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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색마-253화 (253/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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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백봉 유설라

“흑, 흑흑...!”

제갈유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목놓아 울었다. 그녀는 마치 첫사랑에 실패한 여인처럼 눈물을 흘렸다.

실제로, 그녀는 첫사랑에 실패했다. 강을 건너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머릿속으로 천무명과 아들딸을 낳고 천가장에 들어가 키울 손자 손녀 이름까지 생각했던 제갈유의 꿈은 빙백봉의 등장과 함께 산산조각 나버렸다.

유설라.

그녀는 제갈유가 넘기에는 너무나도 높은 산이었다.

무공에서 이기는가? 전혀.

몸매에서 이기는가? 전혀.

여인으로서 가진 아름다움에서 이기는가? 저어어어언혀.

유일하게 자랑할 수 있는 건 제갈세가라는 배경이었지만, 천무명이라는 남자는 여인의 배경에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심지어 빙백봉의 마음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듯 했다.

유일하게 이 점이 있다면 천무명에게 처녀를 바쳤다는 거지만, 빙백봉은 또 어떨지 모르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야 빙백봉이 직접 술을 따르며 교태를 부리고 있음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빙백봉의 여우짓을 눈치챘을 것이다.

육봉이면서 염치나 수치라는 게 없단 말인가! 라고 하기에는, 자신도 천무명과 다시 만난다면 그럴 것 같아서 차마 말로 욕할 수 없었다.

“어헝, 흐어엉...!!”

“딸아, 진정하거라. 천하에 남자는 많다.”

제갈소소는 제갈유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아무리 제갈유의 처녀를 가져간 남자라고 해도, 그걸 빌미로 제갈유를 책임지라고는 할 수 없었다.

- 나도 원치 않는 성교였소! 어찌 제갈세가는 그 일을 두고 나를 겁박할 수 있단 말이오!

그랬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천무명은 제갈세가 여인들이 황산에서 산적들에게 범해진 것을 함구하는 것 만으로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 제갈유의 처녀를 가지지 않았다면, 제갈유는 걷지도 못하는 폐인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아흑, 엄마, 허어엉...! 나 어떡해요...!”

“분명 더 좋은 남자가 있을 것이다. 더 슬퍼지기 전에...포기하거라.”

“어허헝, 흐윽, 흐아앙!!”

생명의 은인을 평생의 지아비로 섬기고자 했던 꿈은 너무나도 강대한 벽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제갈유는 대성통곡하며 자신의 가슴을 쳤다.

“강 소협을 보았잖니. 그 사람처럼 천하에 잘난 남자는 많이 있단다.”

“천 가가만큼의 남자는 없을 거 아니에요!”

“.......”

제갈소소는 말문이 막혔다.

“아까 강 소협이 얘기했잖아요! 자기가 연초를 태우러 나갔는데, 천 대협과 빙백봉이 손을 잡고 나갔다고!”

남녀가 야밤에 손을 잡고 자리를 피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오래전에 만난 사이래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이겨요! 흐어엉...!”

“...그건 좀 미심쩍지만, 그래도 진정하거라.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는 게 아니다.”

제갈소소는 단호한 목소리로 딸을 단념시켰다.

“그는 네게 인연이 아닌 게지.”

“저, 저 포기 못해요! 절대로, 무조건!”

제갈유는 물기 가득한 눈으로 울면서 소리쳤다.

“엄마, 제발 어떻게 좀 해주세요. 네? 저 그 남자 포기 못해요. 네? 제발요...!”

“......미안하다.”

제갈소소는 눈물을 흘리며 딸을 끌어안았다. 어머니의 사과에 제갈유는 큰 충격을 받고 표정이 굳었다.

“이 어미가 어떻게 해보기에는, 천 대협을 어떻게 해볼 수 없구나. 다만.”

제갈소소는 제갈유를 쓰다듬었다.

“빙백봉을...우선 무공으로 꺾자꾸나. 아직 다음 용봉지회까지 시간이 남아있다. 그 때까지...노력해서 빙백봉을 이겨보자꾸나. 그러면 혹시 아니. 천 소협이 너를 달리 보게 될지.”

“흑, 흐윽...!”

제갈유, 무공으로 치면 이류.

그녀가 넘고자 하는 산은 너무나도 험준했다.

* * *

“미안해요.”

빙마, 유설라는 대뜸 사과부터 했다. 유설라의 사과에 산동배후성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흑우선으로 입을 가렸다.

“제갈세가의 여인들을 습격하는 산적들 중에 마교인이 섞여있을 줄은 몰랐어요. 입장상, 색마들을 우선 붙잡아야 하는 제 상황을 이해해주세요.”

“...사과를 받아들입니다, 빙마.”

