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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마, 강림
복호보살.
이제는 이름마저 잊어버린 그녀는 아미파를 지키는 아미산의 신령으로서, 아미파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등선할 수도 있었고, 열반할 수도 있었다. 아미파의 시작과 함께해온 그녀는 아미파가 후세에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미파의 지박령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미파를 위기에서 구하고자 류서시의 몸에 깃들었다. 강대한 무공과 막강한 내공을 사용하는 혈마를 앞에두고 전력을 동원하여 싸웠다.
이길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싸우면 싸울수록 색마는, 혈마는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무식하지만 효과적인 싸움.
복호대라검, 난피풍파검, 그리고 멸절검법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으나 색마를 쓰러뜨리지 못했다.
여차하면 도망가려고 했다. 색마가 최소한 아미파를 멸망시키지는 않으려고 할테니, 일단 몸에서 빠져나와 힘을 가다듬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딜 도망가?"
"커헉?!"
색마가 뒤에서 등을 누르자, 복호보살은 도망가지 못했다.
"이기면 맘대로 하라며. 말이 앞뒤가 다르면 안 되지, 아미신녀님."
"자, 잠깐만! 알겠네, 내 항복하지!"
"항복했으면 그냥 얌전히 범해지시고."
안 된다.
복호보살은 상대가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기다리시게! 지금 이 육체는 그대의 색벗의 몸! 이 아이가 색마에게 범해지는 것을 바라...."
엄청나게 바란다.
"지금 여기는 군침 줄줄 흐리느라 안달이 났는데?"
"아, 아읏...!"
혈마의 검을 과거의 악몽 때문에 본능적으로 일순간 막아냈을 정도로 그녀는 겁간당하는 것에 공포감을 느끼지만, 오히려 그 공포감을 쾌락으로 승화하게 된 이상성욕을 가지게 되었다.
"이, 이런...!"
그리고 류서시의 본능에 따른 쾌감은 곧장 복호보살에게로 이어졌다. 류서시의 영(靈)을 억누르고 그 자리에 복호보살이 자리잡은 만큼, 류서시가 느끼는 모든 감각은 복호보살에게로 바로 전달되었다.
두근, 두근.
"기다리거라! 아, 아미파의 영약을 주마! 아미파의 개파시조께서 만드신 영약이다!"
"수백년도 전에 만든 거면 지금쯤 썩어문드러졌겠어. 나는 그것보다 지금 눈앞에 있는 싱그러운 과육을 취하겠다. 그리고 나 지금...엄청 고파졌거든?"
색마는 씩 웃으며 복호보살의 골반을 붙잡았다.
"누구 때문에 내공을 잔뜩 쓰는 바람에 기가 허해졌단 말이다. 이대로 돌아갔다가 착정당하기라도 하면, 정관을 억누른 힘이 약해져서 정액을 싸게 된다고."
"네, 네 놈...!"
"내가 어지간하면 이 힘을 안 쓰려고 하거든? 왜 그런지 아나?"
툭툭.
색마는 양물을 류서시의 엉덩이에 툭툭 건드렸다. 남근 아래에 달려있는 두 개의 양기주머니가 허벅지에 닿자, 복호보살은 고간에 화상을 입는게 아닐까 할 정도로 두려워졌다.
"기껏 억눌러놓은 정액이 뿜어져나온단 말이지."
"서, 설마...!"
복호보살은 사색이 되었다.
"이, 이 아이를 임신시킬 생각이냐?!"
"안 될 것도 없지."
색마의 비웃음에 복호보살은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안 된다! 이 놈! 이 아이는 아미파의 미래야! 아미파를 이끌어나갈 후예를 미혼모로 만들 셈이더냐!"
"그런 미래의 몸을 제멋대로 쓰고 어깨에 칼침 맞도록 유도한 산신령이 있다고 하던데."
"윽...!"
유구무언. 복호보살은 색마의 말에 이를 악물었다.
"흐흐, 걱정마라. 나와 류서시는 색벗. 나는 류서시의 몸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오늘...안전일이거든."
"!!"
복호보살은 이해력이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비록 남자와 해본 적은 없지만, 그녀는 아미산에서 지내며 수많은 행위를 구경한 자로써 모르는게 없었다.
"안전하다고...안에 싸는 건 아니겠지?"
"왜 아니겠어. 딱 대라."
찰싹!
색마는 복호보살의 골반을 부여잡고 아래를 가볍게 손으로 쓸었다.
"너도 알겠지만, 아까 참회동 안에서 한 판 질펀하게 하고 왔지. 흐흐, 그때는 씨가 없었지만...지금은 씨가 한가득 남아있다 이거야."
사공희 몰래 속에 사정했던 날 이래, 오랜만에 나는 쌍옥의 금제를 풀었다.
"임신 걱정 말고 얌전히 엉덩이나 들어올려라. 오랜만에 맛보는 자지맛에 헐떡이다가 저기 하늘로 가버리지 말고."
"크으읏...!"
