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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후강림
여자 중에서 가장 신경질적인 여자는 누구인가?
- 노처녀.
혈교주는 말했다.
- 특히 시집 못간 노처녀가 가장 심하지. 흔히들 자기는 인생에 찬란한 금빛을 휘날리며 혼자서 살아간다고들 하지만, 아주 특별한 계기가 있는게 아니면 대부분은 결혼하려고 용을 써보다가 나이가 차서 결혼에 실패한 경우더라.
혈교주는 그들을 비웃었다.
- 뭐? 나는 안 그러냐고? 흥, 나는 다르지. 나는 결혼을 못한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야. 아직은.
혈교주는 자신과 그들을 다르게 봤다. 마치 자신은 언제든지 결혼할 수 있다는 것처럼 이야기하여 어이가 없었지만, 나야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으니 잠자코 듣고만 있어야 했다.
- 자기 눈높이에 맞는 남자를 찾지 못해서 그랬다느니 뭐니 하는데, 사람이 현실을 인정할 줄 알아야지. 백마탄 왕자님이 인생에 한 두 번 올까말까 할텐데, 기껏 열심히 왕자님이 흙먼지 뒤집어쓰고 달려와도 더럽다면서 못알아보고 떠나보내는 경우도 있잖아.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지 알아? 하루하루 매일매일 정신생리하게 되는 거야.
혈교주는 숱한 중원 무림의 여인들을 두고 비웃었다.
- 특히 중원 무림의 여인들은 더해. 괜히 어줍잖게 강한 여자일수록 더 그렇지. 자기가 자기보다 약한 남자를 남편으로 모신다는 거에 자존심이 상하는 거야. 그렇다고 자기보다 강한 남자를 찾는다고? 그 남자들이 왜 혼기를 넘기다 못해 불혹에 이르는 여자랑 결혼하겠어. 나이 1갑자 넘긴 남자가 현경 찍고 반로환동해도 약관 넘긴 여자들이랑 결혼하는 세상인데.
나는 미래에서 그런 예를 보았다. 자신의 나이보다 세 배는 더 산 남자를 상대로, 나이를 속이고 청년으로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푹 빠져 남자와 헤어지지 않으려고 용을 썼다.
결국에는 그 남자보다 더 우수한 남자에게 굴복하여 변절하기는 했지만. 이야, 남자의 강함에 반한 줄 알았더니 남근의 강함에 반한 여자더라. 아무리 1갑자 반로환동의 고수라도 혈교주가 빚은 남근에는 이길 수 없었다.
- 이 노처녀 정신생리증은 특히 육체적으로 생리를 할 수 없게 되는 시점에 정점에 도달하는 거야. 평생을 아이낳을 생각만 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집을 꾸몄는데, 창고에 살림 거덜날 때까지 남자가 안 들어오잖아? 그럼 육체적으로 거칠어지고 점점 흉포해져. 한 마디로 성격도 버리는 거지. 그나마 아이를 낳았던 여인들은 사랑으로 받아 줄 남편이라도 있으니까 덜하지. 그런데 아이도 낳지 못하고 나이가 다 차버린 여자들은?
혈교주는 그 때만큼은 진심으로 질색했다. 자아비판이 격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혈교주 정도면 아무 남자나 잡아다가 남편을 셋이나 들여도 이상할게 없을 것 같았다.
- 어휴, 정말 상대하기도 싫지. 자기가 결혼 못한 걸 자기한테 화풀이해야지, 왜 그걸 무공에다가 실어서 주변을 초토화시키고 난리람.
혈교주는 혈강시의 몸에 천환단 농축액을 바르며 궁시렁거렸다.
때는 천마신교를 습격한 이후, 천마 이시아를 뒤쫓으려고 달리다가 한 여인의 목숨을 건 발목잡기를 상대했던 때.
마검비, 왕소현.
