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165화 (165/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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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신공

섬서, 서안성은 현재 축제가 열리는 중이었다.

"흐음...."

축제의 중심에 앉은 여인, 마검비는 몸에 착 달라붙는 복장으로 뭇 많은 남자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목부터 배까지 착 달라붙는 검은 옷만 하더라도 아랫도리가 불끈불끈 솟아오르게 하고 있건만, 골반부터 갈라지는 치마는 옆이 트여 하얀 다리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음란하다.

치마가 뒤집어진다거나 옷이 잘못 스치기만 해도 엉덩이뿐만 아니라 속옷이 훤히 보일 정도로 노출이 과했다. 심지어 그걸 입은 본인은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의자에 앉은 채 맨다리를 꼬아버렸다.

살짝 흘러내린 치마 사이, 검은 그림자 속은 남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이쯤 되면 누가 나서서 그녀에게 음란함을 방조한다면서 검을 뽑거나 관아에 신고라도 하기 마련이지만....

"근무 중 이상 무."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아닙니다. 섬서의 치안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주시는 마협(魔俠)께 해를 끼칠 수는 없지요."

마검비의 근처에는 오히려 서안성의 치안을 지키는 관졸들이 그녀의 근처에서 창을 든 채 호위를 섰다.

- 마검비가 색마의 도전을 전력으로 받을 수 있도록, 어중이떠중이가 그녀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잘 지켜라.

다른 누구도 아닌 섬서성의 성주가 내린 명령이었다.

마검비라는 희생양을 내세워 섬서 일대의 색마를 일망타진하는 동시에, 마검비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통해 서안의 경제를 더욱 활발하게 만들려는 얕은 술책이었다.

아무리 마인이라고 한들 여인이 자신의 몸을 걸고 비무를 펼치는 것에 부끄러워할 법도 했지만, 마검비의 당당한 아름다움에 아무도 딴지를 걸지 못했다.

남자들은 좋은 눈요기를 두고 거위의 간을 가르는 짓을 하지 않았다.

여자들은 뒤에서는 질투심에 수군거리기는 해도, 스스로 나서서 색마의 표적이 되어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했다.

"에잉, 망측한...!"

공맹을 숭상하는 선비들이 마검비의 작태에 섬서성주에게 직접 상소를 올리기도 했지만, 마검비의 등장에 따라 색마의 출현 빈도가 실제로 줄어드는 것에 큰 불만은 표출하지 못했다.

"하하하! 본 좌의 별호는 비적색마! 마검비를 범하러 왔, 커헉!"

"저거 잡아가세요."

실제로 그녀는 섬서성에서 악명높은 색마를 붙잡았다. 검은 제비처럼 날아 색마를 일초 만에 제압하는 그녀의 무공에 섬서의 사람들은 마검비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필요악.

색마라는 거악(巨惡)을 제거하기 위해, 섬서인들은 마검비의 행동을 슬쩍 눈감아주며 그녀를 칭송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로 인해, 마검비를 추종하는 무리도 생기기 시작했다.

"흐음...오늘은 더 없나 보네요. 고생하셨어요, 퇴근하는 길에 술 한잔하셔요."

"하하, 저희는 가정이 있는 몸입니다."

"그래요? 그러면 술은 다음에 하시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아들딸 먹일 닭이라도 사가세요."

마검비는 자신을 호위하는 관졸들에게 은자를 건네며 손을 흔들었다. 마검비의 행동을 본 이들은 그게 전부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선행이라며 그녀를 폄하했지만, 일부 사람들은 저 사람이 왜 마인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흐흥...."

마검비는 어둠을 틈타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났다.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색마들은 태양이 사라진 늦은 밤에 마검비를 습격하기 일쑤였고, 그때야말로 마검비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때였다.

저벅.

마검비는 자신의 앞을 막아선 두 사람에 눈을 빛냈다.

"어머, 이건 또 무슨 일이람. 모용의 여식과 녹림의 공주님 아니세요?"

"말씀을 낮추십시오."

검은 갓을 슬쩍 들친 여인, 모용란은 거한-방영희와 함께 포권을 취했다.

