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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백봉 납치사건
천마신공은 탈모를 유발한다.
몸안에 있는 양기를 머리 끝까지 올려 하늘로 닿고자 하는 만큼, 그로 인해 열기가 머리에 몰려 모근이 약화되는 사태를 초래한다.
물론 다른 곳의 털도 마찬가지. 나중에는 눈썹도 사라지고 다른 곳의 모든 털이 사라져 체모 자체가 사라지게 되어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현경에 이르지 않으면 전부 벗겨지고 만다.
이에 대한 세 가지 대책이 있다.
하나는 빙백신공.
천마신공을 통해 끓어넘치는 양기를 빙백신공으로 적당히 구슬려, 양기가 과도하게 배출되지 않도록 조절한다. 물론 이 방법도 양기를 체에 걸러내듯 상단전으로 오르는 양기를 중단전에서 조절하는 방식이라 근본적인 방법은 아니다.
또 하나는 미염신공.
운룡반월창을 쓰는 신창 선주흔의 가문에 내려오는 내공심법으로, 전신의 체모에 내공을 담아 윤기가 흐르게 만드는 심법이다. 천마신공은 모든 내공심법과 어우러질 수 있기에, 미염신공의 구결로 천마신공을 운용하면 모근이 약화되는 걸 막을 수 있다.
마지막 방법은 천마지루(天馬之淚)를 가지고 약을 만드는 방법 뿐.
하지만 나는 반드시 약을 복용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접어야했다.
"흥, 흐흥, 흥~"
유설라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게 머리칼을 맡겼다. 이미 한 번 거품을 이용해 씻어낸 뒤, 나는 다소 푸석푸석해진 머리에 윤기가 나도록 손을 빗처럼 머리칼을 정돈했다.
대력금강조(大力金剛爪).
소림의 신승(神僧)이 사용하던 여러 무공 중의 하나로, 나는 손가락을 강철처럼 달구어 머리칼을 빗었다. 따로 꽃기름 같은 건 필요 없었고, 내 손에서 흘러나오는 내기 자체가 상한 머리칼에 양분으로 들어갈 것이다.
"빙백신공과 천마신공을 같이 운용할 때마다 머리칼은 빠지지 않아도 쉽게 상했을테지. 더군다나 추운 북녘에 있었으니 머리를 관리하지도 못했을테고. 종종 들려서 이렇게 정돈해주마."
나는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내공을 실어 그녀의 머리칼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그녀의 머리칼은 어느새 비단결처럼 찰랑거리는 극세사가 되어 흐드러졌다.
"채양하는 거 잊지마라."
"물론이죠."
나는 유설라의 머리칼을 뒤로 한 번 크게 묶었다. 원형으로 돌돌 말아 흘러내리지 않게 만드니, 유설라의 머리는 욕탕의 수증기에도 쉽게 젖어 풀리지 않았다.
"이 정도면 만족하나?"
"개인적으로는 더 받고 싶기는 하지만 그건 욕심이겠죠.... 그런데 천 대협, 제법 익숙하십니다?"
"당연하지. 천하의 미인을 취하겠다는 자가 여인을 꾸미는 방법을 몰라서야 되겠느냐?"
혈강시로서 무공보다 더 중요하게 익혔던 방법이 바로 여인을 다루는 법이다. 무공이야 무림인들의 피를 흡수하면 그만이지만, 여인의 머리를 정돈하는 법이나 분칠을 하는 법이나 피부를 관리하는 법 등은 모두 혈강시가 직접 배우고 익혔던 것이다.
'혈녀들이 고생을 좀 했지.'
대력금강조로 머리칼을 정돈하다가 실수로 진짜 조법을 휘둘러 머리칼이 중간부터 뚝 끊어진 혈녀도 있었고, 분칠을 하다가 그만 여성형 혈강시 2호기를 만들어버린 적도 있었다.
갑자기 그 혈녀들에게 미안해졌다. 나중에 사과의 의미로 하단전에 진한 양기를 불어넣어주리라.
"너는 원판이 미인이라 조금만 꾸며도 예뻐질 것이다. 그런데...너도 은근히 어디서 배운 것 같구나?"
"그렇죠. 아미파 빙백봉을 연기하려면...아 참."
유설라는 뭔가 생각났다는듯, 이제 물기를 닦아내고 환복하려던 내 손을 붙잡았다.
"천 대협, 실은-"
"실례하겠습니다."
끼이익. 밖에서 문이 열렸다. 유설라는 황급히 손을 떨어뜨렸고, 밖에서 바구니 하나가 슬쩍 들어왔다.
"이건 무엇이오?"
"유설라 님께서 갈아입으실 옷입니다. 혹시나 싶어 준비했는데...."
"......."
유설라는 표정이 굳었다. 중려신화정 덕분에 유설라의 소복은 욕탕에 들어오기 전과 똑같이 말라있었으나, 역시 그건 말이 되는 게 아니었다.
"으으...."
유설라는 소복을 천천히 벗었다. 그리고 알몸이 되어 욕탕에 흠뻑 적셨다.
