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318화 (318/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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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는 개방에, 소문은 하오문에

하오문주.

그는 표사와 낭인을 전전하며 살다가 한 상단주의 눈에 들어 상단의 주인이 된 뒤, 막대한 자금을 쓸어모은 것을 바탕으로 하오문주의 자리에 이르게 되었다.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 '정보'.

그 중에서도 '사람'에 대한 정보를 가장 신경썼다.

- 강호의 풍문은 돈이 된다!

- 강호의 풍문은 약점이 된다!

- 아무리 강한 무림인이 있더라도, 그 자가 남색난교를 즐긴다는 정보를 알아버린 이상 돈을 뜯어내거나 협박거리로 삼을, 하다못해 하오문을 건드리지 못할 중요한 계기가 된다!

넓게는 무인의 나이나 무공, 출신 문파부터 시작하여 깊게는 해당 무인의 약점이나 추문에 이르기까지, 사람에 대한 정보는 모두 긁어모아 돈벌이로 써먹었다.

- 근데 그건 위험하니까 그냥 안전하게 돈 되는 정보만 팔아치우자.

- 그런 정보가 어디있습니까?

- ......여인의 가슴 크기?

특히 여인에 관한 정보는 비싼 값에 거래되었다. 하오문주는 중원 곳곳의 실력있는 화가들을 모아 그들에게 여인의 초상화를 그리게 만들었다.

- 나보고 고작 여인네 얼굴이나 그리는 일이나 하라는 건가?!

- 육봉을 잠깐 보고 오시겠소?

- 아아, 하늘이 내려준 예술 작품이 여기에 있군! 초상화! 그리지 않고는 못 배기겠어!

하오문주는 여인들의 초상화를 비싼 값에 팔았다.

- 아 글쎄...조금 더 얹어주면 그...춘화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사실인가?

- 물론이오! 단, 이것은 어디까지나 실존 인물이 아닌 것이오.

- 아, 물론이지! 흐흐, 흐흐흐흐ㅡ흐흐흐ㅡ흐흐.

강호 무림인들의 순수한 경탄부터 음습한 욕망까지 아우르는 사업은 예상외로 더욱 번창했다. 너무 번창해서 이제는 기호지세라 중간에 사업을 그만둘 수도 없게 되었다.

무엇을 숨기랴?

용봉지회마다 나오는 꽃도감은 바로 하오문주의 작품인 것을.

하오문주가 직접 검수를 하고 관리를 하기에, 그는 강호의 모든 여인들에 대한 풍문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가령 한 때 하북에서 알아주는 미녀 팽유월의 경우, 아이를 가지고 있지만 하북최고미녀라 평해도 될 정도로 더욱 아름다워졌다거나.

가령 빙백봉 유설라의 경우, 구룡은 아니지만 신진 남자 고수와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고싶어하는 순정을 보이고 있어 지금 도전하면 바로 차일 확률이 10할이라거나.

가령 태극화 사공희의 얼굴은 사실 인피면구라, 그 안에 있는 얼굴은 결코 가슴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거나!

그런 알짜 정보들은 누구에게도 팔지 않았다. 특히 다음 용봉지회에 나올 여인들에 대한 정보라면 아래에 묵혀뒀다가 다음 꽃도감에 '풍문'으로 적어줘야 비싼 값에 정보를 사러 오지 않겠는가?

'근데 이 여자는 뭐지?'

하오문주는 배에 올라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에 기억을 계속 더듬었다.

아름답다. 여인의 삼미(三美) 중 가슴은 비록 빈약하지만, 얼굴과 골반이 압도적으로 아름답다. 신궁에게는 미안하지만 여인의 아름다움으로 치자면 눈앞의 연붕이 더 아름다웠다.

'그런데 내가 모르는 미인이 있다니?'

하오문에 처음 접근을 시도한 건 남자였다. 그럼 남자는 이 여인의 하수인일까? 아니면 자신이 청기회주를 보낸 것에 대한 복수로 대리인을 보냈다?

하오문주는 강호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한 가지 진리를 터득했다.

강호에서 예쁜 여자는 전부 다 한 가닥 하는 여자들이라는 것을.

"...음."

여인은 정말로 아름다웠고, 복장이 정말로 특이했다. 마치 자신들이 선계에서 내려온 선녀들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 그런 외모였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수많은 여인들을 봐온 하오문주의 눈은 자꾸만 뭔가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다.

'내 양물이 반응하지 않는 여자는 처음이군. 아, 아니다. 발기부전 때문인가?'

하오문주는 쓰게 웃었다.

'그래. 이제는 약으로 간신히 세우는 몸이 되었으니 어쩔 수 없지.'

