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333화 (333/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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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 사천

당서희와 하룻밤을 보낸 뒤.

나는 그녀의 품에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아이, 조금만 더요...네?"

당서희는 지금 이 순간의 쾌락을 만끽하겠다는 듯, 내 양물을 끼우고 위에서 잠들었다. 아니, 잠들지 않았다.

내가 자는 순간 마저도 내 양기를 착정하며 위에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덕분에 그녀는 지금 내게 범해지기 이전의 내공을, 그러니까 전성기 시절의 힘을 되찾았다.

"하아, 진짜 떨어지기 싫다...."

"떨어지면 금제 때문에 바로 내공 손실이 일어날테니."

"그러니까요. 후후, 하지만 이제 얼마 안남았어요. 제가 과거의 창기에 대한 3년상을 치르고, 진가장에 들어갈 날이...."

당서희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애교를 부렸다. 나는 그녀의 머리칼을 가지런히 정돈하며 등을 토닥였다.

"미안하지만 나는 너를 정실로 맞이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알고 있겠지?"

"참으로 쓰레기같은 이유지만 당연히 알고 있죠. 처녀가 아니라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 네 말마따나 쓰레기같은 이유지만...그렇다고 생각을 꺾을 것도 아니다."

내가 건드리기도 전에 이미 다른 남자를 품었던 여자라면 정실로서, 그러니까 천가장에 들일 수도 없다. 천가장에 있을 여인들은 오직 나만을 바라보며 평생동안 나만 보고 살아가야 할 여인들이다.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다. 원래 이기적이니까."

"이기적으로 살기로 한 게 아니고요?"

"그건 무슨 소리냐?"

"주군의 이기심은 상당히 비틀려있기는 하지만...그래도 진가장이라는 걸 만들어주셨잖아요. 그럼 됐어요. 저는 진가장에서 살래요."

당서희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위에서 계속 몸을 비볐다.

"아이를 낳고 살 것도 아니고, 가문은 방계의 여인이라 이을 필요도 없어요. 그러니까 저는 평생 주군의 자지만 탐하면서 살래요."

"너...."

"그렇게 살다가 늙어서 현경으로 올라가면 환골탈태, 반로환동으로 처녀시절로 되돌아가고. 처녀막만 없을 뿐이지...몸은 처녀가 되는 셈이잖아요? 그럼 분명 주군께서는 또 박아주실 거란 말이죠."

나는 지금까지 많은 여인들을 만나왔다.

내가 자신에게 보이는 순수한 욕망에 매료된 이도 있었고, 내가 주는 가르침에 매료된 이도 있었고, 내 순수한 힘 자체에 매료된 이도 있었고, 내가 베푼 은혜에 매료된 이도 있었다.

하지만 순수하게 내가 가진 '남근' 하나에 매료된 여인은 당서희가 처음이다.

진가장에 들어오겠다고 하는 것도 오직 나와 떡을 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극히 간단한 이유라, 나는 개인적으로 살짝 오한이 들었다.

"하아, 주군이 남자 중에 최고에요."

"말이라도 고맙군."

"농담 아닌데."

"흐흐흐, 그래. 내가 천하제일을 논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할 자지."

당서희는 싱긋 웃으며 내 쇄골에 입을 맞췄다.

"방중술로 천하제일을 논하라면 제가 천하제일인데요?"

"너는 여인 중에 천하제일을 논할 후보지, 천하제일까지는 아니다. 너보다 잘하는 여자가 최소 한 명은 있어."

"...정말요? 누군데요?"

"있다."

노력하는 수재는 천재를 이길 수 없는 법. 아무리 당서희가 경험이 많다고 한들 임신천재를 이길 수 없으며, 또한 임신천재 또한 이길 수 없는 존재가 존재한다.

천 외 천.

하늘 위에 또다른 하늘이 있는 것처럼, 천하제일의 여인은 이미 한 명 존재한다. 아마 내가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다면, 그녀의 위에 기절하듯 쓰러져 패배하고 말리라.

"그건 묵과할 수 없네요. 순결이라면 모를까, 이걸로 지는 건 제 자존심에 걸리는 문제에요!"

"보통은 무공을 논하거나 그러지 않나?"

"에잇, 무공을 익힌 것도 다 이 짓 하려고 익힌 거란 말이에요! 무공을 배우면 더 오래, 더 잘 할 수 있다고!"

"......그건 맞지."

남녀간의 성교는 기본적으로 체력이 기본이다. 아무리 성기술이 좋으니 다른 방법이 좋으니 논의해봐야 결국 체력이 부족하면 지쳐 쓰러지기 마련.

무림인은 성교에 있어서 가히 특화되어있다고 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러기에 채음보양이니 동자공이니 하는 기술도 생겨나지 않았겠는가?