'확실히 중원인들과는 몸매 자체가 다르다니까.'
괜히 혈교주가 북해빙궁의 여인들을 취하기 위해 북해까지 나를 데리고 간 게 아니구나 싶었다. 백옥같은 그녀의 뒷태를 보며 나는 선화로부터 옷을 건네받았다.
"......?"
선화의 손에는 미약한 먹 향이 묻어있었다.
"혹시 뭐 쓰셨소?"
"네? 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선화는 당황하며 바구니를 내게 황급히 건넸다. 나는 밖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문을 열었다.
"밖에 사람이 없는-"
"힉."
나는 선화와 눈이 마주쳤다. 선화는 굳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다가, 천천히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아."
아기색마아아아아아
유설라의 뒷태를 구경하다가 그만 서버리고 말았다. 야밤에 몰래 유설라의 방으로 찾아가 그녀를 취할 생각을 하던 아기색마는 기대감을 좀처럼 숨기지 못했고, 덕분에 선화에게 전부 보이고 말았다.
"...별 일은 없군. 마저 챙겨입고 가겠소."
나는 태연히 문을 닫았다. 선화의 시선은 끝까지 천무명의 아래에 숨겨진 흉악한 물건에 닿아있었다.
'역시.'
제갈선.
'아주 호기심 넘쳐서 시선이 떨어지질 않는구나.'
보통의 처녀라면 기겁을 하며 시선을 돌릴텐데, 역시 육봉은 비범했다. 관상학적으로 판단하자면, 겉으로는 차갑고 이지적이나 속에는 음심이 가득해보이는 얼굴상이었다.
뭐라더라. 혈교주의 말에 따르면....
- 아. 안경 씌워버리고 싶은 미녀다. 내가 안경은 싫어하는데 쟤한테는 씌워놓고 정액 끼얹어버리고 싶게 만드네. 혈강시! 나는 안경을 만들테니, 너는 쟤를 붙잡아!
결국 붙잡기 전에 모종의 이유로 죽어버려서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혈교주가 했던 말이 대충은 이해할 수 있었다.
'미모를 가리는 봉인구.'
음심이 숨겨진 초롱초롱한 눈동자는 정말이지 수정처럼 예뻤다.
* * *
“모두 조심하라.”
황산에 도착한 제갈세가의 무사들은 을씨년스러운 황산의 분위기에 긴장했다.
때마침 도착한 시간도 석양이 지는 늦은 저녁이었고, 붉게 물든 하늘에는 까마귀 무리가 활공하며 귀를 시끄럽게 했다.
“.......”
황산에는 오직 하나의 기운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죽음.
산 전체에 깃든 죽음의 기운에 무사들은 긴장으로 입이 바싹 말랐다.
아무리 산공독에 당했다고 한들 제갈세가의 본가에서 붙여준 무사들이 전멸당했다.
구조된 여인들의 말에 따르면 산적들 중에는 일류 고수급의 산적도 일부 있었다고 하니,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사들의 생사를 확인한다. 살아있다면 구조하고, 죽었다면 피의 복수를 해야한다.”
본가에서 분가로 파견된 제갈세가의 호위무사, 백약대의 대주 유제강은 날카롭게 벼려진 검을 뽑았다.
식객으로 제갈세가에 큰 은혜를 받아 제갈세가의 무공을 하사받은 자로서, 제갈세가에 큰 피해를 끼친 산적들을 소탕하여 세가에 입은 은혜를 갚고 세가의 명예를 드높여야 했다.
그리고 보은에 대한 의지는 다른 일류 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백약대주. 그래도 불안한데 남궁세가에 지원을 요청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에 비해 분가의 무사들은 다소 걱정이 앞섰다. 어차피 죽었을텐데 하며 분위기를 흐리는 이들도 있었고, 죽었는지만 확인하자는 이들도 있었다.
“안휘에서 벌어진 일이 아닙니까. 남궁세가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자들도 존재했다. 유제강은 고작 호위무사, 그것도 분가의 사람이면서 빈약한 의지를 가진 이들이 이상하다 싶을 정도였다.
‘여인들을 전부 구했으니까 됐다 이건가?’
그들은 분명히 본가의 무사들을 구조하는데 의지가 없어보였다. 유제강을 비롯한 백약대의 대원들은 분가 무사들의 의아한 행동거지에 이상을 느끼면서도, 힘으로 그들을 이끌었다.
“불가하오. 가주께서 허락하지 않을 것이오. 남궁세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 또한 우리 선에선 불가능한 일이지. 그러므로-”
“아아악!!”
산 위에서 사내의 겁에 질린 비명이 들렸다. 무사들은 황급히 경공술을 펼치며 산위로 달렸다.
“이런…!”
숲이 우거진 곳을 넘어가니 교묘하게 숨겨진 산채가 우두커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도망쳐나오는 산적들은 하나같이 사타구니 쪽을 부여잡으며 비틀거리며 도망치고 있었다.
“대주, 저건 설마…!”
“그래. ...잘렸다.”
산적들의 하의에서 흘러나오는 피에 무사들은 괜히 자신들이 당한 것 마냥 환상통을 느꼈다.
