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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색마-207화 (207/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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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가 습격 소동

사천배후성주, 청창살로부터 상황을 전달받은 나는 이시아와 함께 급히 당문세가가 있는 성도로 향했다.

"아마도 높은 확률로 뢰마가 네 계획을 표절했을 거야."

"나도 동감이오."

뢰마가 황보세가 습격 사건을 당문세가에서 재현하려고 한다. 이시아와 나는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

단지 황보세가 습격 계획이 색마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고 그 사이에 내가 이득을 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사천당문 습격 계획은 진짜로 '당가의 멸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주요했다.

'당가가 멸망하면 곤란해.'

염마가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사천당문은 팔대세가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심지어 팔대세가 중에서도 역사와 전통이 깊은 오대세가 중 하나이며, 사천 일대 뿐만 아니라 주변 일대를 지배하는 거대 토호 세력이다.

색마들이 진정으로 당문세가 습격에 성공하여 당문을 멸망시킨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당연히 무림맹 뿐만 아니라 황실-금의위에서도 조사를 나올 것이다.

세상에는 작은 단서 하나 만으로도 진실을 파헤치는 천재가 한 명 있다.

그는 분명 당문의 멸망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며, 당문 멸망의 배경에 마교와 뢰마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중원의 모두가 팔대세가 중 하나가 마교에 의해 멸망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당가 사람들은 사천에만 있는 게 아니지.'

당가에도 출가외인이 아예 없는 게 아니다. 당가의 여인이 중원의 다른 지방 유력 가문에 시집을 가는 경우도 종종 있고, 중원 곳곳을 유람하고 있는 당가의 무인들도 수두룩하다.

- 사천당문의 복수를!!

바야흐로, 기호지세.

정마대전의 시작이다.

"사천에 들리길 잘했군."

"그러게. 그냥 섬서로 올라갔으면 눈 뜨고 당할 뻔 했어."

우리는 성도에 도착했다. 다행히 아직 큰 소란은 느껴지지 않았으나, 뭔가 찝찝한 전운이 감돌고 있다는 건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사락.

우리는 한 걸음에 사천당문에 잠입했다. 불행히도 예전에 적마가 뚫어놓은 비고의 비밀통로는 공사 작업을 해두었는지 막혀버렸지만, 그렇다면 담을 넘어가면 그만이다.

푸샤아아앗.

우리가 진입하자마자 당가의 화골산우진이 독액을 뿜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진한 독기와 열기에 나는 쉬이 안으로 들어가기 난감했다.

"개량했군."

당가의 누군지 몰라도 화골산우진을 더욱 지독하게 개량해뒀다. 아예 생로를 만들어 두지도 않았고, 화골산우진을 통과하려면 안쪽에서 장치를 조작해야 했다.

"시아, 혹시 파훼법이 보이오?"

"...되게 복잡해보이지만, 하나만 해체하면 전부 해결될 것 같아 보여."

이시아는 화골산우진을 금방 파헤쳤다. 다만 아쉽게도 구체적인 파훼법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생로가 없는 경우에는 두 가지 중 하나지. 아예 출입 자체를 하지 못하게 막는 용도이거나, 출입을 할 때에는 진이 힘을 발휘하지 않거나. 이 경우에는 후자이며, 사람이 진을 끄고 켜는 듯 하오."

나는 이시아를 내 품에 번쩍 안아들었다. 그녀는 자연스레 내게 몸을 붙이며 안겼고, 나는 호흡을 가볍게 가다듬었다.

"염마가 안에서 진을 조종하고 있겠지. 그러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면 좋을까?"

"정면돌파."

"정답이오."

픽.

나는 담벼락을 뛰어넘어 화골산우진에 직접 들어갔다. 아래에서 뿜어져나오는 화골산이 우리를 덮치기 직전, 나는 내 몸 밖으로 막강한 양기를 뿜어냈다.

천마신화정.

화려한 불꽃이 나를 감싸며, 화골산이 내 몸에 닿기도 전에 불태워버렸다. 나는 이시아의 몸에 독기가 닿지 않게 중려신화정을 넓게 펼쳐 화골산 속에 몸을 숨겼다.

"...응?"

"무슨 일이야?"

"내가 잘못 들었나? 뭐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는데."

"잘못 들었겠지. 그리고 뭐 들어가봐야 녹아내리기밖에 더 하겠어?"

화골산우진의 입구를 지키는 무사들은 우리의 잠입을 완벽히 눈치채지 못했다. 조금만 소리를 더 크게 냈어도 어쩌면 들켰을 지도 모른다.

'제법 기감이 좋은데?'

화골산은 강한 산성인 동시에 양기를 머금고 있다. 중려신화정을 천마신공으로 운용하는 덕분에 나는 화골산우진의 속에 조용히 녹아들 수 있었다.

