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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색마-340화 (340/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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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신녀, 강림

나는 미래에 수많은 현경 고수들과 싸웠다.

물론 혈강시로서 다른 이의 현경급 무공으로 현경급 고수와 싸웠다는 의미이며, 이들 중 대부분은 검제 제갈검담처럼 아직 어린 나이이거나 아직 대성하지 않은 떡잎 수준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혈겁난세에 모두 현경급 고수가 되어 혈교의 앞을 가로막았다.

- 고작 10대 20대 주제에 현경 고수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혈소예는 투정을 부렸다. 당대의 천하 30대 고수 중 현경이 아닌 이가 드물었고, 화경이 있더라도 대부분 천마신공이나 폭혈에 준하는 방법으로 현경급 전력을 낼 수 있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천하삼십대 고수(혈겁난세) 중 가장 강한 존재는 파천신검, 미래천마, 그리고 혈교주 셋이었다. 그 뒤로 검제나 검성, 검후 등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삼십대 고수를 10대 후반~20대 중후반까지의 천재들이 줄을 이었다. 어떤 현경 고수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고, 혈소예는 이들의 재능에 대해 몹시 짜증을 부렸다.

- 젠장! 다 죽을 때까지 버티고 나왔는데 왜 이렇게 현경이 많은 거야?! 아무리 억 명 넘는 사람 중에 50명도 안 된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잖아!

중원의 사람 수가 억 단위라?

나는 그 엄청난 수에 믿을 수 없었지만, 억명 중의 50명이라고 한다면 현경의 비율이 얼추 맞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중원 곳곳에 퍼져있으면서, 우리의 앞을 항상 가로막았다는 것.

- 구파일방, 팔대세가 현경만 따져도 18명이야, 18! 한 세력에 현경 한 명 배당된 것도 아니고, 이게 뭐하자는 짓이야!

가는 곳마다 현경이 우후죽순으로 튀어나오니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으랴? 현경할당제라는 건 혈소예가 직접 이름을 붙이며 분통을 터뜨렸던 말이다.

- 가라, 혈강시! 현경들 다 흡수해버려!

그리고 모든 현경들은 혈강시에 의해 쓰러졌다. 남자는 죽었고, 여자는 범해졌다. 그들 중 한 명이라도 혈강시를 쓰러뜨렸다면, 나는 나를 죽인 자를 구천현녀가 아니라 또다른 존재로 기억하고 있으리라.

하여튼.

현경은 더럽게 많다.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아미파에는 현경 고수가 있다.

복호보살(伏虎菩薩).

갑자기 아미파의 삼류무사에 준하는 제자의 몸에 깃들어 현경급 무공을 선보인 존재.

혈교주에 대한 기습을 성공했으나, 혈강시에 의해 패배하자마자 냅다 육체를 버리고 도망친 존재.

이미 높은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될 수도 있었으나, 아미파라는 속세의 끈을 놓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 아미파를 수호하기 위해 귀신이 되어버린 존재.

전설 상으로는 아미파의 위기에 나타난다고 하며, 실제로도 아미파가 멸문에 준하는 상황에 우리의 앞에 나타났던 아미산의 지박령(地縛靈)!

그녀의 또다른 이명은 아미파를 수호하는 신령, 아미신녀(峨嵋神女)라고 한다.

무공의 수위는...당연히 현경.

살아있는 존재였다고 한다면 혈겁난세에서도 당당히 삼십대 고수 안에 들어갔을 초고수!

"죽어라, 색마!"

"젠장!"

나는 소나기처럼 몰아치는 검격을 쌍검으로 쳐내며 공격을 막았다.

뒤에서 염마와 빙마가 안절부절하며 지원을 나서려고 했지만, '류서시'가 워낙 빠르게 움직이는 터라 좀처럼 돕지 못했다.

"강하군. 아니, 아미파가 약해진 건가? 후우...."

류서시, 아니 복호보살은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토닥이며 한탄했다. 그녀의 뒤에는 붉어진 엉덩이로 벽에 끼인 세 명의 여인, 삼존녀가 여전히 음부에서 나의 정액을 뚝뚝 흘리며 기절해있었다.

"아미파에서 가장 강하다는 무인 셋이 색마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다니. 색마가 강한 것도 있지만, 아미파가 너무 약하구나!"

"젠장, 아미신녀는 아미의 위기에 나타나는 게 아니었냐고!"

"지금이 위기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지?"

복호보살은 아정사태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어깨를 으쓱였고, 나는 차마 할 말이 없었다.

"현존 아미파 최강인 여인 셋을 열합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에 제압한 현경 색마. 그리고 색마를 보좌하는 화경 둘."

"네? 저는 초절정인데요?"

"아, 젠장."

스스로 깨우치기를 바랐는데, 적에게 그만 알려지고 말았다. 검은머리 유설라라면 그냥 고개만 갸웃거리겠지만, 지금 그녀는 천마신공까지 활성화한 상태.

