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198화 (198/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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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세가 둘째 딸

"크윽...!"

황보염은 쓰라린 배를 부여잡고 비무장을 빠져나왔다. 너무나 많은 내공을 사용하여 속이 진탕이 되었으나, 그는 고통을 감내하며 수많은 색마들을 기절시켰다.

그의 벽력신권에 기절한 색마가 절반이었고, 제정신을 차린 색마가 절반이었다.

전자의 색마들은 관병들에 의해 추포되었고, 후자의 색마들은 자신이 무언가에 홀려있었음을 깨닫고 색마들을 체포하는데 힘을 보태었다.

한 번 섭혼향과 춘약에 중독되었다가 깨어난 이상, 그들에게 같은 섭혼향과 춘약은 더이상 효과가 없었다.

그리하여 세가 안의 상황은 정리되었다. 하지만 분명히 초대한 자들보다 정신을 차리거나 체포된 이들의 수가 훨씬 적었다.

즉, 몇몇 색마들은 그 사이에 도망을 친 것이다!

"얘들아...!!"

황보염은 걱정에 휩싸였다.

만약 누군가가 몰래 빠져나간 틈을 노려 자신의 자식들을 노리고 있었다면?

만약 탈혼붕권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마비독이나 춘약에 중독되었다면?

만약-생각하기도 싫지만-탈혼붕권이 색마들과 한 패라면?

"가주님, 진정하십시오!"

멀리서 총관이 급히 달려왔다. 그는 얼굴과 몸 곳곳에 멍이 가득했다.

"상처를 치료하셔야 합니다!"

"그럴 수 없소!"

황보염의 몸에는 자잘한 상처가 가득했다. 베이고 멍든 상처는 수많은 상처 중 일부에 지나지 않았고, 황보염은 급히 치료를 하지 않으면 크게 부상을 입을 처지였다.

"내 딸들의 안전을 확인하기 전에는!!"

황보염은 총관의 만류를 뿌리치고 여섯 딸-아니 일곱 딸과 사위가 머무르는 방을 향해 급히 달렸다.

문고리는 굳게 닫혀있었으나, 안에서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황보염은 가슴이 철렁내려앉았다.

"설마...?"

"가주님!! 혜지 아가씨의 방이 열려있습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

황보염은 급히 황보혜지의 방으로 들어갔다.

활짝 열려있는 창문. 헝클어진 침대. 그리고 미약하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비릿한 혈향.

"아, 아아...!"

황보염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리고 독고 세가의 적녀가 어떻게 되었는 지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랐다.

"혜지야...."

- 혜, 혜지...!

"...응?"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황보염은 옆방에서 들려오는 기묘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철퍽, 철퍽.

무언가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에 황보염은 홀린듯이 방을 빠져나와 복도로 향했다. 그리고 그는 손가락을 세워 창호지의 창을 살짝 찢어, 안을 확인했다.

"......!!"

그곳은 거사가 이루어진 전장이었다. 바닥에 대자로 누워있는 탈혼붕권은 피골이 상접한 채,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처럼 앓고 있었다.

"헤헤헷...."

그리고 그의 옆에는 여섯 자매가 세상 편안한 얼굴로 잠들어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옷이 흐트러져 있었고, 남자를 받아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안에서 강렬히 풍겨온 미약의 향기. 황보염은 그제서야 여섯 자매들 또한 비무장을 가득 채운 춘약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철퍽, 철퍽.

그리고.

"하아, 가가, 가가.... 혜지, 정말 미칠 것 같아요...!"

일곱 자매 중 누구보다도 가장 차분하고 지혜로운 황보혜지는 색에 물든 눈빛으로 남자를 잡아먹을 것처럼 남자의 위에서 올라타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혜지...나 죽어...."

"하아, 하아. 안 돼요.... 저도 달래주셔야죠, 하아."

"가, 가주님. 혹시...!"

"쉿."

황보염은 총관에게 고개를 가로저은 뒤, 허탈하게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하, 하...."

황보염은 해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사위...힘든 싸움을 하고 있었구나."

자신이 춘약에 과잉중독된 사내들을 상대로 주먹을 휘두르는 동안, 탈혼붕권은 색욕에 중독된 일곱 자매들을 상대로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가 만약 기가 빨려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면, 색욕에 굶주린 여인들은 방을 빠져나와 아무나 붙잡고 침대로 들였을 것이다.

- 우오오오!! 갑니다, 부인! 나의 벽력같은 힘을 느껴보시오!

- 아아앙, 좋아요, 상공! 이번에야말로 여덟번째 아이를 남자아이로 낳, 으히이이익!! ......깨꼬닥.

- 부인? 부인?? 부인!!!

"...하하."

혹은 과도한 성적 흥분으로 심장이 마비되어 죽거나. 황보염은 총관에게 손을 뻗었다.

"한 대."

"가주님."

"어서."

황보염은 총관이 건넨 연초에 삼매진화로 불을 붙였다. 회색 연기가 피어올라 하늘로 솟아올랐다.

