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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는 개방에, 소문은 하오문에
공희누나, 아니 견희에게 사흘동안 착정당한 나는 이시아에게 구출되었다.
바깥으로 소리도 나가지 않도록 미리 기막을 펼쳐뒀으나, 방 전체에 가득한 육향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사흘이나 혼자서 독점하다니, 이건 협정 위반이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취하는 협정을 맺었는지, 이시아와 독고연은 사공희를 매우 추궁했다.
"그치만…!"
하지만 사공희의 반격에 내가 죄인이 되고 말았다.
"상공이, 임신시키겠다고 진짜로 질내사정을 하셨단 말이에요…! 저 안전일인데!"
"뭐? 그런 능욕을 했다고?"
"...이건 아니죠."
이시아와 독고연은 바로 사공희의 편이 되었다. 나는 다소 억울했지만 반론은 꼭 해야했다.
"능욕이라니, 무슨 소리냐. 견희가 꼴리게 하잖아."
"...얼마나 발깃하게 만들었길래 화경도 되기 전에 임신시킬 생각을 한대?"
"아...아쉽네요. 희 언니 임신했으면 그걸로 걸고 넘어져서 임신시켜달라고 할 수 있었는데…."
바로 상황을 파악하는 이시아, 바로 상황을 이롭게 이어나가는 독고연의 합에 나는 두 손을 들었다.
만약 사공희의 가임기에 정관을 묶지 않고 질내사정을 했다면, 분명 다른 둘도 안전일이 끝날 때까지 착정했을 것이다.
'이러다 나 평생 착정당하면서 사는 건 아니겠지?'
아닐 거다.
아무리 무림인이라도 그렇지, 사람이 어떻게 매일매일 여자랑 떡만 치면서 살아간단 말인가?
젊은 시절에는 마음껏 즐길 지 몰라도, 아이들이 자라고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은 자제할 것이다.
...그렇게 믿을 수밖에.
"그런데 왜 사흘이나 기다렸냐. 문 부수고 들어올 거면 진작 그러지."
"나는 또 뭐 깨달음을 얻는데 엄청 오래 걸리는 줄 알았지."
"폐관수련 같은 건 줄 알았는데...폐관성교일 거라고는."
나름 무가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둘이기에, 둘은 나와 사공희의 사흘밤낮 연이어진 성교를 수련의 과정으로 착각해버렸다.
깨달음?
방에 들어가자마자 세 시진도 걸리지 않아 심검의 묘리에 발을 디딘 사공희가 무슨 수련이 필요할까.
'아직 사용은 못해도 진짜 현경에 이르면 자유자재로 사용하겠지.'
사공희는 그저 남들보다 빠르게 깨닫고 성장할 뿐이다.
사흘 밤낮의 사랑은 그저 사공희의 초절정 등극을 위한 보상일 뿐이었다.
"견희도 늦게나마 초절정에 도달한 기념으로 사흘 좀 빌려준 거라고 생각해다오."
"나는 초절정 되었을 때 야외 바다에서 알몸으로 떡치고 끝이었는데?"
"저는 처음부터 초절정이었는데요…."
이시아와 독고연이 나를 향해 사납게 웃으며 새끼손가락을 들어올렸다.
"화경되면 두고봐. 사흘밤낮은 커녕 임신할 때까지 매일매일 범할테니까."
"폐관수련은 어때요? 들어가서 10개월 뒤에 나오는 거죠."
"좋은 생각이야. 역시 독고연."
"시아 언니 생각 덕분에 든 생각이에요."
이시아와 독고연은 서로 짝짜꿍하며 나를 어떻게하면 착정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작 나를 상대로 착정에 성공한 사공희는 여유로운 미소로 둘을 향해 웃을 뿐이었다.
"상공, 그거 아세요? 안전일인 여인의 안에 사정한 뒤에 임신한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설마 그러려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운명이다. 순간의 꼴림을 참지 못하고 사정을 해버린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니, 나는 순순히 희아를 맞이할 것이리라.
"크흠. 나도 모르게 그만 견희에게 진짜로 안에 사정하고 말았는데, 오해하지 말아다오. 이건 견희가 그만큼 잘 한 거니까."
"그럼 우리는 지금까지 안 꼴렸다는 얘기야?"
"나름 부끄러움을 참고 노력했는데…."
"...이걸 이렇게 돌리네."
나는 이시아와 독고연이 양쪽에서 나를 압박하는 것에 가시방석에 앉은 것 마냥 몸을 떨었다.
"...하오문과의 약속 시간이 아직 남아있으니, 그 때까지 한 번 질펀하게 놀아보자꾸나. 시아, 연, 둘 다 오늘 내 방으로 와라."
"지금부터 하면 안 돼?"
"저, 지금 충분히 젖어있어요!"
"......나도 좀 쉬자…."
나는 둘에게 착정당할 때까지, 사공희의 가슴의 얼굴을 묻고 깊은 숙면에 빠졌다.
