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308화 (308/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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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날승격(先捺承擊)

제갈선, 아니 선화와의 암묵적인 계약을 맺고 그녀의 집필에 도움을 준 나는 유설라를 데리고 잠시 밖으로 나왔다.

"잠깐 류미아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지."

"네? 그건 제가 정말 죄송…."

"그게 아니라, 멸색사태에 관한 정보를 잠깐 공유하자는 것이다."

나는 독고연으로부터 전해들은 류미아-아니 류서시에 관한 정보를 유설라에게 말했다.

"류서시가 처녀 시절, 그녀를 범한 자들이 아직 살아있다는군."

"......."

유설라는 차갑게 분노했다. 천마신공이 순간적으로 극성으로 일어나게 될 정도로 그녀는 분개했다.

"어느덧 류미아도 네게 소중한 사람이 된 듯 하구나."

"...최소한 제 정체를 밖으로 누설하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래. 나 또한 내 벗의 과거를 듣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그놈들에게 정의를 행사하고자 해."

"당장 가시죠. ...아니, 돌아오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으니 휴식을 취한 뒤에."

"진정해라. 나도 지금 정보를 찾아야하니."

나는 당장이라도 떠날 기세인 유설라를 말렸다.

"놈들이 사천에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어떤 신분으로 살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무려 20년도 전의 일이야."

"끙…. 제가 하남으로 가서 몰래 맹에 잠입해볼까요?"

"아니. 미안하지만 이번 일은 내게 맡겨라. 대신 너는 사천으로 먼저 가서 아미파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그러면 조금 이목을 끌지 않겠습니까? 비천염마와 비천여빙마가 사천에 모이게 되는 셈인데."

유설라는 주지의 움직임에 대해 걱정했다. 확실히 자신을 배신한 십마 둘이 사천에 자리를 잡는다면 그는 사천을 쉽사리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마치 둘이서 대공자를 제압하기 위해 덫을 파놓은 것처럼 보일테니.

"그건 걱정말거라. 들려오는 소식이 있어...대공자는 지금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헛수고나 할테니."

나는 나와 이시아가 파악한 대공자의 행방에 대해 간단히 읊었다.

"그게 더 위험한 거 아닌가요?"

"위험하지. 하지만 놈이 그런 협잡질을 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결국 정의는 승리하기 마련 아니겠느냐."

우리가 보지 않는 곳에서 아무리 대공자가 남근을 써서 여인들을 홀린다고 한들, 결국 그의 악행은 만천하에 드러나고 강호의 정의는 바로잡히게 되어있다.

"사천에 가면 염마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다오. 그리고 둘이서 언제든지 내 지시가 떨어지면 움직일 수 있게 준비해다오. 아마...조금 크게 싸움이 일어날 듯 하니."

"그럼 천가장의 분들도 함께하시는 겁니까?"

"아니. 너와 염마에게는 미안하지만...그 일은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일이다."

단순히 한 두명 죽이거나 무력화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감히 '대량학살'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미안하구나. 너희들에게 살생을 주문해서."

"아니에요. 그런 거라면...저희가 전문이죠."

다행히 유설라는 내 부탁에 흔쾌히 응했다.

"류미아...의 도움을 받았으니, 그에 대한 보답인 거죠. 그들은 류미아의 어머니를 겁간한 자들이잖아요? 정의를 위한 살생인 겁니다."

천가장의 셋에게는 살생을 하지 않게 하겠다는 내 이기적인 부탁에도 그녀는 받아들여줬다.

"대신...이번 일이 끝나면 사실상 대공자와 전면전이 벌어지는군요."

"그래. 마교 십마 중 무려 셋이 정면으로 대공자에게 반기를 든 셈이니, 놈이 만약 천마 자리에 오르면 우리는 십만마인의 공적이 되는 셈이지. 흐흐흐."

단순히 소공녀를 지지하여 따르는 비천삼마와 달리, 비천색마와 비천여 두 명은 대공자의 세력에 정면으로 피해를 입히게 된다.