"선배님. 당신은 정말로 모든 색마를 잡아들이실 겁니까?"

"물론이죠. 찾는 색마가 하나 있거든요."

"...그렇다면 부디 저희가 거들게 해주십시오."

"흐응...."

마검비는 재미있다는 듯 손가락으로 입술을 훔쳤다.

"어째서지요? 만약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여인으로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답니다?"

"저는 이미 비천색마에게 예고장이 날아든 몸입니다. 그리고...정체를 숨겨 돌아다닌다고 한들, 색마들의 손에서 벗어나질 못했지요."

"...그리고 저는 이미 색마에게 당한 몸입니다."

우둑, 우두둑.

방영희는 역체변용술을 해제하여 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방영희는 자신의 가슴을 열어젖혀, 색마가 남긴 흔적을 보였다.

"세상에...!"

방영희의 가슴에는 색마의 잇자국이 멍처럼 남아있었다. 족히 주일은 지나야 아물 것 같은, 수많은 입술 자국에 마검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는 이미 출가한 몸. 중원에 날뛰는 색마들을 모두 제거하지 않고는 두 발을 뻗고 잘 수 없게 되었습니다. 부디 저희도 선배님을 돕게 해주십시오."

"......각오는 되어있나요? 저를 돕는다는 얘기는, 색마에게 범해질 수도 있다는 거예요."

"물론입니다."

"이미 한 번 범해진 몸, 복수를 위해서라면!!"

두 여인의 의지에 마검비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흑백의 논리를 따지기 이전에, 그들은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좋아요. 대신, 낮에 사람들의 앞에 나서는 건 저뿐입니다. ...다만 듣던 대로 실력이 되는지, 시험은 해야겠어요."

철컥.

마검비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마검비의 곁으로 흑의를 입은 여인 둘이 튀어나와 검을 뽑아 들었다.

"...검각!"

"후후, 설마 강호에 저 혼자 나온 거로 생각한 건 아니죠?"

"저도 여인인 지라 밤에는 자야죠. 후후, 그래서 제자 몇을 좀 데려왔답니다?"

마검비, 왕소현.

그녀는 마교의 이전 검마인 동시에, 한 때 사파 최강의 여성 검객들을 배출하던 검각의 주인-태을검주(太乙劍主).

"어디 육봉과 그에 준하는 여인의 실력을 한 번 볼까? 백도 아가들에게 검각의 힘을 똑똑히 보여주렴. 후후, 그러면 오랜 만에 이 말을...."

휘익.

마검비는 휘파람을 불며 웃었다.

"쳐라."

"......!!"

모용란과 방영희가 각자의 무기를 들어 올림과 동시에, 두 명의 흑의여인이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 * *

달이 떠오르고, 약속된 시간이 되었다.

나는 졸지에 사공희와의 침상을 걸고 선주희와 비무를 하게 되었다.

"스승님, 걱정됩니다."

"뭐가 걱정된다는 거죠?"

"얼마나 강하게 싸워야 하는지."

나는 진퇴양난의 난제에 빠지고 말았다.

'아붕'의 존재는 무당파에도 공식적으로 알려지게 될 존재다. 당연히 때때로 겉으로 모습을 비춰야 하는 존재다. 아무리 태극화가 비밀리에 키우고 있는 제자라고 한들, 사정후가 언제까지 아붕이라는 존재를 숨겨줄 수 있겠는가.

지금도 무당파 안에서는 한창 이야기가 오다니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태극화가 화산행에 데려간 아붕이란 제자는 누구냐고.

만약 화산파에서 매화검수를 꺾기라도 한다면, 아붕에 대한 관심은 하늘을 찌를 것이다.

"괜히 절정 고수 꺾었다가 유명해지는 건 곤란한데."

용봉지회에서 괜히 찾기라도 한다면 골치 아프다.

"...그럼 이 방법은 어때요?"

"허어. 그렇게 해다오."

소곤소곤.

나는 사공희의 계획에 따르기로 했다.

"그러면 잠깐 주희한테 다녀올게요."

