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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
그 시각.
객잔을 통째로 빌린 마교 대공자, 주지는 새근새근 잠든 홍기회주의 머리칼을 어루만지며 술잔을 기울였다.
"뢰마."
"예, 주군."
주지의 부름에 바로 뢰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와 달리 분칠을 하고 더욱 다소곳한 모습으로 변한 그녀는 관리잘한 40대 중년 여인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전력이 전부 몇 명이나 되지?"
"총원 400명 중 이류 이하는 없습니다. 모두 일류 이상으로 구성된 정예병이며, 그 중 50명 이상이 절정 이상의 고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강하군. 강해. 아무리 하오문주라도 이건 이길 수 없겠지."
"예. 공자님께서 직접 회유하신 음소색마도 있으니, 하오문주도 이번만큼은 미꾸라지처럼 도망갈 수 없을 겁니다."
음소색마!
여인의 몸으로 여인을 범하는 색마.
한 때 강호의 여인들을 다른 의미에서 공포에 떨게 만든 그녀는 현역에서 물러나 천산마교에서 지냈으나, 대공자의 부름에 응해 전면으로 나서게 되었다.
음소색마 뿐만 아니다.
마교의 여러 화경, 현경 고수들이 대공자를 돕기로 했다.
대공자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두루 제안하여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고, 마교 내에서 서서히 지분을 넓혀나갔다.
그 수가 벌써 10명.
음소색마는 대공자가 구상하는 자신만의 십마 중 한 명으로, 편법의 고수다.
평소라면 대공자의 명이라고 한들 다른 이들에게 넘기거나 귀찮다고 하지 않았을 그녀가 몸소 마인들을 이끌고 하오문주와 '날조정보'를 팔러 온 이를 습격한 이유는 하나.
"정말로 태극화 사공희가 그들과 함께 움직였다고?"
"예. 압도적인 가슴 크기, 분명 사공희입니다. 그녀 이외에 이 일대에 그 정도의 무공을 가진 여인은 없을 겁니다."
그곳에 아리따운 여인이 있기 때문!
"사공희에게 분명 아붕이라는 제자가 있다지?"
"예. 음소색마가 꼭 여자만 범하는 자가 아니니...아마 사제를 둘 다 범하려 들겠지요."
음소색마는 약자만을 범한다. 여기서 약자라 함은 여자와 어린 아이, 그중에서도 미녀와 미소년을 주로 노린다.
그래서 그녀는 마인이다.
대공자 주지가 자신만의 십마로 뽑은, 인륜을 저버리고 오직 자신만의 이득을 위해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악인이다.
"곧 전투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전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흠. 여자는 다 범하고, 남자는 죽여. 하오문주는 일단 죽이지 말고 구속해."
주지는 자신의 옆에 누워 잠든 홍기회주의 머리를 토닥이며 비릿하게 웃었다.
"이 녀석이 하오문주를 죽이고 하오문을 이어받을테니."
"계획대로 되면 하오문은 공자의 것이 되겠군요."
"그래. 그리고 지금 강호에 널리 퍼진 나의 계획을 이루는데 돕도록 하는 거다. 누구나 색마로 몰리게 되는 시대. 그러면 추색살이 나서서 놈들을...흐흐."
대공자는 비릿하게 웃으며 술잔을 다시 들어올렸다.
"하오문주 최후의 날을 위하여."
* * *
예상치 못한 습격.
현재 배에는 나와 사공희, 하오문주, 미청년 궁사, 그리고 청기회주 다섯 명이 있었다.
다른 사공들은 일절 탑승하지 않았다. 배는 그저 주변이 잔뜩 물로 깔린 수상회담장에 지나지 않았고, 원래는 정해진 시각에 사공들이 오기로 했다.
그러나 와달라는 사공은 오지 않고 마인들이 와버렸다. 덕분에 하오문주와 우리가 탄 배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배 위에 오른 마인들은 하나같이 흑의를 입고 우리를 향해 칼을 겨눴다.
몇몇 특별한 복장을 갖춘 흑의인들에게서 날카로운 기감이 느껴졌고, 여기 그중 단연코 압도적인 1등은 음소색마였다.
'설마 여기서 이렇게 상대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음소색마는 내가 이름은 알고 있지만 딱히 걱정했던 존재는 아니었다.
'미래까지 살아남은 현경도 아니고 그냥 현경이면 뭐.'
그도 그럴게, 음소색마는 정마대전 당시 죽는다. 혈겁난세까지 살아남지 못하고 죽어버렸기에, 나는 그녀를 취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걸어다니는 인간 영약!'
그녀를 한 문장으로 비유하자면 나는 과감히 그녀를 채음하기 딱 좋은 여인이라 평할 것이다.
'동녀공을 익힌 몇 안 되는 존재.'
동자공이 한 번도 성행위를 해본 적이 없는 것을 바탕으로 막대한 내공을 쌓는 힘이라면, 그게 여인이 익힐 때는 우리가 동녀공이라고 칭한다.
