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205화 (205/568)

--------------------

사천당가 습격 소동

마교의 일은 마교에서 해결한다.

"드디어, 나도, 둘이서 다시 여행을!"

호북으로 돌아와 마검비를 범하겠다는 내 제안에 이시아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당연히 이번에는 내 차례지? 응?"

"물론."

사공희를 데리고 화산파를 다녀왔다. 독고연을 데리고 황보세가에 다녀왔다.

이러다보니 이시아는 격렬히 자신 또한 외유를 나가기를 바라게 된 것이다. 사실상 수 개월을 호북에서 오랜 기간 지내다보니, 한 번 쯤은 밖을 돌아다니며 바깥 바람을 쐬고 싶어했다.

"괜찮지? 응?"

"조심히 다녀오세요, 시아."

"언니. 가가를 잘 부탁해요."

"물론. 딴 여자 더 안 품게 내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테니까 걱정마."

이시아는 사공희와 독고연을 안심시키며 내게 눈을 부라렸다. 마치 둘에게 나를 감시하겠다는 듯한 말투였지만, 나는 그녀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찡긋.

셋 중에 내가 다른 여인들을 마음껏 품게 해줄 수 있는 여인이 바로 이시아다. 그녀는 호북을 떠나는 즉시, 내게 마음껏 여인들을 따먹으라고 허락해 줄 여인이다.

"조심히 다녀오리다."

나는 이시아와 함께 떠날 채비를 마쳤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은밀하게 움직이기 위해, 나는 온통 검정색 뿐인 제복을 준비했다.

"이거 엄청 편한데?"

이시아는 자신에게 맞게 새롭게 변형된 월녀복에 몹시 기뻐했다. 독고연이 입은 월녀복을 본 두 여인은 자신들도 입고 싶다며 내게 채근했고, 나는 이번 여행을 위해 이시아를 위한 월녀복을 새롭게 만들었다.

"짜잔."

이시아는 허벅지 절반을 채 덮지 않은 치마를 위로 들쳤다. 엉덩이를 간신히 가리는, 딱 달라붙는 검은 속바지가 그녀의 아래를 가리고 있었다.

"이러면 다른 사람이 봐도 실망만하겠지? 설마 이렇게 입고 발차기를 하겠어라고 생각하는 놈이 있으면, 면상을 발로 짓밟아 버릴 거야. 어때?"

"좋은 생각이군."

남정네라면 누구나 치마 안쪽이 궁금하여 전투 중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할 것이다. 훤칠하게 드러난 이시아의 하체에 누군가는 음란하고 비겁하다며 욕하겠지만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새삼스럽지만 이시아는 마인이다.

자신의 육체미를 이용해 남자의 시선을 분산시켜 그 사이에 주먹을 내지르는 걸 꺼리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여자다.

"그래도 역시 그대는 참으로 과감하군. 내가 입혔다고 이걸 그대로 입다니."

"예쁘잖아. 네가 나를 보고 음심이 나온다면 그걸로 됐어."

이시아는 훤히 드러낸 등을 한껏 과시했다. 앞부분을 가리는 천은 등허리의 중심에서 모여 둔부를 가렸고, 날개뼈를 훤히 드러내 하얀 등이 유감없이 보였다.

"이거 없었으면 이런 거 입지도 않았고."

이시아는 월녀복 위에 검은 외투를 걸쳤다. 음란 그 자체였던 옷은 긴 외투에 순식간에 정숙한 여인이 되었다. 나는 그녀의 허리에 띠를 두른 뒤, 그녀를 위한 필살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시아, 이것도 하지."

"...잠깐. 이게 뭐야?"

"자존심."

시아는 자신의 손에 들린 몰랑몰랑하고 말캉말캉한 물건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등을 드러내고 다리를 전부 보여도 아무렇지 않았던 그녀는 내가 건넨 물건의 용도를 깨닫자마자 수치심에 화를 내기 시작했다.