결혼을 못하고, 먼 미래에도 결국 시집을 가지못해 혼자 쓸쓸하게 말년을 보내던 원로 마인. 그녀는 천마 이시아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리고 당시 그녀가 사용하던 검은 지금의 마검비가 사용하는 것처럼, 월영성희검과 같은 소녀스러운 이름이 아니다.
폐월경파.
천하를 어둠으로 뒤덮은 달을 거울 깨뜨리듯 부순다는 의념이 담긴 그녀의 검법은 베어 '부수기'에 특화되어있었다.
- 생리가 극에 달해서 무공으로 승화되는 수도 있구나. 강호에 누가 그 여자 시집살이하도록 희생안하나? 그러면 최소한 장안성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텐데.
폐월경파검을 사용하는 마검비의 검은, 정말이지 두려웠다. 산을 부수고 땅을 깎으며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검에 혈강시의 몸도 초토화 될 뻔 했다.
그리고 죽은 마검비의 피를 흡수하여 폐월경파검을 습득했을 때, 나는 참(斬)에 근간을 둔 검이 선이 아니라 면을 베는 경지에 오르면 모든 것을 격파(擊破)할 수 있게 됨을 알게 되었다.
어지간하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 검기에서 생리통이 느껴지는 검이라니, 으으, 생각만 해도 싫다.
어지간하면.
- 이거, 적한테도 비슷한 고통을 주는 거 아니야?
생리통의 연이어진 통증을 모두 합하면, 아마 고환이 파괴되는 고통이 아닐까.
* * *
"반월참(半月斬)!"
분노를 검에 담아 휘두른다. 짜증을 검에 담아 휘두른다. 신경질적으로 검을 휘두를 수록 검기는 더욱 매섭고 날카로워졌다.
파사삭!
검기는 선이 아닌 면으로 퍼져나가고, 가지처럼 돋아난 참격이 날아가 나무인형을 통째로 갈라버린다. 절정고수의 힘이고 나발이고, 압도적인 검기를 두고 막아낼 인형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파삭!
나무인형은 짚단처럼 순식간에 잘렸다.
마치 번개가 지나간 듯한 흔적이 나무인형의 몸에 남았고, 덜렁거리던 각좆은 수 갈래로 쪼개져 바닥에 떨어졌다.
드르르륵.
나무인형들은 하나 둘 다리를 오므리거나 고간부의 각좆을 안쪽으로 집어넣으며 약점을 피하려고 했다. 선화를 향해 덜렁거리던 것이 무색하게, 내가 각좆을 집중적으로 베어넘기니 하나둘 검기를 피하려고 하더라.
"어딜 감히."
푸스슥.
측면에서 달려오던 나무인형은 내 검끝에 닿자마자 힘을 잃고 바닥에 엎어졌다.
"절연파경(切聯破經)."
발경의 원리를 검끝에 닿아 찌르니, 나무인형의 뒤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뼈와 살을 분리하는 파경의 검에 나무인형은 검기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파지직.
각좆이 박살나니 관절부가 각각 서로 떨어지며 통나무 덩어리가 되었다. 인형의 뒷부분은 들개가 물고 뜯은 것처럼 너덜너덜해져있었다. 고간부에 간신히 달려있던 각좆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게 매개로구나.'
나는 용안을 개방했다. 천지 가운데 자연의 흐름에서 벗어나는 사이한 것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나무인형의 근처에는 혼령같은 것이 여소였다.
'각좆을 진짜 남근삼아 빙의했군.'
본디 혼령이라고 하는 것은 물체에 깃들 때, 어떤 특별한 매개체가 필요한 법이다.
그게 인간의 육체가 아니라면 혼을 물체에 가둘 제기(第器)가 필요하고, 혼령이 어떤 특별한 욕구를 지닌 원혼일수록 혼을 덧씌우기 쉽다.
인형에 깃든 놈들은 모두 다 색마였다. 여자를 범하지 못해 안달난, 죽어서도 성욕을 참지 못하는 색귀(色鬼)들이었다.
