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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찾습니다
"...갑자기 다른 사람의 어머니는 왜 찾으시는 거죠?"
류미아는 다소 방어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보는 소녀에게서 낯이 익다며 어머니를 운운하다니.
물론 그럴 수 있다. 류미아의 모친이 청년과 아주 오래 전 인연을 가졌던, 방 한 칸 건너 옆집에 살던 나이가 많이 차이나는 누나거나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류미아에게는 어머니가 없다. 정확히는 '류미아'라는 존재에게는 어머니가 없었다. 어머니로 '설정'한 존재는 있어도, 그녀는 아미산에 버려져 친모를 모른다.
"음...착각이었던 모양이군. 분명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구요?"
"멸색사태 류서시?"
흠칫. 류미아는 진심으로 놀랐다. 청년의 목소리가 갑자기 자신을 떠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등에 소름이 돋았다.
"아미파 장문인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소. 그분의 젊은 시절 모습을 초상화로 본 적이 있지. 마침 성도 류 씨고, 이름도 아미파를 뒤집은 미아라서 혹시나 했소."
"...그분이 제 어머니라."
꿀꺽.
류미아는 입안이 바싹 마르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연기 스승에게 배웠던 것을 상기했다.
- 만약 정체가 드러나겠다 싶으면, 스스로를 팔 각오를 해야한다.
마침 상황이 딱딱 맞아들어갔다. 류미아는 사연 깊은 눈으로 쓰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군요. 소협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나요?"
"흐음...? 왠지 모르게 기쁜 것 같.... 크흠. 미안하오. 내가 괜한 말을."
천무명은 홀로 알아서 오해하고 해답을 내렸다.
대외적으로 멸색사태는 자녀가 없다. 하지만 뭔가 사연있어보이는, 심지어 류서시의 젊은 시절 모습을 똑 닮은-아니 더 예쁜 미소녀가 멸색사태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한다?
자고로 강호에는 숨겨둔 자식이라는 존재가 열 집 건너 한 명 정도는 있는 법이다. 대부분이 혼외자인 경우가 많지만, 멸색사태의 경우처럼 사연 깊은 경우도 많았다.
"흠흠. 미안하오. 그리고 내 손속에 자비를 베푸리다. 과한 살생은 자제하도록 하겠소."
"네. 그렇게 해주세요."
류미아는 몸을 돌렸다. 천무명의 낮은 웃음이 그녀의 귓등을 간질였다.
"뭐가 그렇게 우습나요?"
"아니. 나를 구해주려고 쫓아온 게 고마워서."
"...그런 거 아니거든요."
류미아는 입술을 뾰루퉁 내밀며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천무명을 쫓아온 곳과 정반대로 달려, 아주 먼 거리까지 달리고 난 뒤에 제자리에 멈춰섰다.
"허억, 허억, 허억...!"
류미아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제법 긴 시간을 심호흡하며 숨을 골랐다.
"...들키는 줄 알았네. 어떻게 알았지?"
멸색사태 류서시라는 이름이 나올 때, 그녀는 까딱 잘못하여 검에 손을 올릴 뻔 했다. 류미아는 작은 가슴을 토닥이며 침을 삼켰다.
"......강한 청년."
류미아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잘 생기고...몸 좋고...복수야 뭐 어떻든.... 절제력도 엄청 뛰어나지만."
사아아.
그녀의 검에 서린 은빛의 검기가 맹렬히 반짝였다. 류미아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뇌에 빠졌다.
"절제력이 너무 뛰어나...! 그만한 성욕 덩어리면...사실상 색마인데...!"
류미아는 좌절했다.
"아으, 진짜 취향 제대로인데...!"
단 하나.
단 하나의 요소가 부족했다.
"아."
류미아는 허탈한 마음에 고개를 하늘로 올리며 한탄했다.
"천 소협 같은 색마, 어디 없나...? 빙색마인은 들리는 말에 의하면 너무 늙은이인데...."
아직 그녀는 자신의 확고한 취향을 버리지 못했다.
* * *
설움에 북받친 유설라가 한바탕 눈에서 빙정을 흘린 뒤, 제갈선은 그녀를 열심히 다독였다.
"...유 소저의 반응을 보니, 대충 상황은 알겠어요."
용안이 각성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유설라가 자신의 서러움을 알아달라고 은근히 속내를 내비쳤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서로 별호에 백봉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걸까.
"이미 그분에게 정인이 많이 있는 거죠?"
"...네."
"그런데 저까지 나서게 되어서 그런 거구요?"
"......네."
유설라는 간신히 진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선과는 이봉결정전에서도 얼굴만 스치듯 봤을 뿐 제대로 대면하여 사담을 나누지도 않았고, 이번 사건을 통해 처음 만났다.
그러나 한 남자에 대한 공통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그리고 '후발주자'로서 크게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안쓰러운 처지에 안타까움과 자괴감이 동시에 들었다.