대공자는 귀찮은 일에 대해 조심하고 피하기는 해도, 대놓고 건 싸움에는 물러서지 않는다.

"대공자 본인은 나서지 않겠지. 하지만 대공자를 지지하는 놈들...온갖 부대가 뛰쳐나올 터."

"그래도 정의는 바로잡아야해요."

"그래. 벗을 위한 거지. 그럼 설라야, 너는 시아에게도 이 상황을 전해다오."

"소공녀께라면...천가장이요?"

"그래. 이곳으로 가면 될 것이다."

나는 천가장이 있는 곳의 위치를 간략하게 약도로 그렸다.

"어...하지만 저는 천가장 내의 표식이 무엇인지 모르는데요?"

"그거라면 걱정마라. 네게는 이미 천가장에 설치된 진법을 뚫을 힘이 있으니."

나는 유설라의 하복부를 쓰다듬었다.

"내가 정기를 뿌린 여인은 표식을 몰라도 천가장에 들어갈 수 있어."

"......그것 참 확실한 증표네요."

* * *

"...여기는 여전하구만."

훤칠한 차림의 청년은 북적거리는 시장 사람들을 구경하며 소면을 한입에 먹었다.

다소 겉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털털함-톡까놓고 말해 중년스러운 행동이 넘쳐흘렀지만, 청년에게 누구도 그걸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청년의 등에 걸린 창 한 자루.

중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창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무림인.

척보기에도 무림인스러워보이는 청년에 대해 어떤 문파의 청년인지 수군거리기만 할 뿐, 그에게 직접적으로 정체를 묻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없었어야 했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자가 아닌 한.

"실례합니다, 소협."

"응?"

청년은 입안에 가득 머금은 소면을 훅 털어넣고 우물거렸다.

"뉘시요?"

"소녀, 선루필승도라는 문파의 여제자 일회영이라 하옵니다."

"음...그래서?"

청년은 반듯한 무복 차림의 여인에 대해 심드렁한 얼굴로 대했다.

"그래서라니요...강호의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고자 한 건데, 어찌 이리 무례하게 대하십니까?"

"무례라니. 실례는 그쪽이 하지 않았소?"

"네?"

"실례한다며. 실례요. 나 아직 밥 먹는 중이니."

청년은 근처에서 서성이는 점소이를 가리켰다. 점소이는 닭 한마리를 구워낸 그릇을 들고 어쩔 줄 몰라했다.

"여기 두시오."

"예, 예…."

점소이는 혹시나 화를 입을까봐 청년의 식탁 위에 그릇을 올리고 부리나케 거리를 벌렸다. 주변인들 모두 청년과 여인의 대치에 이목이 끌렸다.

"어찌 이리 무례를...문파와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문파는 없고, 이름은 비밀이오."

"...지금 장난하십니까?"

"물어서 대답한 건데 장난이라니. 자꾸 말을 시키지 말고 가시오."

"......."

여인은 가만히 선 채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청년은 여인을 무시한 채 수저를 놀리며 닭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이, 이…!"

사람들은 분노하는 여인을 보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쩍 물러났다.

"제가 선루필승도임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알고있소. 강호의 색마들을 잡아다가 다시는 색마짓을 하지 못하게 도를 휘두르는 정의로운 분들이 아니오."

청년은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마저 고기를 뜯었다.

"그게 나와 무슨 관계가 있소? 내가 색마도 아니거늘."

"색마가 아니라고요? 하, 어이가 없네!"

여인은 입꼬리를 씩 들어올리며 밖을 향해 손뼉을 쳤다. 그러자 여인과 비슷한 옷차림의 여인들이 청년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감히 여인을 희롱하고도 무사할 줄 알았느냐!"

"여인을 희롱해? 그게 무슨…."

"저 사람이에요!"

객잔 밖.

눈물로 눈화장이 얼룩진 여인이 청년을 향해 삿대질하며 흐느꼈다.

"아까, 으흑, 성문을 지날때, 흐흑, 제 가슴을…!"