복호보살은 이를 악물고 입밖으로 나오려던 말을 참았다.
"흐흐흐, 혼령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지박령들이랑 뒹굴었겠지? 생전부터 지금까지 네가 맛 본 모든 양물은 기억도 나지 않게 만들어주마."
오랜만? 생전은 커녕 사후에도 한 번 해본 적 없다. 복호보살은 색욕을 버려 등선과 열반의 자격을 얻었고, 사후에도 아미파에 대한 사명감으로 오랜 시간을 지내왔다.
"승천한 뒤에 누가 물어보면 말해주거라. 비천색마가...너를 하늘로 날려보내줬음을!"
"오흐윽?!"
뜨거운 양물이 냅다 안으로 쑤셔박혔다. 조금의 전희도 없이 들어온 양물의 감각에 복호보살은 속이 찢어질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어흑, 흐끗, 흐아아...!"
"크흐흐, 오랜만에 하나보지? 교성 흘리는 것부터 몸 떠는게 숫처녀같구나!"
숫처녀같은게 아니라 처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처녀라는 걸 밝히지 않았다.
색마란, 자고로 처녀라는 걸 알면 더 흥분하여 박는 존재!
"끄, 흐읏...! 이, 이 정도 자지는 아무것도...아니다! 크기만하고, 아윽, 굵은 정도로는...내 마음까지 범하지는 못할 것이다!"
"꼭 그런 말 하는 자들이 나중에 제발 더 박아달라고 아우성을 치더군."
퍼---억!
색마가 거칠게 뿌리까지 안으로 양물을 쑤셔넣었다.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물건이 속살을 뚫고 몸속으로 들어오자, 복호보살은 순간 시야가 하얗게 물들어버렸다.
"어흑."
처음 열반을 깨달았을 때와는 또다른 감각이었다. 그 순간의 감각이 온 몸이 열리며 정신이 트이는 만개의 감각이었다면, 지금은 저속하고 끈적한 마라의 열락이 아래에서 자신을 떠받쳐 들어올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산군을 제압한 산신령의 꼴이 말이 아니군! 크으, 내가 류서시를 범하는 건지 보살님을 범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분명 같은 보지인데...."
색마는 저속한 말로 복호보살의 등 뒤에 대고 속삭였다.
"씨발, 쪼이는 게 완전 다르니 이거 뭐 버틸 수가 있나."
"그, 그마아안...!"
복호보살의 목소리가 점점 갈라지기 시작했다.
"나, 나갈게. 이 아이 몸에서 나갈테니까, 제발 내보내줘...!"
"나가는 건 당연한 거고, 질싸는 받고 가야지!"
"안 돼! 그, 그건 진짜로 안 된다고!!"
아무리 빙의라고 한들 류서시가 느끼는 모든 감각은 복호보살의 정신에 깃들게 된다. 생전 모르던 성적 쾌감을 깨우친 순간, 복호보살은 더이상 보살이 아니게 될 수도 있었다.
"제발! 아미산 안에서 이 아이랑 하는 거 모른 척 해줄테니까! 제발 안에는 하지 말아줘!!"
"왜? 영혼이 임신이라도 하나? 하하! 그것 참 재미있군. 산신령이 색마의 정령을 임신하여 등선하면 다른 보살들이 너를 참 예쁘게 봐주시겠어!"
"나, 나에 대한 모욕은, 어허헝...!"
복호보살은 바닥을 쥐어뜯으며 쾌락을 참으려했다. 앙 다문 입술은 어찌나 강하게 다물었는지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를 지경이었다.
"서시는 말이다, 힘으로 억누를 때가 가장 잘 조이더라고."
"오그극...!"
색마는 바닥에 바싹 엎드린 복호보살의 위에 몸을 겹치듯 엎드렸다.
"호랑이를 엎드리게 만들었다더니, 이제보니 네가 바닥에 엎드려 박히게 되었구나. 개새끼한테 뒤로 박히는 소감이 어때, 응?"
"다, 닥...으학, 하악...! 조, 조금만 살살...!"
저항하려고 했던 복호보살은 결국 전신이 두둥실 떠오르는 감각에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해져...! 마, 마라의 곁으로 가버릴 것 같다고...!"
"걱정마라. 네가 선발대가 되겠지만, 비천색마에게 따먹혀 등선한 여인들이 한둘이 아닐테니. 그분도 기뻐하실 걸? 아미파의 미래는 현세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맡기고, 너는 등선을 하거나 윤회를 하라 이 말이야!"
"시, 싫-"
쯔어어억.
"아, 아앗...!"
복호보살은 몸 아래의 뜨거운 열기 속, 자신의 무언가가 빨려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 이건 설마...!"
"너 때문에 오늘 내공 더럽게 많이 썼으니까, 너한테서 가져가야하지 않겠느냐."
"채음, 허어엉...!"
"크흐흐, 당하자마자 바로 눈치를 채다니! 그렇다! 채음보양이다!"
찌걱, 찌걱, 찌걱.