속된 말로 처녀신공, 혈교주식 표현에 따르면 아다신공 등으로 일컫는 내공심법을 성명절기로 지닌 그녀는 동녀공 사용자 답게 상당히 강한 존재였다.
이 자리에서 오직 나만이 그녀를 상대할 수 있을만큼.
'사공희는 초절정, 하오문주는 화경.'
무림인이기는 하지만 무공을 익힌 무인이 아닌 청기회주는 논외다.
아직 정체를 가늠할 수 없는 미청년 궁사는 어느정도 수준인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역체변용술만 아니어도 바로 알아채는 건데.'
역체변용술로 내공을 쓰느라 기감을 정확히 펼치지 못하고 있다. 못해도 초절정이거나 화경 수준은 되리라.
배 위에 있는 전력은 상당히 약했고, 나는 사공희의 뒤에 숨어 하오문주의 눈치만 봤다.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태극화, 연붕, 두 명은 배 아래로 들어가시오. 저들은 내가 알아서 해결할테니."
"음소색마면 현경급 고수로 알려져있습니다만...괜찮겠습니까?"
"현경급이라고는 하나 내가 상대하지 못할 건 없소. 동귀어진을 각오한다면-"
"그럼 제가 상대하도록 하죠."
영약을 놓칠 수 없다. 나는 단걸음에 배 위에서 음소색마가 있는 배를 향해 뛰어올랐다.
"연붕!"
뒤에서 나를 향해 외치는 목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걱정을 잠재우기 위해, 일부러 허공을 밟고 달려 음소색마를 향해 각법을 날렸다.'
천마패륜각-!
"흥!"
음소색마는 채찍을 휘둘러 옆에 있던 부하 하나를 휘감았다. 그리고 부하를 나를향해 던졌다!
"커헉!"
부하의 척추가 우지끈 부러지며 동정호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나는 천마패륜각의 추진력을 잃고 배에 살포시 떨어졌고, 음소색마는 나를 비웃으며 손뼉을 쳤다.
"따먹히러 오다니, 용기가 가상한 걸."
"동녀공과 색마라는 게 참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나?"
"어머,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말투. 남장을 자주하나봐?"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음소색마는 입꼬리를 씩 들어올렸다.
"동녀공은 처녀막만 존재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내가 여인을 범하는 방법은…."
스륵, 스륵.
음소색마는 손가락을 서로 비비며 입맛을 다셨다. 그게 꼭 가위를 서로 비비는 듯한 모습이라 나는 그녀의 색마짓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바로 알아챘다.
"밴대질로 범한다고?"
"어머, 그런 상스러운 말보다 '보빈다'고 해주겠어?"
"...어느쪽이 상스러운가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철컥.
나는 허공섭물로 옆에 있던 자의 검집을 빼앗았다. 순식간에 검이 빼앗긴 마인은 몹시 당황했고, 나는 잘 벼려진 철검을 잡고 음소색마에게 겨눴다.
"대공자의 하수인이지?"
"그럼. 너는 대공자 님을 음해하는 자잖아. 맞지? 감히 대공자님께 일촌남근같은 소리를 하다니."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미래에서.
"어머, 이런 식으로 거짓말을 한다? 유감이네. 대공자님은 작지 않아!"
"뭐래. 손가락이랑 남근이랑 큰 차이 없는 놈인데."
"......아무래도 너는 곱게 죽지 못할 것 같네."
철컥, 철컥.
내 주변을 가득 채운 자들이 하나 둘 검을 들고 나를 겨눴다.
"저 건방진 여자를 생포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보란듯이 싹다 벗겨버리고 따먹어주겠어."
"...흐."
누가 할 소리.
카---앙!
나는 옆에서부터 찌르고 들어오는 검을 틀어막으며, 음소색마가 탄 배애서 전투를 시작했다.
***
"...허공답보. 도대체 저 여인의 정체가 무엇인가?"
"비밀이에요."
사공희는 뿌듯한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단신으로 적진에 뛰어들어 검을 휘두르는 연붕의 실력은 아무리 음소색마라 하더라도 쉬이 당해낼 수 없었다.
'여장만 아니셨어도.'
역체변용술로 내공의 일부를 사용할 수 없기에 현경급 전력은 낼 수 없다.
그러나 연붕은 검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검강을 만들고 뛰어난 검술로 마인들을 베어넘겼다.
"현경...초반은 되는 듯…?"
궁사는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알아챈 건지 알 수는 없었으나, 사공희는 내심 눈대중으로 알아챈 궁사가 놀라웠다.
하지만 놀랄 틈은 없다.
우와아아아---!
전투가 시작된 것을 계기로, 다른 배에 올라타있던 마인들이 배를 앞으로 몰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수가 무려 수백에 이르렀고, 배는 영락없이 포위당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못 볼 꼴을 보였는데 손님의 도움을 받아 적들을 쓰러뜨리게 되었다니...나 참. 민망하구만."