내공의 소모가 빠르다? 그럴 줄 알고 미리 이시아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녀의 내공을 잠깐 채음했다. 나는 이시아의 천마신공을 이용해, 내공 싸움에 들어갔다.

저벅, 저벅.

나는 이시아를 안고 화골산우진의 중심으로 향했다. 지난 번처럼 중심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뱀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곳 바닥 아래에 있을 여인이 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며, 지금 그녀는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끼이익.

나는 큰 무리없이 화골산우진의 중앙에 도착했다. 이시아는 철문을 가볍게 열어 아래로 내려갔고, 나도 철문 안으로 뛰어내렸다.

"...죽었군."

부들부들.

진법을 유지하고 있던 술사는 눈을 까뒤집은 채 바닥에 대자로 쓰러져 있었다.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고, 단정한 치마 아래에는 투명한 조수가 홍수처럼 터져나와있었다.

"어떡하지, 비천? 염마가 가버렸는데."

"중려신화정에 천마신공까지 사용했으니, 기절할 법도 하지. 우리가 이곳에 도착할 때까지 중려신화정을 유지한 정신력이 대단한 거고."

염마 당서희.

그녀는 당문의 비고에 숨어있었으나, 우리의 방문에 그만 폭포수처럼 지려버리고 말았다.

화륵.

나는 천마신공을 해제하고 중려신화정을 일으켰다. 주인의 등장에 염마의 단전 안에 있던 내공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당서희의 배는 살아있는 생물이 안에 들어있는 것처럼 꿀렁거리기 시작했다.

찌걱, 찌걱, 찌걱.

"사용할 때마다 박히는 기분이 들었을테니, 천마신공까지 사용하면 얼마나 격하게 박혔을까?"

"비천, 한 번 써볼래? 얘 깨워야지."

"물론."

나는 천마신공을 운용했다. 그러자 염마의 몸이 기절한 물고기가 퍼덕거리듯 아래에서 위로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푹퍽푹퍽퍽퍽퍽!!

"으힉, 으헉, 나 죽어, 허어억...!"

염마는 울면서 또다시 가버리고 말았다. 전신에 탈수 증상이 일어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격하게 몸서리를 쳤다.

'우리 모르는 것 같은데?'

이시아는 염마가 주변을 전혀 신경쓰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낮게 웃었다. 나는 이시아의 신호에 따라 바지를 내렸다.

"시, 작!"

"누구-"

옷을 찢고, 다리를 벌려, 속옷을 태운 다음 남근을 찔렀다. 다른 남자의 양물이 들어갔다면 남자와 함께 통째로 불타버렸을 음부는 처녀처럼 찐득하게 나를 조였다.

"으허어엉!!"

염마는 내게 박히자마자 숨이 넘어가버렸다. 파닥거리거나 부들거리는 것조차 없이, 진짜로 시체처럼 축 늘어지고 말았다.

"...염마? 당서희?"

"야, 너 왜그래? 죽...었니?"

"......."

염마는 반응이 없었다. 안색이 점점 파리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천환단을 급히 꺼내 씹은 다음, 염마의 입을 벌려 그녀의 입에 직접 투약했다.

"비천, 안 일어나는데?"

"음...잠깐 더 찔러보자."

꾹, 꾹꾹, 퍽퍽퍽.

"...으허어엉!!"

염마 당서희.

"불주사가 너무 과했나?"

과도한 쾌락에 심장마비로 가버릴 뻔 했지만, 다행히 솜씨 좋은 의원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 * *

"약해."

전대 독마, 당연지는 맥없이 쓰러졌다. 그녀의 소매 안쪽에서 퍼져나온 철사는 날카로움을 잃고 땅에 실처럼 늘어져있었다.

"커흑, 흐억...."

당연지는 검붉은 피를 토했다. 피부는 화장이 벗겨져 주름이 드러났고, 겉옷은 제대로 된 부분이 없다 싶을 정도로 찢어졌다.

"그러니까 얘기했잖아. 너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한테 안 된다고."

"이...썩을 년이...."

패배한 당연지가 할 말은 욕설밖에 없었다. 같은 십마끼리도 힘의 차이는 명백하게 존재했으며, 뢰마는 십마 중 정점이라고 봐도 무방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좀 많이 컸다? 너 예전에 한창 현역 때는 고작 절정밖에 안 되더니, 이제는 그래도 초절정 수준이고 말이야."

"닥쳐!"

"입을 닥치게 만들려면 이기지 그랬어? 후후, 근데 아쉽네. 초절정에서 끝났으니, 반로환동으로 젊어지지도 못하고 말이야."

