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302화 (302/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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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마 왕소현

타앗.

류미아는 옷을 추슬렀다. 색마에게 당한 흔적은 지울 수 없었고, 이미 찢어진 옷은 복구할 방법도 없었다.

"...흐힛."

하지만 류미아는 웃고 있었다. 자신이 바라던 소원을 성취한 것 마냥 헤실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색마와 색마부인은 한창 반로환동에 들어간 왕소현을 돕느라 정신이 없었다.

멸색살로서의 자신은 분명 색마를 등 뒤에서 찔러야했다. 하지만 무림인으로서 자존심이 있지, 색마에게 일검에 패배해놓고 사람을 구하려고 하는 이를 등 뒤에서 찌를 만큼 그녀는 알량하지 않다.

"머리칼이라서 봐줬어요...후후."

여인의 머리칼을 살리기 위해 적에게 등을 보였다.

만약 머리칼이 아니라 또다른 여인을 범하기 위해 등을 보였다면 분명 검을 휘둘렀을 것이다. 류미아는 몰래 회수한 자신의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방긋 웃었다.

"하아아...이런 기분, 오랜만이야…."

자신이 범접할 수 없는 강한 남자에게 일방적으로 농락당하는 기분. 손과 발의 자유를 억압당한 채 그저 음부로 남자의 양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

남자가 주는 쾌락에 최대한 저항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몸에서 반응이 절로 일어나는 자신!

"최고야…!"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에 대해서는 본인도 이미 자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성벽을 되돌리기에는 류미아는 이미 많이 늦었다.

"색마에게...앞으로도 계속 범해지려면...하핫."

류미아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색마가 움직이는게 고작 이번 한 번으로 끝날까? 절대 아니다. 이번에는 아주 우연히 호남에서 마주쳤을 뿐이며, 다음에는 서로 길이 엇갈릴 수 있다.

그러니 색마를 찾아다니려면 중원전체를 돌아다녀야한다.

"그럴 수는, 없지...힛."

류미아는 자신의 아랫배를 만지작거리며 씩 웃었다. 안에는 여전히 색마의 정기가 가득 남아있었고, 자신의 몸은 밖으로 흘리고 싶지 않다는 듯 도무지 꿀럭거리며 흘러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러다 임신하면...으흐흥."

만약 색마에게 임신당한다?

그 때는 진정한 의미로 '류미아'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류미아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아 손을 아래로 슬며시 밀어넣었다.

찌걱.

"앗, 흐응."

자신의 손가락을 두 개나 안으로 집어넣은 류미아는 스스로 안을 벌리며 입구를 벌렸다.

"하악, 하아앙…."

안에 사정당한 정액을 빼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류미아는 빠르게 손으로 제 속을 휘젓기 시작했다.

"아, 아응, 나와, 나오란 말이야…. 임신, 임신하면 안 돼…."

류미아는 좀처럼 입꼬리를 내리지 못했다.

"임신할 때까지...범하러 와줄 테니까…!"

어두운 밤.

나무 그림자 아래에 가려진 류미아의 눈동자는 짙은 어둠이 깔려있었다.

* * *

그 시각.

우와아아아아!!

함성이 동정호 전체에 울려퍼졌다. 동정호를 포위한 무당파 무사들과 추색살 대원들의 대규모 작전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으아악! 꺼져, 이 거지같은 도사놈들아!"

"얌전히 사는 사람들 내버려두라고!"

"관병을 부르다니, 비겁하다!!"

붙잡히면 죽는다는 생각에 수적들은 제 목숨 건사하기 위해 난리를 부렸다. 전부 살아남고 싶어서 자기가 타고 있던 배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도 쉬이 항복하려고 하지 않았다. 동정호를 지배하고 군림하던 이들은 감히 관아 따위가-아무리 무당파의 지원이 있다고 한들!-녹림의 무리를 도모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정십팔채의 모든 채주는 최소 절정 고수가 아니던가!

어디가서 절정 고수 18명이 모여있는 곳을 찾아보라고 하면 당연히 손에 꼽을 것이다. 수적들은 관아에 잡혀 수 년을 옥살이하는 것 보다, 당장 뒤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채주들의 살기가 두려웠다.