사공희는 우리의 원대한 계획을 위해, 선주희를 직접 데리러 갔다. 그리고 나는 선주희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 나는 우리의 방에서 대기했다.

끼이익.

늦은 밤, 문이 열리며 선주희가 방 안으로 찾아왔다.

매화검수 특유의 산뜻한 붉은 무복을 입은 그녀는 뒤에 있는 사공희를 향해 빵긋 웃으며, 나를 향해서는 살기등등한 미소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설마 아붕이가 권(拳)을 주력으로 익힐 줄은 몰랐는데."

"스승님을 해하려고 하는 자들을 주먹으로 다스리기 위함입니다."

"그래, 그래. 나도 동감이야, 아붕아."

우둑, 우두둑.

"나도 공희 언니 울리는 나쁜 애는 주먹으로 다스리려고."

선주희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내 앞에서 자세를 펼쳤다. 매화검수의 검법이 아닌, 자신이 익힌 권법으로 나를 상대하려고 했다.

사공희는 모종의 사태를 대비하여, 선주희에게서 검을 빼앗았다.

- 아무리 매화검수라고 해도 아붕을 상대로 검을 휘두르는 건...좀 아니죠?

매화검수인 선주희가 검으로 아붕을 상대하면 자칫 큰 화가 일어날 수 있으니, 장법이나 지법 같은 걸 쓰는 게 어떻겠냐고.

- 대신 비무로 인해 급소를 타격당하거나 중상을 입는 정도만 아니라면, 눈감아드릴게요. 이건 제자님도 받아들인 사항이에요.

직접 내 몸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에 선주희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비무장은 아니고 방 안에서 권을 나누게 되었지만, 손님용 객실은 제법 넓어 우리가 합을 주고받기에는 충분했다.

"스승님, 저는 준비되었습니다. 주희 누님도 어서 오시죠."

"그러면 어디 한 번 아붕이의 실력을 볼까?"

"친선비무...시작."

사공희의 신호와 함께, 선주희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주먹을 가볍게 앞으로 내질렀다. 초식이라고는 일절 없는, 평범하지만 빠른 주먹이었다.

"흥!"

나는 급히 손을 움직여 주먹을 받아냈다. 수준은 고작 이류에 지나지 않았지만, 선주희는 자신의 권이 깔끔하게 막혔다는 것에 놀랐다.

"어머?"

"하앗--!"

나는 기합과 함께 원을 그리듯 팔을 휘둘렀다. 검선과의 싸움과 비교하면 거북이가 기어가듯 느렸지만, 이게 지금의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였다.

"흥."

선주희는 내 손목을 손으로 가볍게 붙잡은 뒤, 나를 향해 입꼬리를 비틀었다.

"제법 하네?"

순간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내공을 1할은커녕 1푼도 쓰지 않고 상대해주고 있건만, 선주희는 지금 내가 내는 이류 무사 수준의 힘이 내 전력인 줄 알고 의기양양했다.

"근데 아직 부족해."

선주희는 한 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나와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다시금 휘두르려는 내 손목을 붙잡고, 한 손으로는 내 양물을 움켜쥐었다.

"헉...?!"

나는 예상치 못한 손길에 깜짝 놀랐다. 혹시나 잘못 움켜쥔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바지 안으로 들어와 남근을 정확히 움켜쥐는 선주희의 수법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난화수(亂花手). 이거로 너 한 번 죽었다, 아붕아? 후후."

"무공으로 남자의 급소를 노리다니...비겁하오, 누님!"

나는 진심으로 억울했다. 물론 남근이 워낙 단단해 터지지는 않겠지만, 선주희의 비겁한 행동에 나는 구원의 눈길을 사공희에게 보냈다.

"스승님, 주희 누님을 좀 말려주십시오!"

"후후, 제자님. 좋은 기회에요."

"네...?"

사공희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나는 그녀가 느긋하게 차만 홀짝이는 것에 왠지 모를 공포감을 느꼈다.

