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338화 (338/568)

--------------------

아미파에 드리운 음모를 파헤쳐라

제자들이 아무도 모르게 탈주한 유설라를 찾는 동안, 아미파 원로 중의 원로 '삼존녀'는 셋이서 함께 불상 앞에 모여 기도를 올렸다.

"제자들이 과연 유설라를 잡을 수 있을까요?"

"잡을 겁니다. 고작 사랑 따위에 눈이 멀어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으려고 하다니. 그런 무례하고 막되먹은 자에게는 불경을 외우게 해야 합니다."

"부디 제자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할텐데...나무아미타불."

셋은 기도를 올리며 눈을 감았다. 제자들과 장로들은 아미산을 벗어나 유설라의 흔적을 찾느라 애를 쓰고 있는 동안, 셋은 그들이 빨리 유설라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제자들은 꼭 유설라를 잡아올 겁니다. 그동안 우리는 이걸…."

"아니, 이건…!

"저 멀리 서역에서 들어왔다고 하는 겁니다. 달팽이라는 것을...이리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삼존녀는 주먹만큼 작은 통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하얗고 끈적한 것이 마치 굳은 기름과도 같았고, 삼존녀는 그걸 자신들의 얼굴에 펴바르며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하아, 요즘 계속 주름이 짙어져서…."

"영약을 바꿔보는 건 어떻습니까? 요즘 하수오가 그렇게 좋게 나온다고 하던데…."

"공양물로 들어오는 것들이 이번에는 영 시원찮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류서시 그 아이가 대외적인 활동이 뜸해서 그런게 틀림없습니다."

"그러면 그 아이를 참회동에서 꺼내 대외적으로 공표하도록 할까요? 반로환동하여 아미봉 시절의 미모를 되찾았다고 하면 분명 음습한 자들이 얼굴 한 번 보러 아미산에 찾아들 겁니다."

"좋은 말씀입니다. 이미 닳을대로 닳은 몸, 문파를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야지요. 후후."

삼존녀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저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색마에게 범해지지만 않았어도…."

"색마에게 범해질 운명이라는 게 아니겠습니까?"

"미모가 독이 되어버린 셈이로군요. 아미타불."

입밖으로는 내뱉지 않았지만, 셋은 강호에 젊음을 구가하기 위해 나간 류서시가 다시금 색마에게 범해진 것에 대해 악어의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그나저나...느꼈습니까?"

"본 당의 분위기가...다소 변했군요."

스륵.

삼존녀는 동시에 허공섭물로 검을 당겼다. 그리고 검을 움켜쥐기 무섭게 천장이 무너져내리며 검은 인영이 나타났다.

"습격자!"

삼존녀의 비명과 함께 습격자들은 삼존녀를 덮쳤다. 사람을 맞춰 온 듯 셋이서 특이한 복장으로 나타나 순식간에 삼존녀를 포위했다.

"큭, 건방진…!"

삼존녀는 알몸에 가까운 옷차림의 여인과 정숙하지만 몸의 선이 훤히 드러나는 옷차림의 여인을 상대로 이를 갈았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자신들은 누릴 수 없는 젊음을 만끽하는 모습에 부아가 치민 것이다.

"안전? 내 옆 만큼 안전한 곳이 또 없지."

남자로부터 울려퍼지느 중후한 목소리. 목소리에 실린 내력 만으로 삼존녀는 전의를 상실하고 발았다."

"도대체...현경 급 고수가 왜 이런 일을…?"

"얌전히 잡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너희들의 무공 수위는 이미 익히 알고 있지."

"흥…! 아미파의 중심을 건드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삼존녀는 기세를 끌어올리며 역으로 다당히 소리를 질렀다.

"우리에게 두 시진마다 연락이 없을 경우, 아미파는 바로 움직일 것이다!"

"아, 그러셔? 근데 두 시진이면 충분히 떡을 치고도 남으니까 걱정마라."

남자가 가볍게 손을 튕기자, 삼존녀가 서있던 바닥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뭣?!"

"이, 이건 사술?!"

"빙공이다 이 말이야."

머리칼이 들키지 않게 위장한 유설라는 아무 말 없이 빙기를 일으키며 삼존녀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저들 때문에 모발이 노려진 걸 생각하면, 유설라의 분노는 천마신공과 더불어 삼존녀를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도록 만들었다.

"흥! 고작 이 정도의 사...술…로…?"

삼존녀들의 얼굴이 점점 굳어가기 시작했다. 남자는 허공섭물로 바닥에 내팽겨쳐진 분을 끌어당겼다.

"마비독."

"뭐, 뭐…?!"

삼존녀는 더이상 저항하지 못했다. 남자는 내공을 바로 극의까지 일으키며 달려들었고-

"비상패륜각!"

내기를 둘러 보호하는 등판을 걷어차 제압했다.

"이, 이런…!"

웃어른에 대한 공격으로, 남자는 현경의 힘을 즉각 발휘하여 삼존녀를 제압했다.

다소 쉬운 제압?

"급하다, 급해."

남자는 삼존녀들을 더욱 단단하게 얼리며, 자신의 양물로 단단하게 만들었다.