"부인, 보고 있소?"

철퍽, 철퍽, 철퍽.

"일곱 명 중에 한 명은 아들을 낳기를, 그곳에서 꼭 빌어주시오."

혜지, 나 진짜로 죽어....

아아앙! 가가, 더 하실 수 있잖아요. 네? 이번에는 제가 더 잘 조여볼게요, 하앙...!

"아무래도...혜지는 나를 닮은 모양이군."

황보염이 내뿜은 연기는 공허히 하늘로 흩어졌다.

연초는 하얗게 불타올랐다.

* * *

"...실패했어?"

뢰마는 손톱을 깨물었다.

"제대로 된 거 맞나...?"

뢰마의 머리는 두 가지 가능성으로 복잡해졌다.

계획이 성공하는 경우, 무마는 주지의 이름을 사칭하여 황보세가를 습격하는 것이 목표였다. 일곱 자매를 범하고, 황보세가를 망가뜨리며, 이를 통해 정마 대전의 시발점이 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계획이 실패하는 경우, 무마는 주지의 이름을 사칭하여 계획을 망가뜨리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진짜로 일부러 계획을 망쳤다...?"

관병들의 움직임, 섭혼향의 강도, 그리고 가장 위험한 존재라고 할 수 있는 황보염에 대한 제압.

모든 것이 십마 중 '천마의 지시를 받지 않는 유일한 존재'라고 할 수 있는, 무마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허접하고 거친 계획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뢰마는 기세를 끌어올리며 독고연을 압박했다. 당장 무마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으니, 무마의 시녀인 그녀를 추궁할 수밖에 없었다.

"...계획은 성공입니다."

독고연은 멀리 황보세가의 건물 중 열린 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마께서는 계획대로 움직이셨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저 색마들은 모두 버림패였으니까요."

독고연은 뢰마의 반응을 찬찬히 살피며 말을 정제했다. 뢰마라는 존재가 무마와 계획에 다소 집착을 보이는 것을 바탕으로, 그녀는 비천색마가 미리 얘기한 대로 이야기를 풀었다.

"색마들이 난동을 부리는 사이, 무마께서는 황보혜지를 범할 예정이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기 열려있는 창문은...황보혜지의 방이지요."

"무마께서 황보혜지를...?"

"예."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독고연은 입이 바싹 말랐지만, 사태가 종료되는 지금까지도 나오지 않는 그를 위해 시간을 벌기로 했다.

약속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 분명 황보혜지랑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럴 것이며, 자신이 누군가의 습격을 받는 것 때문에 즐거운 시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무마께서는 이미 탈혼붕권이라는 이름으로 황보세가에 잠입하셨습니다."

"......와."

뢰마는 눈을 깜빡이며 놀랐다.

"그러면...."

"남들은 먹지 못하게, 하지만 당신께서는 황보세가의 금지옥엽을 범할 수 있게. 그 계획에 입각하여, 무마께서는 철저히 움직이셨을 뿐이지요."

"......아흐읏."

뢰마는 팔짱을 끼며 주저앉았다.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은 뢰마에 독고연은 이 여자가 자지러진 모습으로 뭔가 초식을 쓸까봐 손을 검 위로 올렸다.

"대단한...개쓰레기야."

독고연은 뢰마의 말에 울컥했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혹시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설마 황보세가에 기둥서방으로 남는 건 아니죠?"

"...원래는 지금 이 시간에 창문으로 탈출하셔서 저와 떠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독고연은 뢰마와 주변에 가득한 마인들을 훑었다.

"아무래도 누구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 같군요."

"......."

뢰마의 낯빛이 파리해졌다. 마치 착한 일을 하려다가 큰 사고를 친 어린 아이처럼, 그녀는 독고연의 눈치를 보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결과가 좋으면 전부 다 좋은 거 아닐까요?"

"글쎄요. 확실히 혼란은 더 가중된 것 같네요. 당신이 춘약을 풀어버린 바람에, 가볍게 끝나야 했을 황보세가의 소동이 심화되어버렸어요."

뢰마가 뿌린 미약으로 인해 섭혼향의 효과가 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 분께서는 황보세가의 여인들에게 관심이 있지, 그걸 바탕으로 황보세가가 완전히 몰락하는 걸 바라지는 않으십니다."

"...왜죠? 왜 하필 황보세가인 거죠?"

"처녀라서요."

만약 황보혜지가 처녀가 아니었다면, 독고연의 부탁이라도 비천색마는 다소 시큰둥했을 것이다.

"지금쯤 황보혜지는 무마 님께 처녀를 잃었을 겁니다."

"처녀를 취하고도...버리고 떠난다?"

"당연하지요."

"...멋져."

뢰마는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눈빛은 이미 음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당신...꼭 말씀해주세요. 뢰마는 결코 당신의 적이 아니라고. 오히려 '뢰마'는 당신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싶다고."

"......갑자기 무슨 말을?"

"지금은 '지린'뢰마일 수 있지만, 무마께서 어떤 행보를 보이시냐에 따라 제 앞이 달라질 수 있단 얘기죠."

