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306화 (306/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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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장의 일상

"아, 오셨습니까?"

"말씀을 낮추십시오, 황-"

"하하하하! 신궁께서 저를 이상하게 부르십니다! 저는 '감찰관'입니다. 그렇지요?"

신궁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찰관은 싱글벙글 웃으며 벽에 붙여놓은 중원 전체의 지도를 가리켰다.

"이제 동정호의 물길이 열렸으니, 호남의 물류가 북으로 아주 쉬이 통하게 생겼군요. 하하, 이거. 남쪽에서 민란이라도 일어나면 동정호를 통해 장강으로 빠져나오는 게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그럴 리가요. 위험한 발언입니다. 감찰관."

"그냥 가정입니다, 가정. 설마 진짜로 남쪽에서 민란이 일어나려구요. 흐흐."

감찰관은 탁자에 올려둔 차를 홀짝이며 호남성에 붉게 'ㅜ'자를 그었다.

"그건 무슨 신호입니까?"

"색마가 다녀갔다는 신호입니다."

"...색마는 중원 전역에 나타나지 않습니까?"

"예, 그렇죠. 하지만 신궁님. 이건 다릅니다."

감찰관은 자신이 표시를 해둔 곳을 각각 가리켰다.

"안휘, 호북, 사천, 섬서, 산동, 해남, 하남, 하북, 그리고 호남…. 이곳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유명한 무림의 세력이 있는 곳?"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일대에서 일어난 일들의 공통점이 있지요."

"무엇입니까?"

"누군가는 손해만 계속 보고 있다는 것?"

감찰관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호남성에 그어둔 신호를 자꾸만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이걸 단서로 향방을 쫓는다면, 분명 황제께서 찾으시는 색마의 향방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어찌 그리 잘 아십니까?"

감찰관은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한 얼굴로 반문했다.

"저 정도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일이지요. 척 보면 딱 알 수 있 않습니까? 하하하!"

"......."

신궁은 이해할 수 없었다.

* * *

당황스럽다.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다 못해 가출할 지경이고, 내가 알고 있던 진리가 순식간에 뒤집히는 것 같았다.

그래, 한 마디로 비유하자면 중원 땅보다 더 넓은 대륙이 존재한다거나 장강 물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바다가 넓고 중원 땅보다 바다가 더 넓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과 비슷했다.

"이게 무슨…?"

천무명을 위한 처녀보지라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란 말인가? 나는 선화에게 한걸음에 다가가 그녀와 숨결이 닿을 정도로 시선을 맞췄다.

"야, 너 나 알지?"

"......."

선화는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그녀는 역시 내 직감대로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비천색마가 마교 소공녀를 지지하는 존재라거나 그런 건 자세하게 알지 못해도, 제갈선의 머리와 정보력이라면 비천색마와 천무명의 관계는 금방 파악할 수 있으리라고 봤다.

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설마 그걸 바탕으로 소재를 삼아 집필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아, 선화. 너는…."

"그, 저, 저는 천 공자 쪽이 더 좋거든요?!"

선화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내 눈치만 봤다.

"저, 저는 아직 비천색마가 어떤 존재인지 직접 본 적은 없으니까…."

"허. 말하는 거 봐라."

"그, 그렇잖아요. 제가 만난 사람은 천 공자인데, 천 공자를 기다리기로 해서 진가장에 왔는데 색마에게 처녀를 범해지면 천 공자를 무슨 낯으로 보겠어요?"

"......하는 말이 논리적이라 반박을 하기 참 뭐하네."

내가 선화의 처녀를 범하려고 든다면 그건 비천색마가 천무명이라는 걸 인정하는 셈이 되고 만다.

'인정해도 딱히 상관없기는 하지만.'

이미 저 책이 선화가 어떤 입장으로 나올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소저. 만약에 그대가 처녀를 바치고자 하는 천무명이 사실은 비천색마라 하면 어쩔 것이오?"

"......혼약을 맺었다면 지아비로서 따를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조금…."

선화는 제갈세가의 여식으로서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천하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자와 제갈세가의 여인으로서 혼약을 맺고 처녀를 바치고 싶어했다.

"그렇게 천무명과 결혼하고 싶소?"

"제 은밀한 취미를 이해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유일한 분인 걸요!"

"...그렇게 말해주니 참으로 고맙군. 만약 비천색마가 그대의 취미를 응원해준다면?"

"으으, 자꾸 그렇게 제 절조를 의심하려고 드시다니…!"

선화는 진짜로 억울해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토닥이며 질문을 바꿨다.