“저들을 붙잡아라! 고환이 잘렸으니 멀리 도망가지 못할 것이다!”
무사들은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끅끅거리는 산적들을 하나 둘 제압했다. 그리고 그들의 잘려진 단면을 살피며 기겁했다.
음경에는 아무 손상 없이, 정확하게 구슬 두 개만 사라져있었다. 심지어 잘려진 단면도 워낙 깔끔하여, 실을 기우고 며칠 놔두면 피부가 서로 붙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이건 도대체….”
“으아아악! 마녀, 마녀다!!”
두건을 두른 산적이 동굴 안에서 고성을 지르며 도망쳐나왔다. 하의가 멀쩡한 것을 보아 그는 아직 ‘잘리지 않은’ 사내인 듯 했다.
“!! 사, 살려주시오! 마녀가 나를 죽이려고, 커흑!”
유제강은 산적의 배를 검집으로 찌른 뒤, 그를 무릎꿇렸다. 그리고 백약대의 대원들과 함께 검을 앞으로 휘두르며 검진을 펼쳤다.
“온다!”
저벅, 저벅.
동굴에서 나온 사람은 감청의 무복을 입은 여인이었다. 손에 움켜쥔 검에는 청명한 기운이 깃들어있었고, 가지런히 어깨 옆으로 정돈한 머리칼은 석양에 비쳐 갈색으로 반짝였다.
“미인….”
백약대는 여인의 미모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야차와도 같은 기세를 내뿜고 있었지만, 산을 오르다 마주친 청설모같은 여인의 기운에 남자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남자는….”
여인은 백약대에 의해 제압된 남자를 향해 검을 겨눴다.
“사람을 잔인하게 죽인 살인마에요. 그리고 저를 덮쳐서 강간하려고 한 짐승입니다.”
“자, 잘못했어! 잘못했으니까 목숨만은 제발!!”
산적은 유제강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으며 눈물 콧물을 질질 흘렸다.
“죽이지 않아요. 단지 여인을 강간하려고 하는 악의 근원을 제거해버릴 뿐.”
제갈세가의 무사들은 깨달았다. 산적들의 고환을 잘라버린 예리한 검기의 소유자가 바로 여인이라는 것을.
“...저희는 제갈세가의 무사들입니다. 이곳에서 세가의 무사들이 이전에 습격을 받아, 그들의 생사를 확인하러 왔습니다. 소저께서는 누구십니까?”
“소저….”
여인은 입꼬리를 씰룩이며 고개를 돌렸다. 유제강은 자신이 여인의 심사를 불편하게 만들었나 괜히 긴장했다.
“저는 그냥….”
여인은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은은하게 미소지었다.
“지나가던 소녀검사랍니다."
여인의 이름은 류미아라고 했다.
* * *
산동 제갈세가의 분가에서 머무르는 동안, 나는 그들의 환대를 받으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무엇을 조심스럽게 행동했냐하면, 당연히 유설라와의 관계다.
"설라야. 이 세우지 마라."
"네...주인님."
나는 유설라와 몰래 도시 내에 있는 다른 객잔을 빌려 알몸의 대화를 나눴다. 아무래도 제갈세가 내에서는 바로바로 채음보양을 할 수 없다보니, 이렇게 바깥에 나와서 남들 몰래 살을 섞어야 했다.
'얘랑은 어째 매번 도둑질 하듯이 해야하네.'
하남 무림맹에 있을 때는 이 각 안으로 취하고 떠나야 했고, 이제는 한 시진 내로 해결해야했다. 객잔의 방을 한 시진 대절했기 때문이다.
"주인님, 빙정은 안 빼시나요?"
"네가 한 번 스스로 뽑아봐야지."
다른 이들을 신경쓸 필요도 없기에 천 대협이니 유 소저니 운운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그녀의 한빙쌍옥수를 만끽하며 달뜬 아기색마를 달랬다.
사공희나 팽유월처럼 남근 전체를 감싸는 정도는 아니지만, 손을 좌우로 모으면 충분히 남근을 감쌀 수 있는 크기였다. 역시 단전은 크고 봐야할 일이다.
"그래도 걱정마라. 대절한 지 아직 반 시진도 지나지 않았으니."
"이제 반 시진밖에 안 남은 거잖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어차피 여차하면 야밤에 몰래 나가서-"
휘리릭.
무언가 암기가 날아가는 소리에 나는 내공을 일으켰다. 유설라도 바로 빙백신공을 일으키며 주변을 살폈다.
"우리 쪽을 노린 건 아닌데."
"광장입니다. ...암기로 방을 붙였군요."
우리는 창 너머, 광장의 벽에 암기와 함께 붙은 방을 읽었다. 직접 가지 않아도 나나 유설라나 둘다 안력에 내공을 불어넣어 글귀를 읽을 수 있었다.
"...허?"
- 와백봉 제갈선을 납치했다. 찾고 싶다면 태산의 봉선당으로 와라.
와백봉 제갈선이 납치되었다.
[작품후기]
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