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189화 (189/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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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

나에게도 양심이라는 것이 있다.

어차피 황보세가와는 색마로서 척을 지게 될 운명이며, 그런 의미에서 아무래도 7자매 모두를 범하고 가는 건 양심에 가책이 들 것이다.

황보혜지 말마따나, 내가 그들을 겁탈하고 떠난다고 하면 그들의 혼삿길을 막는 셈이다.

'그렇다고 안 먹고 가?'

내 혼사도 아니고 남의 혼사이며, 이렇게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오는데 먹지 않고 떠난다? 그건 색마가 할 짓이 아니다.

'칠첩반상 차려줬는데 밥공기만 비우고 가면 예의가 아니지.'

한 입 정도.

'다만 불안요소는 하나 있지.'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황보혜지의 눈치를 봤다. 그녀가 갑작스런 사태에 혹시나 모든 걸 까발리고 모두 다 망하자는 식으로 나오는 게 아닐까 속으로 긴장했다.

"아버님! 이게 무슨 말씀입니까!"

일단 분노. 황보혜지는 자매들이 자신과 함께 한 남자의 처가 된다는 것에 화부터 냈다.

"진정해라, 혜지야. 이게 그렇게 나쁜 얘기는 아니란다."

황보염은 황보혜지를 다독이며 말을 이었다.

"일곱 자매가 싸우지 않고 서로 사이좋게 한 남자를 지아비로 섬기고 산다. 누구의 아들이든 결국 황보세가의 직계 자식인데 오히려 좋지 않겠느냐."

"도대체 뭐가 좋아요?"

"적어도 방계에 가주 자리를 빼앗길 일도 없고, 일곱 명중 한 명이 우리의 피를 이어나갈테니."

황보염은 황보혜지를 진정시키며 장황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는 왜 일곱 명의 자매가 탈혼붕권과 혼인해야하는 지에 대해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말하며 황보혜지를 설득했다.

"너희들은 친자매다. 서로 다른 배에서 태어난 이들이라면 모를까, 친자매이기에 부인이 여럿이 되더라도 서로 싸우지 않고 화목하게 지낼 수 있지."

이유 하나, 자매끼리 서로 싸우지 않는다.

"그리고 너희가 낳은 아들딸들은 서로 이복형제를 따지지 않고 같은 형제자매로서 지낼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유 둘, 자매들이 낳은 자식이 서로 후계자 경쟁을 벌이더라도, 이복형제자매로서 서로 우애를 돈독히 다질 수 있다.

"더군다나 사위와 네가 말한대로 하고 난 뒤에 말하는 것이다. 너희 중에 사위를 남편으로 받아들이기 싫은 자가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거라."

"가주님께서 정하신 일입니다."

"아버님께서 정하신 일이기도 합니다."

"아버님께서 인정한 남자가 아닙니까?"

"다른 모든 남자들보다 강한 권사라니, 황보 세가의 남자가 되기에 손색이 없죠."

"잘생겼기도 하고요."

"혜지 언니가 결혼하는 남자면 저도 좋습니다."

""""""저희는 아버님의 뜻에 따라, 탈혼붕권 님을 지아비로 섬기겠습니다.""""""

이유 셋, 황보혜지 뿐만 아니라 다른 여섯 자매들 또한 '본인의 희망'에 따라 결혼을 거부하지 않았다.

"잠깐만요. 아무리 그래도 혼자서 일곱 명을요?"

"사위, 혹시 힘든가?"

"사내대장부 100명도 이겨낸 남자가 여인 일곱을 감당하지 못해서야, 어디 천하대장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껄껄껄,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는 구나!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허허."

이유 넷, 탈혼붕권은 일곱 자매를 여자로 들일만큼 능력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황보염에게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다섯번째 이유.

"남아일언중천금!"

그는 가주로서 자신이 내뱉은 말을 다시 삼킬 생각이 없어보였다. 여러 가지로 가정을 생각하는 듯 하지만, 결국 그도 한 세가의 가주로서 가장 세가에 이득이 되는 판단을 내리려고 한 것이다.

"이미 나는 내 딸들을 사위에게 준다고 말했다. 사내대장부가 한 입으로 두 말 하면 남들이 나를 어찌 보겠느냐?"

"그 정도는 집어삼켜도 '아 그냥 실수했구나'하고 넘어가줄 수 있어요!"

