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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살소녀 류미아
초격은 독고연이었다.
이미 파천신검을 향해 절찬리에 나아가고 있는 독고연의 검은 류미아의 어깨를 향해 파고들었다.
카---앙!
류미아는 검을 크게 바깥으로 휘두르며 독고연의 검을 쳐냈다. 독고연은 자신의 검에 류미아가 반응한 것에 한 번 놀랐고, 류미아가 검을 튕겨내기 무섭게 바로 반격을 준비한 것에 두 번 놀랐다.
독고구검은 선발제인.
먼저 공격을 하는 것에 특화되어있고, 두 글자로 표현하자면 쾌(快)와 살(殺)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상대를 죽일 각오로 검을 휘둘러야지 독고구검의 힘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이건 독고연이 불리해.'
독고연이 약한가? 아니다. 둘의 경지는 다를 지언정, 나는 류미아의 검기를 보고 그녀의 경지를 얼핏 살필 수 있었다.
화경.
그녀는 완벽한 화경의 경지에 올라있었다.
다만 이제 갓 초절정의 단계를 넘어서고 화경에 이른지 얼마 되지 않은, 화경 중에서도 초입 수준에 불과했다.
100이라는 수를 화경이라고 친다면 독고연의 수준은 거의 95.
류미아는 이제 갓 101~102 수준에 이른 존재다. 그리고 그녀는 화경에는 이르렀으나 화경만큼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카앙, 카앙!
독고연은 류미아와 호각을 이루고 있었다.
독고연이 세 번을 공격하면 류미아가 두 번을 흘려내고 한 번을 튕겨냈고, 그 한 번의 틈을 노려 류미아가 독고연을 공격했다.
"크윽...!"
독고연은 이를 갈며 거리를 벌렸다. 좀처럼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것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하압!"
독고연은 주변에 가득한 나무를 디디고 뛰어올랐다. 류미아도 마찬가지로 나무를 딛고 쫓듯이 뛰어올랐다.
카앙, 카앙, 카앙!
나무 두 개를 사이에 두고 두 여인은 번갈아뛰며 서로 검을 휘둘렀다. 칼소리가 요란하게 사방으로 울려퍼졌고, 둘은 동시에 나무 끝을 디디고 서로를 향해 검을 찔렀다.
철컹.
둘의 검날은 동시에 서로의 검신을 찔렀다. 교차하듯 붙은 검에 독고연은 허공에서 몸을 빙글 돌리며 안으로 파고들려했고, 류미아는 검이 돌아가는 방향대로 함께 몸을 돌렸다.
'저러니까 꼭 초식 쓰면서 싸우는 것 같네.'
아무리 봐도 '비무'였다.
서로가 가진 초식을 겨루듯, 둘은 좀처럼 결착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5합 이내에 적을 죽이는게 밥먹는 것보다 쉬웠다는 파천신검이 고전하고 있었다.
'나 때문이지.'
그녀는 지금 파천신검이 아니라 색마부인이다. 그녀의 우선순위는 적을 검으로 죽이는 게 아니라, 내 양물로 좋아 죽게 만드는 것.
"항복하세요!"
"그럴 수 없습니다!"
독고연은 살생이 아닌 제압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당연히 심장이나 목과 같은 급소를 공격하지 않았고, 어깨나 팔, 허벅지 같은 상대적으로 공격해도 부담없는 곳을 찌르고 들어갔다.
"그런 공격은 통하지 않아요, 색마부인!“
카앙!”
류미아는 너무나도 쉽게 독고연의 공격을 받아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을 향해 수많은 공격을 받아낸 경험을 되살리는 것처럼, 독고연의 공격에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
"...흐음."
최소한 30, 아니 40살은 넘은 여검객 수준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반응이었다.
‘초식도 눈에 익고.’
왜 몰라봤을까.
'천무명으로서 싸워봤다면 아마 진작 눈치챘을텐데.'
역시 무인은 직접 검을 맞대어봐야 상대의 실체를 아는 법이다. 길고 짧은 건 대어봐야 알고, 남녀는 직접 박아봐야 속궁합까지 알 수 있지 않은가?
‘혹시 모르지, 진짜로 딸일 지도.’
솔직히 딸이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처녀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셋이서 오붓하게 한 침상에서 육체적으로 찐한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
- 쌀로 만드는 음식 중,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밥이 무엇인지 아느냐? 모녀덮밥이다. 한 명을 취할 때는 한 명만 배가 부르지만, 모녀덮밥은 동시에 두 명의 배를 불리게 할 수 있지.
‘혈교주, 역시 당신은 옳소.’
나는 이미 해남에서 모녀를 함께 두고 동시에 취했다. 그리고 제갈세가에서도 때는 달랐지만 각각 한 번씩 취했다.
좋더라. 한 남자의 여자와 그 딸을 함께 취한다는 게 생각보다 짜릿했다. 류서시가 아래에서 다리를 벌리고, 그 위에 류미아를 얹어 뒤에서 모녀를 오다니며-
“...크흠.”