남근이 복호보살의 안을 들쑤실 때마다 복호보살은 속이 뒤집어졌다. 어찌된 영문인지, 색마는 류서시의 내공 뿐만 아니라 류서시의 몸에 깃든 복호보살의 영기까지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영기는 보통 상단전에 깃들어있지. 흐흐, 아래에서부터 머리까지 정액으로 가득 채워주마."
"그, 그마안...! 이, 이제는 진짜 이상해져버렸...! 아, 아흑, 쾌락을 깨우쳐버린다구...!"
"느껴라! 이 색마의 자지를! 인간의 오욕칠정을 버리고 열반에 드는 게 아니라, 오욕칠정을 깨우치는 것이다!"
"아, 아아악!!"
아래에서 차오르는 뜨거운 감각에 복호보살은 눈이 뒤집혔다.
"아, 안에는 안-"
"돼!"
뷰르르릇.
속에서 차오르는 뜨거운 남자의 감각. 무언가 빼앗겨서는 안 될 것을 빼앗기는 감각. 그리고 전신에 차오르는 열락의 쾌감.
"크흐흐, 고맙다. 네 덕분에 채음했어. 류서시 상대로 맨날 좆질만 하다가 정기만털리고 말았는데.... 흐흐흐. 맨날 류서시 입술만 물고 빨았는데, 드디어 류서시의 내공도 빨아먹는구나!"
"아, 아아...."
색마는 복호보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정수리 뒤에 입을 맞췄다.
"감사의 의미로 보살님께 직접 찾아가도록 하지."
그리고 흐트러진 머리칼 사이로 옅게 속삭였다.
"귀접."
"!!!"
"어딜 안심해. 도망칠 생각일랑마라."
색마의 음흉한 목소리가 복호보살의 정신을 범했다.
"지금, 혼을 따먹으러 갈테니."
* * *
류서시.
그녀는 자신의 몸으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멀찍이 서있었다. 바닥에 깔려있는 자신의 몸을 두고 자신의 몸인지 판단하기 애매하기는 했지만, 그녀는 바닥에 엎드린 저 나신의 여인이 자신이라고 직감하고 있었다.
- 아, 아앙! 그, 그만해에...! 졌어! 자지에 졌다고! 나를, 나를 더이상 쾌락에 물들게 하지마!!
색마에게 범해지는 류서시는 절규하며 울부짖고 있었다. 분명 남자에게 위에서 억눌려 짖눌리고 있음에도, 그녀의 눈은 성교에 의한 쾌락으로 물들어있었다.
"...하."
언제부터였을까.
남자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이 자신의 성적 쾌감을 극한으로 느끼게 된 것이.
분명 그녀가 처음 처녀를 잃었을 때의 반동이리라.
'아니야.'
처녀를 처음 빼앗겼던 날. 그 날의 치욕과 공포는 아직 잊을 수 없다. 20년 가량 흐른 지금도 원흉을 찾지 못했을 뿐, 원흉을 죽이기 위해 스스로의 별호를 <멸색>이라고 칭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아왔다.
- 안에 싸주니까 벌써부터 좋다고 물어오는게 일품이군. 으응? 이쪽을 박아달라고? 흐흐흐, 그래. 여기를 꾹꾹 누르면-
- 호보복! 어흑, 커허엉! 무, 물러나라...! 마라야, 제발 물러나! 더이상 나를 쾌락으로 열반에 들게 하지 말아줘! 쾌락을 몰랐던 순수한 나로 되돌려 줘어어!
그런 류서시가 남자에게 범해지는 것으로 쾌감을 얻는다?
"아."
류서시는 자신을 범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나는...그렇구나."
자신은 아무에게나 강간당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게 아니었다.
'누가' 자신을 범하는가에 대해 쾌락을 얻을 뿐이었다. 겉으로는 범하는 척 하면서-사실 박는 힘이나 그 모든게 겁탈이나 마찬가지였지만-여인의 쾌감을 자극하는 손길을 보며 류서시는 자각했다.
- 입으로는 하지 말라고 하지만 속은 끈덕지게 달라붙는구나. 응? 여기는 지금 제대로 빨딱 섰는데? 설마...느끼는 건가?
- 아, 아니다! 아니, 아니야! 어흑! 제발, 제발 나를 범하지 마...!
자신은 일방적으로 남자에게 범해지면서 파멸에 이르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파탄자가 아니었다. 그저 조금(?) 자신을 거칠게 다루는 남자에게, 하지만 실상은 상냥한 남자에게 끌리는 셈이었다.
규율과 법도의 속에서, 유일하게 진실한 류서시를 드러낼 수 있는 탈출구. 속마음 뿐만 아니라 나신 또한 보여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존재.
"친구...."
서로를 위해주고 아껴줄 수 있는 첫 친구.
"......아아, 그렇구나."
이것이 '벗'인가.
- 아아아아앙!! 호, 혼이 색마에게 범해지고 있, 어허어엉!!
류서시는 전신에 차오르는 따스한 감각을 만끽하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