"어떤 여자인지만 얘기해주세요! 제가 그녀보다 더 밤일을 잘한다는 걸 증명해보이고 말테니!"

"...일단 남자의 고혈을 전부 짜낸다는 의미에서, '혈녀'라고 지칭하자꾸나."

"혈녀요...? 아래에 피를 몰리게 해서 혈녀라거나...? 푸흐흣, 좋아요. 그럼 그 혈녀보다 더 잘 조이고 더 잘 꼴리게 하는 여인이 될 게요! 저는 그러면 엄청 대단한 구멍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혈녀(穴女)가 될래요!"

근간은 무림인인데 방중술로 대결 의욕을 가지는게 참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게 당서희가 무공을 발전시키는 힘이 된다면 나는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미안하지만 너는 이미 시작부터 졌고, 끝조차도 졌다.'

처녀도 아니고, 잘 낳을 여인도 아니다.

그래도 지금은 당서희만큼 잘하는 여인이 또 없다. 채음보양도 다른 여인들에 비해 의미가 없고 효율은 낮지만....

'긴밤에 쩔었으니까 됐어.'

채음보양이 어떻든 무공이 어떻든 방줄술 하나라도 잘 하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 진사월도 방중술 하나 만으로 진가장의 가주 자리를 받지 않았던가!

"그래, 그래. 마침 구멍 얘기가 나와서 하는 얘기인데 말이다, 당가의 비밀서고에서 밖으로 통하는 개구멍 아직 살아있지?"

"네? 그거라면 진즉 입구를 막았는 걸요."

"막힌 구멍이라면 다시 뚫으면 된다는 얘기 아니냐. 그리고 네가 설마 뚫지도 못하게 막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당서희는 게슴츠레 웃으며 답변을 회피했다. 역시 괜히 십마가 아니고, 괜히 염마가 아니구나 싶었다.

"설령 불가능하더라도 또다른 구멍이 있겠지."

"제게도 또다른 구멍이 있기는 한데 그걸 찾으시는 건 아닐테고.... 근데 몰래 나가시는 거라면 입구로 나가셔도 되잖아요."

"아니, 너를 데리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저를요?"

당서희는 진심으로 놀랐는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가 굳이 나갈 이유가 있다면...그쪽 밖에 없는데."

"그래. 그쪽에 가야할 일이 있어 너를 찾았다."

그래도 좋게좋게 헤어졌는데 설마 문전박대하지 않겠지.

"하오문에 가자."

나는 당서희를 데리고 그녀의 옛 직장(?)에 방문했다.

* * *

쿵.

당예진은 자신의 방에 들어와 바로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베개에 얼굴을 들이박으며 괴로워했다.

"으으, 내가 무슨 짓을...."

몸이 젊어지면서 육체도 젊은 시절의 혈기를 되찾는 걸까? 당예진은 손가락과 아랫도리의 감촉에 눈을 지긋이 감았다.

"요즘 젊은 것들이란...."

현경 고수이자 독선(毒仙)인 그녀였으나, 후손이라고 할 수 있는 당서희와 색마의 행위는 지극히 충격적이고 폭력적이었다. 특히 젊은 시절 자신과 똑 닮은 당서희가 색마를 상대로 보여준 '창기 행위'는 당예진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팔대세가의 금지옥엽으로 자란 그녀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하지 못할 배덕적인 행위!

아무리 이전에 들은 것이 있다고 한들, 진짜로 그런 식으로 남자를 대하는 모습에 어찌 충격적이지 않을 수 있으랴.

"서희...왜 나와 닮아서. 하아."

당예진은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정말 '하필'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당서희는 얼굴부터 몸매, 목소리까지 자신을 빼닮았다.

"언니...."

당가의 가계도 상, 당서희는 당예진의 쌍둥이 언니에게서 피가 흘러간 존재였다. 애초에 혈족의 피를 밖으로 쉽사리 내밀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당서희와 당예진이 닮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다만 그렇게 닮은 모습으로 남자에게 두 다리를 쩍 벌리며 아양을 떠는 건 보고 싶지 않다!

그것도 무림의 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색마'에게!

"......."

당예진은 고민에 빠졌다.

아직 자신은 색마에게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색마는 어째서인지 자신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눈치채지 못한 척 한다고 하기에는 그는 대범하게 당가에 침입하여 화골산우진을 뚫고 들어가 냅다 당서희를 안았다.

이미 사천 일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당예진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당서희가 염마로서 활동했던 것.

비천색마가 소공녀와 함께 동행하던 도중에 당서희를 하오문에서 끌어냄과 동시에 당가에 다시 밀어넣은 것.

지린염마가 아닌 비천염마로서 지내게 하며, 사천당가가 마교에 습격당하지 않게 지키도록 한 것.