뢰마는 부채로 하관을 가리며 눈웃음을 쳤다. 눈가에 주름이 짙은 당연지와 달리, 뢰마는 화장을 조금만 더 어리게 하면 10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어려보였다.

"내가 원로원에 있는 다른 마인들은 존중해도, 마교를 빠져나와 다시 자기네 가문으로 기어들어간 년까지 존중할 필요는 없지. 안 그래?"

"하, 이 개같은 년. 실은 사기치는 거 아니냐."

당연지는 피가 섞인 가래를 뱉으며 허벅지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사타구니 안쪽에 숨겨둔 작은 비침 하나가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무기였다.

"반로환동을 해놓고, 실상은 제자를 뢰마인 척 내세운 거지? 흐흐, 양심도 없는 늙은이."

"뭐래? ...풋."

뢰마는 부채를 접고, 두 손을 얼굴 근처로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소녀, 선배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사와요...."

"씨벌."

당연지는 헛구역질이 나올 뻔 했다. 하지만 마지막 한 수를 실패하지 않기 위해, 그녀는 온 정신을 비침 하나에 모았다.

"죽어라, 늙은 년!"

비침은 번개처럼 번쩍이며 앞으로 날아갔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되는 길이의 비침에는 코끼리도 죽일 만큼의 극독이 맺혀있었다.

피부에 살짝 스쳐도 사망. 당연지는 비침이 뢰마의 몸에 닿기를 간절히 바랐다.

"흥."

하지만 뢰마는 바닥을 가볍게 차며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비침은 뢰마의 허상을 갈랐고, 당연지는 앞으로 뻗은 손을 뒤로 강하게 잡아당겼다.

사락!

비침과 당연지의 손 사이에 길게 이어진 실이 투명하게 반짝였다.

"인면지주의 실? 제법 좋은 거 쓰잖아."

그리고 비침이 당연지의 손에 회수되기 직전, 푸른 번개가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푹.

비침은 바닥에 맥없이 꽂혔다. 비침 주변에 있던 풀들이 순식간에 말라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네가 인면지주를 잡았을 리는 없고, 당가에 좀 좋은 일이 있었나봐? 이런 보물을 쓰다니."

"어, 어떻게 나의 비독상천뢰를...?"

"이름 한 번 거창하다, 얘. 그리고 이름이 정말 불쌍해."

서걱.

뢰마가 부채를 아래로 휘두르자, 투명한 실이 힘없이 끊어졌다.

"사람 하나 제대로 죽이지 못한 암기가 다섯 글자나 되다니, 차라리 그냥 무살침(無殺針)이라고 하지 그러니."

"나를 모욕하지 마라, 늙은 년아!"

"모욕은 승자의 특권이지. 그리고...."

뢰마는 앞으로 가볍게 뛰었다. 당연지는 뒤로 두 걸음 물러서며 거리를 벌리려고 했지만, 뢰마는 숨결이 닿을 만큼 금세 가까워졌다.

"누가 누구보고 늙은 년이래?"

짜---악.

뢰마는 당연지의 뺨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당연지의 볼에 붉은 손자국이 강하게 남았고, 당연지는 머리가 흔들리는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당가에서는 그렇게 가르치니?"

짜---악.

뢰마의 손바닥이 당연지의 반대쪽 뺨을 때렸다. 그녀의 두 손은 수 차례 당연지의 뺨을 번갈아가며 때렸고, 당연지는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피를 흘리며 축 늘어졌다.

"하여튼 성질 내게 하기는. 어디보자...그 분의 섭혼향이...."

뢰마는 품에서 구슬을 꺼내 전격을 튀겼다. 귀로 스며들기 시작하는 연기에 당연지의 지친 눈은 점차 몽롱해졌고, 뢰마는 당연지의 머리채를 붙잡고 내공을 일으켰다.

"출가외인이어도 당가에 도움이 될 수는 있잖니. 후후, 네가 당가 안에서 큰 역할을 해줘야겠어."

뢰마의 낮은 목소리가 당연지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넌 지금부터 쟤들이랑 같이 당가를 습격할 삼마(三魔)가 되는 거야. 알겠어?"

"......."

뢰마의 뒤에는 당연지와 마찬가지로 이성을 잃은 듯한 무인 둘이 몽롱한 눈빛으로 서있었다.

"다들 당가에 원한 가진 사람들이잖아. 복수해야지? 다들 그러려니 할 걸? 천하에 당가만큼 은원이 넓고 깊은 세가가 또 어디있겠니. 너희가 날뛰어야 염마 그 아이가 집 밖으로 나오지 않겠어?"

뢰마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그러다가 정마대전 일어나면 제일 좋고."

[작품후기]

염마,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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