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241화 (24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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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가도래

무릉도원이 있다면 이곳일 것이다.

"응애."

내가 낸 소리가 아니다. 반듯하게 누운 내 위에 엎어져 자고 있는 월아가 낸 소리다. 월아는 도원에 누워있는 것처럼 내 가슴 위에 반듯하게 엎어져 자고 있었다.

새근, 새근.

나는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월아가 혹시나 좌우로 떨어질까봐 괜히 두려웠고, 월아을 품에 두고 굳이 좌우로 몸을 굴릴 이유도 없었다.

"후후후."

"흐흥."

사실 좌우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내 옆에는 사공희가, 그리고 반대편에는 팽유월이 반듯하게 누워있었다. 사공희는 내 어깨를 자신의 가슴골 사이로 밀어넣었고, 팽유월은 상체를 크게 넘겨 내 어깨를 누르며 월아의 등을 쓰다듬었다.

"...이제 주무셔야 하지 않습니까, 두 분?"

"먼저 자세요, 제자님."

"그래요, 소협. 월아랑 놀아주느라 피곤했을텐데."

둘은 내가 먼저 자기를 바라고 있었다. 둘이 자는 사이에 내가 몸을 일으켜서 빠져나오기에는, 둘은 물밑에서 은근한 씨름을 하고 있었다.

월아를 품고 있는 만큼, 나는 양물이 서지 않도록 조절하느라 안간힘을 썼다. 내 몸에 닿은 두 개의 천하쌍젖의 포근함과 푹신함에도 애써 참아보려고 했다.

스륵, 스륵.

하지만 둘은 각자 다리를 내 쪽으로 올리며 허벅지를 문질렀다. 월아는 팽유월이 잡아주고 있기에, 나는 손만 아래로 내리면 둘의 은밀한 부분을 향해 손을 밀어넣어 장난을 칠 수 있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잡아먹힌다. 나는 이 억울하고 말못한 행복의 상황이 왜 일어났는가 곰곰이 되살폈다.

- 태극화 님, 부디 아붕 소협을 하룻밤만 빌려주셔요.

- 안 됩니다. 저는 제자가 옆에 없으면 잘 수 없는 몸입니다.

- 그래요? 그러면 이렇게 하시는 건 어때요?

- 네? 월아랑 아붕소협이랑, 넷이서 같이요? .......

사공희는 팽유월의 계략에 함락되었다. 팽가의 여인답게 호쾌하고 단호하여, 사공희가 원만하게 받아내기도 전에 그녀를 공략해냈다.

"후후, 귀여워라.... 정말 사랑스럽네요."

"그렇죠? 평생 제 곁에 두고 싶을 정도예요."

누구를 두고 말하는 걸까. 시선이 나와 월아 두 명에게 동시에 닿고 있으니, 나는 좀처럼 뭐라고 말을 하기가 애매했다. 월아는 만인에게 사랑스럽고, 아붕은 둘에게 사랑스러운 존재니까.

"월아를 보면 정말...저도 아이를 낳고 싶어져요."

사공희는 훈훈한 말을 하며 내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월아를 향한 정말 조심스러운 손길만 보면 아이를 아껴주는 여인의 모습이지만, 아래로는 남자를 탐하는 색녀의 기질을 보였다.

스륵, 스륵.

사공희는 살짝 접은 다리로 허벅지를 마구 문질렀다. 월아의 등을 쓰다듬겠다며 상체를 비틀며, 은근히 무릎을 내 고간 부위로 닿게 만들었다.

"월아의 볼 한 번 꾹꾹 눌러보시겠어요?"

"어머, 그래도 될까요? 놀라거나 깨거나 싫어하지는 않을까요?"

"전혀요. 월아는 불편한 사람 근처에서는 절대 자지 않는답니다. 여기서 이렇게 잔다는 건, 태극화 님을 그만큼 편안하게 여긴다는 거예요."

"어머나...다행이네요."

사공희는 월아의 볼을 정말 조심스레 눌렀다. 그것만 하면 나도 뭐라고 말하지 않겠지만, 무릎으로 내 고간을 꾹꾹 누르며 양물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스승님, 그."

"쉿. 조용."

사공희는 내 입술을 검지로 누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월아가 깨지 않도록 주의하라면서 내 고간을 건드리는게 여간 괘씸했다. 어딜 아이를 위에 두고 아이 몰래 음행을 저지른단 말인가!

"후후, 손가락 움직이는 것 좀 보실래요? 정말, 하아...사랑스럽답니다."

다만, 나도 사공희를 뭐라고 할 처지는 되지 못했다. 팽유월의 달뜬 숨결이 내 머리를 간질였고, 나는 그녀의 속을 간질이고 있었다.

팽유월의 가슴은 내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으로 내 팔을 가리게 만들었고, 나는 그녀의 옷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팽유월의 안을 달래주고 있었다.

"하아...정말 행복하네요."

손을 이용한 내공 주입에 팽유월은 내 등 뒤로 넣은 손을 주물럭거렸다. 그녀는 한쪽 손은 월아의 등을 연신 쓰다듬으며, 다른 손으로는 내 등허리 아래로 손을 집어넣었다.