"천마는 이런 거 안 해! 어차피 이런 거 해봤자 다들 알잖아!"

"알아도 넣으면 예쁜 게 이런 거지."

월녀복에는 중단전의 그릇이 부족한 여인들을 위한 특별한 방어구가 있었다. 옷의 선을 예쁘게 살리는 용도도 있지만, 심장을 보호하고 몸을 따스하게 하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위유(僞乳). 넣지 않겠소?"

재질은 거의 구할 구푼 가량 이시아의 엉덩이를 재현해냈다. 인체에 무해한 요소들만 가득하고, 또한 무공을 전력으로 사용하여 격하게 움직이지 않는 한 빠질 염려도 없다.

"이걸 달면 서로 서로 좋을 것이오."

"왜?"

"나는 그대의 가슴을 애무할 수 있고, 그대는 애무를 받아도 성적으로 크게 흥분되지 않을 것이니."

"그게 더 화가나!"

이시아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위유를 두 손에 들었다.

"이것으로 그대는 연과 비슷해질 수 있소."

"...두고봐. 내가 진짜 최소한 걔만큼 자랄테니까."

이시아는 외투의 어깨 부분을 옆으로 당겨 뒤로 젖혔다. 나는 위유를 옆가슴 사이로 밀어넣은 뒤, 뒤에서 가슴을 애무하듯 손으로 당기고 조정했다.

"완벽하군."

"......."

이시아는 해탈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할 말은 정말 많아보였지만, 그녀는 일자형이 아닌 물결과도 같은 곡선이 생긴 자신의 몸을 보며 툴툴거렸다.

"...나중에 할 때 웃옷 벗기지 마."

"당연하지. 그 때는 이렇게 하기만 하면 되니까."

나는 월녀복의 치마를 들춘 뒤, 그녀의 엉덩이를 손으로 붙잡았다. 튼실하고도 포근한 안정감에 나는 양기가 불끈 솟아올랐다.

"그럼 섬서로 가지."

"잠깐. 그냥 섬서로 바로 갈 생각은 아니지?"

이시아는 외투까지 완벽히 걸쳐 정숙한 여인의 차림이 된 뒤, 내 손을 잡아당겼다.

"아직 시간 여유 있으니까, 우리 마검비에게 아주 위험한 색마가 나타났다고 알려보는 건 어떨까?"

"어떻게?"

"그야 당연하지."

천가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숲, 사공희와 독고연이 듣지 못하는 곳에서 이시아는 내게 은밀히 제안했다.

"한 명 정하고 걔한테 가는 길에 보이는 여자들 있으면 다 범하고 다니는 거지. 견희랑 연이 둘이서 같이 다닐 때는 눈치 보느라 양 껏 못 먹고 다녔을 거 아니야?"

"......위험천만하군."

이래서 이시아와 다니는 게 조금 편하다. 그녀는 나의 색마짓을 적극 권장하니까.

"그럼 누구를 노리면 좋을까?"

"제일 만만한 여자가 하나 있잖아."

이시아는 손가락을 비볐다.

"오랜만에 당서희 따먹으러 갈래?"

* * *

호북에서 사천으로.

이시아가 염마를 언급하며 사천으로 먼저 가자고 한 이유는 내가 그녀와 처음 여행길에 오른 동선이 호북에서 사천으로 이동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흥, 흐흥, 흥~"

이시아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 옆을 따라 걸었다. 처녀 시절에는 나를 경계하며 뒤따라 오던 그녀가 이제는 내 손길을 전혀 거부하지 않고 내 옆을 지켰다.

'드디어 효과를 발휘하는 구나.'

처음에는 왜 만지냐고 손으로 툭툭 건드리기 일쑤였고, 나중에는 움찔거리며 피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만져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거나 오히려 내 손길을 즐겼다.

주물주물.

나는 그녀의 외투를 등허리 부분에 내 손주머니를 만들었다. 그냥 가로로 길게 잘라놓은 셈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간 내 손은 월녀복의 뒤를 들추고 잡기에 충분했다.