"도망치는 새끼들은 내 손에 죽는다! 어서 싸워!"

"저 새끼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드는게 아니잖아! 뚫어! 길만 뚫으면 장강으로 도망칠 수 있다!"

채주들은 수적들을 다그치며 위치적 장점을 십분 발휘했다.

"놈들은 수공도 몰라!"

아무리 무림의 무리가 모여있다고 한들, 배 위에 올라타지 못하면 검을 휘두를 수 없다. 관병들은 수군으로서 어느정도 훈련이 되어있으나, 무공을 익힌 수적들을 개개인이 이길 수 없다.

즉, 무사들이 배에 올라타지 못하게 막기만 하면 수적들은 당장은 버틸 수 있었다.

쏴아아아.

물살을 가르고 배들이 하나 둘 집결하기 시작했다. 수적들은 뭍에 있는 산채, 수채 등 비밀기지를 버리고 배 위에 모든 재산을 긁어모아 동정호 한가운데로 모이기 시작했다.

"가자! 장강으로!"

그들이 노리는 것은 물길을 타고 장강으로 빠져나가는 것.

동정호에서는 포위당해 섬멸당하게 생겼지만, 일단 장강으로 빠져나가는데 성공하면 각자 흩어져 목숨은 건사할 수 있다.

"잡히면 끝장이다!"

"절대 안 잡히지! 속도 최대로! 호북성의 쪽배 따위, 우리 배에 부딪히면 바로 박살나는 거야!!"

"크하하! 머저리들, 배 위에서는 꼼짝도 못하는 땅개놈들이 감히 동정호의 지배자들을 잡겠다고 나선 것이냐?!"

수적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그들에게는 도망치는 것이 살아남는 것이고, 붙잡히지 않는게 승리하는 길이었다.

도적이란 사로잡지 못하고 놓치면 퇴치하는 의미가 없다. 결국 동정십팔채라는 이름만 사라질 뿐, 사람이 살아있다면 다른 곳에서 도적질을 다시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호북성에서는 무당파의 무사들을 초청했다.

단순히 무당파의 무사들이 강하기 때문만은 아니라, 무당파의 무사들은 배의 거리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무공을 쓸 수 있기 때문이었다.

"태극혜검!"

철컹, 철컹, 철컹!

열 개가 넘는 검들이 일제히 동정호 위로 날아올랐다. 검들은 허공을 달리듯 날아가 배 위에 있는 수적들을 향해 오행검을 휘둘렀다.

"커억!"

"으아악!"

"사, 사술이다!!"

검이 호수 위를 날아다닌다! 동정호의 수적들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기겁을 하며 검을 휘둘렀다.

푸욱.

하지만 그들은 검을 튕겨내고 날아든 검에 어깨가 찔린 채 무력화되었다. 허벅지나 발뒷꿈치 등이 베이며 다리에 힘이 풀렸고, 배 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야 했다.

"커, 허헉…!"

그리고 그중 단연 압도적인 검기를 보이는 건 네 자루의 검이었다.

서로 다른 네 가지 색의 검이 한 몸이 되어 날아다니며, 네 자루로 펼쳐지는 태극혜검은 절정고수인 여러 채주를 순식간에 제압해댔다.

"이 망할...무당파!"

펄-럭-

관선 위에 나라의 기가 아닌 문파의 기가 걸린 배가 있었다.

유일하게 관병이 아닌 무림의 도사들이 탄 배에는 절정고수 18명에 금방 맞먹는 전력을 낼 수 있는 이들로 모여있었고, 그 선두에는 죽립과 복면으로도 감출 수 없는 미모의 여인이 있었다.

태극화.

장로들보다 더 뛰어난 어검술을 자랑하는 그녀는 가만히 서서 손을 까딱거리는 것 만으로 채주 하나를 금방 제압했다.

압도적인 검기!

배만 멀리서 천천히 움직일 뿐인데, 검이 날아들어 어검술로 수적들을 무력화시켰다. 무당파의 배가 배 하나를 지나갈 때마다 수적들은 전부 갑판에 고개를 처박거나 동정호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와아아아!

관병들은 무림인들의 신기에 환호성을 내지르며 동정호의 수적들을 건졌다.

"커, 허흑!"

