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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색마-208화 (208/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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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가 습격 소동

"만나자마자 도대체 뭐예요, 정말!"

정신을 차린 당서희는 나와 이시아를 향해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예고도 없이 갑자기 몸 아래가 펄펄 끓어서 미쳐버릴 것 같았는데, 만나자마자 옷을 찢고 박는 건 무슨 경우에요?!"

"색마가 예고하고 박는 거 봤나?"

"그 말 맞지."

"아아아악!!"

당서희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진짜 죽을 뻔 했잖아요!"

"안 죽었으니 다행아닌가? 살려줬잖나. 나는 너를 위해 천환단을 하나 사용했다고."

"염마가 절정의 쾌락 때문에 심장마비로 죽는 것도 되게 웃기네. 어디가서 죽었다고 말하지도 못하겠어. 화경 고수가 절정으로 가버렸다고."

당서희는 애꿎은 서책에다 화를 풀었다.

"사천에 오신 건 진짜로 반갑지만, 이런 재회를 바란 건 아니었단 말이에요!"

"그럼 어떤 재회를 바란 건데?"

"그, 그야...."

당서희는 본인의 낭만을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 오랜만이군, 염마.

- ...이곳에는 무슨 일이시죠?

- 보고 싶어서 왔다. 벌려라.

- ...그렇게 쉽게 몸을 허락할 제가 아니에요!

"망상이 지나친데."

"애초에 벌려라고 하면 제약 때문에 바로 벌려야 하는 거 아니야?"

"저는 상상도 못하나요?"

당서희는 대놓고 궁시렁거렸다. 한 번 진짜로 죽을 뻔 했기 때문에, 우리는 염마의 귀여운 투정을 그냥 받아주기로 했다. 세상 누가 색마와 소천마를 상대로 이렇게 심통을 부리겠는가?

"오신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가요. 뢰마 때문에 그러시죠?"

"그래. 어느 정도 알고 있었나?"

"어느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 알고 있었어요. 애초에 가만히 내버려두고 있었으니까, 색마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된 거죠."

당서희의 말은 다소 의외였다.

"색마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일제히 쓸어버리는 것. 말은 색마라고 하지만 사천당문에 복수하겠다면서 모인 놈들이 태반이잖아요? 이 기회에 일거에 쓸어버리려고 했죠."

"구속한다는 말인가?"

"아니요. 죽일 건데요? 사천당문의 담벼락을 넘을 때는 마음대로 들어왔을 지 몰라도, 나갈 때는 본인의 자유가 없죠."

새삼스럽지만 당서희는 본인의 무공과 체질 때문에 당문을 나온 거지, 누구보다도 당가의 사람다운 여자였다.

"당문은 언제나 연구자료가 귀하답니다. 마침 좋은 표본을 얻을 수 있어서, 일부러 색마들이 넘친다는 걸 듣고도 가만히 내버려두고 있었어요. 습격하는 날까지."

괜히 과거에 지린염마가 아니구나 싶은, 다소 과할 정도로 잔인한 성정의 보유자였다. 사실 이게 당가의 평균적인 인간성이기도 했다.

"어차피 뒤에 있는 뢰마는 저를 노리고 있는게 분명하고, 당문을 덮친다고 해도 핵심적인 전력은 화골산우진으로 들어올테니까...그래서 모처럼 진을 개조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당서희는 나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어느 대단하신 분께서 몸에 불을 두르고 화골산우진을 지나오신 덕분에 진법이 전부 망가졌어요. 뱀들이 목에 열기가 들어가서 화골산이 다 말라비틀어졌다고요."

"지금 내 탓으로 돌리는 건가? 어이가 없군."

나는 이시아의 어깨에 묻은 먼지를 털기 위해 중려신화정을 일으켰다.

"아흑!"

당연히 당서희는 배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나는 불길에 타오르는 손으로 이시아의 어깨를 털고,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그녀의 머리를 정돈했다.

"그, 그만...!"

당서희는 웃는 듯 우는 얼굴로 내게 애원했다.

"지금, 진짜로 민감하단 말이에요...!"

"새삼스럽게 왜?"

"그야 엄청 오랜만에 진짜 좆맛을 본......."

당서희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처박았다. 나는 그녀가 지금까지 진짜로 단 한 명의 남자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양물로 직접 느꼈기에, 당서희가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참은 만큼만 더 참으면 되겠네. 고생해, 염마. 비천염마로서 천가장에 들어오고 싶으면, 인내심이 많아야 할 거야."

이시아는 진심으로 당서희를 응원했다.

"소, 소공녀님. 정말 죄송한데...제게 하루만 색마님을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당서희는 이시아의 다리에 매달려 애원했다. 중려신화정을 쓰면 화경급의 내공과 전력을 낼 수 있는 여인이 초절정의 문턱을 넘을까 말까한 이시아에게 애원하는 모습은 참 서글펐다.

'역시 권력이 최고야.'

"내 남근을 그렇게 가지고 싶니, 염마?"