"앞에 사람들 좀 많은데?"

"젠장."

나는 이시아의 뒤에서 손을 빼낸 뒤, 근처에 있던 나뭇가지를 꺾어 앞으로 비도처럼 던졌다.

"웬놈이냐!"

"산적이군."

"금방 처리하고 올게."

이시아는 검은 장갑을 꽉 당기며 앞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녀의 뒤를 지키며 따라갔고, 이시아는 붉은 안광을 흩뿌리며 토끼 무리 속에 착지한 늑대처럼 몸을 가볍게 움직였다.

"커헉!!"

눈 깜짝할 새 기절한 남자 다섯을 만들어냈다. 이시아는 장갑을 내게 건넸고, 나는 그녀의 장갑을 향해 중려신화정을 붙여 남자들의 피부에 닿은 장갑을 소독했다.

"이런 곳에 왜 산적들이...?"

"표국을 노리는 것 같은데?"

"표국?"

나는 우리가 선택한 길의 지도를 떠올렸다. 장강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다가 성도를 향해 곧장 직진하는 길로, 중간에는 제법 높고 험한 산이 여러 개 길목을 막고 있었다.

'표국이 다닐만한 길이 아닌데.'

파촉은 지형이 험한 곳이다. 호북에서 사천성 성도로 가기에 가장 빠른 길은 직선으로 가는 게 아니라 물결처럼 곡선을 그리듯 중경을 거쳐서 올라가는 길이다.

무림인들도 지나가지 않을 이 지역을 표국이 다닐 리가 없다. 이렇게 산적들이 출몰하는데 굳이 표국이 나설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한 번 구경이나 해볼까?"

"좋은 생각이오. 가지."

우리는 산적들이 숨어있던 위치에 숨을 죽였다. 능선 아래에는 마차 둘 정도가 지나가기에 알맞은 작은 오솔길이 있었고, 마침 멀리서 표사들이 수레와 함께 나타났다.

"무양표국? 혹시 아는 이름이오?"

"...마교 사천 분타의 표국이야. 근데 저 표국이면 분명-"

"크하하! 멈춰라, 이 놈들아!"

산적들은 협곡이 쩌렁쩌렁 울리게 고함을 지르며 능선을 따라 내려갔다. 표사들은 검조차 뽑지 않고 산적들에 대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산적들의 경지를 순간 읽어낸 뒤,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심드렁해보였다.

분명히 정상적인 표국의 표사들은 아니었다.

"이 몸은 녹림칠십이채에서 <귀신채>의 주인, '산귀'시니라!"

"들어본 적 있어?"

"없소.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오."

산적의 우두머리는 자신의 가슴을 당당히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주변에 관병들이 들으면 이곳으로 금방 달려오겠구나 싶은 목소리였다.

"이곳을 그냥 지나갈 수 없다! 지나가고 싶다면 세금을 내라!"

"어째서지?"

상단의 대표로 보이는 표사가 귀찮은 기색을 풀풀 풍겼다.

"관병들도 아니고 통행세를 내라니. 이래서 산적들이란."

"흐하하! 궁시렁거리는 것도 지금까지다! 쳐라!"

산적들은 일제히 표사들을 향해 뛰었다. 표사들은 고개를 오만하게 뒤로 젖히더니, 검은 마기를 터뜨리며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뭣?!"

잘못 건드렸다. 표사들은 모두 마공을 익힌 마인들이었고, 산적들은 너무나도 쉽게 제압당했다.

"쳐라."

호기롭게 뛰쳐나간 것이 무색하게, 마인들이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산적들의 모가지가 나가떨어졌다.

푹, 푸욱.

단지 제압이라는 것이 명백한 '살생'이라는 것에 이시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냥 반병신으로 만들고 지나가도 되는 것을."

