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245화 (245/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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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아연월검(熙牙燃月劍)

“크하하! 부어라, 마셔라!”

동굴 안은 축제의 도가니였다. 동물의 털가죽으로 차려입은 남자들이 술과 고기를 즐기며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청랑채.

안휘 황산 일대에 자리잡은 산적 연합 ‘칠색파’에서도 가장 세력이 큰 녹림의 무리로, 그들은 모처럼 크게 ‘사냥’을 성공한 것을 축하하고 있었다.

무엇을 사냥하였는가? 산군이나 대호라도 잡았다면 축하할 일이지만, 그들은 사람을 사냥했다.

“채주님.... 정말 괜찮은 겁니까?”

“뭐?”

청랑채의 채주, 두열랑은 부하의 말에 술잔을 집어던졌다.

“뭐가?”

“정말 저희가 제갈 세가를 건드려도....”

빠-악.

두열랑은 부하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솥뚜껑만한 손으로 때린 바람에 부하는 순식간에 나가떨어졌다.

“새끼, 호북 산골에 처박혀있는 놈들이 뭐가 무섭다고 난리냐! 여인네 치마폭에 숨어서 글귀나 읽어대는 서생들 아니냐!”

크하하하하!

두열랑의 조롱에 산적들은 광소를 내질렀다. 동굴 안, 나무로 된 우리 안에 갇힌 여인들은 살기어린 눈으로 산적들을 노려봤다.

“이 쓰레기들!!”

가장 어린 여인이 당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산적들은 술을 들이키며 여인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하늘이 무섭지도 않느냐!”

“크하하! 항상 다들 그런 말을 하지. 이것아, 하늘이 무서웠으면 진작에 산적질 때려치고 농사나 지으러갔겠지!”

두열랑은 흘러내리는 바지를 질질끌며 우리 앞에 섰다.

“하늘이 두렵지 않냐고? 너희는 하늘같은 지아비가 두렵지 않느냐? 여기, 이게 네 하늘이 아니더냐?”

“꺄아아악!!”

덜렁덜렁. 두열랑은 아래로 축 늘어진 양물을 여인들의 앞에 흔들었다. 도저히 봐줄 수 없는 흉측함에 제갈세가의 여인들은 비명을 질러야만 했다.

“어쭈? 앞으로 평생 모시고 살 지아비를 그렇게 혐오해서야 되겠느냐? 저항하지 마라. 어차피 나중에는 좋다고 앙앙거리게 될테니. 크하하!”

“이...악적들...!!”

여인, 제갈유는 당찬 목소리로 우리를 붙잡고 소리질렀다.

“어머니께서 꼭 돌아오실 것이다! 제갈 세가의 무사들과 무림맹의 무사들을 이끌고, 이곳 황산으로 오실 것이야!!”

“흐흐, 언제?”

끼이익.

두열랑은 우리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제갈유의 머리를 붙잡았다.

“그 똑똑한 머리로 계산해보거라. 우리 부하의 자지를 깨물고 탈출한 네 어미가 과연 산동이나 하남에 언제 도착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이 이곳 황산으로 올 때 까지 얼마나 걸릴까? 최소...칠일은 걸리겠지?”

제갈유는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두열랑의 분석은 제갈유의 머리를 꿰뚫어보듯 정확했다.

“그럼 그 칠일, 아니 그 이상이 될지 모르지. 구조대가 올 때 까지 너희들은 여기서 우리를 모셔야한다, 이 말이야. 그래, 침상에서-”

“퉤!”

제갈유는 두열랑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두열랑은 고개를 옆으로 슬쩍 돌리는 것으로 침을 피한 다음, 제갈유의 목덜미를 붙잡고 우리 밖으로 강제로 끌고나왔다.

“윽, 으윽...!”

우악스러운 사내의 손길을 피할 수 없었다. 산공독 때문에 내공도 쓸 수 없었고, 제갈유는 두열랑이 앉아있던 짚더미에 강제로 엎어져야만 했다.

“야, 그거 가져와. 약.”

“흐흐흐, 하시는 겁니까?”

“그래. 전대 와백봉 딸내미는 얼마나 좋은 지 한 번 보자고.”