"이 놈들, 감히 지금까지 세금을 축내고 살았겠다? 용서할 수 없다."

무력화된 무림인들을 체포하는 일은 갓 관병이 된 이들도 하기 쉬운 일이었고, 수적들은 배마다 타고 있는 추색살 무사들에게 점혈을 당하고 밧줄에 포박당했다.

"크으윽! 형제들이…!"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구해줄 수 있다! 지금은 도망치는데 집중해!"

이미 멀찍이 도망친 수적들은 무당파의 배가 가까이 오지 않기만을 바라며 전전긍긍했다.

처음 동정호에 모였던 배들은 이미 절반 가량 무력화되어 두둥실 떠있기만 했고, 무당파는 지치지도 않는지 점점 더 빠르게 배를 몰았다.

"크하하! 멍청이들!"

하지만 혼신의 힘이 담긴 노젓기에 수적들의 배는 무당파가 쫓을 수 없는 속도로 북쪽으로 달렸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했고, 물살은 처음부터 장강으로 흘러내려가는 흐름이었다.

휘이이잉-

마침 바람도 수적들의 편이었다. 수적들은 바로 바람의 도움으로 동정호 북쪽을 향해 금방 빠져나갔고, 마침내 장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입구에 설 수 있었다.

"크하하! 이제 우리는 자유-"

휘리릭.

무언가가 날아드는 소리가 들렸다. 가장 선두에 선 동정삼수채의 채주 장녕은 자신이 디디고 있던 아래 판자가 허전한 감각에 의아했다.

"이게…?"

"채주! 배에 구멍이!!"

"!!"

난간 아래를 살펴보니, 배에는 사람 한 명이 손발을 뻗어도 닿지 않을 만큼 넒은 구멍이 뻥 뚫려있었다.

"포, 포탄?!"

"아닙니다! 저기, 저기 보십쇼!"

화르륵.

장강으로 흐르는 물길 아래.

사방을 횃불로 밝힌 채, 수적들이 탄 배를 향해 활을 겨누는 무인과 수많은 궁병들이 있었다.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 수적들을 향해 활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천하의 평화를 어지럽히는 무뢰배들, 죽어마땅하다."

다소 가는 남자의 목소리가 사자후와 함께 울려퍼짐과 동시에 수적들은 비명을 질렀다.

태극화는 모를 수 있어도, 어찌 저 자를 모를 수 있겠는가!

"시, 신궁이다…."

화살 한 발로 벼락을 일으키는 궁사. 마치 여봉선의 활솜씨를 이어받은 것만 같은 압도적인 신기의 보유자.

"재림여포!"

"모두 불을 붙여라---!!"

신궁의 외침과 함께, 궁병들은 일제히 화살에 불을 먹였다.

화륵.

동정호를 빠져나가려고 했던 배들은 전부 불꽃에 타들어가 호수 아래에 찬찬히 가라앉았다.

동정십팔채라는 이름과 함께.

* * *

“흐어어.”

나는 간신히 줄어든 양물을 밖으로 빼내며 왕소현에게서 물러날 수 있었다.

“고생하셨어요, 가가.”

“그래, 고맙다.”

나는 독고연의 부축을 받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왕소현의 안에 남근을 끼우고 그녀의 운기조식을 돕느라 나는 제법 애를 먹었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히 지쳐있었다.

‘오늘 너무 많이 먹었어.’

과식이다.

독고연, 전복희, 수련, 류미아, 거기에 왕소현까지.

무려 다섯 명이나 되는 여인을 연속으로 채음하니 몸에 쌓이는 음기에 여인이 되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나는 뱃속 가득한 음기를 천천히 양기로 전환하며 휴식을 취했다.

‘천년자패의 내공은 결국 ⅓ 날아갔군.’

모처럼 진한 음기를 얻었나 싶었더니 ⅓ 을 모두 왕소현이 가져가버렸다.

아깝지는 않다. 다만 이제 호북성 일대에서 채음을 위한 색마 짓은 더 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이제 색마짓 하려면 성 하나는 더 넘어야겠군.”

“섬서나 저 아래 안휘 아래로 가면 모를까, 이제는 조금 위함하죠.”

추색살이 넓게 퍼진데다가 왕소현이라는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 지 모른다.