"잠깐, 그렇게 말하니까 뭔가 느낌이 상당히 이상한데?"

"틀린 말도 아니잖아. 네가 내 좆이고, 내가 네 보지인데."

"......."

이시아의 당돌한 말에 나는 침묵했다. 사공희나 독고연과 함께 있어서 언행에 주의를 많이 하는 편이었지만, 사실 이시아나 당서희나 마교인 답게 음담패설이나 적나라한 말투를 안 쓰는 게 아니다.

"비천. 어떻게 할까. 염마랑 좀 즐기다 올래?"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내 거절에 당서희는 명백히 실망한 얼굴로 좌절했다. 오랜만에 진짜 양물의 느낌을 맛보았으니, 1년 가까이 채식을 하던 중이 고기 맛을 보고 눈이 돌아간 셈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그녀는 엄청난 절제력을 발휘하며 참고 있었다. 이대로 그냥 떠나면 세가를 뛰쳐나갈 확률이 높다.

"염마. 이 비고에 혹시 외부로 통하는 길이 있나?"

"아니요, 전부 막아버렸어요."

"그러면 어쩔 수 없군. 당분간 여기서 지내는 수밖에."

내 말에 당서희는 활짝 웃고, 이시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뢰마가 습격하는 날까지 있다가, 습격을 막으면 떠날 것이다."

"네? ...저기요, 진짜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뭐가?"

당서희는 진심으로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뢰마가 색마들 동원해서 습격하기로 한 날이 오늘이거든요?!"

"그러니까 오늘 왔지. 지금 우리가 얼마나 긴 거리를 달려왔는지 아나?"

"그래. 호북에서 여기까지 날아오듯 달려왔다고. 딱 맞춰서 와 준 거에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두 분, 저 괴롭히는 게 재미있어요?"

""응.""

당서희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대공자의 편이 되었던 것?"

"내 머리카락 태운 거?"

"나한테 처녀를 안 준 거?"

"그건 진짜 큰 잘못이다. 나도 얘한테 처녀를 줬는데."

"인생...진짜...."

당서희는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너무 놀렸나 싶어 미안해진 나는 의자에 걸터앉아 바지를 훌러덩 내렸다.

"염마."

"왜요."

"채음보양, 하지 않겠나?"

"......명령이니까 하는 거예요."

당서희는 심통난 얼굴로 내 위에 마주보듯 앉았다. 나는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마음껏 양물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몸에 힘을 풀었다.

"제법 음기가 많이 쌓였군. 그럼 빼낸다."

"......흐끗!!"

당서희는 내 등을 할퀴듯 움켜쥐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

* * *

화골산우진 안에서 한차례 열풍이 불든 말든, 당가는 한창 습격에 대비하여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전부 어떻게 되었느냐?"

"전부 별채로 모았습니다. 여차하면 총관이 데리고 세가를 탈출할 겁니다."

독귀 당사림과 오란지병 당오독은 세가의 모든 전력을 가다듬으며 색마를 자처하는 복수귀들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당사림과 당오독은 지붕을 밟고 당가의 꼭대기까지 뛰어올랐다.

"...설마 이런 날이 오게 될 줄은."

"저자들이 전부 다 우리 당가의 적입니다."

두 형제는 당가를 포위한 수많은 무리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습격하려는 자들 중에는 당사림이나 당오독으로 인해 은원이 생긴 이들도 있었으며, 대부분 당가에 복수하기 위해 칼을 갈아온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당서희를 범하겠다고 모인 이들은 채 3할이 되지 않을 것이다.

"수가 정말 많군."

"저희가 지금까지 쌓은 업보가 돌아오는 셈이지요."

포위망을 형성한 수백-다소 과장하여 천여명에 육박하는 고수들이 당가를 습격하려고 모였다. 아무리 은원이 깊다고 하더라도 짧은 시간에 많은 이들이 당가에 대놓고 칼을 들이미는 건 그들에게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검담.

당사림과 당오독이 처참하게 패배를 했던 그 남자.

습격자들 중에는 검담이 섞여있다는 제보가 있었다. 실제로 검담이 있다면, 사실상 이곳에서 진을 치고 있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천하십대고수인 신창조차 거뜬히 이겨내는 현경 고수가 당가를 습격하는데 앞장선다?

오래전에 등선했다고 알려진 독선(毒仙)이라도 나타나지 않는 이상, 검담 한 명을 이겨낼 수 있는 무인은 당가에 없었다. 습격자들 천 명보다 검담 한 명이 더 무서운 게 사실이다.

설령 마교에 투신하여 소식이 끊긴 이들이 다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역부족이리라.

- 검담은 거짓말이에요. 그 자가 사천당문을 습격할 이유가 없어요. 분명히 사칭이에요.

만약, 당서희가 검담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다면 당가는 지금쯤 짐을 싸고 도망쳤을 지도 모른다. 있는지도 불확실한 검담의 존재에 두려움을 느끼고 사천당가의 자존심을 접었을 지도 모른다.