* * *

어둠이 짙게 깔린 늦은 밤.

우리는 아미파의 가장 깊숙한 곳,어느 곳보다도 가장 휘황찬란하고 아미파스럽지 않은 곳에서 삼존녀를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잘했다. 염, 빙."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지시대로 전부 얼렸습니다. 마비독 또한 들어갔으니, 당분간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삼존녀는 황금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삼존불의 앞에 얼어붙어 있었다. 당서희의 마비독에 중독되고 유설라의 빙백신공에 얼어붙은데다가, 내가 점혈로 화룡정점을 찍었다.

"역시 사천당가. 마비독 쓰는 실력 한 번 확실하구만."

"후후. 소공녀 님께 패배하고 당가의 무공을 열심히 수련했답니다. 저는 중려신화정만 있는게 아니라고요."

중려신화정이 막히자 절정 수준의 이시아에게 손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패배한 것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당서희는 당가의 비고에서 당가의 무공을 열심히 익혔다.

그 수준이 내 가늠으로 벌써 초절정.

역시 중려신화정이라는 신공마저 익힌 무공에 대한 재능은 당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당가에서 이름을 크게 떨쳤다고 하는 <옥면지주>에 준한다고 해야할까.

'90년도 전의 인물이니 별 의미는 없지만.'

당서희의 재능을 비교하기 위해 굳이 90년도 전의 인물을 끌고와야 할 정도로 당가는 인재난이 심했다. 정확히는 백도에서 이름을 날린 이들이 적었다.

전대 독마부터 염마, 적마에 이르기까지 재능있는 이들은 모두 마교에 투신했다. 당서희가 빠지면 어찌될 지, 사천당가의 미래가 심히 걱정되는 바이다.

그리고 유설라.

"...으음."

검은 머리에서 다시 흰 머리로 되돌아온 그녀는 손을 여러번 쥐락펴락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마치 무언가 잡힐 듯 안 잡힐 듯 고민하는 모습에 나는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뒀다.

"저기, 주군. 그…. 빙마 말이에요."

"쉿."

실마리를 잡은 순간을 괜히 건드릴 필요가 없다.

"자각할 수 있도록 조용히 하자꾸나."

"후후, 알겠습니다. 주군."

30살이 되기 전에 화경에 이른다면 왕소현처럼 반로환동이나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 안심하고 유설라의 자각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럼 삼존녀에 대한 본격적인 계략을 실행해볼까."

짝.

나는 유설라의 머리가 복잡해지기 전에 손뼉을 쳐서 주의를 환기했다. 여전히 삼존녀는 삼존불 상을 향해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들의 위에 넓은 비단천을 씌워 들고 옮겼다.

"다른 곳으로 옮기시게요?"

"불상 앞에서 하는 건 좀 그렇군. 불경을 외우지 못할 망정, 불경한 짓을 할 수는 없는 법."

"......."

삼존녀를 얼어붙게 만든 힘이 워낙 강해서 그런지 조금 날씨가 으스스했다. 나는 삼존녀를 그들의 방으로 추정되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방 안으로 들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을 잡아 돌린 뒤 벽을 향해 바라보게 만들었다. 앞으로 있을 아주 멋진 장관을 위해, 나는 주먹을 움켜쥐고 빠르게 앞으로 내질렀다.

벽력신권, 일점돌파!

파---앙!

벽이 무너지는 소리보다 벽에 구멍이 뻥 뚫리는 소리가 더 빨랐다. 나의 벽력신권은 흙벽에 주먹만한 뚫었다.

"이제 이것을...엇차."

나는 강기를 씌운 검으로 구멍을 최대한 넓게 넓혔다. 유설라는 얼음인형의 상체를 내가 넓혀놓은 구멍 안으로 밀어넣었다.

"팔을 위로 뻗게 만든 상태로 얼리기를 잘 했네요."

"그러니까. 흐흐흐, 이러니까 구멍 안으로 도망치려는 것 같지 않느냐?"

삼존녀들은 셋다 벽의 구멍을 향해 뛰어드는 자세가 되었다. 여전히 그들은 얼어붙은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들을 구속한 얼음감옥은 안쪽이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나름 죄다 초절정의 끝은 된다 이거지? 흐흐, 빙마의 전력이 담긴 빙백신공을 녹게 하다니 정말 대단하군."

"...천마신공 안 쓰고 한 겁니다. 천마신공 썼으면 아예 죽여버렸을 겁니다."

유설라의 살벌한 말대로, 그녀는 빙백신공을 사용하며 상당히 힘조절하여 셋을 얼렸다. 만약 천마신공을 극성으로 일으키고 셋을 얼렸다면 바로 동사자 셋이 나왔을 것이다.

즉, 살아있는 수준으로 얼린다면 속에서부터 저항하는 몸의 열기 때문에 녹을 수밖에 없다. 빨리 행동하지 않으면 얼어붙은 몸이 녹아내려 크게 저항하리라.