“이, 이 놈들...!!”

제갈유는 손톱을 세웠다. 딱히 조법을 익힌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저항을 해야만 했다.

“야. 제갈가의 여식님. 네가 반항하고 저항하면 저것들이 몸 성하지 않을 줄 알아라.”

두열랑은 우리 안에 갇힌 다른 여인들을 가리키며 엄지로 목을 그었다. 우리 안에는 제갈유를 비롯한 제갈 세가의 방계 여인들과 시종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네가 저항할 때마다 한 명씩 간살하겠다.”

“!!”

우리 안의 여인들은 제갈유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제갈유의 안색은 절로 창백해졌고, 두열랑은 부하들이 가져온 정체불명의 단약을 단번에 씹고 술과 함께 삼켜버렸다.

“으어, 이거지.”

불끈, 불끈.

아래로 축 늘어져있던 두열랑의 양물이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보는 흉물이 더욱 흉측해지자, 제갈유는 비명을 지르고 기절해버리고 싶었다.

“야, 네 어미는 이거 깨물고 도망쳤는데 넌 그러지 마라? 네 어미가 그런 바람에 남자 호위무사들 지금 싹다 죽어가는 거 알지?”

“으, 흐윽....”

제갈유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두열랑은 거친 손길로 제갈유의 눈물을 닦았고, 제갈유는 벌레가 얼굴에 닿은 것같은 기분에 죽고싶어졌다.

“걱정마라. 이 몸의 등선봉(登仙棒)이면 황산 정산까지 정신이 날아갈테니.”

퉤.

두열랑은 손바닥에 침을 뱉었다.

“우선 포장부터 벗겨볼까? 네 어미 빨통은 그렇게 대단하던데, 어디 딸은 얼마나 큰 지 보자고. 개봉박두 아니겠느냐, 크하하!!”

“크하하하하!!”

“그런데 대장, 대장만 입이요? 우리는 뭐 먹을 것 없소?”

부하들은 능글맞게 웃으며 우리 근처를 에워쌌다. 두열랑은 비릿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맘대로 해라. 대신 이 여자가 저항하면 내가 아무나 죽여도 원망하기 없기다?”

“그러면 대장이 죽이기 전에 범하면 되겠군! 하하하!!”

산적들의 추잡스러운 웃음속에, 제갈세가 여인들의 비명만이 동굴에 메아리쳤다.

***

정말 이 청년을 믿어도 괜찮은 걸까.

당장이라도 산동의 분가로 가서 구원을 요청해야 하는게 아닐까.

제갈소소는 머릿속에 휘몰아치는 온갖 가정을 차선으로 치워야했다. 이성과 감성, 모두가 최선책으로 꼽는 방안은 ‘눈앞의 청년을 믿고 따른다’였다.

서걱, 서걱!

청년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피분수가 휘몰아쳤다. 검이 한 번 번쩍일 때마다 산적 한 명의 목이 날아가는 건 예사였다.

“와....”

제갈소소는 청년, 천무명의 힘에 절로 침이 넘어갔다. 상황이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진정으로 천무명의 힘에 감탄했을 것이다.

“희아연월검...!”

뿌연 달 아래에 빛나는 송곳니와도 같은 검이라. 그 말 대로 천무명의 검은 안개 속에서 찔러오는 암기와도 같은 검이었다.

“비상접(飛翔蝶).”

천무명은 산적을 밟고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도복을 나풀거리며 나뭇가지를 밟는 모습이 마치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뢰봉낙하(雷蜂落下)!”

“크아아악!!”

그리고 아래를 향해 벼락같이 떨어지며 찌른 검끝은 산적의 어깨에 정확히 떨어졌다.

대부(大斧)를 든 산적은 어깨에서 뿜어져나오는 피분수에 눈에 핏발이 서서 손을 휘저으며 천무명을 잡으려고 했으나, 천무명은 검을 놓고 산적의 아래로 파고들 듯 착지했다.

퍼-억!

천무명은 산적의 명치에 주먹을 내질렀다. 그리고 산적의 오금을 발로 걷어차 강제로 무릎꿇린 뒤, 산적의 허벅지를 밟고 뛰어올라 검을 뽑아냈다.

