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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신공
선주희의 처녀를 취한 것으로 화산에 온 목적은 달성했다.
태극화를 연모하여 앓아누운 매화검수는 태극화와 한 다리 걸친 의매가 되는 것으로 새로운 관계를 형성했다. 당연히 상사병은 완치되었고, 이제는 펄펄 날아다니게 되었다.
"공희 언니, 혹시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공희 언니, 제가 가슴 만져드릴까요?"
"공희 언니, 오늘 밤도 놀러 왔어요...헤헷."
...선주희는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우리 방을 찾아왔다.
상사병으로 죽어가던 매화검수는 이제 상사병이 아닌 다른 중병에 걸린 것 같았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활발하여 병이 다 나은 것처럼 보였다.
너무 활발해서 문제였다.
"제자님, 오늘 밤은 안 재울 거예요.... 후훗."
"공희 언니! 잠깐!"
나의 의누이는 귀신같이 사공희가 나와 즐기려던 때에 훼방을 놓았다.
"저거 빨지 마세요! 제가 대신 할 테니까."
늦게 배운 도둑질이 그리도 무섭다고 하던가. 선주희는 사공희의 안에 들어갈 양기를 자신의 입으로 빼냈다. 어찌나 행동력이 빠른지, 방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닫고 성큼성큼 달려와 내 양물을 입에 물었다.
"주, 주희? 이제 슬슬 저도...."
"아니에요! 제가 더 빼낼 수 있어요! 이 못된, 끈적한 백탁액은 제 입에 넣겠어요!"
"......."
자신을 위해 내 양물을 입에 물고 턱이 빠질 때까지 애를 쓰는 선주희를 향해 사공희는 차마 모진 말을 하지 못했다.
내가 의남매가 처음 생겼듯이, 그녀 또한 이시아나 독고연과는 다른 느낌의 자매로서 선주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주희가 극성으로 사공희를 지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밖에 사람이 온 것 같은데...."
"네? 잠시만요. ...사형이 여기는 왜 왔어요?"
선주희는 사공희를 만나러 오는 모든 요소를 선제적으로 차단했다. 같은 매화검수인 자우양이나 자청하도 마찬가지였다.
"아, 아니. 나는 그냥 태극화 님과 무리를 논하러 왔을 뿐인데...."
"흥, 무리를 논한답시고 음습하게 언니 몸이나 훔쳐볼 거면서! 진짜로 무리를 논한다고 하면, 비무행이나 나가서 무당파로 직접 가세요!"
"주희. 너무한 거 아닌가? 같은 매화검수끼리."
"언제 저보고 그러셨잖아요, 남자는 전부 늑대라고! 지금 두 분 눈빛이 딱 그 짝이에요. 태극화 언니는 제가 지킬 테니까, 태극화 언니를 귀찮게 하지 마세요!"
선주희는 마치 집 지키는 강아지처럼 불청객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나와 사공희는 그런 선주희의 모습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남근을 입에 물었던 입으로 나가서 사형제들을 혼내다니...쟤도 참 대단한 여자야. 그러고 보니 천가장에 경비가 없는데, 딱 어울리겠어."
"안에 있는 사람들 최소 절정 고수인데 경비가 꼭 필요할까요?"
"침대에서 뒹굴다가 소복 하나 입고 침입자 맞이하러 갈 수는 없잖아."
"그건 그렇네요. 전 주희라면 괜찮아요."
한 가지 의외인 점이 있다면 사공희는 선주희를 제법 마음에 들어 했다는 것이다. 내가 아닌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에도 사공희는 선주희의 취향을 받아들였다.
"주희가 상공을 마음에 품으면 저도 그때는 생각을 재고해보겠는데, 지금 당장은 주희가 저를 더 좋아하니까 괜찮아요."
"......허어, 이런 식으로 경쟁자를 제거하시겠다?"
나는 사공희의 깜찍한 계획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방영희 때는 간식 운운하며 그녀를 한 번 먹고 내던지게 만들더니, 선주희는 내게 빠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빠지도록 유도하여 그들의 마음이 내게 넘어오지 않도록 견제했다.
그러면서도 육체적 관계는 눈감아준다니, 이 얼마나 앙큼하고 사랑스러운 질투란 말인가?
"상공, 그러니까 슬슬 저랑-"
"앗! 공희 언니, 그러면 안 돼요! 언니는 거기서 쉬고 계셔요!"
"......저 주희가 조금 싫어지려고 하네요."
"언니?!"
선주희는 과도할 정도로 나를 견제했다.
"주희, 거기서 저랑 제자님이 하는 걸 지켜보기만 하세요. 알겠어요?"
"어, 언니...! 그건 너무해요!"
"주희가 지금 너무한 거죠. 제자님을 이렇게 애태워놓고 떠나면 어떻게 해요? 제자님, 어서 스승의 품에 안기세요."
"스승님의 뜻에 따릅니다."
덕분에 때로는 화가 난 사공희의 명령 하에, 사공희가 나와 사랑을 나누는 걸 침대 바로 옆에서 구경하기도 했다.
"으, 우으...."
"하아앙.... 제자님, 정말 좋아요...."