나는 헛기침과 함께 상념을 떨쳐냈다. 그리고 둘의 비무로 시선을 돌려 상황에 집중했다.
'최소한 독고연과 류미아의 궁합은 최악이군.'
상대를 제압하고자 하는 검을 쓰느라 독고구검, 파천신검의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독고연.
경지는 높지만 그 힘을 제대로 살리지는 못하나, 검술에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독고연의 검로에 몸으로 반응하는 류미아.
서로가 서로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이어지고 있었지만 나는 묵묵히 기다렸다.
"이익...! 그만 항복하라니까요!"
"항복하면 나를 어떻게 하려는 건데요?! 나를 범하려고 할 거잖아요, 색마들처럼!"
"색마들 중에서도 제 남편이 최고니까, 얌전히 항복하고 무릎을 꿇으세요! 극락으로 보내드릴테니까! 제 남편이!!"
"그럴 수 없죠! 세상 누가 범해지기를 바라는 여인이 있던가요!”
“있어요!”
둘이 검을 휘두르는 속도는 말보다 더 빨랐다. 한 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초식을 한 번 겨루고, 한 문장을 끝낼 때마다 수 합을 겨뤘다.
그럼에도 승부는 나지 않는다. 아무리 흥미진진한 비무라도 일 각을 넘어서기 시작한다면, 과호흡으로 탈진하기 전에 중간 중간 휴식이 필요한 때가 있다.
하지만 독고연은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을 혹사하듯 전력을 발휘하고 있었고, 나는 그녀를 뒤에서 지켜보며 응원했다.
'시간이 끌려? 오히려 좋아.'
류미아같은 강자가 강호에서 얼마나 많겠는가? 남자라면 그냥 모가지를 따버리겠지만, 독고연도 적을 죽이는 것 만이 아닌 제압하는 검을 알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황보혜지 상대로 펼쳤던 졸전이 다시 반복돼.'
이봉결정전 당시, 독고연은 상대를 쉽게 제압하는 법을 몰라 애를 먹었다.
초절정의 살검은 쓸 줄 알면서, '죽이거나 치명상을 입혀선 안된다'는 조건이 붙는 순간 검기의 예리함이 뚝 떨어지는 게 어디 말이나 되는가?
'미래에 딱 저정도 검기를 쓰는 여인들이 없어서 가르치기 애를 먹었는데 정말 좋군.'
초절정 끝자락에서 화경 초입의 경지. 그 단계의 무공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면 내가 진작 모사를 하며 독고연의 상대가 되어줬을 것이다.
물론 몇몇 존재하기는 했으나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누구는 검사가 아니거나, 누구는 아예 무인이 아니거나.
'우리 연이의 상대를 해줬으니, 화답을 해야지.'
여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극상의 쾌락을 선사하리라.
'고맙소, 류미아. 내 여인을 화경을 향해 이끌어줘서.'
조금만 더.
류미아와의 검무를 통해 독고연은 강해지고 있었다.
'역시 정파인의 성장은 비무가 최고지.'
독고연은, 류미아와의 비무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 * *
그 시각.
딸이 납치를 당한 것에 호남성주는 속이 뒤집어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납치를 당했기 때문에?
"젠장! 내 원대한 계획이!"
사랑하는 딸이 납치를 당했다는 아비로서의 분노보다, 동정십팔채와 야합하여 호남성의 진정한 주인이 될 자로서 가진 원대한 야망이 망가진 것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
색마에게 납치를 당했다.
당연히 정조가 위협받을 것이다! 분명 처녀를 잃을 것이고, 그러면 아내로서 가진 값어치가 떨어지게 된다.
진주는 살 때는 비싸게 사더라도 한 번 착용을 하게 되면 값이 바닥을 치게 되는 보석이다. 사람의 열기가 닿는 순간부터 진주는 본래의 색을 잃기 시작한다.
"내가 지금까지 복희를 어떻게 관리해왔는데...!"
슬하에 자식이라고는 딸 하나 밖에 없으니, 그 딸을 이용해서 최대한 좋은 '효율'을 낼 필요가 있었다. 관과 무는 별개의 세상이라고 하지만, 어디 사람 사는 세상이 완전히 동떨어진 채 살아갈 수 있을까?
"아이고, 내 딸! 구파일방 장문인의 아내는 못해도, 팔대세가 안주인은 안되더라도 수적 놈들 안주인이라고 만들어보려고 했거늘!"
관직은 영원하지 않다. 나라의 녹봉을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지만, 나랏님을 비롯한 법과 체계는 호남성주의 관모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젠장, 젠장...!"
만약 동정십팔채에서 전복희가 납치된 것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파혼을 저지른다면? 처녀가 아니니까 이제 여인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난리를 피운다면?
"그럴 순 없어...!"
"성주님! 크, 큰일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관병이 모자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허겁지겁 달려와 성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걸린 것 같습니다!"
"뭐가?!"
