눈치챘을 정도로 강한 이들은 모조리 우리에게 제압당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하나.
"흐아암. 간밤에 삼존녀께서 또 치고박고 하셨어요? 칼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데, 살벌해서 원…."
"쉿. 조심하게. 괜히 귀에 들어갔다간 경을 칠 것이야!"
삼존녀가 지내는 곳에서의 칼소리가 으레 자기들끼리 투닥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
"이래서 평소 행실이 중요하다는 건가…?"
덕분에 우리는 조금 편안히(?) 아미파를 성공적으로 습격할 수 있었다.
* * *
"...이, 이건."
"역시 꿈이 아닌…."
"젊어졌...어?"
삼존녀는 자신과 서로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며 얼굴을 붉혔다. 알몸인 상태로 밧줄에 구속된 세 여인은 마치 거북이의 등갑을 형상화한듯한 밧줄의 구속에 휘감겨 꼼짝도 못했다.
"내가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나는 대머리는 범하지 않아."
맞은 편에서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색마…!"
"네놈, 감히…!"
"젊어졌으니 머리도 금방 자라겠지. 강호의 수많은 여인들을 사모하는 한 명의 남아로서, 너희들의 일방적인 두발 통제에는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러니 너희들부터 모범을 보여라."
색마는 삼존녀를 시험하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직접 대머리로 살게 된다면 또 느낌이 다를 것이다. 두건에 머리를 숨겨 기르는 것? 허락할 수 없다. 너희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
"평생동안 벗겨진 채로 살든가."
"평생동안 기르면서 살거나."
"너희가 만든 규율에 너희 스스로 한 번 고통을 겪어봐라. 흐흐흐."
육체는 젊어졌음에도 여전히 아미파의 전통과 규율을 중시하며 머리를 밀어버릴 것인가.
아니면 시대의 변화에 편승하여 슬쩍 머리를 기를 것인가?
"기회는 한 번 뿐이다."
화륵.
색마는 손 위에서 불꽃을 일으켰다. 삼매진화와도 같은 불길에 삼존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두려워했다.
"만약 너희가 앞으로도 모든 아미파의 여인들이 머리를 자르게 만들거라면 내가 도와주지. 이 자리에서 너희들의 모근을 불태울 것이다."
"!!!"
삼존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만약 너희가 머리를 기르고자 한다면 얌전히 물러나도록 하지. 흐흐흐."
"...한 가지 질문하겠다. 네놈은...어째서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거지?"
"왜냐고 묻는다면, 대답하는 게 인지상정!"
색마는 자신의 머리칼을 가리키며 삼존녀를 비웃었다.
"다음 용봉지회에 대머리 반짝이는 여인들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
"고,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갈!!!"
색마는 사자후를 터뜨리며 분개했다.
"여인이 꽃이라면 여인의 머리칼은 꽃잎! 어딜 꽃잎 다 떨어져서 암술과 수술만 덜렁거리며 햇빛에 반짝이는 자들을 용봉지회에 내보내는 것이냐! 어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라면 모를까, 너희들의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머리를 밀어야 하는 여인들을 나는 두고볼 수 없다! 너희들이 나이를 먹어 머리가 빠지는 걸 감추려고 모두를 벗기려 하는 것이 아니더냐!!"
색마의 일장연설에 삼존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니 너희들에게 금제를 내리겠다. 과연 너희들이 양심을 따르는지 지켜볼 것이야."
쩌적, 쩌저적!
허공에 커다란 얼음의 벽이 생겨났다. 삼존녀는 갑작스러운 얼음벽에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색마들이 그들을 강제로 일으켜 벽에 다시 쑤셔넣지만 않았다면.
"흐끅!"
"시, 싫어?!"
"또, 또 벽에…!"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미약한 기대감이 삼존녀를 좀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일말의 기대감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찰싹! 화르륵!
"아아아악!!"
아랑 사태가 비명을 내질렀다.
"배, 뱃속에 불길이…! 어, 어흑?! 뭐, 뭐야! 차가워, 히이익…!"
"그렇게 두려워하지마라. 그저 '이중금제'일 뿐이니까."
찌걱, 찌걱.
"크으...나한테 고마워해라. 내가 너희들 반로환동도 시켜줘, 앞으로 평생 측간 갈 일도 없게 만들어줘, 거기에 누구에게도 범해지지 못하게 만들어줬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느냐?"
"도,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금제."
색마는 삼존녀를 비웃으며, 벽에 끼인 그들의 앞뒤로 무언가를 강하게 찔러넣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밝히는 즉시...앞과 뒤가 큰 난리가 날 것이다. 흐흐흐."
삼존녀의 뱃속에는 앞뒤로 빙백신공과 중려신화정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남게 되었다.
한 시진 뒤.
삼존녀가 동시에 반로환동했다는 소식이 아미파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앗…! 간밤에 있었던 소리는 혹시!!"
"그게 실은, 허어억…!"
"...우리끼리 비무를 나누는 소리, 였...소…."
색마들에 의한 아미파 습격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 * *
삼존녀에 대한 빠른 금제 이후. 나는 기절한 류서시를 참회동에 다시 살포시 내려놓은 뒤 아미파를 빠져나왔다.
"이걸로 된 건가요?"
"당장은. 아직 뒷공작을 하려면 한참 남아있지."
파문을 이야기한 유설라에 대한 수습.
몸을 추스르고 폐관 수련을 마친 류서시와의 대면.
아미파 내부에 남아있을 지도 모르는 류서시 겁탈이 대한 정보수집.
그리고 두발자유화 수호를 통한 대공자와의 전쟁 준비.
"할 게 많네요. 그러면 청성파부터 가실까요?"
"아니. 일단 서희야, 네 집으로 간다."
"네? 당가요? 그건 왜요?"
"내가 아직 배가 고파서."
나는 양손에 두 여인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나, 지금 하고 싶어 미칠 것 같거든."
혈마강림의 부작용.
그것은.
"어차피 저것들 다 시간이 좀 필요하니까, 셋이서 물고 빨고 떡 좀 치자."
…억눌러놓은 성욕이 조금, 아니 많이 왕성해진다는 것이다.
"꽉잡아라! 천마군림보!"
나는 염마와 빙마를 내 품에 끌어안으며 전속력으로 하늘을 밟았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침대에 도착하여, 둘을 동시에 범하기 위해.
"앗…. 설마?"
"...천하일미를?"
두 여인은 내 품에 몸을 맡기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나는 둘의 배를 간질이며 입맛을 다셨다.
"아침밥 든든하게 배 채워야지."
[작품후기]
든-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