"강호에 색마가 이리도 많다니, 정말 통탄할 노릇이군."
"심지어 죽은 자들까지 말이죠...."
"그러게. 개같은 색귀들이구려."
"......."
유설라는 한기를 극성으로 일으킨 검을 휘둘렀다. 칼날 위로 얼어붙은 검기가 솟아올라, 검이 아니라 거대한 몽둥이를 휘두르는 수준이었다.
"살다살다 혼령들을 상대할 줄이야."
쩌적!
유설라의 빙검이 닿을 때마다 나무인형들은 얼어붙었다. 후방을 노리는 인형들은 유설라에 의해 동작이 멈췄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유 소저, 견딜만 하오?"
"아직 충분해요. 천 소협은요?"
유설라는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빙백신공에 천마신공을 아주 약하게 끌어올려, 그녀의 눈동자는 지금쯤 아랫부분에 핏기가 몰린 것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을 것이다.
"이쪽은 다 부숴버렸소."
"...다요?"
"그렇소. 덤비는 족족 죄다."
그래서 유설라는 내 쪽으로 달려드는 인형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자세히 몰랐다. 나는 선화 너머로 겨눈 검에 깃든 파괴의지를 다잡으며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혼격살(移魂擊殺)."
땅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 검의 기운이 사방으로 튀어오르며 번개처럼 퍼져나갔다. 갈래를 그리며 사방으로 흩어진 참격은 나무인형들에게로 뻗어나가 각좆을 물어뜯듯이 베어버렸다.
나무인형에 깃든 혼령을 베어넘길 기세였고, 실제로 혼령들은 기겁을 하며 검기를 피하려들었다.
'하지만 늦었지.'
파사삭!
너무나도 빠른 검기에 인형들은 뭉텅뭉텅 몸이 터져나갔다.
칼로 깔끔하게 벤다기 보다는, 동강나는 부분을 톱으로 갈라버린다는 표현이 더 옳은게 아닐까? 나는 적에 대한 파괴의지가 강렬하게 남아있는 폐월경파검의 힘에 오한이 들었다.
'마검비, 설마 이 검법을 각성하지는 않겠지.'
적이지만 분명 훌륭한 여인이었다. 월영성희검에서 발전된 그녀의 검기, 폐월경파는 어지간한 현경 무공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파괴력을 자랑했다.
일 대 일에 최강인 파천신검, 다 대 일에 특화되어 있으나 여분의 검이 없다면 난감한 태극검후, 그외 다른 여인들과 비했을 때 검 한 자루로 끌어내는 파괴력은 무시무시했다.
'인형이라서 다행이군.'
인간을 상대로 사용했다면 분명 핏줄 말고도 사람이 터져나가는 등 피바람이 몰아쳤을 것이다. 덜렁거리는 각좆이 아니었더라도, 선화에게 보여주기에는 다소 폭력적이었다.
"너희들도 저승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불러들였겠지."
나는 망가진 인형 무리를 향해 애도를 표했다.
"미안하지만 한 번 더 죽어줘야겠다. 저승에 가서 쉬어라."
누구 때문에 저승에서 끌려나온지 몰라도, 각좆에 빙의까지 하며 여자를 범하려고 하는 색마들이라면 용서할 수 없다.
'건방지네?'
하물며 내 여인과 내 여자가 될 두 명의 흰 봉황을 범하려고 드는 놈들이라면 더더욱!
"여인을 희롱하려고 하는 혼령들이여! 나의 분노를 괄목하라!"
폐월경파검의 오의.
"희아연월, 현(賢)! 폐월지무(閉月之舞)!!"
마치 저 남만의 뿔달린 코끼리가 분노하여 모든 것을 부숴버리듯, 나는 검끝에 모든 내공을 실어 나무인형들을 향해 마구잡이로 휘갈겼다. 선화를 안고 앞으로 나아가며, 전방을 향해 수 십의 참격을 날렸다.