여인에게 엉덩이를 잡히는 건 다소 굴욕일지도 모르지만, 팽유월은 내가 불쾌하지 않게 정성스레 쓰다듬었다. 만지는 부위가 엉덩이만 아니었다면, 어머니가 아이를 쓰다듬는 모성이 느껴져 나는 나도 모르게 젖을 찾을 뻔 했다.

"...어흐."

위로는 사공희의 무릎이, 아래로는 팽유월의 손이.

그리고 양 옆으로는 둘의 가슴이. 눈을 아래로 살짝 내리기만 하면 옷 너머로 살짝 튀어나온 것이 엿보였다. 수박에 작게 달린 꼭지는 소복 아래에 가려진 분홍빛으로 강하게 자기주장을 하고 있었다.

"하아...."

다른 점이 있다면, 한쪽은 땀에 젖어 습하고 한쪽은 모성에 젖어 습했다.

'못참겠다.'

더이상의 수비는 사양이다. 나는 공격으로 전환하기 위해, 둘의 아래로 내린 손을 슬쩍 이불 사이로 밀어넣었다.

"어머?"

"...후후."

나는 두 여인의 엉덩이를 동시에 움켜쥐었다. 가슴보다는 덜하지만 잡는 맛은 분명한 둘의 엉덩이는 일종의 가슴 대용이었다.

"하으…."

"소협…."

둘은 서로를 바라봤다. 아마 서로 눈치는 진작에 챘을 것이다. 팽유월은 사공희에 관해 모든 것을 알고, 사공희는 내가 팽유월을 건드려도 모른척 해줄 것이다.

"......."

역시, 천하의 미녀 품에서 안겨 주색잡기나 하는 게 최고다.

'이게 무릉도원이지.'

그저, 더 잡고 싶을 뿐.

* * *

"그만."

흑발의 여인은 자신의 바짓가랑이에 곰처럼 달라붙어있는 적발의 여인을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다리에 달라붙어 떼를 쓰는 이 여인을 어찌하면 좋을까.

"그렇게 붙잡아도 알려주지 않는다."

"흥, 혼자만 알고 나중에 날름 집어삼키려는 거 누가 모를 것 같아요?"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진 여인, 혈소예는 여인을 향해 서서히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복부를 타고 올라와 가슴에 얼굴을 떡하니 올려, 숨결이 닿을 위치까지 달라붙었다.

그 모습이 흡사 민달팽이가 나무를 기어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알려주면 떠날게요."

"알려주지 않는다. 알고 싶으면 직접 중원에 나가서 알아보거라."

"네? 중원 인구가 몇인데요! 서안에서 왕 서방 찾기도 유분수죠!"

"...풉."

흑의 여인은 고개를 돌리며 숨을 참았다. 그에 혈소예는 눈을 빛내며 시선을 마주하려고 했다.

"어? 지금 웃었죠? 웃은 거 맞죠?"

"아니다. 네 행태가 역겨워 비웃음이 나올 뿐이다."

"당신, 우리 아빠랑 잘 맞을 것 같은데. 하나 물어볼게요. 제갈 세가가 가장 싫어하는 벼슬은 뭐게요?"

"......?"

흑의 여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승상?"

"땡! 정답은 행군사마(行軍司馬)랍니다."

"......."

흑의 여인은 부들부들 떨었다. 손으로 입을 막으며, 눈을 질끈 감고 무언가 터지려는 걸 참았다.

"후훗, 역시 약점 하나는 제가 기깔나게 알아낸단 말이죠. 그럼 현녀 님, 뭐든지 함께 하기를 원하는 문파는 뭐게요~"

"그만."

흑의 여인은 혈소예의 목덜미를 붙잡고 멀리 집어던졌다. 혈소예는 누각 너머 벼랑으로 떨어지기 직전, 허공을 박차고 뛰어올라 누각 지붕에 착지했다.

"이제 알려주실 생각이 드신 가봐요?"

"...한 가지 질문에 답만 해주면 알려주마."

"뭔데요? 정답을 원하시는 거예요? 정답은 공동-"

"너는 그 아이를 찾아서 어떻게 할 생각이냐?"

혈소예는 누각에서 내려와 여인-현녀(玄女)의 앞에 마주섰다. 혈소예는 현녀를 지긋이 바라보며 이죽거렸고, 현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혈소예를 추궁했다.

"나도, 너도 그 아이에게 큰 업보를 가지고 있다. 이번 생은 그 아이가 바라는 대로 살게 내버려 둘 수 없겠느냐? 참을성을 가지고 인내하라."

"아버지께서는 말씀하셨죠. 천하에 단 한 가지, 막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쿵.

혈소예는 자신의 가슴을 큰 소리가 울리도록 주먹으로 쳤다.

"마음 가는 대로 가는 것. 현녀님은 모르시겠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답니다."

혈소예의 말에 현녀는 절벽 너머로 고개를 돌렸다. 조롱과도 같은 말에 현녀는 반박을 하고 싶었으나, 반박할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하는 것이 사람이라면, 짐승과 다를 바가 없지 않느냐?"