약효 덕분에 한 번 크게 세우기는 성공했으나, 포권을 취하며 인사하는 여인을 상대로는 양물이 영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가슴은 절벽인 것이 영락없는 남자같은데, 턱선이나 골반의 선은 또 영락없는 여자란 말이지.'

남색을 즐기는 자들이 저런 외양의 남창을 즐긴다고 한다지만, 눈앞의 여인이 과연 그런 존재일까?

"만나서 반갑습니다. 소녀, <낭자애> 연붕이라고 하옵니다."

"...음. 만나서 반갑소."

처음듣는 별호에 하오문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포권을 취했다.

"본인은 하오문의 주인. 한 때는 <신이당랑(迅二螳螂)>이라고 불렸던 자 중 한 명, <쌍랑신격>의 흑화랑이오."

하오문주, 흑화랑은 깍듯하게 포권을 취하는 연붕을 보며 생각했다.

'이렇게 예쁜 여자가 남자일 리가 없지. 암. 그렇고 말고.'

그는 자신의 눈보다 상식을 믿었다.

눈앞의 여인이 만약 남자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에 대한 건 차치하고, 명복을 빌어주리라.

강호에는 남자만을 노리는 남자 색마들이 은근히 있다. 그리고 그들은 특히 미형의 남자들을 노리며 아주 은밀하게 돌아다닌다고 하더라.

'요즘 산동에 몰려있다고 들었는데.'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제갈세가를 구한 모 청년의 청년막(...)을 취하기 위해 산동 일대에서 눈에 불을 켜고 소식을 찾는 중이라더라.

'여자라서 다행이지. 암. 근데 연사랑 닮은 것 같기도...?'

흑화랑은 청기회주, 연사와 연붕을 몇 번이고 번갈아봤다.

'그럴 리 없지. 연사는 형제가 없는 걸.'

흑화랑은 자신의 상식을 믿었다. 연사의 부모가 누구인지 너무나 잘 알고있기에, 그는 둘이 닮은 걸 그냥 닮은 수준으로 치부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러면 연붕 소저, 어디 나와 이야기를 나누어봅시다. ...내가."

흑화랑은 웃으며 살기를 내비쳤다.

"발기부전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아낸 거지?"

연붕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천기를 읽을 수 있으니까요."

"허어, 천기로 내 성기능에 대해 읽었다? 세상 그런게 어디에 있단 말인가? 솔직하게 이야기하세. 동창에서 온 여인인가? 아니면 개방? 그도 아니면 마교?"

"......셋다 아니라고 말씀드리죠. 저희는 그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음."

흑화랑은 연붕의 표정을 유심히 읽었으나 그녀의 표정은 도무지 거짓을 이야기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녀의 말은 진실일까?

"좋소. 연 소저의 배후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리다. 그렇다면 그쪽이 우리에게 던진 정보의 출처는 어떻게 되는가?"

"천기를 읽었습니다."

"......아니, 농담하지 말고. 사실대로 이야기해도 좋소."

"......미래를 보았다니까요?"

연붕은 다소 화난 목소리로 답했다. 흑화랑은 살짝 화난-속된 말로 빡친 연붕의 목소리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진짜인 것 같기도?'

저게 연기라고 한다면 저 여자는 극배우로 나가야 할 것이다.

"믿지 못하겠군."

하지만 조금 더 열받게 해야한다. 사람은 분노로 감정이 흐트러지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며, 그러면 조금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공자주지 일촌남근. 이 정보에 대해 나도 여러 방면으로 알아봤지. 하지만 마교 대공자의 물건이 정말로 일촌인가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었어. 왜냐?"

"대공자는 그만큼 비밀리에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그래! 요즘 가장 중원에서 떠들썩한 빙색마인에 준할 정도로 은밀하게 움직이는 자야. 아니, 그보다 더하다고 할 수 있겠군. 흑염룡 시절에는 그 누구도 마교의 대공자라는 걸 몰랐으니까! 그렇게 따지고 보면 빙색마인보다 대공자가 더 은밀하게 움직인다고 할 수 있겠군."

"......."

연붕은 답하기를 몹시 싫어하는 눈치였다. 흑화랑은 연붕, 그리고 그 뒤의 여인이 내비치는 미약한 표정에서 둘의 배후를 약간이나마 짐작했다.

대공자와 비교하는 것에 불쾌감을 느낀다. 혹시나 싶어 찔러봤는데 아니나다를까.

"그런 대공자의 남근이 왼쪽으로 휘었는지, 짝부랄인지, 그도 아니면 일촌은 커녕 칠촌에 이르는 팔뚝만한 물건인지 어떻게 아는가?"

"제가 직접 보았습니다."

"그래.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하면 얼마나 좋나."

"...하?"

연붕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지만, 흑화랑은 그녀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괜찮네. 하오문에는 남자에게 해코지를 당해서 이곳에 온 여인들이 정말로 많아. 나는 그들을 이해하지."