‘두 번이나 범했는데 나를 도우려할까?’

처녀를 범할 때, 나는 그녀를 가차없이 먹고 버렸다. 그녀의 집착과 광기가 나를 질리게 만들었다.

이제는 시간을 들이고 천천히 이야기를 나눌 때. 나는 중려신화정을 이용해 그녀의 몸에 남은 잔여물을 모조리 깔끔하게 태워버렸다.

화륵.

“부인, 대략 몇 살처럼 보이지?”

“음...희 언니랑 비슷한? 아니, 조금 더 많은?”

“그렇지? 보통은 이 정도로 젊어지는게 정상이지.”

반로환동은 어지간히 늙은 경우가 아니면 육체적 전성기인 20대 초반 즈음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밤을 지새워도 거뜬한 시기의 육체로 돌아가는 만큼, 외형도 상당히 젊어지는 것이 인지상정.

‘원래부터 조금 성숙해보이던 거군.’

젊은 시절 왕소현은 젊은 시절부터 아이를 잘 낳게 생겼었다. 나는 그녀가 자신의 젊음을 되찾은 것에 축복하며 왕소현을 향해 직접 붙잡은 검을 겨눴다.

“우으으….”

왕소현은 천천히 눈을 뜨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날카롭게 벼려진 내 검을 올려다보며 멍하니 웃었다.

“상공….”

“누가 네 상공이냐.”

“.......”

다소 딱딱한 내 말에 왕소현은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막 정신이 돌아온 것처럼 보였고, 왕소현은 내 앞에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소녀 왕소현이 지아비께 인사 올립니다.”

“.......”

이 얼마나 공손한 자세란 말인가. 나를 가장 잘 섬기는 사공희조차 이정도로 저자세는 아닐 것이다. 오죽하면 독고연도 왕소현의 태도에 눈을 끔뻑거리기만 하겠는가?

“왕소현.”

“예, 말씀하시옵소서.”

“내가 여기서 너를 임신시키면, 너는 내 아이를 낳을 것인가?”

“말씀을 잘못하셨습니다. 상공께서 저를 임신시키는 것은 당연히 제게 당신의 아이를 낳으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상공이 인륜을 저버린 짓을 하실 분도 아니고.”

“...그건 그렇지.”

“그러면 괜찮습니다. 소녀, 검 쓰는 것 말고도 많은 것을 잘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옷을 벗으라면 벗겠습니다. 검각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범해지라면 전력으로 범해지겠습니다. 그러니...제발….”

사락. 왕소현은 어깨에 걸친 옷자락을 모두 벗었다. 알몸이 된 왕소현은 내게 구배지례를 하듯 절을 했다.

“절, 당신의 아내로 맞이하여 주소서…!”

“.......”

독고연은 눈으로 말했다. 이 정도로 간절히 원하는데 받아주는게 어떠냐고.

‘나도 비슷한 생각이야.’

마음은 기쁘다. 미인이 스스로 알몸으로 무릎을 꿇고 아내로 받아들여달라고 하는데 누가 싫을까.

정말 기쁘다. 기쁘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건…조금 그렇지 않나?’

정성도 과하면 부담인 법.

"아이는 몇이면 되겠습니까...? 낳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낳겠습니다!"

과유불급.

"아들을 원하시나요? 만약 딸만 나온다면...아들이 나올 때까지 노력할게요!"

혈교주는 말했다.

"아, 지금 혹시 발기하셨나요? 어서 싸주십시오, 제 안에!"

- 과해서 좋은 건 가슴 뿐이다.

"아아, 낭군님. 이 왕소현의 반로환동 보지에...당신의 씨를!!"

'혈교주, 정답을 알려주시오.'

"자, 어서요! 저는 당신의 아이를 낳기 위해 반로환동했답니다!!"

이 여자를 받아들이는 순간, 내 미래는 왠지 모르게 자꾸만 좆될 것 같다는 예감이 떠나질 않았다.

"어떻게 하지, 부인?"

"일단 박으면서 생각하시는 건 어때요?"

"......."

혈교주는 말했다.

아내 말 들어서 나쁠 건 없다고.

"후우, 싸움은 끝났군."

나는 검집에 검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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