"결코! 한 번 결정한 이상 돌이킬 수 없다. 세상에 이만한 사위가 어디있겠느냐?"

"아버님...!!"

내가 색마만 아니었다면 정말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혜지야, 혹시 벌써부터 투기를 부리는 것이냐?"

"네?!"

쾅!!

갑작스런 황보염의 말에 황보혜지는 분개했다.

투기(鬪氣) 하나 만큼은 일품인 황보세가에서,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아버지가 딸에게 투기(妬忌)냐고 말하는 건 황보혜지에게 상당한 모욕으로 들릴 수 있었다.

"투기라뇨? 어떻게 제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래서 황보혜지는 성을 내며 씩씩거렸다. 황보염은 딸의 분노에 다소 다소 놀란 눈으로 표정을 일그러뜨리기 시작했다.

"그럼 투기를 부리는 거지. 설마 너는 사위의 중혼을 반대할 것이냐?"

황보세가는 호방하지만, 동시에 다른 어떤 세가보다도 지극히 가부장적이다. 그래서 가주의 의사에 최소한 세가 여인들이 가족으로서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가주의 '결정'에는 왈가왈부 할 수 없다.

중원 무림은 남자가 여자 여럿 들인다고 불법이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세상이 아니다.

만만세.

"네 언니와 동생들도 사위가 나쁘지 않다고, 아니 오히려 자신이 선택되기를 원한다고 하더구나. 네 언니와 동생들을 배려해야하지 않겠느냐?"

"이게 무슨 배려...!"

"첫째 부인은 너다. 네 언니인 수지가 후처로 들어가겠다고 하는데, 너는 설마 그걸 막을 생각이냐?"

황보염이 기세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결정에 반발하는 자는 아무리 딸이라도 용서치 않겠다는 분노가 보였다.

"장인어른,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나는 황보혜지를 향한 투기를 정면으로 받아내며 황보염과 기싸움에 들어갔다. 그는 내 참전에 순간 분노했으나, 어디 한 번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후처에 대해서 여섯 자매 분들이 진정으로 동의한 겁니까? 모두 아름다운 분이나, 저는 혜지를 보자마자 첫 눈에 반했습니다."

나는 황보혜지의 손을 맞잡았다.

"그래서 감히 제가 혜지에게 줄 사랑을 공평하게 나눌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분노를 누그러뜨릴 방법은 오직 하나.

"저는 황보혜지 양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저는 무공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넘치나, 사랑은 아직 잘 모릅니다."

순정.

"허허, 자네 혹시...?"

"산에서 무공만 익히다가, 황보혜지 양을 보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제게 있어서 처음입니다."

첫 경험은 부끄러운 경우가 있지만, 때로는 순정으로 둔갑하기에 아주 좋은 무기다. 이번 생에 황보세가의 여식을 품는 건 처음이니,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저는 모르겠습니다. 과연 제가 혜지의 처제들을 처로 들여도, 과연 이분들에게 혜지를 향한 사랑과 똑같은 사랑을 줄 수 있을지."

두 황보 부녀는 내 낯간지러운 말에 분노를 가라앉혔다. 특히 황보혜지는 내게 붙잡힌 손을 허벅지 위에서 꼼지락대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허허, 그것이라면 걱정말게."

황보염은 분노를 풀고 껄껄 웃었다. 지금 나와 황보혜지는 엄청 심각해서 죽을 것 같은데, 도대체 뭐가 저렇게 즐거운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식을 한 명씩 낳으면 다 공평하게 사랑하는 법이야."

아.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구나.

"흐흐흐, 우리 아버님께서는 누가 먼저 남자아이를 낳는 지로 정실을 정하셨었지! 크하하하!"

나는 황보염의 말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 * *

황보염과 여섯 자매와의 식사가 끝난 뒤,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이게 황보세가는 아니에요. 모든 황보세가의 사람들이 이렇지는 않아요."

황보혜지도 같이 따라왔다. 그녀는 다른 자매들을 눈으로 견제하는 척, 자매들을 색마의 손에서 지켰다.

'나쁘지 않기는 해.'

나에 대해 뭐가 그리 궁금한게 많은지, 여섯 자매들은 나를 해부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파헤쳤다.

'바로 해줄 것도 아닌 여자들이랑 말 섞는 건 피곤하기만 하지.'