"고작 이 정도로 우리를 막으려고 했나! 어림도 없지!"
내 등을 기대고 있던 유설라가 옆으로 빙글 몸을 돌리며 내 앞에 섰다. 어느새 후방에 빙벽을 두른 그녀는 이번에는 선화를 등진 채, 어깨 너머로 검을 올렸다.
"빙설난산(氷雪亂散)."
백색 검기가 수평을 그리며 땅을 그었다. 검에 시린 한기가 전방을 향해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인형들을 덮쳤다.
사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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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인형들의 동체에 서리가 내려앉았다. 나의 검이 인형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부숴버렸다면, 유설라의 검은 인형들이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게 설원 속에 파묻어버릴 기세였다.
고오오오---
주변에 한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한겨울의 칼바람에 뼈가 시릴 것만 같았다.
"...선화 소저, 괜찮소?"
나는 몸 전체에 중려신화정을 두른 채 선화가 한기에 침식당하지 않도록 그녀를 지켰다.
"......네."
선화는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있었다. 나는 끝까지 나를 붙잡고 떨어지지 않은 선화의 행동이 괜히 고마웠다.
"선화소저. 이제 떨어져도 좋소. 다 끝났으니."
"......저기, 잠시만."
선화는 내 옷깃을 꾹 잡아당겼다.
"자, 잠깐만 더 이러고 있으면 안 될까요...?"
"흠...."
이대로 선화를 안고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제 목적지가 눈앞에 있는데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있을까? 저기 저렇게 태산의 정상이 보이는데?
스륵.
하지만, 나는 아래에서 스치는 그녀의 몸에 발을 뗄 수 없었다. 바로 등 뒤에 있는 유설라가 여전히 한기를 풀풀 날리기 때문인지, 그녀는 내게 더 강하게 안기며 나의 열기를 찾았다.
물컹.
나도 모르게 딱딱하게 굳은 내 물건이 그녀의 하단전 위를 찔렀다. 선화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나를 붙잡고 있었다.
"......."
'진짜로 납치범이 되면 안 된다.'
나는 왜 천무명으로 제갈세가를 방문했을까. 적당히 천붕이었으면 바로 못참겠다 크르르 하면서 납치하여 덮쳤을텐데.
"......."
나는 천천히 아랫도리에 모인 혈기를 빼내며 중려신화정의 열기를 진정시켰다. 서서히 체온이 내려가기 시작했으나, 선화의 호흡 또한 안정되기 시작했다.
"...실례했습니다."
"아니오. 괜찮소. 그나저나 이제 저곳으로 올라가면 끝인데-"
"두 분, 부탁이 있습니다."
선화는 고동빛 눈동자를 빛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강한 의지가 타오르고 있었다.
"저도 끝까지 데려가주십시오."
"...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 지 모르오. 괜찮소?"
"네. 저는...."
선화는 정상을 향해 차가운 눈동자로 이를 갈았다.
"누가 와백봉을 납치했는지, 이 일을 꾸민 배후를 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어요."
* * *
파사삭.
태산 모형을 뒤덮은 작은 흙인형들이 순식간에 모래가 되어 흩어졌다. 황혼은 압도적인 힘을 보인 두 초절정 고수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갈선은 사실상 글렀군."
황혼은 형틀에 묶인 여인, 제갈시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초절정 목각인형을 상대로 강제로 겁간을 당한 그녀는 간헐적으로 숨만 헐떡이며 몸을 떨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준비를 해야하나.... 하. 비처녀로 제물을 바치다니. 정성이 부족한데, 정성이."
황혼은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내비치며, 형틀 옆에 놓여있던 금빛의 안료를 꺼내들었다.
"신산강림의 의식을...시작하지."
스르륵.
황혼이 금빛 안료를 묻힌 엄지로 제갈시연의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그녀의 눈동자는 아래에서부터 황금빛으로 서서히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작품후기]
상폐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