제갈선이나 유설라나 결국 그의 바로 곁에는 있지 못한다. 그런데 자신이 스스로 제갈선을 그의 곁에 은거하도록 만들었다.
만약 천마신공을 사용했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것이다.
그러나 유설라는 빙백신공만 운용하느라 두뇌 회전이 3할 정도 느려졌고, 결국 오직 '비천색마를 기쁘게 하자'는 생각 하나만으로 자신에게 올 피해를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은 이제 하남성 무림맹으로 돌아가야하는데, 정작 만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여인을 진가장으로 보냈다?
좌절감에 유설라는 원통하여 눈물을 터뜨린 것이다.
"...걱정마세요, 설라."
제갈선은 유설라의 손을 붙잡으며 위로했다.
"저도 염치가 없는 년은 아니랍니다. 설라가 먼저인데 제가 어떻게 감히 본처를 운운하겠어요? 제가 설라를 도와드릴게요."
"선화...!"
"설라가 본처를 하면, 제가 후처가 되는 거예요.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제가 열심히 돕겠어요. 그분이 제갈세가의 여식을 첩으로 들일 정도로 큰 인물이 되신다면, 저는 첩실이라도 괜찮답니다."
"......!"
유설라는 감정이 북받쳐올라 제갈선을 와락 끌어안았다. 모성의 크기로 따지면 유설라가 제갈선을 다독이고 위로하는 게 정상이었지만, 그러기에는 유설라가 홀로 중원 땅에 와서 홀로 지낸 기간이 너무 길었다.
"혼자서...그러니까 그렇게 혼자서 슬퍼하지 마세요.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잖아요?"
조금이라도 마음을 나누고 서로 같은 아픔을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에, 유설라는 제갈선에게 마음을 조금이나마 열게 되었다. 서로 같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알몸으로 치태를 본 것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하남과 호북은 그리 먼 곳이 아니잖아요. 파견 요청을 한 번 내어보세요. 대외적으로 자주 드나들지는 못해도...적어도 제가 안에서 천 공자를 모시고 어떤 객잔에 가는 정도는 할 수 있겠죠."
"선화...!"
"대신, 저희끼리는 서로 도와야해요. 앞에 어떤 여자들이 있든...육봉 중 두 명이 힘을 합치는 거잖아요? 후후, 저희 둘이서 한 번 다 이겨보죠."
"......."
육봉 위에 흑백이화가 있고, 또 육봉 안에서도 으뜸은 독고연이라. 유설라는 제갈선이 주는 달콤한 목소리에 취해 현실을 잠시 잊게 되었다.
"...아."
그리고 제법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설라는 제갈선에게 양해를 구하고 밖에서 누군가 기다리나 잠시 살폈지만 아무도 없었다.
"왜 그러세요? 혹시 누구 만나기라도 했어요?"
"네. 선화를 호북 진가장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줄 수 있는 분이요."
"...혹시 그 미소녀 검사?"
미소녀.
실체를 아는 자로서 입이 근질거렸지만, 유설라는 그녀의 정체에 대해 누구에게도-심지어 비천색마에게도 실토할 수 없었다.
- 네가 내 정체를 알리는 순간, 나는 너를 지옥끝까지 함께 데리고 갈 것이다. 우리,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꾸나. 알겠어요, 설라 언.니.?
말하는 순간 자신이 빙백봉이자 빙마이자 빙궁주인게 천하에 드러나기에, 유설라는 비밀을 지켜야만 했다. 한 여인이 인생의 2막을 새로이 펼치려 하는 걸 망가뜨리는 것에 대한 대가는 비천여빙마로서도 예상하기 어려운 난제였다.
"이름이...류미아였죠?"
"네. 그분이 선화를 호북 진가장까지 데려다 줄 거예요. 그분은 저만큼, 아니 저보다 강하고 믿을 수 있는 분이에요."
"누구시길래요?"
"......."
이렇게 말해도 될까. 유설라는 당사자와 함께 정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합의를 이끌어낸 결론을 토해냈다.
"류미아, 아미파 장문인 류서시의 숨겨둔 딸이에요."
쥬륵.
막 차를 마시려던 제갈선의 입에서 용정차가 흘러내렸다.
* * *
류미아와 헤어진 뒤, 나는 사흘 정도를 여유롭게 하북에서 보냈다.
- 아빠, 몇 밤 자면 올 거야?
- 아빠가 월아 보고 싶을때?
- 뭐야 그게.
- 아빠는 월아를 매일 매일 보고 싶은데, 아빠 일하는 곳이 참 그렇네~
이제는 완벽하게 '아버지'를 발음할 수 있게 된 월아와 즐겁게 놀아주고, 팽유월과 질펀하게 놀고난 나는 바로 호북으로 돌아왔다.
- 유월아, 네 말대로 천무명한테 아주 넘어가는 여자가 한 둘이 아니더라.
- 그러게요. 와백봉 제갈선이라.... 나쁘지 않네요. 저는 상공께서 좋았으면 그걸로 됐어요.