퍼버벅!

천무명을 향해 날아든 암기가 산적의 몸에 꽂혔다. 천무명은 몸을 빙글 돌리며 검을 직선으로 던졌다.

푸-욱!

나무 사이로 날아든 검은 화살처럼 산적의 심장에 꽂혔다. 녹색과 황색으로 주변과 동화하려는 듯 시야를 교란하는 옷에 붉은 핏자국이 스멀스멀 펼쳐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일각이나 지났을까? 송곳니처럼 번뜩이는 검은 일각이 채 지나기도 전에 무려 서른 명이 넘는 산적들을 모조리 격살했다.

“후우, 괜찮습니까?”

“네. 소협이야말로....”

제갈소소는 천무명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는 산적들을 베며 살짝 튄 핏방울만 묻어있었을 뿐, 몸에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일어나시지요. 이제 슬슬 목적지에 다 온 듯 합니다.”

천무명은 옷깃에 묻은 피를 손으로 털어내며 숨어있던 제갈소소에게 손을 내밀었다. 제갈소소는 천무명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의 손에는 검을 잡은 열기만 가득할 뿐, 땀과 피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강호는 정말이지 무서운 곳이로군요. 산적들이 무공을 익히고 있으니, 양민들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천무명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갈소소는 하고 싶은 말이 턱끝까지 차올랐으나, 속으로만 그에게 외쳤다.

진정으로 무서운 건 당신이 아니냐고.

“소협은...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예? 하하, 이제 약관을 넘었습니다.”

청년은 멎쩍게 웃으며 투검을 날렸던 방향으로 다가가 시체에서 검을 뽑았다. 제갈소소는 20대 초반처럼 보이는 그의 무공이 어느정도인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최소한 일류인 자신보다는 훌쩍 뛰어넘는 건 기본이었다. 산공독의 약효가 빠지고 전력을 갖춘다고 해도, 도무지 천무명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천 소협은...다음 용봉지회에 나가면 구룡은 따놓은 당상이겠군요.”

“좋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왜 지난 번 구룡쟁패에는 나오지 않았습니까?”

“하하, 그 때는 스승님께서....”

“저기다---!!”

쑥스럽게 웃던 천무명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 멀리서 달려오는 산적들은 이미 죽은 동료들을 보며 눈에 핏발이 섰다.

“죽인다, 이 개새끼!”

“개새끼라니, 말이 심하군.”

천무명은 산적들을 비웃으며 앞으로 내달렸다.

“유언은 고작 그것 뿐인가?”

“이 놈!”

서걱.

피분수가 일었다. 천무명은 무표정한 얼굴로 산적들이 나뒹구는 전방을 가리켰다.

“선배님. 제갈 세가의 분들을 납치한 이들이 무슨 띠를 두르고 있다고 하셨습니까?”

“청색....”

“아무래도 잘 찾아온 것 같군요.”

천무명은 동굴 앞에 나부끼는 푸른 깃발을 가리켰다. 그리고 어깨에 검기를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남자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황산칠채 중 청랑채. 맞나?”

“크윽, 아, 아니다! 이곳은...감랑채(紺狼砦)...! 네놈이 찾는 곳은 저기 다른 산-”

아아악----!!

동굴 안에서 비명이 들렸다. 산적은 사색이 되었고, 천무명은 그를 향해 입꼬리를 비틀었다.

“저세상에 가면 거짓말은 하지 말고 살라고.”

푹.

천무명은 산적의 목에 칼을 박아넣은 다음, 옆으로 휘둘러 피를 털어냈다. 제갈소소는 다소 잔혹하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산적의 거짓에 속아넘어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괘씸했다.

퍽.

제갈소소는 산적의 고개를 발로 굴리는 것으로 산적을 눈감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바닥에 나뒹구는 검 하나를 움켜쥐었다.

“선배님? 그 검은....”

“제갈세가의 검이에요. 분명...이곳이겠죠.”

제갈소소는 검을 움켜쥐고 내공을 가다듬었다. 산공독의 약효는 어느정도 가라앉아, 그녀는 전력은 아니더라도 전력의 7할 정도는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가시죠, 소협.”

