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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마(斬魔)
나에게는 가정이 있다.
비록 지금은 두 집 살림을 하듯 호북과 하북을 오다니고 있지만, 언젠가 천가장이라는 나만의 작은 가정으로 하나로 합칠 집안이 있다.
사공희, 이시아, 독고연 세 명을 아내로 맞이하고, 하북팽가에는 정식으로 청혼을 넣어 팽유월을 맞이한다.
'네 명으로는 부족해.'
나에게는 삼처사첩의 꿈이 있다. 지금은 삼처로 두고 한 명을 첩으로 부르기가 미안하여 그냥 '칠처(七妻)'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자 넷을 내 것으로 만들었으면서 무엇이 모자라냐 싶다만, 내가 아니라 이 네 명이 나를 버티지 못한다. 하루에 한 명씩, 일곱 명과 하룻밤을 진득하게 보내야 가장 효과적이다.
효율적인 채음보양을 위해.
칠일간 쌓인 음기가 가장 채음하기에 좋더라. 신체에 무리도 가지 않고, 가장 강한 쾌감을 줄 수 있으며, 나를 상대로 여인이 채양보음하기에도 정말 좋은 주기였다.
그래서 나는 천가장의 완벽한 조화를 위해 남은 세 명의 여인을 찾아야만했다. 나라는 존재를 상대로 음양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현경 여고수 일곱은 필요했다.
내가 하늘(乾)로서 가장 위에 존재하며, 현재는 사공희와 이시아, 독고연 세명과 함께 사상(四象)을 이루고 있다.
양의 기운이 강하여 양의(兩儀)가 다소 조화롭지는 못하나, 천가장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그만큼 양기를 밖에서 덜어내기에 천가장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지금, 팽유월을 맞이하면 이 사상이 무너진다. 네 개 방위를 정확히 지키고 있는 구조에서 팽유월이 들어온다면 한 축에 무게가 실려 붕괴를 일으키고 만다.
그러므로 팽유월을 천가장에 맞이하려면 나머지 세 자리를 채울 여인이 필요했다.
이른바, 팔괘(八卦).
나라는 존재 한 명의 양기와 일곱 여인의 음기가 조화를 이루어, 천가장은 완벽을 이루게 된다. 천가장이라는 작은 세계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가 모두 이루어지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아랫도리를 놀리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이 여자 저 여자 다 한 번 맛을 본 후에, 내 나름의 순위를 통해 팔괘의 남은 세 자리에 들어올 여자들을 찾아야만 했다.
선주희, 황보혜지, 당서희, 유설라.
당장 떠오르는 여자만 하더라도 네 명이고, 나는 이들 중에서 감히 네 명의 부인과 견줄만한 세 명을 찾아야만 했다. 아니, 이들을 포함하여 천하 수 백 수 천의 여자들을 포함하여 세 명.
이 넷은 '후보' 단계일 뿐이다. 천하에 여자는 많고, 나는 이들보다 더 매력적인 여자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후보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는데-
"초마교인이시면서 도망가지 마세요!"
"놓치지 않습니다! 저승으로 도망치시면 저승까지 따라가겠어요!"
'좀 못할 걸 그랬나.'
너무 성교를 잘 하는 바람에, 여자가 둘이나 나를 따르게 되어버렸다. 내가 너무 잘난 바람에, 두 명의 마인은 천가장에 들어오고 싶어 목숨을 걸고 있었다.
"쫓아오면 죽인다!"
"저를 이렇게 버리실 거라면 차라리 죽여주세요!"
죽인다는 협박조차 통하지 않았다. 둘은 자신을 받아들여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여인들에 비하면 둘은 너무나 결격사유가 많은 존재들이었다.
선주희만큼 순진한가? 아니다!
황보혜지만큼 마음씨가 고운가? 아니다!
염마만큼 방중술이 뛰어나서 남자의 뒷구녕을 혀로 핥아줄 수 있는가? 아니다!
빙마만큼 가슴이 풍만하고 골반은 큼직한 양인(洋人)형 몸매인가? 아니다!
'애초에 넷을 다 합쳐도 저 둘 나이를 넘기지 못해!'
한 명이 압도적인 지분을 차지하고 있기야 하지만, 감히 후보에도 들지 못하는 여인들이 어찌 아내와 부인을 운운한단 말인가!
'정실의 위엄을 보이는 수밖에.'
이 정도는 되어야 내 부인이 될 수 있다. 나는 천가장의 평화를 지키고 여인들의 기강을 다잡기 위해, 내 몸에 직접 내 아이를 낳은 여인의 기운을 품었다.
참마도(斬魔刀), 팽유월.
파천신검 독고연과 태극검후 사공희 덕분에 나는 검을 주로 사용해왔지만, 나는 검밖에 모르는 자가 아니다. 단지 중원 무림에 하도 검사들이 많아, 내가 아는 무공 중 검법의 비중이 상당히 높을 뿐이다.
만병지왕이 검이라고 한들, 천하제일인에 이르기 위해 도전한 자들은 검사들만 있는 게 아니다!
"썩 꺼져라!"