"뭐요?"

청년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점차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나, 나는 처음보는 사람입니다!"

청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누구도 청년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쯧쯧즛...젊은 나이에 색마짓이라니…."

"요즘은 점소이 엉덩이도 두드리지 않는 시대인데…."

"생긴 것부터 그런 짓 하게 생겼구만."

모두가 청년을 향해 매도하기 시작했다. 청년은 답답함에 가슴을 치며 호통을 내질렀다.

"이보시오! 내가 언제 그대를 희롱했단 말이오!"

"히이익! 하, 하지마세요!"

"이 놈!"

청년을 에워싼 무인들은 칼을 겨누며 호통을 쳤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감히 아녀자의 가슴을 건드린 그 손, 베어 색행의 싹을 자르리라!!"

"아, 아니!"

청년은 자신의 손을 노리는 검을 향해 젓가락을 휘둘렀다.

카----앙!

검과 젓가락이 부딪혀, 철과 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데구르르.

"어…?"

무인은 자신의 검을 멍하니 바라보며 몸을 떨었다.

검은 두동강이 나버렸고, 상대의 소면국물 묻은 젓가락에는 희뿌연 안개와도 같은 기운이 맺혀있었다.

"도, 도대체…?"

"강...기?"

젓가락에 강기를 담는 고수.

사람들의 시선이 점차 여인을 향해 돌아가기 시작했다.

"초절정이야…? 미친, 나 강기 처음봐."

"아니야! 저 정도 강기라면 화경일지도!"

"...근데 저런 무인이 아녀자 가슴이나 몰래 만지고 다닌다고?"

사람들의 시선이 여인을 향해 꽂혔다.

"......칫."

눈화장이 번진 여자는 자신을 향해 꽂히는 시선에 짧게 혀를 차더니-

"아, 아아…!"

풀썩.

공포와 현기증에 의식을 잃은 듯 바닥에 쓰러졌다.

"괘, 괜찮소?"

"괜찮소? 하! 이만큼 강대한 무공을 지니고 있으면서, 고작 하는 짓이 희롱한 여인을 향해 살기를 뿜어 기절시키다니!"

"......아니, 진짜."

청년은 억울함에 울화가 치밀었다.

"안했다니까!"

"이제는 윽박까지 지르는 구나! 안되겠군, 사저! 추색살을 부릅시다!"

"아니!!!!"

청년은 사자후를 내질렀으나, 그 누구도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

"저 놈...혹시 '그 색마' 아니야?"

"쉿! '그 색마'면 진짜 위험하지! 어디 들고있는 창이 하나 뿐인가!"

"...저 정도 수준이면 남들 몰래 떡주무르듯 주물러도 본인 이외에는 모를 수 있지 않을까?"

이름도 문파도 밝히지 않는 청년을 믿어주기에는, 세상이 너무 흉흉했다.

"이, 이런 일이…."

청년은 끝까지 억울함이 가득한 채, 달려온 무인들에 의해 포승줄에 구속되었다.

* * *

주지와의 확실한 전면전을 위해 내가 해야할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하오문에 들러 정보를 얻는 것.

개방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개방은 무림맹과 인연이 깊다.

따라서 내가 개방에서 '류서시 겁탈자'들의 정보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정보가 되어 놈들에게 새어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하오문에 의뢰를 하면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느냐?

-정보가 새어나간다면 돈이 부족한게 아닌지 생각해봅시다.

하오문은 정보를 사고파는 조직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라 함은 여러가지 비밀도 마찬가지지만, 하오문은 비밀을 함구하는 것 또한 판매한다.

예를 들어 하오문에서 대공자 주지가 일촌남근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가정하자.

하오문은 공자주지 일촌남근의 정보를 금 백 냥으로 책정한다고 치면, 대공자 주지가 금 이백 냥으로 정보를 팔지 못하게 만들 수 도 있다.

정보를 팔지 못하는 권리를 사는 셈이다.