"흐흐, 슬슬 녹기 시작하는구나. 그래도 괜찮다. 이미 포석은 깔아뒀으니. 설라야, 벽에 뚫어놓은 공간을 얼음으로 채워다오."

사아아아.

유설라가 뿜어낸 빙기는 내가 뚫어낸 구멍과 삼존녀의 허리 사이에 남은 빈공간을 가득 채웠다.

내가 그녀의 하단전에 손을 올리며 나의 빙백신공까지 운용했으니, 삼존불은 이제 허리를 자르거나 벽을 부수거나 하지 않는 이상 벽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시작해볼까...훗. 염, 녹여다오."

"네."

당서희는 삼존녀를 향해 손을 뻗으며 불씨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세 여인의 등허리에 떨어진 불씨는 금방 한기와 어우러졌고, 딱딱하게 굳어있던 몸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오우야. 옷 입힌 상태로 얼렸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진짜 보기 흉할 뻔 했군."

"...혹시 이거 하실 건가요?"

당서희는 손바닥을 찹찹 부딪히며 내게 물었고, 나는 그녀에게 바로 즉답했다.

"하긴 해야지. 근데 지금 이 상태로는 말고."

아무리 중년미부까지 취하겠다고 한들 '노인'은 아니다.

내가 이번 생에 지금까지 취한 여인 중 가장 나이가 많이 든 여인은 70대인 뢰마라고 할 수 있지만, 그녀의 외모는 관리를 정말 잘 해서 30대 후반으로도 볼 수 있을만큼 얼굴도 몸도 상당히 예쁜 편이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삼존녀처럼 소위 '나잇값'을 하는 존재들을 상대로는 그냥 할 수 없다.

'이대로 할 바에는 차라리 다 죽이고 염마랑 빙마랑 하지.'

바로 옆에 내가 얼마든지 취할 수 있는 젊고 예쁜 여인들이 있는데, 뭐하러 머리도 벗겨지고 심보 고약한 노인들에게 색겁을 저지른단 말인가?

"마음에 걸리는 것들을 바꿀 것이다."

머리가 벗겨진 건 벽 너머로 상체를 밀어넣은 것으로 해결했다. 벽에 생긴 구멍 아래로 하반신만 늘어졌기에, 나는 삼존녀의 반짝이는 머리를 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남은 한 가지 요소는...아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지."

고오오오.

나는 유설라에게 건네받은 천수관음봉에 나의 기운을 살짝 불어넣었다. 많은 양을 사용하면 아까우니까 아주 조금만, 속을 뒤집어버릴 수 있을 만큼만 내력을 불어넣었다.

꿈틀, 꿈틀.

천수관음봉은 살아있는 것 마냥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침 삼존녀들이 하나 둘 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바깥도 서서히 얼음이 녹기 시작했을테니, 서로 상황을 이야기하며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고자 할 것이다.

별 건 없고, 색마들에게 기습을 당했을 뿐.

별 게 있다면, 그들은 나에 의해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날 거라는 점.

"내가 너희를 반로환동시켜주마."

화륵. 당서희가 중려신화정으로 삼존녀의 하의를 불태워버렸다. 그리고 나는 빙백신공의 기운을 이용해 가장 음기가 깊은 곳을 향해 집어던졌다.

푸-욱!

천수관음봉은 삼존녀의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나는 전방을 향해 내공의 운용에 집중하며 세 여인의 몸 속 가득한 내공을 일깨웠다.

"박을 때 박더라도, 일단 반로환동하고 난 다음 박아야지."

그냥 박을 수 없다면 박을 수 있게 바꾸면 된다.

늙은 몸뚱아리를 젊은 상태로 만들어 최소한 내가 시도는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세 명이 동시에 반로환동하려면 제법 많은 내공이 필요하겠지만….

"너희들의 내공을 그대로 써서 탈진시키겠다."

나는 삼존녀의 내공을 모조리 반로환동에 필요한 내공으로 써버릴 것이다.

내공도 소진되고, 벽에 틀어박히고, 밖에서 눈치챈 이들에게는 수치심을 주는 일석 사조.

나머지 하나?

'벗겨진 머리 안 봐서 좋고.'

꿈틀, 꿈틀.

아주 천천히, 삼존녀의 피부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삼존녀의 육체 변화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처녀 시절 어서오고."

* * *

그 시각.

"......아미타불."

관음보살상의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하던 류서시는 몇 번이고 스스로를 되뇌이며 괴로워했다.

"저는 어찌하면 좋겠...으윽?!"

류서시의 몸에서 은빛의 기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류서시는 몸부림을 치며 주저앉았고, 곧 실이 조종당하는 인형처럼 몸을 일으켰다.

"......하."

류서시(?)는 한숨과 함께 몸을 가볍게 털었다. 그녀의 눈은 은색으로 물들어있었다.

"본녀를 다시 나오게 하다니.... 이번에는 또 어떤 색마가 천하를 어지럽히는고?"

여인은 가볍게 하품을 하며, 색마가 있는 곳을 향해 몸을 돌렸다.

"흐아아암.... 빨리 끝내고...가서 자야...."

여인은 비틀거리며 정처없이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작품후기]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