* * *
하오문 내부의 기녀 세력은 크게 둘로 나뉜다.
몸파는 창녀들로 구성된 홍기.
그리고 시서화와 가무를 파는 청기.
둘 사이에는 도저히 서로 함께 할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몸파는 창녀들. 더럽고 추잡해. 어떻게 몸을 팔아서 먹고 살 생각을 하지?
-지 혼자 고고한 척 사는 콧대 높은 년들. 지들도 남자들 앞에서 웃음 팔고 다니면서 꼴에 비교질이람.
멸시와 우월감이 난무하고 있으나, 하오문 내에서 세력은 홍기회가 압도적으로 강했다.
단순히 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정보를 얻는데 있어서 단순히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청기와 달리, 홍기는 떡을 치며 교태와 아양으로 꽤나 고급정보를 얻기 쉬운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기들은 청기를 싫어한다. 아니, 증오한다.
하오문의 고급 정보를 얻어오는 건 자신들인데, 왜 저것들은 혼자서 고고한 학처럼 지내느냐고 시기를 하게 된다.
"젠장...젠장!"
홍기회의 회주, 홍루화 또한 마찬가지. 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값비싼 도자기를 마구 부쉈다.
"왜 내가 아닌 그 년을…!"
약속의 날.
공자주지 일촌남근이라는 정보를 가져온 자와 만나기로 한 하오문은 문주대리를 내세웠다.
그리고 감히 하오문의 문주를 잠시나마 대신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게 된 여인은 홍루화가 아닌 연사, 청기회주였다.
"젠장...젠장."
홍루화는 이를 악물고 분노를 터뜨렸다.
"왜 그렇게 화가 나있어."
홍루화와 같은 방, 침상에 누워있던 남자는 하품을 하며 그녀를 향해 웃었다. 홍루화는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우며 남자의 품에 안겼다.
"어떤 쓰레기가 감히 가가를 음해하는지 제 손으로 바치고 싶었단 말이에요."
"우리 루화가 나를 이렇게 생각해줄 줄 몰랐는 걸."
남자, 대공자 주지는 홍루화에게 입을 맞추며 끌어안았다.
"그래서 네가 보기에는 내 남근이 일촌밖에 안 돼?"
"그럴 리가요, 공자님."
홍루화는 옷을 사락 사락 벗으며 공자의 위에 올라탔다.
"공자님은 작지 않아요."
"후후, 그래. 이리 와라, 홍마."
"아이, 벌써부터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홍루화는 공자의 품에 안겨 헐떡이기 시작했다.
* * *
역병, 천화가 돈 이래.
민심은 역병의 근원을 찾아 제거하는데 여념이 없었고, 이에 따라 수많은 이들이 역병의 근원이라고몰려 살해당했다.
대부분 거지나 기녀와 같은 하층민들이었다.
역병은 더러운 자들에게 더 많이 걸린다는 속설에 따라, 추잡한 행위를 하는 자들을 멸시하고 심지어는 때려 죽이기까지 했다.
당시에는 워낙 난리도 아니었기에 조직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
진가장의 가주, 진사월이 기적을 파내고 진가장으로 따로 빠져나온 것도 그런 이유가 한몫했다.
강호 어디를 가더라도 기루는 있었지만, 호북성 내에서는 더이상 입에 풀칠하고 살 만큼 판매가 좋지 않았다.
-괜히 기루에 갔다가 병 걸리는 거 아니냐?
-성병 걸리는 것도 억울할텐데 천화까지 옮는다고? 으으, 생각만해도 싫다.
-천화 걸린 사람들 중에 기녀들이 있었다며. 괜히 좆박았다가 옮으면 내 가족들에게도 옮기는 셈이 되잖아.
기녀들에 대한 뜬소문이 왕왕 퍼지기 시작했고, 결국 기녀들은 수입이 반토막 나버렸다.
여인의 몸에 대한 수요는 최저치가 존재하여 언제나 팔렸지만, 천화의 근원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으로 기녀들이 큰 피해를 입고난 뒤로는 수익이 이전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기녀들은 하나 둘 진가장을 찾았다.
"사월 언니를 만나게 해주세요! 제발!"
"언니, 언니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사월아, 나와서 나랑 이야기 좀 해!!"
기녀들은 동앗줄이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진가장의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옛 정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옛 정.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주변에는 벌레가 꼬이기 마련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건 무턱대고 달라붙어 고혈을 빨아먹으려고 하는 기생충이다.
"저리 가시오."
"더이상의 무례는 용서치 않겠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무사 둘은 슬쩍 무기를 들어 기녀들을 위협했다.
"이보세요! 아무리 우리가 기녀라고 한들, 이렇게 함부로 대해도 될 것 같아요?!"
"당신들,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인데…!"
기녀들은 두 무사의 위협에 이를 갈았다.
산적처럼 험악하게 수염을 기른 이에게도 그랬지만, 여인처럼 곱상하게 생긴 무사에게도 마찬가지로 분노를 보였다.