"......아아, 그렇구나. 어느새...."

그녀는 화경 초입에 올랐음을 자각하고 말았다. 당서희는 유설라를 부러워하는 눈치를 보였고, 유설라는 은근히 기대하는 눈빛으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 그렇다고 아직 확정은 아니다."

내게서 방중술로 착정, 그러니까 정자를 쥐어짜내는 것에 성공한다면 모를까, 아직 그녀는 완전한 화경에 이르지 않았다.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아직 초절정. 몸은 이미 준비가 되어있지만 정신이 아직 깨우치지 못한 상태였으나, 복호보살이 그만 유설라의 경지를 까발리고 말았다.

"당신 때문에 우리 애 화경 안 되면 각오하시오."

"...호호, 색마 주제에 자기 여자는 정말이지 아끼는 구나.

나는 유설라를 애매한 상태로 만들어버린 복호보살에게 진심으로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었다.

"자기 여자는 애틋하게 챙기면서, 다른 여인들은 이 모양으로 만들다니."

"...조금 심했나?"

대머리를 보기 싫어서 벽에 구멍을 뚫고 박았는데, 막상 이렇게 보니 꼭 어느 창관에서 이상성욕 가득한 자들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놓은 곳 같았다.

"하지만 사과하지 않겠다. 잘못이 있다면, 머리칼을 밀어버리려고 했던 저 노인네들 탓이야!"

"그건 공감."

"뭐?"

복호보살은 류서시의 기다란 머리칼을 스스로 만지작거리며 옅게 웃었다.

"나도 여인으로서 원로들의 행동에 대해 조금 과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네놈이 이들을 상대로 저지른 짓에 대해 살겁을 행하지 않겠다."

"여인의 정조를 범한 것보다 여인의 머리칼을 자른 행동이 더 악랄하다?"

"업이라는 것이 그런 거지. 만약 이들이 진심으로 규율과 법칙을 내세울 때 아미파를 위한 행동이었다면 나는 우리 아이들을 품었을 것이다. 하지만 뭐...늙은이들의 추악한 질투일 뿐."

복호보살은 쓰게 웃으며 검을 뒤로 그었다. 그러자 벽이 순식간에 갈라져 무너져내렸고, 세 여인은 다리가 있는 안쪽으로 뒤로 넘어지듯 떨어졌다.

"그러나 아미파를 건드린 건 용서할 수 없다."

"...!!"

눈 깜짝할 새, 복호보살은 벽을 수십 조각으로 자르고 허공섭물을 이용해 삼존녀를 잡아당겼다. 나는 복호보살의 엄청난 힘에 주먹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색마여! 이 복호보살이 너를 계도해주마."

한 번 상대해 본 적이지만, 몸이 절로 긴장한다.

'빠르다.'

과거 혈강시로서 혈교주를 지키지 못했던 몇 안 되는 순간이 떠올라 입안이 바짝 마른다.

나는 나를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염마와 빙마는? 복호보살이 나를 무시하고 바로 염마와 빙마를 노린다면, 나는 신속에 가까운 검을 막아낼 수 있을까?

'여차하면 전력으로.'

염마도 빙마도 다치게 할 수 없다. 나는 쌍검 중 하나를 아래에 역수로 꽂은 뒤, 검 하나를 양손으로 움켜쥐며 앞으로 겨눴다.

"호오, 이제는 조금 색마같지 않아보이는구나."

"현경급 고수 상대로는 진지하게 상대하려고 노력하는 중이거든."

검신에 붉은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설령 사천 다른 문파의 초고수들이 내 기운을 느끼고 아미산까지 온다고 하더라도, 천마신공까지 운용하며 전력을 뿜어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내공을 긁어모은 것은 내 몸을 지키기 위함인가?

아니다.

'내 것'을 지키기 위함이다.

"여차하면 정체고 나발이고 전력을 써라."

"...알겠어요."

당서희는 철선을 펼치며 다른 손에는 날카로운 비침을 마디마다 움켜쥐었다. 사실상 당가의 존재라는 걸 스스로 밝히는 셈이었고, 중려신화정까지 쓰면 당서희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셈이었다.

당문이 아미파를 습격했고, 당서희는 사실 염마더라!

유설라는 사실 빙마였고, 사실 북해 빙궁주더라!

설령 그 모든 진실이 드러나는 한이 있더라도, 살아남는게 더 중요했다. 그만큼 눈앞에 있는 적은 난적이었다.

"싸우기도 전에 본격적으로 살기부터 뿜어내다니. 쯧쯧, 요즘 젊은이들은 말 한 번 붙이기 참 어렵다니까."

복호보살은 어깨를 으쓱이며 뒤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기절해있던 삼존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사락.

바닥에 떨어진 소복을 챙겨입은 삼존녀들은 이지를 상실한 듯한 눈빛으로 검을 들어올렸다.

"섭혼술이라도 되는 건가…?"