뢰마는 손가락을 튕겼다. 주변에 가득했던 마인들이 모두 산개하며 흩어졌다.

"이번 산동의 일은 비밀로 하겠어요. 대신 약속해요. 뢰마가 당신을 뵐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이해가 안 되는데요. 당신은 대공자의 편이 아닌가요?"

독고연은 검을 뽑아 뢰마에게 겨눴다.

"감히 무마 님을 대공자의 편으로 끌어들여 지린무마로 만들 생각이라면 집어치우는 게 좋아요. 제가 가만두지 않을테니."

"어머, 무서워라. 걱정마세요. 저는 마음에 든 남자에게 싫은 모습 보이기 싫답니다."

독고연은 자신도 모르게 검에 살기를 뿜었다.

"당신...도대체 무마 님의 무엇이 마음에 든 거죠?"

"그야 당연하죠."

뢰마는 키득키득 웃으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저는...개쓰레기같은 남자가 취향이라서."

"!!"

독고연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몸에 전격을 튀기며 부들부들 떠는 뢰마의 모습은 독고연으로서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광기가 느껴졌다.

"그래요, 혹시 들어보셨나요?"

뢰마는 더없이 순수하게 활짝 웃으며 두 팔을 벌렸다.

"세상에는 더할 나위 없는 쓰레기같은 남자밖에 사랑하지 못하는 여자도 있답니다."

독고연은, 진심으로 그녀를 향해 적의를 느꼈다.

* * *

뷰르릇, 뷰릇.

"...갔나?"

나는 바깥의 상황을 기감으로 살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이 풀리며 한 번 더 사정을 했고, 내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던 황보혜지는 내 위에 올라탄 채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이제 시집 못 가요."

"허, 이러고?"

처음 하는 것 치고는 제법 상당한 기승천근추였다. 이시아도 그렇지만, 무기를 쓰지 않고 권각술을 사용하는 여인들 대부분이 남자 위에 올라타서 하는 것에 재능이 있었다.

"이것 때문이 아니라...당신, 이제 도망갈 거잖아요."

황보혜지는 내 위에 지쳐 엎어졌다. 나를 구속하기 위한 행동인지, 아니면 차가운 밤 공기에 내 온기를 느끼기 위함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정말 아이는 안 생기는 게 맞죠?"

"당연하지. 혹시나 아이가 생긴다면...."

황보혜지는 이미 어느정도 알고 있는 여자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토닥였다.

"호북의 진가장을 찾아오시오, 혜지."

"...'황보'혜지가 아니라."

"물론."

만약 황보혜지로서 받아들인다면, 그건 진가장이 아니라 천가장일 것이다.

'아이가 생길 리가 없지.'

혈교주가 거짓을 말할 리가 없고, 팽유월처럼 아흐레 동안 원없이 질펀하게 하지도 않았다.

"잘 생각해보시오. 당신에게 사랑을 속삭였던 그 자가 정말로 당신을 사랑해서 그랬는지."

황보혜지는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그 자가 마교 대공자 일지도 모른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대가 임신을 하면 내가 거짓을 말한 것이고, 임신하지 않으면 그 자가 거짓말을 한 것이오."

나는 황보혜지를 안고 침대로 향했다. 지칠대로 지친 그녀는 반듯하게 침대에 누웠다.

"두 번이나 안에 사정했는데, 정말로 임신할 몸이라면 임신하지 않겠소?"

"...그렇네요. ...저기."

황보혜지는 떠나려던 내 소매를 붙잡았다.

"만약...당신의 아이를 낳고, 혜지로서 찾아간다면."

"잘 자시오."

나는 황보혜지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며, 그녀의 귀에 섭혼향을 뿌렸다.

"나는 내 아이를 낳은 여자를 모른 척 하지 않아."

"......믿겠어요."

황보혜지는 미소를 머금은 채 기절했다. 나는 그녀를 재운 뒤, 책상 위에 놓인 붓을 꺼냈다.

'후기는 남기지 않고 못 참지.'

★☆☆☆☆.

★★★★★.

★★★★☆.

★★☆☆☆.

★★★☆☆.

★★★★☆.

★★★☆☆.

양이 많고 맛도 좋으며, 무엇보다 주인장 인심이 좋다.

그 중에서도 혜지가 제일 맛있었다....

"...쯧."

나는 붓으로 적은 걸 중려신화정으로 태워버렸다. 그리고 새로운 종이를 꺼내 새로 글귀를 적었다.

"앞으로 탈혼붕권은 못 써먹겠군."

결과적으로, 먹고 튀었다는 결론만 맞으면 되는 게 아닐까.

- 색풍(色風)이 두렵다.

"좆빨려 죽을 것 같다고 튀면 누가 뭐라하겠어."

탈혼붕권은 최악의 남자로서 두고두고 욕을 먹겠지만....

'앞으로 탈혼붕권은 없다.'

나는 나의 자존심을 살짝 깎아,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만들 것이다.

[작품후기]

??? : 부계폭파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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