"당신, 호북성에서 기루 드나들 지 못할 줄 알아!"
기녀들은 무사들을 향해 악담을 퍼부었다. 하지만 무사들은 전혀 개의치않아했다.
"여인의 몸을 사러 갈만큼 궁하지 않아서."
"크흐흐, 우리가 왜 여자를 사러 가나?"
두 무사는 험악한 목소리로 기녀들을 쫓았다.
"어머, 더러워. 남색인가봐…."
"흥, 남창을 찾기만 해봐. 애들한테 바로 얘기해서 소문내버릴 거야."
기녀들은 궁시렁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졸지에 서로 남색을 즐기는 존재가 되어버린 두 무사는 허망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우리가 이런 수모를 겪게 되다니."
"모, 그래도 괜찮지 않나? 객잔에서 불편하게 지내느니, 검각이 될 장소에서 편히 지내는게."
"그래. ...근데 이상한 생각 안 들어? 너무 지내기 편하다는 거."
'모'라고 불린 무사는 자신이 지키고 있는 진가장의 뒤로 고개를 돌렸다.
"분명 일하는 사람의 수는 되게 적은데, 사람들 지내는 건 더할 나위 없이 편해."
"흐흐흐, 편하면 좋은 거 아닌가?"
"...너, 여기서 시녀들 한 명이라도 본 적 있어?"
"봤지. 서고에서 일하게 된 시녀 있잖아."
"...걔는 조금 늦게 왔고. 걔도 할 말이 있지만…."
'모'는 앞에서 다가오는 여인을 향해 검집을 겨눴다.
"멈춰라. 진가장에는 무슨 용무지?"
"진사월 어르신을 뵈러 왔습니다."
"진사월 님은 함부로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약속이 되어 있답니다."
"미안하지만 전혀 들은 바가 없는데."
무사 둘은 여인의 모습을 위아래로 살폈다. 검은 비단 옷에 형형색색 꽃잎이 수놓아진 복색의 여인은 한 떨기 꽃처럼 아름다웠다.
"안에 이야기만 전해주세요."
"이게 무엇이냐?"
머리를 단아하게 땋아올려 비녀를 꽂은 여인은 품에서 서찰 하나를 건넸다.
근남촌일 지주자공.
"...이게 뭐지?"
아무 글자나 마구 적은 듯한, 이해할 수 없는 문구에 모와 방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가장의 가주께 이걸 건네드리면 바로 아실 겁니다."
"...기다리시오."
'방'은 서찰을 들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홀로 남은 모는 계속 여인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었다.
"...혹시?"
"네?"
"월가악비(粤歌樂妃) 연사?"
"...저를 아세요?"
모는 눈을 빛내며 검을 허리에 다시 찼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정중한 자세로 모는 포권을 취했다.
"당신의 음악을 사랑하는 자입니다."
"아...곤란하네요. 지금은 노래를 하러 온 게 아닌데."
"아닙니다. 저는 그저 당신의 노래를 좋아할 뿐입니다."
"후후, 고마워요. 그런데 언제 광동성에 오신 적이-"
"오셨군요."
문이 열리자, 진가장의 가주 진사월이 직접 나타나 여인을 맞이했다.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진사월이 몸소 배웅을 하러나온 것에 주변에 진을 치고 있던 이들은 수군거리며 여인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월가악비래. 그게 뭐야?"
"음공의 고수인가?"
"...그냥 풍류계의 사람 아니냐?"
여인, 연사는 쓰게 웃으며 진사월에게 고개를 숙였다.
"문주 대리로 왔답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연사는 진사월의 인도에 따라 그 누구도 발을 들이지 못한 진가장의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는 보았다.
"근남촌일 주자지공."
두꺼운 발 너머, 아름다운 여인의 그림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이름은?"
"연사라고 하옵니다. 하오문에서는 청기들의 회주를 맡고 있사옵니다."
"청기...분명 가무를 선보이는 이들이었죠. 회주께서 직접 오실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사안이 사안인지라. ...그리고 수수께끼를 푸니 이런 곳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연사는 품에서 서찰을 꺼냈다. 대놓고 목적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딱히 철저하게 숨기거나 하지도 않았다.
"우선 이렇게 마주하게 되어 미안해요.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내용이 내용인 만큼 제 정체를 숨기고 싶어서."
"괜찮습니다. 문주께서는 정보의 진위만 파악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후후, 진위라…. 그렇게 될 운명이라면?"
"......지금 있지도 않은 일로 마교 대공자를 적으로 돌리신 겁니까?"
"그럼요. 그는 제 적이니까요. 그리고 그건 반드시 일어날 미래의 일이기도 합니다."
"...대관절 당신이 누구이기에?"
"후후."
발 너머, 여인의 그림자는 느긋한 손기로 차를 홀짝였다.
"저는 연붕이라고 합니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작품후기]
연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