"아미산에 나처럼 지박령으로 남은 장로들이 많아서 말이야. 호호호, 모두 화경급 고수란다. 마교십마 중 둘을 상대하기에는 안성맞춤이지."

완전히 우리를 죽이려고 작정한 상대다. 나는 괜히 아미파를 습격한 건가 조금 후회가 되었지만….

'이 정도 난관은 있어야지.'

언제까지 쉽게쉽게 넘어갈 수는 없다. 그리고 이번 전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걸 생각하면 다소 위험은 감수할 수 있다.

"비록 넷이기는 하지만...항마복룡진을 펼친다!"

"""예!!"""

삼존녀는 빠르게 흩어지며 우리를 향해 검을 겨눴다. 이미 그들의 눈동자도 쾌감에 젖은 삼존녀가 아닌, 날카롭게 벼려진 혼령의 것이었다.

'산동성에서는 귀신 들린 인형들을 상대했더니, 이제는 귀신 들린 여고수들을 상대하는구나.'

참으로 기가차지만 나는 검을 들었-

"...음?"

사락, 사락.

항마복룡진의 진법 구성이 뭔가 이상했다. 원을 중심으로 ⅓ 씩 자리잡는 삼존녀의 움직임에 나는 절로 복호보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훗."

복호보살은 느긋한 발걸음으로 자신이 베어 부순 벽 너머로 걸어나갔다. 나는 그녀의 배려 아닌 배려에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고마웠다.

"...2:3, 할 수 있겠나?"

"후후, 재미있겠는데요? 안심하시고 다녀오세요."

"못할 것도 없습니다. 저희는 무사할테니...꼭 이겨주세요."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늦은 밤이지만 이곳은 아미파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이미 수많은 장로와 제자들이 산 아래로 내려가 성도 근처를 뒤지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아무리 전력을 낸다고 한들...응원군이 올 때까지 최소한 몇 시진은 걸릴테지."

즉, 아미파에 남아있는 이들 중 제법 강한 이들은 우리의 전투에 끼어들지 못한다. 나는 둘을 향해 아랫도리를 툭 손으로 치며 눈을 찡긋였다.

"오늘 살아돌아가면 셋이서 질펀하게 놀아보자꾸나."

"참...그런 말로 응원해주시면 저희가 '예!'하고 답할 것 같아요? 예!"

"살아돌아가야 할 이유가 생겼군요."

이 싸움이 끝나면 염마와 빙마를 함께 취하겠어.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밤바람을 만끽하던 복호보살은 류서시의 검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다 나를 향해 검을 겨눴다.

"후후, 아주 순애보 납셨구나. 색마 주제에."

"원래 성교는 육체의 쾌락 뿐만 아니라 정신적 쾌락과 교감이 함께 할 때 극의에 이르는 법. 그냥 범하고 다니는 건 진정한 색도가 아니지."

"하하하, 학문이라도 만들 기세로구나!"

"몰랐나? 이게 바로 성리학인 것을."

나는 검을 들고 가볍게 기수식을 취했다. 아미파의 검법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어지간한 속도로는 부족했다.

"아미신녀, 그대를 최대한 빨리 쓰러뜨리고 떠나겠다."

"호호호, 그게 과연 쉬울까? 네놈이 강호에 너만큼 강한 자가 열손가락 정도에 꼽을 정도라고 한들, 아주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구나!"

"열손가락? 흐흐, 웃기는군."

열손가락이 아니라, 그 누구도 나를 넘볼 수 없다.

"나는 중원 모든 이의 위에 서있는 유일한 존재, 유일색마다."

"훗. 지금까지 나는 수많은 색마들을 만나왔지. 하지만 그 누구도 백도 무림의 정의 앞에 이겨내지는-"

사아아.

내 검 끝이 자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서서히 피어오르는 매화향에 복호보살의 표정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네놈?"

"정당하게 이겨서 얻은 힘이다."

직접 내공을 얻고 심득을 배웠으니, 당연히 내공심법 또한 터득했다.

"강호에 현경이 너무 많으니, 내가 직접 모두 베어넘기는 수밖에."

구파일방과 팔대세가.

각 세력마다 1명씩 현경이 있다고 친다면, 나는 이미 한 명의 현경을 쓰러뜨렸다.

검선, 적성자.

"네놈...다른 무공도 아니고 자하신공을 써?! 화산의 도사면서 어찌 이런 색겁을 일으킬 수 있단 말이더냐?!"

"화산이라니. 무슨 섭한 소리. 자하신공을 쓴다고 해서 꼭 화산파는 아니지. 류서시의 기억을 읽었을텐데? 나의 실력을."

사아아.

아미산에 핏빛과도 같은 매화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검을 빙글 돌리며, 가볍게 땅을 밟고 뛰어올랐다.

"괜히 나중에 겁먹고 도망가지 말고."

사아아아-----!!

"오늘 밤, 비천색마가 아미산의 가장 아름다운 꽃을 꺾어가겠노라!"

수많은 적자색 매화꽃이 아미산 봉우리를 뒤덮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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