철컥.
하오문주는 주먹을 맞잡으며 손에 기를 불어넣었다. 자신 또한 배 위로 뛰어오르려고 했으나, 옆에 있던 궁사에 의해 제지되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궁사는 활을 밖으로 겨눴다. 그리고 화살도 없이 화살을 쐈다.
휘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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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처럼 날카로운 파공성이 일자, 빛의 화살이 동정호 물살을 가르며 마인들이 탄 배를 덮쳤다.
콰아앙----!
배는 폭발했다.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빛의 화살이 꽂힌 배는 산산조각나며 터져버렸고, 위에 타고 있던 마인들은 몸을 피할 새도 없이 폭발에 휘말려 동정호에 빠졌다.
"역시 여 형!"
"...크흠."
하오문주의 칭찬에 궁사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궁사의 말대로, 아직 배는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래서 궁사는 배들을 향해 화살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한 번 활을 당길 때마다 배 하나가 폭발하며 침몰했다.
첨벙, 첨벙!
그러나 마인들도 마냥 당하고 있지만 않았다. 화살이 떨어지기 직전 마인들은 미련없이 동정호로 몸을 던졌고, 헤엄을 치며 배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런…!"
한 명 한 명 제압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무림인을 상대로 일반 화살을 쏘와봐야 큰 의미는 없었고, 궁사는 이를 악물며 내력을 다스렸다.
"제가 처리하겠어요."
사공희가 옷을 슬쩍 들췄다. 그러자 치마 아래에서 빛을 뿌리며 네 자루의 검이 빠져나와 사방으로 흩어졌다.
"태극혜검…! 설마 치마 아래에서 무기를 숨겨왔을 줄은…!"
"처음부터 숨겨놓았는 걸요."
"...이거 한 방 먹었군. 흐흐."
하오문주는 머리를 긁적였다. 태극화가 전력을 다해 휘두르는 태극혜검의 어검술은 소문과 달리 더욱 정교하고 날카로웠다.
"태극화, 혹시…?"
"훗…."
사공희는 사방으로 검을 제각기 휘날리며 헤엄쳐오는 자들을 공격했다.
대놓고 살겁을 저지르지는 않지만, 어검술로 헤엄치는 이들의 어깨를 찌르거나 등을 베는 등 배 위로 오르기 전에 무력화 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작은 깨달음을 얻었을 뿐입니다."
철컹, 철컹!
태극혜검이 날아 움직일 때마다 마인들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크아아악!!"
마인들은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고, 궁사와 사공희가 열심히 움직일 때마다 마인들은 하나 둘 쓰러졌다.
상황을 타개할 음소색마도 연붕을 상대하느라 여념이 없는 상태.
여기까지만 본다면 마인들의 습격은 물거품이 된 듯 하지만, 아직 고수는 몇몇 남아있었다.
"대단하구나--!"
쿵!
전신을 흑의로 둘러쓴 남자는 빛의 화살과 태극혜검의 어검술을 뚫고 배에 착지했다.
"네놈은…."
"하하하! 본인은 진마방의 방주, 쾌진난격 진순학이니라!"
"......! 강소제일권!"
하오문주는 눈앞에 나타난 중년인에 소름이 돋았다.
"어째서! 당신이 왜?! 실종되었다고 들었는데…?!"
"하하하! 실종된 것처럼 꾸몄을 뿐이다. 실은 마교 대공자 님의 부름을 받아 그 분의 하수인이 되기로 했지."
"크윽…! 정파의 고수마저 마교로 끌어들이다니…! 정신을 차리시오!"
"나는 내 발로 대공자의 편이 되기로 했다. 거지같은 구파일방과 팔대세가를 모두 전멸시키기 위해!"
"큭…!"
복수.
아무리 정파에서 이름을 날리던 무사라고 해도, 복수라는 은원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분에게 충성을 증명하기 위해, 내 복수를 위해 죽어줘야겠다! 하오문주!"
진순학이 단걸음에 갑판을 박차고 달려 하오문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퍼억.
"...고작 이 정도로?"
주먹을 손으로 붙잡아 막아낸 하오문주는 비릿하게 미소지었다.
"내가 따로 소문은 내지 않았지만…."
쿵!
하오문주의 주먹이 진순학의 복부를 강타했다.
"내가 바로, 광동 제일권이다!"
퍼억, 퍼억!!
두 화경 고수가 내지르는 권격의 파공성이 동정호에 울려퍼졌다.
[작품후기]
최근 2D 일러레 분이 누구인지 문의가 많습니다.
쪽지로 답장은 드리고 있는데 두 분이 작가님들이시네요...
아아
이것이 일러레토라레인가
농담이고 좋은 분이니까 다른 작품 것도 예쁘게 그려주실 거예요
물론 저도 뒤에 많이 대기중입니다
여러분의 후원쿠폰으로 일러레분을 괴롭히기 위해..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