"천무명이나 비천색마나 둘 다 여색을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소. 이미 부인도 여럿 들이려고 한다더군. 그래도 아내가 되길 바라는가?"

"좋네요. 허락만 받으면 부부간의 정사를 글로 쓸 수도 있고. 더군다나…."

선화는 진지한 눈빛으로, 슬쩍 유설라을 쳐다보고는 당당히 말했다.

"......제가 다른 여자들에 비해 밀린다거나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그런데 좀 그래. 처녀를 자꾸 그렇게 지키려고 하는 건…."

"오,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꿈같은 거라고요…!"

일종의 성적 환상이라고 해야할까.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봐주기로 했다.

"그런데 나를 어떻게 알아본 거지?"

"...그, 용의주도한 설라와 함께 들어왔다는 거라든가, 용안으로 보이는 뜨거운 형태가 엄청 익숙하다든가, 여자의 직감이라든가, 그리고…."

선화는 내 눈동자를 가리켰다.

"저를 상대로 당장 처녀를 따버리고 싶다는 그...눈빛?"

"들켰군."

팽유월도 내 눈을 보고 나를 알아챘다고 하더라.

역체변용술로 눈빛은 바뀌지 않는 건지, 아니면 여인들만 느끼는 내 특유의 눈빛이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선화에게 정체가 그만 들켜버리고 말았다.

"아무튼 들켰으니 이야기는 수월하겠군. 당분간은 이곳 진가장, 색마의 집에서 지내라. 최소한 비천색마 이외의 색마에게는 노려지지 않을 것이니."

"...이곳으로 초대할 때 처음부터 계획하고 계셨던 건가요?"

"그대가 어디까지 알고있나 봐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속였을 것이고, 알고 있는 이상 협력을 구해야했다. 다행히 선화는 색마행위에 대해 침묵하기로 했다.

"아무튼 진가장에 온 걸 환영한다. 지내면서 불편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진사월에게 이야기하거라."

"음...제가 필요한 건 하나 뿐인데."

선화는 내 어깨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금안을 반짝이는 선화는 나를 향해 침상을 가리켰다.

"이게 그 소문으로만 듣던 몸을 바꾸는 기술인가요? 어린 소년으로 변하다니…. 후욱, 후욱, 소재가, 하아. 동자, 여기 누워볼래요?"

선화는 자신의 허벅지를 가리켰다. 소복의 옆트임을 걷어올리며 자신의 허벅지를 드러냈고, 나는 선화의 허벅지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 너 지금 나를 그거로 유혹하려는 모양인데."

나는 홀린 것처럼 어느새 선화의 허벅지에 머리를 이고 누웠다.

"이런 거로 나를 현혹하려고 했다면, 명쾌한 정답이다!"

"푸훗. 잠깐, 잠깐만 있어봐요…."

선화는 자신의 허벅지를 내게 빌려준 채, 자세를 이리저리 바꾸며 연구에 몰두했다.

"흐으음…과연. 알겠어요. 이런 거구나…?"

"...뭐 안 하나?"

"제가 하기보다는, 설라가 하는 쪽이 더 어울릴 것 같아서."

"설라가?"

"이런 건 어떠세요?"

선화는 일필휘지로 글귀를 적었다. 나는 그녀가 적은 문장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유설라는 소년에게 자신의 젖을 물리고, 섬섬옥수를 이용해 소년의 바지 안으로 손을 밀어넣었다. 유설라의 손은 소년이라고는 할 수 없는, 아랫도리만큼은 사내다운 뜨거운 자지를 움켜쥐며 바지 밖으로 꺼냈다.

"이것은...수유대수음!"

"초식이에요?"

"방중술의 하나지. …안 될 건 아니군."

빙정을 젖에서 품어 빨면 되는 만큼,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나는 선화의 품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모른척 넘어가줘서 고맙다, 선화."

"별말씀을요. 애초에 설라가 빙마인 것도 알고 있...아."

선화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유설라는 눈을 토끼처럼 크게 뜨며 놀랐고, 선화는 옅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걱정마세요. 들킨 건 아니니까. 그냥 천 공자의 배경을 생각해보다가 유추해낸 거예요."

"도대체 어떻게?"

"그냥 뭐...동선?"

선화는 자신이 적은 책을 가리켰다.

"제갈세가는 소열제와 인연이 깊죠. 사천 일대에서 청성파와 아미파를 습격했다고 하는 검담이라는 색마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가...그 뒤로 조금 재미있더라고요. 이봉결정전 이후에는 범해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알아본 것도 있고."

내가 이미 대충 훑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는 만큼, 그녀는 책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진가장에 와서는 더 확실하게 알게 되었고요."