"장법, 지법, 권법, 각법. 알고 있는 모든 힘을 활용해서 주희를 이겨보세요. '지금의 제자님'의 힘으로는 주희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으니까 마음껏 힘을 발휘해주시고."

사공희는 지금 내가 낼 수 있는 전력을 알고 있었다. 무당파 이류 무사 정도의 실력을 가감 없이 뽐내고 있기에, 그녀는 내가 선주희를 상대로 상처를 낼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참고로 제자님의 남근이 잡히는 거로 중상 횟수를 잡기로 했어요."

"그, 그건...!!"

"그뿐만이 아니지."

스륵, 스륵.

선주희는 내 남근을 붙잡고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수음에 나는 급히 몸을 빼내려 했지만, 선주희는 내 남근을 꽉 붙잡고 오히려 거리를 좁혔다.

"하수에 대한 배려야. 한 손은 이걸로 봐줄게?"

악랄한 배려에 나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수가 자신보다 강한 무인을 상대로 얼마나 약한지도 다시금 깨달았다.

"이익...!"

나는 열심히 태극권을 펼치며 선주희의 몸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선주희는 남아있는 한 손으로 내 두 손을 여유롭게 제압했다.

"후훗, 이건 좀 어때?"

한 손으로는 내 주먹의 경로를 틀어막으며, 다른 손으로는 내 양물을 움켜쥐고 앞뒤로 계속 흔든다. 나는 남근을 붙잡은 손이 단순히 하수에 대한 배려가 아님을 깨달았다. 다리를 움직일 수 없다. 하반신의 중심이 잡힌 이상, 각법은 모조리 제한당했다.

"후후, 고작 이 정도로 나를 이기려 했니?"

선주희는 한 손으로 나를 가지고 놀았다. 다섯 손가락은 하나하나가 제각기 의지를 가진 검처럼 움직이며 내 권의 경로를 차단했다. 혹시나 혈맥이 눌려 역체변용술이 풀릴까 봐 나는 동작을 크게 움직이지도 못했고, 선주희의 한 손 지공은 일류를 훌쩍 넘은 수준이었다.

"이, 이게 무슨 무공이란 말이오!"

"어머, 이걸 몰라?"

스르르.

선주희의 손에서 자색의 기운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익숙한 듯 다른 기운에 등허리에 전류가 튀었다.

'자하신공?!'

"이건 말이야, 자하지신공(紫霞指神功)이라는 거야."

"......!!"

태극권을 가로막는 상승의 지공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내 남근을 붙잡은 손을 얘기하는 걸까.

"지금부터 너는...한 발씩 뺄 때마다 죽은 셈이야. 알겠어?"

"...이, 이런 건 화산의 무공이 아니야!!"

"어쩌라고! 결과적으로 언니를 지키기만 하면 되는 거야!!"

선주희.

그녀는 나를 착정하려고 작정을 했다. 사공희는 그저 웃기만 하며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곤소곤.

"......!!"

제자의 열세에 스승의 말 한마디가 승패의 역전을 불러오기도 한다. 나는 사공희의 제안대로, 두 다리를 살짝 앞으로 놓았다. 그리고 허리를 뒤로 빼냈다.

"놓치지 않아!"

선주희는 손목을 휘감아 내 남근을 움켜쥐었다. 정기를 뽑아내려는 게 아니라 뿌리까지 뽑아낼 것 같은 기세였으나, 나는 선주희의 손을 십팔소금나수(十八小擒拿手)의 수법으로 붙잡았다.

"......!!"

사공희는, 내가 마음껏 힘을 발휘하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육체로 할 수 있는, 방법만 알면 누구든 몸으로 흉내 낼 수 있는 체술을 끌어냈다.

궁신탄영(弓身彈影)!

퓨릇.

"으, 히이이익?!"

강한 반탄력과 함께, 나는 자하지신공의 안으로 더욱 거리를 좁혔다. 내 몸과 밀착한 선주희는 화들짝 놀라며 기겁을 했다.

"누가 무공으로 장난을 치라고 했소?"

나는 몸안에 남은 자하신공을 서서히 일깨웠다.

[작품후기]

검선 대통곡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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