산동배후성주는 다행히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다. 유설라는 자신의 사과에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었지만, 산동배후성주는 사과를 받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만족하는 듯 했다.

“무림맹에 첩자로 들어가셨다고 이미 전해들었습니다. ...다만, 제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단 하나.”

“비천인지, 지린인지?”

“예. 빙마께서는 진정으로 비천의 길을 선택하신 겁니까?”

유설라는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천여빙마랍니다. 이쪽은 비천빙마. 세간에는 익히 알려진대로 빙색마인으로 알려져 있죠.”

“만나서 반갑소. 산동배후성주.”

“...고명하신 분을 만나뵙게되어 영광입니다.”

산동배후성주는 나를 살피며 허리를 넙죽 조아렸다. 유설라에 준하는 실력의 초절정 고수답게, 그는 바로 내 경지를 가늠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두 분 모두 빙마라고 하심은....”

“흠.”

천마신공을 일으켜 적안을 보이자, 그는 나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마저 거두었다. 천마신공은 내가 십마의 일인이라는 가시적인 증거였다.

“그런데 산동에는 어쩐 일로 오셨는 지...?”

“내가 네놈에게 내 행차를 일일이 보고해야하나?”

“아, 아닙니다. 혹시나 제가 노리는 자를 찾으시나 해서...헤헤....”

산동배후성주는 다소 비굴한 얼굴로 웃었다. 나는 강자 앞에 한없이 약한 그의 모습에 괜히 미안해졌다.

“네가 노리는 자는 누구냐?”

“와백봉 제갈선입니다.”

“그래? ...흐음, 분명 예쁘장했던 여자지. 흠.... 근데 딱히 끌리진 않는군.”

나는 손을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집나간 아내 찾느라 바쁜 몸이다. 지금은 지나가다가 여빙마를 만나서 잠깐 인사를 나누려다가, 그녀가 너를 만나야 한다길래 잠시 동행했을 뿐이다.”

“집나간 아내...?”

“흐흐, 적당히 흘려 들어라.”

사실 일부러 들으라고 한 말이지만, 산동배후성주는 고개를 수차례 주억거리며 입을 닫았다. 나는 유설라에게 턱짓을 했고, 유설라가 앞으로 나서며 적안을 반짝였다.

“...산동배후성주. 진실을 말해야 할 것입니다. 제갈세가를 습격한 건 누구의 계획입니까?”

“.......”

산동배후성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더 묻겠습니다. 당신은-”

“비천여빙마께 묻겠습니다. 제 대답에 따라, 당신은 저를 죽일 겁니까?”

산동배후성주는 유설라의 말을 끊었다. 유설라는 불쾌한 듯 눈썹을 찌푸렸지만,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십마 분과 척을 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반드시 복수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허망하게 죽고 싶지 않습니다.”

‘진짜 미안한데.’

그는 명백히 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무림맹주로부터 칼침을 맞고도 살아있는 나를 마주하게 되었으니, 대답 여하에 따라 내가 자신을 죽이는 게 아닐까 몹시 걱정하고 있었다.

스륵.

나는 유설라의 엉덩이에 불(不) 자를 그렸다. 유설라는 나를 잠시 흘겼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단지 묻는 겁니다. 대신 솔직하게 답변해주십시오.”

“......빙마께서 걱정하시는, 대공자께서 배후라거나 그런 일은 없습니다. 이 일은 산동, 안휘, 그리고 호북 배후성주들이 펼치는 합동 작전이니까요.”

산동배후성주의 말에는 거짓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합동? 제갈세가를 치는 게?”

“예. 와백봉 제갈선을 끌어내려는 계책이었습니다. 산적들을 인질로 잡아 와백봉에게 편지를 보내면, 와백봉이 구출하러 오도록 하게 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리고 위치를 파악하면 그에 맞춰 포획 작전을 벌이려고 했습니다. 산동에 있으면 제가, 호북에 있으면 호북배후성주가.”

산동배후성주는 순순히 자신의 계획을 불었다.

‘제법 그럴싸한데?’

대공자만큼의 인륜을 저버린 악의나 뢰마의 지독할 정도의 치밀함은 없었다. 다만 한 지역의 수장 자리를 노름으로 딴 건 아닌지, 그들의 계략은 성공하면 크게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와백봉을 끌어내려는 이유는 뭐죠?”

“...그것만으로 저희에게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숨기려고 하느냐. 와백봉을 범하려고 하면서.”

내 말에 산동배후성주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내 말에 속내가 바로 들킨 그는 다시 허리를 숙였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입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희의 목표는-”

“되었다. 이유를 알았으니 더 들을 가치도 없구나. ...다만.”

나는 품에서 단약 하나를 꺼내 산동배후성주에게 튕겼다. 흰 종이에 쌓여진 단약을 받은 그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것은...?”