"그런가…. 이거, 괜히 걱정했군."

혹시나 섭혼술을 걸어야하는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잠깐. 그러면 진짜로 이 상태면 처녀를 줄 생각 없나?"

"아니, 안 드리겠다는 게 아니라…제 나름의 취향을 존중해달라는...그런 의미죠."

"내가 범하고 싶다면?"

"......그, 그건."

선화는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울듯이 나를 쳐다봤다.

"이왕 범할 거라면...신부복을 입혀주시고 해주시면 안될까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남들의 앞에서 곧 이 남자의 씨를 받아 아이를 낳겠다는 복장을 입고...하얀 소복에 피어오르는 붉은 처녀의 피…. 처녀를 지아비에게 바친 여인은 화촉을 밝힌 첫날밤에 아이를 가지게 되고...으흐흫."

"......."

새삼스럽지만 이 여자, 혈선녀가 되었다면 아마 상당히 위험한 여자가 되었을 지도.

"하아, 알겠다. 내 성리학 스승께서는 말씀하셨다. 취향은 존중하는 거라고. 이곳에서 마음껏 집필에 전념하거라. 할 일은 하고."

"고마워요, 음...가주님?"

"천무명이 아닐 때는 적당히 공자라고 해라."

"후후, 알겠어요. 그런데 공자 님. 그게 본 모습이세요?"

"아니."

우둑, 우두둑.

나는 동자의 옷을 벗어던지고 비천색마로서의 본모습을 보였다. 선화는 순식간에 변하는 내 모습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와…."

"흥, 와는 무슨 와냐. 천무명한테 처녀 준다고 대주지도 않으면서."

"......저, 지금 살짝 마음이 흔들릴 뻔 했어요."

선화는 내 볼을 쓰다듬으며 멍하니 침만 삼켰다.

"이거 진짜 본 모습 맞으세요?"

"그럼 이와중에 또 거짓으로 너를 대하리? 네 용안에게 물어보거라."

"진짜라…. 후훗, 저를, 제 마음을, 제 생각을 믿으시니 본모습을 보여주신 거겠죠. 그런데 가주님."

선화는 달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개인적으로는...이쪽이 더 제 취향이에요."

"......흐흐, 그래?"

아무리 원판이 좋다고 한들, 적당히 여자들 보기 좋게 바꾼 모습보다 원래 모습이 더 좋다고 하는데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쏘냐.

"어쩌냐, 색마한테 반하다니."

"그, 저기,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음?"

"그...제가 이 얼굴 보고 생각난 건데요."

선화는 몹시 복잡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제가 이 얼굴에 반해서 처녀를 바친다면...그건 천 공자에 대한 배반이 되는 건가요?"

"......."

엄청난 난제! 나는 쉬이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저기…."

가만히 듣고만 있던 유설라가 대답했다.

"당분간 앞으로 안할 거라면, 뒤를 범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나보고 지금 천무명과 구멍동서가 되라는 말이더냐?"

"어차피 색마는 남의 것을 빼앗기도 하잖습니까."

"!!"

유설라의 말에 나는 머리가 맑아졌다.

'천무명의 여자를 비천색마가 빼앗는다?'

상상만 해도 발깃하다. 류미아가 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발깃함을 참을 수 없다.

"허락하지."

나는 선화를 향해 선언했다.

"좋다. 네 처녀는 천무명을 위해 간직해라. 하지만 천무명이 네 처녀를 취하는 즉시...색마가 너를 범할 것이다."

"......훗."

선화는 금안을 반짝이며 엎드렸다. 그녀는 진짜로 졸린 듯 했고, 나와의 이야기를 통해 이제서야 긴장이 풀린 듯 했다.

"그럼 조만간...제 절조없는 뒷보지에...한 번 박아주시겠어요?"

"......."

이 유혹을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 나는 소복 아래 흘러내린 엉덩이 밑, 선화의 허벅지에 입술자국을 남겼다.

"배려 고맙구나."

"후훗. 배려라니요. 그보다 혹시 지금 쉬고 싶지 않으세요? 괜찮으시면 뭐 조금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호오."

유설라는 단번에 세필과 책을 선화의 앞에 놓았다.

"허어, 너도 혹시?"

"...재미있더라고요."

어쩐지 선화가 적은 책에 유설라의 흔적이 잔뜩 남아있다 싶더니, 역시 대문호의 추종자가 된 듯 보였다.

"아니면 뭐 원하시는 소재나 상황이 있으세요? 뭐든지 써드릴게요."

"그래? 그러면…."

[작품후기]

[강호의도리]

[제갈선이 무료로 써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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