실제로 마교는 사천 일대의 악명 높은 색마인 검담을 사칭하여 당가를 습격했다. 당예진 본인도 당시 당가가 걱정되어 경계중이었으나, 비천색마와 소공녀, 그리고 당서희의 활약에 의해 습격자들을 물리치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그 누구보다도 은원에 충실한 가문!

당가는 한 번 입은 은혜를 잊지 않는다. 원한도 마찬가지지만 은혜를 입은 이들에 대해 확실히 은혜를 갚는 이들이다.

"......침묵하는 게 좋은 걸까?"

당가로서의 자신인가, 아니면 독선으로서의 자신인가. 언제나 당가의 사람들은 가문과 무림 사이에서 고민해왔고, 대부분은 가문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번 일의 규모는 다르다.

비천색마.

무림맹주 독고자영의 딸을 납치한 존재.

강호에서 이미 그에게 범해진 여인은 벌써 두 자리 수가 넘어간다. 그런 색마를 가만히 둘 수는 없다.

- 아아, 주군...! 저를, 저를 다시 태어나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서희 환생 보지 안에 잔뜩 사랑을 주세요...!!

하지만 항렬상 손녀뻘인 당서희를 생각한다면 또-

"에, 에잇!"

당예진은 베개를 집어던졌다. 이렇게 고민하는 건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다.

"간단히 생각하거라, 독선! 이곳은 사천! 사천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중요치 않다! 사천에서 일어나는 일만 생각해!"

당예진은 스스로의 뺨을 두드리며 자신에게 되뇌였다.

"놈이 색마짓을 하든 몸을 사리든, 너는 당가의 독선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거다!"

그녀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 뿐.

당가에 피해를 끼치느냐, 당가에 이득을 가져오느냐.

"어차피 후계자로 꼽을 만한 애들 둘이나 마교에서 십마 노릇을 하고 있는데...이 참에 아예 마교에 투신해버려? 서희가 색마의 첩이 된다면...흐음.... 아니야, 아이를 낳게 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어. 그럼 색마와 혈연을 맺으려면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당가에 지금 아이를 낳을 만한 여인은...."

당예진은 홀로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론에 도달했다.

"어라. ......나 뿐?"

갑자기, 당예진의 머릿속에는 질내사정을 받고 쾌락에 몸부림을 치는 당서희가 떠올랐다.

* * *

하오문을 방문하기 전.

나는 개구멍을 통해 빠져나온 당서희를 데리고 나와 그녀를 변장시켰다.

"출가하기 전에 꼭 이런 모습으로 지냈는데."

당서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정숙한 복장을 입혀놓으니 나름 순하고 미려해보였다. 평소에는 화장을 짙게하고 요염하게 웃는 요부라고 한다면, 지금 모습은 순한 양과도 같았다.

"그런데 주군, 아래가 엄청 답답한데요."

"참아라."

"뜨거워서 금방 젖을 것 같아요."

"땀을 얘기하는 거지?"

"글쎄요~"

당서희는 죽립으로 머리를 가리며 씩 웃었다. 당가에 들어간 뒤로 사실상 처음 외출을 하는 셈이니 상당히 신이 나 보였다.

"가는 동안은...오라버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그렇게 부르고 싶으면 그렇게 불러라."

상공도 가가도 좋지만, 오라버니도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당서희는 배시시 웃으며 내 팔에 엉겨붙었다.

"그러면 오라버니, 이렇게 나온 이유가 뭐예요? 하오문을 바로 가려고 하시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하오문에 가기 전에 잠깐 만날 사람이 있다."

나는 당서희를 데리고 약속된 장소로 먼저 이동했고-

"이번에 임무를 함께할 자다. 소개하지. 이쪽은 염마 당서희. 이쪽은...빙마 유설라."

"오랜만이네요, 공자. 그리고 지린염마. ...그런데 좀 떨어주시겠어요...?"

"호호호, 지린염마라니요. 저는 이미 대공자에게서 소공녀 측으로 전향한 몸이랍니다?"

"...떨어지라고 했을텐데."

백발 적안. 나는 유설라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 한 팔 남았다. 이리 와."

"......."

유설라는 일단 내 팔에 엉겨붙었다. 그리고 반대편에 있는 당서희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서로를 향해 본능적으로 경계하는 둘을 위해, 나는 둘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안으로 당겼다.

"염마, 빙마."

"네."

"말씀하세요."

"정보 수집이 끝나고 같이 식사나 하지."

자고로 사이가 좋아지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이리라.

"뭘 먹을 건데요?"

"혹시 제가 생각하는 그거…?"

"당연히 그거지. 가장 맛있는 거."

나는 둘의 손을 내 아래에서 함께 맞잡게 만들었다.

"나."

천하일미지.

[작품후기]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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