나는 몸을 빙글 돌리며 도를 휘둘렀다. 내 뒤를 노리려던 마검비의 이기어검을 튕겨내고, 도기로 참격을 날려 원거리에서 내 발을 묶으려던 뢰마를 견제했다.
"꺄아악!!"
"크윽...!"
천마신공을 실은 오호단문도의 압도적인 힘에 둘은 추격을 멈췄다. 그 사이 나뭇가지를 버리고 앞으로 달렸다.
"놓치지...않습니다!!"
둘은 참격을 피해 다시 내 뒤를 쫓았다. 나는 내 앞에 휘두르기 딱 좋게 생긴 나뭇가지를 움켜쥐었다.
"하아압!"
나는 나뭇가지를 강하게 휘둘렀다. 베는 게 아니라 후려치듯 휘둘렀다. 휘어진 가지에 서린 푸른 도강(刀罡)에 마검비는 울것처럼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상공!"
"나 네 상공 아니다!"
"어찌 이러실 수 있어요!"
마검비는 절규에 가득찬 목소리로 검을 휘둘렀다. 내게 내공을 빼앗겨 무공의 수위는 현저히 낮아졌지만, 달을 가르는 듯한 검기는 변함이 없었다.
"어째서 검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어요?!"
그녀는 지금 내가 검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 분노하고 있었다. 자신을 상대로 검법이 아닌 도법을 사용하는 것에 진심으로 분개하고 있었다.
"차라리 저를 한 번 더 범하세요! 저를 어찌 이리 능욕하실 수 있단 말씀이십니까!! 어찌 수많은 검법을 두고, 저와 검이 아닌 다른 것으로 맞대할 수 있단 말입니까!!"
"에이, 이 미친 년 진짜!!"
그녀는 자신이 처녀를 잃은 것보다, 내가 도를 이용해 자신을 상대하는 것에 굴욕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굴욕은 참을 수 없어요! 차라리 다른 여인네를 데려와서 통정해도 이렇게까지 억울하지는 않을 겁니다!"
"검법 쓰면 떨어질 것도 아니잖아!!"
"네! 그럼 좀 더 상공과 기쁘게 검을 논할 수 있겠죠?!"
카앙---!!
월영성희검과 오호단문도는 결이 비슷하다. 무슨 의미냐 하면, 둘다 '참(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말이다. 검기와 도기가 부딪힐 때마다 사방에 칼바람이 일어나듯 주변이 쑥대밭이 되었다.
'진짜 제대로 미쳤어.'
마검비의 검은 칼을 부딪힐 수록 더욱 정교하고 집요해졌다. 내게서 검법을 끌어내기 위한 집념은 그녀를 더욱더 가열차게 담금질했다. 내가 검을 납검하여 망가뜨렸음에도, 마검비는 검을 휘두르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휘어진 검에 검기를 덧씌워, 그녀는 검강으로 완벽한 검을 만들어냈다.
그렇다, 마검비는 검강으로 검의 휘어진 부분을 채우는 경지에 이르렀다.
"야!! 내 덕분에 화경 제대로 찍었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고마우니까 처녀 범한 것 넘어가잖아요!"
그녀는 깨달음을 얻었다. 혈겁난세의 검사들을 상대로 심검비무를 펼친 덕분에, 그녀의 검법은 한층 더 진일보하여 검강을 깨끗하게 형성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래서 정파 놈들이란!'
비록 지금은 마교에 있으나, 한 때 그녀는 검각이라는 거대 백도 여성검객 문파를 이끌고 있었다.
혼사에 대한 강한 집념, 처음으로 검으로 졌다는 패배의 경험, 그리고 여성으로서 가진 제약을 한 꺼풀 벗어던지고 자신의 마음과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된 자각!
비천색마라는 역경을 통해, 그녀는 완벽한 화경 고수가 되어버렸다!
"씨발!"
나는 욕지기를 참을 수 없었다.
'이 년들이 아니라 내 애들이 화경 됐으면 지금쯤 임신 시키는 건데!'
희-아-연이 화경이 되었으면 나는 이곳에 있지도 않았다. 임신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잠자리를 가졌을 것이다.
"하아, 하아...! 역시 강하시군요, 상공!"
"그냥 안 강한 거로 치고 너 딴 놈 찾으면 안 되냐."
"그럴 수 없죠...! 당신을 도담이 아니라 검담으로 만들기 위해, 이 마검비는 목숨을 걸겠어요!"
'장군이다.'
검이 아닌 수로 싸우면 검법을 내놓으라고 질척거리고, 검법으로 싸우면 검법대로 더 싸우고 싶다고 질척거린다.
그렇다고 그냥 도망치기에는 내가 마검비 한 명만 상대해야 하는 게 아니다.
파지직!!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벼락은 정확히 내가 들고 있는 도-나뭇가지를 피뢰침삼아 떨어졌고, 나는 급히 나뭇가지를 비도처럼 휘둘러 던졌다.
서걱!
전격에 지져진 나뭇가지는 나무를 수 겹 자르며 땅에 떨어졌다. 나무 사이에 숨어있던 뢰마는 상체를 뒤로 젖히며 내 참격을 피했다. 학이 우아한 발놀림으로 물위에서 춤을 추듯, 그녀는 땅을 손으로 짚고 물구나무를 서며 넘어갔다.