당과 하나를 먹는데 당과에 들어간 농부의 피땀과 요리사의 장인정신, 그리고 판매원의 가정사정까지 알 필요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황보혜지는 적절한 거름망이 되었다. 그녀는 물심양면으로 나를 도와 자매들의 관심을 끊어내려고 했다.

- 뭐라고요? 지금부터 여덟 명이서 같은 방을 쓰라고요? 아버지, 그래도 저한테 며칠은 시간을 주셔야죠!!

- 으하하하! 순순히 인정하이 이 얼마나 보기 좋으냐!! 그래, 여인이라면 당연히 투기는 부릴 줄 알아야지! 그래야 매력이 있단다!

- 으으으...!

"당신 때문에 언니동생들 상대로 견제나 하는 질투심 많은 여자가 되었으니까, 책임지세요."

"기분 좋게 해드리지."

황보혜지는 황보염의 행동에 너무나도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결국 나와의 은밀한 거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뭘?"

"진짜로 저희 자매들, ...모두 아내로 맞이할 거냐고요."

"그럴 리가. 그대와도 그럴 생각이 없는데 다른 자매들이라고 더 그럴까?"

나는 이곳에 무전취식을 하러 왔지, 너무 맛있어서 포장까지 해서 집에 들고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황보혜지도 챙겨갈 생각이 없는데 뭐하러 그들까지 챙긴단 말인가.

"흐음...그러시구나...."

내가 겁탈하지 않겠다는데 기뻐해야지, 왜 나를 향해 입술을 삐죽이며 빈정거리는 듯한 모습일까.

"그래서 그들이 무슨 의도로 나와 결혼하겠다고 하는지, 그대의 후처로 들어오겠다고 하는 지 들어는 보셨소?"

"네. ...색마 때문이래요."

"나?"

"아뇨, 강호에 넘쳐나는 색마."

이건 또 무슨 소리람.

"색마가 아무리 세상에 준동한다고 한들 원래 없었던 자들도 아니고, 황보세가가 걱정할만한 색마라고 해봐야 빙색마인밖에 없지 않은가?"

"바로 그 빙색마인이 걱정되서 그런 거라고요. 하북으로 갔다는 빙색마인이 제남으로 올 지도 모르는 거고, 예고장을 모용세가로 날렸으니까요. 그에 준하는 팔대세가들은 모두 공포에 빠진 셈이죠."

"그야 당연하지. 나는 예쁜 사람만 노리니까."

역사와 전통이 깊은 무가일수록 예쁜 여자가 많을 확률도 높다. 인간의 성격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만난 팔대세가 여인들은 하나같이 미모가 출중했다.

독고연, 팽유월, 당서희, 남궁유린, 모용란, 제갈선, 황보혜지 등등.

못생긴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은 법이며, 색마가 개방 거렁뱅이도 아니고 아무 음식이나 입에 집어넣지는 않는다.

"황보 칠공주가 혹시 빙색마인에게 노려질까봐 두려운 건가? 다들 예뻐서?"

"당신의 그 여자 보는 눈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도 아닌데 당연히 걱정하죠. 언제 누가 어떻게 당할 지 모르는 시대인데. 모르는 자한테 범해져서 볼품없는 남자한테 팔려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빨리 혼인을 맺고 싶어하는 거구나."

색마에게 괜히 범해지기 전에 우선 결혼부터 하고 보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을 것이다.

내가 유일한 신랑 후보로 남게 된 것이 그들의 선택에 영향을 주기도 했을 테지만, 내가 자신들을 지켜줄 수 있는 '강자'이기 때문에 일곱 자매의 공동 혼인을 받아들인 것이리라.

"적어도 강함 만큼은 이곳에서 아버님 다음으로 당신을 따라올 수 있는 남자는 없죠."

"나를 색마로부터 자신을 지킬 호위무사로 생각하는 건가?"

"그런 거예요. 당신 덕분에 이제 모든 세가의 일등신랑감 조건은 색마로부터 부인을 지킬 수 있냐 없냐 따지기 시작했으니까요."

색마로 인해 변해버린 중원의 혼인 문화에 나는 오한이 들었다.

"내가 색마로서 범한 여인이 그리 많지 않거늘. 그것 참 무서운 이야기로군."