"지, 지금...."

연붕은 처음으로 동요하기 시작했다. 손발을 부들부들 떨며, 진정으로 분노하기 시작했다.

"설마 제가 대공자에게 따먹혔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

아뿔싸.

흑화랑은 손가락으로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눈치를 봤다. 옆에서 호위로 선 신궁은 작게 손가락을 까닥였다.

잘못 짚었다.

"크흠, 미안하네."

"저는 누구에게도 박혀본 적이 없습니다. 무례하시군요."

"미안하네. 내 진심으로 사과하지."

흑화랑은 고개를 숙였다. 다른 이들은 문주라는 자가 어찌 이리도 쉽게 고개를 숙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흑화랑은 자신의 고개값으로 아주 귀중한 정보를 얻은 것에 속으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낭자애 연붕, 처녀.

"그렇다면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건가?"

"아니, 진짜!"

연붕은 분통을 터뜨렸다.

"천기를 읽는다고 돌려말하니까 왜 개떡같이 알아듣는 거죠? 저는 미래를 볼 수 있다니까요?! 미래시!"

"......에이, 그런 존재가 어디에 있나?"

흑화랑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내가 온 천하에서 용하다는 도사들에 술사들, 심지어 무당들도 만나봤지만 죄다 그러더군. 본인은 천기를 읽네 마네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죄다 그냥 찍어서 맞추는 거였어."

"후우, 좋아요. 불신자에게는 믿음을 보이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겠죠."

연붕은 한탄과 함께 헛기침으로 표정을 진지하게 바꿨다.

"근데 복채 없이는 말 안 해요."

"......그렇게 말하면 또 뭔가 믿음이 가고."

미래를 이야기하는데 그냥 공짜로 이야기한다? 흔히들 천기를 읽는다는 건 수명을 깎아서 미래의 가능성을 읽는다고 말한다.

자기 수명을 고작 신뢰를 얻기 위해 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복채는 무엇으로 하면 되겠소?"

"네 가지 정보를 찾고 있어요."

"...많은데?"

"그러니까 지금부터 저울질을 하자는 거예요."

연붕은 품에서 죽통 하나를 꺼내 흑화랑에게 던졌다. 흑화랑은 안에 가득한 내용을 보고 침묵에 빠졌다.

- 아미봉 류서시를 겁간한 자들의 행방.

- 호북성 천화 사태 당시 무당파에 잠입했던 마교인들의 행방.

- 빙색마인에 대한 정보.

"...생각보다 무거운 정보들이 많군."

하나같이 쉽게 말할 수 없는 것들이다. 흑화랑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연붕과 시선을 맞췄다.

"세 개 뿐인데."

"하나는 나머지 세 개의 정보를 파악하고 난 뒤에 물어보려고요."

"...아니. 세번째가 강호에서 가장 붙잡기 어렵다는 빙색마인에 대한 정보인데, 그보다 더한 자의 정보를 찾겠다는 건가?"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보시죠. 후회는 하지 않을 거예요. 그 세 가지 정보에 대한 정보료는 이미 지급했으니까."

"선금? 하!"

흑화랑은 기다렸다는 듯 박수를 쳤다. 옆에 있던 미청년, 신궁이 자개함을 꺼내 펼쳤다.

"농익지도 않은 천년자패의 진주! 그리고 나를 협박하여 불러내기 위한 발기부전 치료제! 감히 신의의 약을 어떻게 구했는지는 알 수 없어도, 고작 이 정도로 내 입을 열리게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노라!"

"자개함에 내용물은 파악하고 안에 구조는 파악하지 않으셨나...."

연붕은 다소 한심하다는 듯 한탄했다.

"진주 꺼내보세요."

"뭐?"

"당장."

"......."

흑화랑은 아주 조심스럽게 천년자패의 진주를 꺼냈다.

"진주 아래 공간 있어요."

"...하?"

"진주 아래 부분에 손가락을 꾹 눌러보세요."

"...독이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그러지는 않겠지?"

"설마."

흑화랑은 긴가민가하며, 손끝에 강기를 일으키며 진주 아래를 꾹 눌렀다.

딸칵.

진주를 품은 부분이 아래로 살짝 내려가기 무섭게, 장치가 해제되듯 위로 솟아올랐다.

"...이게 뭔가?"

안에는 작은 단약같은, 금박이 씌워진 동그란 환이 하나 있었다.

"발기부전을 영구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최고의 물건."

"하...뭐 천년 묵은 자라의 내단이라도 되나?"

"천환단이에요."

"......."

하오문주는 자개함을 덮었다.

"청성파가 그랬소."

천환단에 대한 정보의 출처를 파악하기도 전에, 그는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꺼냈다.

[작품후기]

영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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