내가 그녀의 하의를 찢어놓은 덕분에, 그녀는 백옥같은 다리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원래 나이만 몰랐다면, 원래 성정만 몰랐다면 다리를 어깨로 넘기고 교배천근추로 찍어버리고 싶은 모습이었다.
"쯧."
나는 바닥에 떨어진 또다른 나뭇가지를 잡았다. 마검비가 정면에서 나와 직접 무기를 맞대고 싸운다면, 뢰마는 주변 환경에 숨어 중간중간 전격을 암기처럼 던졌다.
"합 한 번 더럽게 잘 맞군."
둘 다 같은 시대에 '십마'로서 활약했던 자들 답게, 나를 상대하는 둘의 합공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둘 다 내게 채음만 당하지 않았으면, 내가 지금 사용하는 오호단문도를 상대로 우위를 점했을 것이다.
'초절정 중반.'
내공을 빼앗긴 두 여인은 수적 우위와 강인한 정신력, 그리고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통해 나를 압박하고 있었다. 이들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는 데에는 내가 사용하고 있는 무공의 한계도 영향을 미쳤다.
참마도 팽유월은 초절정의 고수였다.
혈겁난세의 백대 고수 중 초절정이 아닌 자가 손에 꼽을 정도기는 하지만, 팽유월은 그중에서도 무공의 수위가 낮았다.
그녀는 무인이 아닌 어머니로서 도를 들었으니까. 그래서 이 지리멸렬한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천마신공으로 내공을 현경 수준까지 끌어올려도, 무공으로 압도하기에는 도법이 받쳐주지를 못한다. 넓은 저수지에 물은 가득하나, 그곳에서 물을 끌어낼 물길이 강물 수준이었다.
'초마교인으로 계속 도망쳐도 추격해오다니, 이 무서운 것들.'
도망을 치면 뢰마가 전격을 뿌리며 시간을 벌고, 그 사이 쫓아온 마검비가 내게 검을 휘두른다. 이 악순환의 반복으로 인한 몰이사냥의 끝은 내가 사천에 다다르는 순간 끝나게 된다.
'이시아한테 보이면 끝장이다.'
마음 약한 이시아는 두 여자를 자신의 세력으로 만들기 위해 축첩을 허용할 것이다.
- 뭐? 전전대 검마에 뢰마까지 비천의 것이 된다고? 그냥 자지 몇 번 대주고 내 부하시켜주면 안 돼? 너도 시녀 있으면 좋잖아?
그러면 나는 꼼짝도 못하고 이 두 여자를 최소 진가장에, 내 아내가 될 여인들의 후 보에 넣어야만 한다!
'썩은 계란은 버려야 하는 법.'
얼마나 정신없이 남하했는지 몰라도, 나는 어느새 성도 인근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사천당가가 나타날 것이며, 이시아가 입술을 데우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장난은 끝이다. 뢰마, 그리고 마검비. 잘 들어라."
나는 새롭게 도강을 입힌 나뭇가지를 둘에게 겨눴다. 마침 등 뒤에서 동이 트기 시작했고, 도강에 비친 내 머리칼은 태양빛처럼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너희들의 집념은 잘 알겠다. 나의 아내가 되고 싶어하는 이유도, 내 아들의 유모가 되고 싶어하는 이유도 잘 알겠다."
"그렇다면...!"
"주군, 드디어!"
"허나!"
나는 천마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여전히 참마도의 오호단문도의 초식과 수위는 초절정밖에 안 되지만, 내게는 그걸 최소한 화경급에 맞게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너희들이 나를 진정으로 하늘로 섬기려고 한다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느니라."
파지지직!
나를 중심으로 전격이 튀어오르기 시작했다. 뢰마와는 사뭇 다른, 보다 사납고 흉흉한 뇌기에 둘은 표정이 굳었다. 나뭇가지를 중심으로 마기가 담긴 흑호가(黑虎)가 전격을 내뿜으며 하늘을 향해 치솟기 시작했다.
"어딜 내 여자가 되겠다는 자들이, 남자가 바깥 일을 하겠다는데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느냐!!"
중원 무림 중 가장 패도적인 무공을 하나 꼽으라면 조금 머리가 아프지만, '남성적'인 무공을 꼽으라면 나는 하북팽가라고 당당히 말할 것이다.
"하늘같은 지아비 앞길을 막다니, 너희는 내 아내가 될 자격이 없다!!"
서걱.
나는 전력을 다해 도를 아래로 휘둘렀다.
그리고 천마신공의 기운은 뇌전과 마기를 함께 머금어, 사나운 범이 되어 포효를 내질렀다.
단순무식.
"일도단천(一刀斷天)!"
모든 내공을 도 하나에 집어넣어 전력으로 때려박는 참격에, 천지가 뒤집혔다.
[작품후기]
일러 러프화가 나왔는데요
수정이 불필요한 부분만 조각으로 올립니다
작품설정에 있어요.
누군지는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