“선배님, 안에서-”

천무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짐작하는 듯 했고, 제갈소소가 안에 들어가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지 아는 듯 했다.

“괜찮습니다. ...이미 각오한 일.”

하지만 제갈소소는 천무명의 반응에 금방 내부의 상황을 이해했다. 그리고 그녀는 천무명의 칼이 무뎌지지 않게 마음을 다잡았다.

“안에 무슨 일이 있든, 색마들을 죽이고 여인들을 구출하는 겁니다.”

“...예.”

천무명은 검을 들고 달렸다. 제갈소소는 그의 뒤를 지키듯 달렸다.

아하하하!

꺄악, 아아악!

안으로 달려갈수록 짐승들의 웃음소리가 귀를 때렸다. 그리고 그 아래에 깔린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유아...!!”

제갈소소는 딸의 울음소리에 앞으로 달려나갔다. 천무명을 제치고 앞으로 달려나가 동굴에 들어가니, 그곳에는 이미 모든 일이 끝나있었다.

“우웁...!”

제갈소소는 동굴 안에 가득한 색향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산적들에 의해 윤간당하는 제갈세가의 여인들은 이미 정신을 잃은 채 인형처럼 들썩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유아는...!”

참으로 간사하게도, 제갈소소는 범해지는 여인들 중 딸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딸은 없었다.

“응? 너희는 누구냐!”

“알 것 없다.”

천무명은 바람처럼 앞으로 달려 검을 휘둘렀다. 여인의 위에 올라탄 이의 명치를 걷어차 여인에게서 떨어뜨린 다음, 피조차 묻지 않을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아아악!!”

양물이 날아갔다. 천무명은 여인을 범한 남자의 성기를 자른 뒤, 남자의 등의 혈을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헉, 끄헉, 허억...!”

남자들은 모두 네 발로 엎드려 고꾸라졌다. 제갈소소는 성기가 잘려나간 남자들의 등허리에 칼을 꽂아넣으며 그들을 직접 죽였다.

그리고 둘은 동굴 안쪽의 짚단 위에 당황한 남자 하나를 발견했다. 발가벗겨놓은 여인을 향해 양물을 집어넣으려던 남자는 기겁을 하며 소리질렀다.

“네, 네놈은 누구냐?! 감히 이 빙색마인을 눈앞에 두고도 감히 어딜-”

“네놈은 빙색마인이 아니야.”

서걱.

천무명은 남자, 두열랑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일검에 두열랑의 머리는 몸통과 떨어져 바닥을 굴렀고, 천무명은 급히 아래에 깔린 여인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 이런....”

“유야!!”

제갈소소는 검을 내던지고 황급히 천무명의 옆에 앉았다.

“어흑, 허윽....”

제갈유, 딸은 간헐적으로 몸을 떨고 있었다.

“이 개같은 자식...! 감히 춘약을...!!”

“선배님. 이 근처에 마을이 있습니다. 그곳에-”

“늦어요! 의원을 기다렸다가는 유가 폐인이 될 겁니다! ......소협!”

제갈소소는 천무명의 손을 붙잡았다.

“염치없는 부탁인 걸 압니다! 하지만...딸을 위해, 한 번만 해주십시오!”

“서, 선배님!!”

“딸을 위해, 사람 하나 살린다 생각하고.... 제발...!”

“...알겠습니다.”

천무명은 바지를 벗어내렸다. 그리고 제갈소소는 보았다.

선하게 생긴 청년의 아래에 숨겨진 흉악한 크기의 물건을. 옆에서 튀어나온 것 만으로도 제갈소소는 아랫배가 뜨거워지는 느낌에 침을 꿀꺽 삼켰다.

크기, 형태, 열기. 보는 것 만으로 여인을 달뜨게 만드는 마력.

저것이야말로, 진정한 색마가 아닐까.

“실례하겠습니다, 제갈 소저.”

천무명은 조심스럽게 제갈유의 아래에 남근을 밀어넣었다. 간헐적으로 몸을 떨던 제갈유는 남근이 들어오자 떨림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푸-욱.

“하아아앙!!”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동굴 안에는 교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작품후기]

희아연월검을 쓰는 검수...도대체 그는 누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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