"독고연, 을가장의 대모, 팽신혜 말고 또 몇이나 더 범한 거예요?"

"비밀이오. 그보다 그건 잘 해결되었소?"

"...네. 정말, 부끄럽게도."

황보혜지는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냥...투기 좀 부리는 거로 정리했어요."

"고맙소. 덕분에 사흘 동안 시달리지 않아도 되겠군."

황보염은 나와 다른 자매들을 만나게 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들의 몸에 관심이 있지, 서로 뭐를 좋아하고 뭐를 선호하고 뭐를 싫어하는지 시시콜콜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그 시간에 독고연이랑 내공 수련을 하고 말지. 그래서 나는 대외적으로 잔치가 열리기까지의 시간을, 자유를 얻었다.

"그럼 나갑시다. 마침 하인이 오는군."

나는 밖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나갈 채비를 마쳤다. 황보혜지는 붉어진 얼굴로 씩씩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하인을 직접 맞이했다.

"탈혼붕권님, 갈아입을 옷을...어머, 아가씨?"

"그거 주세요."

황보혜지는 직접 옷을 받았다. 내가 입는 무복과는 다른, 정체를 숨기기 위한 백면서생의 복장이었다.

"상...공과 함께 잠시 제남 나들이를 다녀올 것이다. 너는 그동안 이 방을 깨끗이 정리하고 문을 열어두거라. ...아마 늦게 들어올 터이니."

"어머...아가씨, 잔치 전까지 무사님을 독점하려고 하신다는 말이 사실이군요!"

"시끄럽다."

그렇다.

나는 독고연과의 만남을 위해, 황보혜지를 팔았다. 부부지연을 맺을 그녀와 바깥 나들이를 간 척 하며, 독고연의 품에서 희희낙락을 벌일 계획이었다.

"아가씨, 남자란 여자 하기 나름이랍니다. 호호호, 빨리 아가씨가 낳을 도련님을 뵈었으면 좋겠네요!"

"시끄러워! 다른 일이나 잠깐 하러가!"

황보혜지는 하녀를 쫓아보낸 뒤, 시뻘게진 얼굴로 책상 위에 무복을 올렸다. 그리고 손발을 부들부들 떨며 내게 삿대질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당신이 연이랑 시간을 보내는데, 내가 왜 당신과 그렇고 그런 짓을 하는 거로 사람들을 속여야 하는 건데요?!"

"그래야 남들 시선에서 벗어나기 편하고, 잔치 전까지 다른 자매들이 직접거릴 일도 없지 않겠소?"

나는 황보혜지의 손을 잡고 객실을 빠르게 빠져나왔다. 일부러 정문이 아닌 담벼락을 통해 넘어가며, 우리는 도주성 외유를 주변에 마음껏 과시했다.

그리고 잠시 뒤.

황보혜지의 안내에 따라 제남 일대를 구경한 나는 황보혜지에게 잠시 쉬자며 객잔으로 안내했다.

"서, 설마 여기서 하자는 건...?"

"오셨어요?"

객실 안에 있던 독고연은 나를 맞이하며 싱긋 웃었다. 황보혜지는 그녀의 복장에 입을 쩍 벌리며 놀랐다.

"이, 이이, 이게 무슨 망측한...!"

"암행복이오."

혈교의 여성교인을 위한 제복, 그 중에서도 월녀를 위한 사양.

겨드랑이가 드러나는 민소매, 몸에 착 달라붙은 흑의, 그리고 허벅지까지 닿은 밑단과 양옆으로 벌어진 트임.

"지금부터 우리는 임시명명, <비색단(緋色單)>으로 황보세가를 습격할 색마들을 모집할 것이오."

그리고 색마들은 모조리 쇠고랑을 차게 될 것이다. 이것은 제남, 산동, 무림의 평화와 정의를 위한 일이다.

"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거라면 걱정마시오."

나는 기시감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혈교주 가라사대.

"안 들키면 남들에게 보일 일도 없소."

"혜지, 이거 편하고 좋아요."

"...어?"

독고연은 미리 준비한 옷을 꺼내며 활짝 웃었다.

"이거, 혜지를 위한 야행복(夜行服)이에요."

고간 부위를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흑의에 황보혜지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작품후기]

외형적으로 말하자면 그겁니다.

란제리 치파오(Design By 혈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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