“천환단이다. 신의에게 받은 것을 쪼개어 복제한 것이다. 이건 너희 작전을 방해한 것에 대한 대가다.”

“.......”

산동배후성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자 범하려고 했던 걸 방해했으면 보상을 해야지. 우리 덕분에 마인들도 다쳤을테니.”

그의 머릿속에서 온갖 상념이 몰아치는 게 훤히 보였다.

- 천환단을 준다고? 미친 거 아니야?

- 그래도 이번 작전에 나간 값을 생각하면 천환단이면 충분한 보상인데?

- 근데 이거 나한테만 주는 건가? 다른 놈들은? 쪼개서 줘야하나?

- 아니면 다른 배후성주들이랑 나를 이간질 시키려는 거?

- 근데 이걸 왜 줘?

“대신, 와백봉은 내가 침발라놓으마. 끌리진 않아도 언젠가 먹으면 되겠지.”

“아....”

산동배후성주는 대놓고 탄식을 내뱉었다. 그에 나는 그에게 한걸음에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흐흐, 걱정마라. 한 번만 먹고 얼마나 맛있는지 확인만 할테니.”

내 음흉한 목소리에 그는 긴장을 늦췄다. 자고로 사내 간에는 술, 연초, 그리고 여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 금방 말을 트는 법이 아니겠는가?

“호오...! 빙색마인께서 인증하신 점수라니, 참으로 놀랍군요. 몇 점 예상하십니까?”

“일단 육봉이니까 최소 육점은 먹고들어가겠지? 처녀 아니면 1점 까이는 거고, 영 좋지 않으면 거기서 점수 더 까먹는 거고.”

“...흐흐,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음담패설 조금 지껄이자, 산동배후성주는 바로 나에 대한 경계를 풀었다.

“그만 돌아가지.”

“예. 산동배후성주, 오늘의 일은 함구해야 할 것입니다. 알겠습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비천여빙마시여. 한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뭡니까?”

“천무명, 그 자.”

산동배후성주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눈을 번뜩였다.

“그 자를 조심하십시오.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어쩌면...저희와 비슷한 수준일 수도 있습니다.”

“풋.”

유설라는 산동배후성주 주의에 코웃음을 쳤다.

“걱정마세요. 그 자를 잡아다가 남자구실도 못하게 만들어 놓을테니.”

“...어우야.”

유설라는 빙기로 만들어낸 천수관음봉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손은 위아래로 탁탁거리는 것이, 분명 나를 향한 모종의 신호였다.

“빙마님들.”

“왜요?”

그리고 산동배후성주는 교활한 표정으로 유설라를 향해 웃었다.

“...작전에 쓰다가 남은 춘약이 있는데 조금 드릴까요?”

“.......”

오늘부터 산동배후성주는 비천의 세력이다.

* * *

“그래, 나를 남자구실도 못하게 만들겠다?”

“......도전?”

유설라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나를 올려다봤다. 나를 착정하여 서지 않게 만들겠다는 듯한 모습에 그저 웃음만 나왔다.

“잠깐 기다려봐라.”

우둑, 우두둑.

나는 빙색마인으로서의 육체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렸다. 유설라는 오랜만에 보는 내 본모습에 옅게 웃으며 자신의 손을 하단전에 올렸다.

“금방 꺼내드리겠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잠깐.”

나는 그녀가 하단전에서 빙기를 뽑아내려는 행위를 제지했다.

“부탁이 있다.”

“어머...부탁이요?”

"그래. 한 가지 실험을 하고자 한다."

유설라는 내가 부탁이라는 말을 담자 눈을 빛냈다.

“얼마든지 말씀하셔요. 금방 해결하고 빙정을 드리겠어요.”

“...빙정을 받는 방법을 조금 달리하고 싶은데.”

이왕 취할 거라면 조금 특별하게. 나는 유설라에게 아주 특별한 제안을 했고, 그걸 상세히 들은 유설라는-

"...뭐, 저를 써보시지요."

한쪽 가슴을 자신의 손으로 받치며, 한 손으로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었다. 은근슬쩍 가슴 앞섶을 열어젖히며 과시하는 탐스러운 과실에 나는 절로 군침이 넘어갔다.

"지금부터 내가 이끄는 대로 내공을 운용해라. 그러면...."

사락.

나는 그녀의 가슴 앞섶을 열어젖히며, 분홍빛 빙수꼭지에 입을 붙였다.

"이쪽으로, 빙정이 흘러나올테니."

채음보양의 다각화를 위해, 나는 유설라에게 빙정수유(氷精授乳)를 주문했다.

이것은 혈교주조차도 시도하지 않는, 나만의 채음보양술.

'과연 임신하지 않은 여인에게도 젖이 나올 것인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작품후기]

빙마망의 북해산 연유...이건 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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