- 저를 믿어주세요. 지금 당가를 습격하려는 자들은 누군가에 의해 선동을 당했고, 검담은 그들을 속이기 위한 좋은 미끼일 뿐이에요.

두 형제는 당서희의 말을 믿고 싶었다. 그래야만 당가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

"형님, 정말 서희를 믿어도 되겠소?"

"서희를 믿지 않으면? 그 아이도 약하지 않아. 다만...병을 앓고 있을 뿐."

당사림은 쓰게 웃었다.

'간헐적발정증후군'이라는 이름의 병을 가진 당서희는 스스로 당가를 나와 창녀의 길을 걸어야했을 정도로 깊은 병을 앓고 있었다. 당가는 그녀를 품기는 커녕 호적에서 파내 내치기까지 했고, 존재 자체를 지워버렸다.

그랬던 그녀가 전설 속 무공에 준하는 신공을 익히고 돌아왔다. 하루에 세 번은 발정하여 일상생활을 할 수 없지만, 발정만 하지 않으면 당서희는 당사림에 준하는 힘을 얼마든지 낼 수 있었다.

"믿어보세. 혈족을 믿지 못한다면 누구를 믿어야 하겠는가?"

"...예, 형님. 서희를, 그리고 서희의 판단을 믿는 건면이를 믿어봅시다."

철컥.

당가의 두 형제는 각자 암기를 꺼냈다. 이미 곳곳에 배치된 당가의 무사들 또한 저마다 암기를 꺼내며 습격에 대비했다.

"그 누구도 당가를 넘지 못할 것이니...!"

* * *

"와, 역겹네. 쟤들 기관진식 깔고 앉아있는 거 보소."

단삼은 멀리서 당가의 수비를 정찰하며 혀를 내둘렀다.

당가의 가장 높은 전각 지붕에 오른 최고 고수들이 사방으로 경계를 하며 비도를 날리려고 눈을 부라리고 있고, 아래에는 담벼락만 넘으면 바로 독침을 날릴 수 있게 당가의 무사들이 대기중이었다.

"이대로 그냥 들어가면 몰살이겠는데...."

단삼은 슬쩍 눈치를 봤다. 그가 사천당가에 복수를 하기 위해 습격에 가담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목숨을 초개와도 같이 내던지며 당가의 벽을 무너뜨릴 생각은 없었다.

단삼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나서기보다는 이 습격을 계획한 뢰연이 먼저 나서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올 생각은 없어보이는 군요."

뢰연은 부채로 얼굴을 가리며 눈웃음을 쳤다. 단삼은 장난기 섞인 눈빛에 깔린 짙은 악의를 느끼고 소름이 돋았다.

'자리를 잘못 잡았어.'

하필 단삼의 위치는 뢰연, 그러니까 습격자들의 중심이었다. 당서희가 숨어있는 사천당가의 비고, 화골산우진을 습격하기 위한 핵심 인원에 편성되고 말았다.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이미 단삼은 호랑이의 등을 타올랐고, 물러서기에는 뢰연의 옆에 있는 거구의 남자에게 썰릴 것 같았다.

남자는 무려 일곱 개의 검을 허리와 등에 차고 있었다. 다섯 개의 검을 부채처럼 등에 묶어두고 두 개의 검을 허리춤에 찬 남자는 절정인 단삼이 봐도 압도적인 힘의 보유자 다웠다.

'저 자가 소문으로 듣던 검담...?'

쌍검술의 고수라고 하더니, 사천당가를 완전히 박살내기 위해 쌍검이 아닌 칠검을 가져온 걸까? 단삼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구의 남자가 왠지 모르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소문으로 듣던 것 치고는 그다지 강해보이지 않는...?'

검각의 협곡을 쪼갰다고 하는 전설적인 무인이라기보다는, 그냥 천하 백대 고수의 한 명 정도로 보일 뿐이었다.

"이봐요, 거기. 잘 듣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잘 못들었습니다."

잡념이 너무 길었을까. 단삼은 뢰연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뢰연은 혀를 차며 단삼을 추궁했다.

"제가 방금 어떻게 당가를 멸망시킨다고 했죠?"

"죄송합니다."

"하아, 잘 들으세요. 우리는 말이에요."

뢰연은 가볍게 박수를 쳤다. 그러자 사방에 퍼져있던 습격자들은 하나같이 몸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당가를 깡그리 불태울 거예요."

"...예?"

"귀가 안 좋나요? 화공(火功). 싹다 불태운다니까?"

뢰연이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어두운 밤하늘에 푸른 번개가 번쩍였다.

"불난리 나서 나오는 놈들, 밖에서 기다리다가 모가지 뎅겅 날려버리면 돼요. 참 쉽죠?"

뢰연의 부채가 펄럭이기 무섭게, 뒤에 서있던 세 명의 마인이 자리를 박차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아앙! 당신의 좆집에 불난 것 같아요오오!!"

"바깥에도 불난리 난 거 같은데."

"...여러 집에 불나고 아주 난리도 아니네. 하아."

당가는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작품후기]

이집 저집 불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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