사공희와 독고연과 함께 지내며 그녀는 상당히 순해졌다. 원래도 그랬지만 꼭 죽여야 할 자가 아니면 살생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러니까 정파랑 마교가 자꾸 척을 지고 싸우려고 하지."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정파는 산적들에게 대충 힘의 차이를 과시하고 스스로 도망치게 만든다. 그러나 마교는 산적들을 모조리 죽여버린다.

"이런 걸 보면 흑과 백은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것 같단 말이야. 비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저 마인들이 내가 천마가 된다고 해도 내 말을 들을까?"

"듣지 않으면 마교를 나가는 거고, 듣는 척하며 안 보이는 곳에서 살상을 할 수도 있지."

아무리 위에서 찍어누른다고 한들, 한 두 명 노선에서 튀어나가는 이들까지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7할 정도는 시아, 그대의 뜻을 존중할 것이오. 그대는 누구보다도 강한 자가 될테니."

"그랬으면 좋겠네. 힘으로 찍어누른다라...."

이시아는 내 손을 맞잡으며 쓰게 웃었다.

"그러려면 여기 이 사람보다 더 강해져야겠지?"

"후후, 나보다 강해질 수 있다?"

"당연하지. 나는 천마가 될 여자야. 하늘 아래 유일한 지존이 될 거라고."

"나를 목표로 삼는 건 바람직한 일이군. 그럼 그대에게 쫓기지 않게 더 위로 날아오...."

나는 이시아와 손을 놓았다. 이시아 또한 눈을 질끈 감았다.

"네놈들은 누구냐."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우리의 존재를 눈치챈 자가 우리의 앞에 나타났다. 중년의 흑의인은 뒤따르는 표사들-마교인들을 모조리 동원하여 우리를 포위했다.

"상당히 강해보이는 자들이 왜 지켜보기만 하고 가만히 있는 거지?"

"그냥 가만히 보고 있는 거 알았으면 서로 모른척 지나가면 안 되나?"

"불가. 후환은 없애는 게 상책. 그대들이 혹시 우리의 실체를 알게 된 이상, 여기서 몰살당하더라도 정체를 지워야 한다."

표사들은 마기를 풀풀 풍기기 시작했다. 나는 표사들의 대표를 맡은 남자가 엄청나게 강한 자라는 걸 느끼고 괜히 소름이 돋았다.

"저 친구, 초절정이군."

"한 지역 배후성주를 하려면 초절정 정도는 되어야지."

"......나를 어떻게 알고 있는 게냐."

표사들의 대표는 우리를 명백히 경계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수상했다. 이시아 또한 남자를 향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자신을 가리키며 내게 물었다.

"나를 모르는 모양인데, 그러면 그 새끼 편인가?"

"그대를 알고 죽이러 왔으면 맞는 셈인데, 지금 저 혼란스러운 표정을 보니 전혀 모르는...흠."

나는 이시아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흑백제일화, 그러니까 용봉지회에 출전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성장했다. 단순히 키만 큰 것이 아니라 젖살도 많이 빠지고 어엿한 숙녀가 되었다.

"혹시 그런 거 아닌가?"

"...에이, 설마."

이시아는 내 의혹에 대한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시아 또한 가능성을 지우지 못한 게 아니다.

이 촌극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정체를 밝히는 것 뿐. 이시아는 갓을 벗으며 내게 건넸다.

"사천배후성주가 표행을 직접 주도할 줄은 몰랐는데."

"......!!"

표사들의 대표이자 사천의 배후성주라고 불린 자는 더할 나위 없이 경악한 얼굴로-

"공주님을 뵙습니다!!"

바닥에 오체투지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이시아는 나를 향해 보란듯이 입꼬리를 씩 들어올렸다.

"천마신공이 곧 존재의 증명이지."

이시아의 눈동자는 붉게 반짝이고 있었다.

[작품후기]

이시아 턴!

인데 정작 일러는 이시아가 아닌 게 함정.

1차 러프는 내일이나 모래 쯤 나올지도?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