"동정십팔채."
파--앙!
파공성과 함께 밖에서 무언가가 날아와 호남성주의 관모를 꿰뚫었다. 성주는 감히 호남성 한복판에서 자신을 향해 활을 쏜 존재에 대해 분노와 공포심이 동시에 들었다.
들켰다.
동정십팔채.
그리고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기감만으로 관모를 쏘아맞추는 신기(神技).
"설마...!"
"호남성주는 들으라."
쾅!
문이 부서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어두운 밤임에도 불구하고 휘황찬란하게 반짝이는 금빛 갑옷에 호남성주는 눈을 질끈 감으며 바닥에 엎드렸다.
"아, 아이고...금의위에서 이곳까지 무슨 일로-"
"황제폐하의 어명을 가지고 왔노라."
"......!"
가까이서 들린 목소리는 금의위 사람 치고 생각보다 가늘었다. 호남성주는 슬며시 고개를 들었고, 자신을 찾아온 존재를 보자마자 모든 것을 포기했다.
"신궁...!"
"무림의 세력과 혼약을 맺는 것도 황제께 근심이 되거늘, 문파의 후계자는 커녕 동정호의 수적 놈들 따위와 야합을 벌였다?"
"지, 진정하시옵소서! 그들은 녹림의 무리이나, 결코 그른 행동을 하는 자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스스로 동정호의 물길을 뚫어 통행료를 받고, 호남성에 세금을 내는 사업자들입니다! 그들은-"
퍼---억.
호남성주는 자신의 머리를 때린 무언가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윗머리가 축축하다 싶더니 아래로 피가 뚝뚝 흘러내렸고, 눈앞에는 보자기에 감싸인 죽간이 바닥에 떨어지며 촤르르 펼쳐졌다.
동정호를 지나다 죽은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인적사항. 호남성에서 실종된 사람 중 9할이 동정호의 '특정 지역'을 지나가다가 실종되었다. 호북성에서 비밀리에 고용한 잠수부들에 의하면, 동정호 바닥에는 호남성 백성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익사체들이 즐비하게 쌓여있다고 하더라.
그리고 강가장의 실체.
호남성주의 사위가 될 강탈해가 동정십팔채의 소채주 강탈해라는 증거가 죽간 내에 수두룩했다.
"이미 호북성에서 증거를 모두 확보했다! 이걸 보고도 네놈이 거짓을 고하겠느냐?!"
"모, 모함입니다! 호북성주가 저를 시기하여 그런 겁니다!"
"모함? 그렇다면 이 증거가 호북성주가 조작한 것이다?"
"그렇습니다! 저는 결백합니다! 설령 이것이 사실이라고 한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말이지...."
신궁은 죽간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호남성주를 비웃었다.
"그렇다면 네놈의 무능을 추궁하면 되겠군. 축하한다, 지금 당장은 반역으로 목은 날아가지 않을테니. 하지만 날랜 군사 천을 내어놓거라. 내가 직접 병사들을 이끌고 동정호로 가서, 수적들을 싸그리 날려버릴테니."
"예...?"
"무엇을 그리 놀라느냐. 무림의 존재라서 관에서는 나설 수 없다고? 놈들은 그저 도적일 뿐이다. 네놈이 퇴치할 대상이지. 네가 언제부터 무림의 사람이었느냐? 폐하를 위해 일하는 자이거늘."
신궁은 죽간으로 호남성주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잔머리 굴리지 마라. 감히 황제폐하를 능멸하고도 무사할 줄 알았더냐?"
"으, 으으...!"
호남성주는 고개를 땅에 파묻었다.
* * *
카앙!
승패가 갈렸다.
"허억, 허억, 허억...!"
류미아는 거친 호흡을 내쉬며 검을 독고연의 목에 겨눴다. 독고연은 손목을 부여잡고 침묵했다.
'독고연이 이긴 건데.'
마지막 순간.
독고연의 검은 류미아의 심장을 찌를 뻔했다. 만약 독고연이 일부러 검로를 비틀지 않았다면 류미아는 피를 토하고 쓰러졌을 것이다.
"어째서...마지막에 검을...?"
류미아는 혼란스러워했다. 마지막 순간, 독고연이 자신을 찌를 수 있었음에도 스스로 패배를 선택한 것에 혼란스러워했다.
"...제 남편은, 하아, 시간을 싫어하세요."
"뭐...?"
"당신을 죽여 지아비께 혼나느니, 차라리 비무에서 지고 말죠."
독고연은 시원하게 웃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류미아의 뒤를 점했다. 이형환위의 수법에 류미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돌렸다.
"큭, 어느새-"
"색, 마-"
나는 허리를 뒤로 크게 당긴 뒤-
"궁신탄영!"
전신을 쭉 펼치며, 딱딱하게 세운 양물을 앞으로 찔렀다.
푸---욱!
"하하, 뒤가 비었구나!"
내 남근은 류미아의 엉덩이를 때렸다.
[작품후기]
색살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