'이백일냥에 팔릴 수도 있지만.'

그만큼 하오문은 정말이지 지독할 정도로 정보를 사고 파는 곳이다. 돈을 가장 중시하기에,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하오문을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하오문이 가장 정보를 쉽게, 농밀하게 입수할 수 있는 곳은 바로 기루다.

"강호의 풍문을 찾아왔소이다."

나는 무당산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의 기루를 찾았다.

제법 드나드는 사람이 많은 지역의 기루는 분칠 덕분에 제법 얼굴이 반반한 여인들이 많았다.

"어머, 풍문만 사러 오셨나요?"

"풍문을 읊는 사람도 같이 사러왔지."

"흐으음…."

입구에서부터 나를 품평하는 기녀의 눈은 다소 까탈스러웠으나 나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좋아요. 위로 안내할게요."

그녀는 내가 돈이 있는지 없는지 눈대중으로 확인한 것이다. 만약 내가 거지꼴로 들어왔다면 바로 등 뒤에 있는 기관진식이 발동되었을테지.

'하오문은 제대로 찾아온 듯 하군.'

기억을 더듬어 왔을 뿐인데 참으로 다행이다싶었다. 나는 기녀의 안내에 따라 제법 넓은 방으로 초대를 받았고, 곧장 외투와 갓을 벗어 침상에 앉았다.

"어머, 급하셔라. 따로 찾는 아이는 있으세요?"

"파랑이 좋겠군."

"네?"

"아니지. 빨강인가? 노랑인가."

"......어머나."

기녀는 눈을 반짝이며 놀랐다. 그리고는 방금 전의 껄렁한 태도는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공손한 태도로 절을 올렸다.

"곧 책임자를 불러오겠습니다."

"되었다. 그냥 그런 손님이 정보를 사러왔다고 전해주기만 해다오."

다행히 하오문의 '특급 손님'에 대한 암어는 바뀌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안도하며 기녀에게 내 옆자리를 두드렸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소녀, '주린'이라고 하옵니다."

"그래? 참으로 어여쁜 이름이군. 와서 앉거라."

나는 주린을 옆에 앉혀놓고 그녀의 허리로 손을 뻗었다.

"어맛...벌써부터요?"

"이야기야 하면서도 들을 수 있는 거고."

"아뇨. 다른 아이들을 보고, 어맛?!"

나는 주린을 강제로 내 옆에 눕혔다.

"그렇게 급하세요?"

"나의 성리학 스승께서 말씀하셨지. 기루에서 접객을 맡은 여인을 고르면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푸훗, 그 분 참...기루 단골로 드나드셨나보네요."

"그래. 수많은 여인을 취하셨지."

나는 주린의 앞에 바로 양물을 올렸다.

별다른 전희도 없이 바지부터 내리는 내 행동에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내 남근을 보고 눈을 반짝이며 놀랐다.

"이런 크기는...흔치 않은데."

"보통은 아니지. 흔한 것도 아니고."

"훗, 그래서 무슨 정보를 사러 오셨나요?"

"미안. 사실 정보를 팔러 왔다."

"네…?"

찔컥.

나는 남근에 전희 없이도 충분히 드나들 수 있는 영약을 듬뿍 바른다음, 단번에 양물을 쑥 밀어넣었다.

"허어읏…! 여, 역시 좆은 직접 박아봐야…! 으윽, 지, 진짜 크시네요…!"

"그렇지? 그런데 말이야…."

나는 기녀의 귀에만 들리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마교 대공자, 실은 자지가 새끼손가락보다 짧다고 하더군."

"......네?"

나는 하오문이 까딱 잘못하면 터질 수도 있는 정보를 팔았다.

아.

다른 하나?

'당연히 채음보양이지.'

"오혹, 오허헝! 아으윽…! 이, 이런 좆맛 알아버린 이상 창녀 짓 더는 못 해…!"

하오문의 기녀들은 내공을 가지고 있어 참 좋았다.

[작품후기]

서서히 뻗쳐오는 주지의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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