- 크흑, 유월아...!
- 그래서 제갈선이랑은 어떻게 밤일을 했다고요? ...세상에, 거길...! ......저도 해주시면 안 될...까요?
산동 일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나는 팽유월에게 가감없이 말했다. 당찬 여걸 답지 않게 뒤로 하는 건 상당히 부끄러워하여,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몹시 사양했다.
- ...최소한 화경은 되어야 부작용 없이 할 수 있겠네요. 후훗, 그 때는 제 뒷처녀 드리겠어요. 상공.
딱히 내가 강요한 건 아니지만, 본인이 호기심에 하고 싶다고 하니 참을 수 있나. 선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뒤로 하여 넓게 벌어진 구멍으로 인한 부작용을 없애려면 화경은 필수적이었다.
- 상공의 남근이 적당히 커야지, 이렇게 큰 게 드나들면...으으, 생각만 해도 싫네요.
- 나도 내 여자가 마구 흘리고 다니는 건 좀 그러네.
혈교주가 언젠가 그런 말을 했다.
뒤로 하는 건 마공을 익히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어, 일정 수준에 이르러 부작용을 억제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부작용에 몸이 뒤틀릴 거라고.
'과거의 내가 부끄러워지는군.'
처음 내가 사공희를 취하려고 했을 때, 처녀를 최대한 아끼고 아끼다 취하려고 뒤를 노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도 모를 충동에 앞을 취했었고, 그 뒤로 딱히 뒤를 노릴 이유는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쯤 사공희는 여러모로 고생을 했을 지도 모른다.
사락.
나는 돌아왔다. 진가장을 들리기에 앞서, 먼저 천가장의 정문으로 당당히 입성했다. 미혼표식구궁진 덕분에 아래에 가득한 발자국은 온통 내가 아는 족적 뿐이었다.
"오셨어요, 상공?"
"그래. 다녀왔다."
사공희는 대문밖으로 벌써부터 나와 나를 맞이했다. 요리를 연습하고 있던 중이었는지, 머리를 곱게 땋아 가지런히 옆으로 놓아둔 게 가슴 옆으로 밀려나기까지 했다.
"이번 여행은 조금 길었네요. 즐거우셨나요?"
"아아, 만족했다."
처음으로 유설라와 진하고 느긋하고 질펀하게 한 번 하고, 제갈선이라는 새로운 여인을 취했다. 천무명으로서 쌓은 업적은 제갈세가에 오랫동안 남아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나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표적이 될 지도 모르는 여인, 류미아. 나는 그녀와의 만남을 떠올리며, 사공희의 가슴을 만지며 안으로 들어갔다.
"연이는?"
"수련 중이에요."
연무장에서는 날카로운 검 소리가 울려퍼졌다. 홀로 가상의 적을 상대하는 하늘색 무복의 독고연은 빠르고 강렬한 속도로 움직이며 검을 휘둘렀다.
"연아, 검술 수련에 한창이었구나."
"아, 가가."
독고연은 땀을 소매로 닦으며 방긋 웃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내 소매로 그녀의 땀을 닦으며 그녀의 체취를 마음껏 만끽했다.
"역시 선녀는 땀냄새도 향긋하구나. 꽃향기가 나."
"아이 참. 그러지 마세요."
독고연은 쇄골 사이로 파고드는 내 얼굴에 난감한 듯 웃으며 거리를 벌렸다. 물론 나를 강하게 밀쳐내지는 않았다. 상체만 살짝 뒤로 피하며 내가 자신에게 다가가게 만드는 행동이 역시 독고연 다웠다.
"연이, 제법 강해졌구나. 이제 초절정 중반 즈음은 되겠어."
"가가를 위해 더 강해질 거예요. 후후."
"그래. 아 참, 연아. 나 오는 길에 너랑 비슷한 경지의 고수를 만났다."
"어머, 진짜요?"
나는 독고연을 위아래로 훑었다. 독고연과 정말로 큰 차이가 없어보이는, 심지어 또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미래에는 왜 그런 존재가 소리소문도 없었을까?'
류서시의 딸, 류미아. 참으로 이상했다.
"누구예요?"
"류미아. 아미파 장문인의 딸이더구나."
"...헤에."
독고연은 눈을 반쯤 감으며 옅게 웃었다. 사공희가 뒤에서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눈을 징긋였다.
"그러니까 저랑 비슷한 나이인데 저랑 비슷한 무공을 지니고 있는 여인이 있다...그 말씀이죠?"
"어, 그, 그렇...지?"
"그럼 말이에요."
독고연은 연무장 한 켠에 놓인 의복을 가리켰다.
"저, 한 판 하고 싶어졌어요."
독고연이 가리킨 곳에는 각양각색의 월녀복이 갖춰져 있었다.
"가가, 혹시 색마부인 한 번 필요하지 않으세요?"
그녀의 눈빛에는 강렬한 투기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작품후기]
미소녀검사 vs 색마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