"다르죠. 본능과 감성은 엄연히 다른 거예요. 막말로...."

혈소예는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베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그 이를 정말로 싫어하는 거라면, 제가 왜 지금도 그를 찾으려고 하겠어요?"

"천하를 혈겁으로 물들이려고 하는 거 아니더냐."

"아니에요. 그런 거, 해봐야 어차피 아무 의미도 없는 걸요. 현녀 님도 아시잖아요? 무림에서 아무리 혈겁이 일어난다고 한들, 수 백 수 천 년 뒤에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혈겁보다 더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는 걸."

"그럼 왜?"

"후후,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에요...."

혈소예는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현녀님과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당신과 내가 불구대천의 원수라는 것, 그저 월녀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답니다."

"......."

"훗날 혈교를 이어받을 혈교의 수장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여인으로서 당신의 모든 것을 빼앗겠어요. 현녀님."

"너는."

현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내게서 그 아이를 빼앗아가놓고, 이번에도 또 빼앗아 갈 생각이더냐...?"

"빼앗다니요? 현녀님께서 챙기시지 않은 걸 제가 주웠던 거죠. 상처입은 아이를 보듬어주지 않고 방치하셨으면서."

"...그래. 그래서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염치가 없기 때문이야."

"흐흥, 하지만 만나고 싶어하잖아요. 그래서 이것,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거 아닌가요?"

사락. 혈소예가 허공섭물로 현녀의 품에 있던 종이를 빼앗았다. 현녀는 순간 틈을 보인 것에 표정이 굳었고, 혈소예는 현녀로부터 빼앗은 종이를 펼쳤다.

"색마를 죽일 대의를 위해 곤륜에서도 협조를 구하는 바이오. 무림맹주."

"...그 아이와는 관계 없는 일이다."

"아니죠. 관계가 있으니까 이걸 가지고 계신 거죠. 평소의 당신이라면 이런 건 맹에서 알아서 하라고 했을 분이, 이걸 진즉 태우지 않고 가지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되나요?"

혈소예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제 낭군님, 어디서 색마짓 하고 계신 거네요?"

"......누가 네 낭군님이라더냐."

철컥. 현녀는 검에 손을 올렸다. 혈소예는 낄낄거리며 엄지를 송곳니로 깨물었다.

"낭군님이죠. 그렇잖아요? 저기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인연인데."

혈소예는 검지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리고 하늘을 가리킨 검지에서 피가 흘러나오더니, 곧 예리한 검이 되어 그녀의 손에 쥐어졌다. 검강과는 사뭇 다른, 피와 검기로 맺은 혈강(血剛)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한 배를 타게 된 인연인데 서로 피 보지 말고 좋게 좋게 지내는 건 어때요? 지금 알려주시면...적어도 셋이 한 침상 같이 쓰는 정도로 봐드릴게요. 현녀님이 낭군님한테 처녀 바칠 때, 곁에서 애무 정도는 도와드릴 수 있답니다?"

"절대로 알려줄 수 없다."

현녀는 빠르게 검을 뽑아, 혈소예에게 겨눴다.

"그 아이가 누리고 있는 지금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나는 네게 알려주지 않겠다."

"하하, 이보세요."

혈소예는 손으로 앞머리와 함께 이마를 쓸어넘겼다. 그녀의 눈동자는 핏빛으로 물들어, 짙은 살기가 가득했다.

"당신이랑 나랑 같이 침대에서 몸 겹쳐서 다리 벌리는 길이 그 분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받는 길이 아닐까요? 그래요, 이건 덮밥이라는 건데-"

카앙----!!

신속. 빛보다 빠르게, 현녀의 검이 혈소예의 몸을 뚫었다.

"어머, 놀래라."

혈소예는 자신의 겨드랑이 사이로 검이 들어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몸을 빙글 돌려, 자신의 혈검으로 현녀의 검을 튕겨냈다.

"그 분과 사랑을 나누는 게 그렇게 싫으세요?"

"닥쳐라. ...설령 그 아이에게 용서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현녀는, 이를 갈며 분노를 표출했다.

"내 두 눈에 흙이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네 년과 같은 침상에서 살을 부대끼는 일은 없을 것이다."

"흥. 제가 천기 누설 하나 해볼까요?"

혈소예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당신, 나랑 나중에 같이 그 분의 자지를 두고 서로 혀를 비빌 운명이에요."

"닥쳐라, 이 탕녀!"

"어머, 탕녀라니. 말이 심하시네. 당신, 중원에서 최고로 남자에게 임신 시키고 싶어하게끔 만드는 몸이잖아요. 그 몸, 그 분의 아이를 임신하고 싶어서 가꾸는 거 아니었어요?"

카앙-!

"네 년을 오늘이야말로 꼭 죽여버리겠다!"

"에베베, 지금 저 죽이면 중원 멸망~"

중원에서 멀리 떨어진 곤륜산맥의 정상.

두 여인이 펼치는 흑백과 적색의 검무는 오직 하늘만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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