내 남근에 흐트러진 모습을 마음껏 과시하며, 사공희는 선주희에게 남녀 사이에 사랑을 나누는 행위가 가진 쾌락을 마음껏 뽐냈다. 선주희는 손가락만 빨며 우리의 관계를 구경만 해야 했다.
"제자님, 안에 사정해주세요, 햐악...."
뷰르르륵.
"저, 저걸 받는 게 내가 돼야 하는데...!"
겉으로는 여자를 질투하는 것 같은 말이었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내가 사공희의 안에 사정하지 못하도록, 자신이 대신 사정을 받겠다는 사공희에 대한 뒤틀린 애정이었다.
"후우.... 주희, 아붕이랑 의남매잖아요. 왜 자꾸 그렇게 질투하는 거예요?"
"그치만...!"
선주희는 나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사공희에게 혼나는 것이 꼭 내 잘못인 것처럼, 그녀는 억울한 눈빛으로 나를 째려보며 눈물을 삼켰다.
"안 되겠네요. 좋아요, 우리 이렇게 하죠."
사공희는 내 손과 선주희의 손을 강제로 맞잡게 했다.
"우리 무림인답게, 싸우지 말고 비무로 해결해요."
그게 싸우는 거 아닐까.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주희, 대신 지면 제자님이랑 하룻밤 자는 거예요."
"......제가 이기면요?"
"화산에 있는 동안은 제자님이랑 자지 않겠어요. 대신 주희...당신이 제 침대로 올라오세요. ...뭐, 그런 걸 진짜로 한다는 건 아니고, 하룻밤 같이 안고 자는 정도로만...?"
"후, 후후, 후후후...!!"
합법적으로 나를 어떻게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니면 벌써 이긴 뒤의 음흉한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운 건지, 선주희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아붕아, 누나랑 찐하게 몸으로 한 번 대화 하지 않을래? 응?"
졸지에, 나는 아붕으로서 선주희와 비무를 펼치게 되었다.
* * *
화산파의 장문인, 자하검 양기백은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책을 넘기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두 명의 청년이 굳은 얼굴로 장문인의 입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마검비가 서안에 자리를 잡았다고 하더구나."
"......."
두 청년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장문인 자리를 놓고 싸우는 호적수라고 한들, 어찌 마인이 서안에 날뛰는 것을 두고 볼 수 있을까?
"섬서성주와 종남파 장문인과 이야기가 끝났다. 너희들에게 특명을 내린다."
"하명하시옵소서, 장문인."
"어떤 임무든 반드시 멋지게 수행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자우양과 자청하, 둘은 자신감에 넘쳤다. 장문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둘에게 각각 붉은 매화나무 패를 건넸다.
"너희들에게 장문인만이 들어갈 수 있는 특별 서고의 출입증을 주마. 너희는 앞으로 80일 동안 비동 안에서 폐관 수련을 하며, 화산파 상승의 무공을 익히거라."
"예? 둘이 같이 들어가라는 겁니까?"
"그래. 그리고 그곳에서 화산의 상승 무공을 익힌 다음, 당당히 마검비로부터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다. 마검비는 색마보고 도전하라고 했지만,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옛 검마로부터 비무로 이긴다.
섬서성주는 마검비 덕분에 얻는 치안 안정 효과를 생각하여 비무를 마검비가 제안한 석 달 뒤로 미뤄주기를 바랐고, 종남파 또한 인룡 육병군이 마검비를 당장 이길 수는 없었다.
"마검비가 섬서의 색마를 제거하는 동안, 너희는 화산의 차기 장문인으로서 힘을 길러라. 이것은 너희에게 내리는 자격시험이기도 하다. 그래, 마검비를 이기는 자가 화산의 장문인이 될 것이다."
둘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런 조건이라면 설령 지더라도 시원하게 인정할 수 있다.
"스승님, 정말로 모든 무공을 익혀도 좋은 겁니까?"
"그래. 무극태을검이든, 매화삼십육신검이든, 검이 아닌 어떤 무공이든 상관없다. 그곳에는...."
장문인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하신공 빼고 다 있으니까."
* * *
비무로 아붕에게 본때를 보여준다.
선주희는 어떻게 아붕이 아프지 않게 잘 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매화검수를 위한 서고에 발을 들였다.
"응? 주희가 이곳 서고에 무슨 일인고?"
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선주희를 반기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의자에 앉아 책을 보는 노인의 옆에는 붉게 익은 매화나무 한 가지가 도자기 병에 꽂혀있었다.
"일육사화검(日六絲花劍) 장로님! 잠깐 비급을 살펴보려고 왔답니다."
"이미 검법은 다 익혔지 않니?"
"검법 말고 장법이나 지법도 조금 알아보려고요."
"그러니? 끙. 오래 볼 생각이냐? 나는 눈이 침침해서 이제 정리하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아무리 매화검수라고 한들 규칙은 지켜야 한다. 오히려 매화검수이기에 다른 무인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곧 매화서고를 닫을 시간이란다. 혹시 대여를 원한다면, 어서 한 권 집어오거라."
"네!"
선주희는 싱글벙글 웃으며 서고 안쪽으로 향했다. 화산파의 서고는 다양한 검법으로 가득했고, 이미 선주희는 이 서고를 밥 먹듯이 드나들며 모든 검법에 숙달했다.
다 아는 검법이다.
사실상 선주희에게 남은 건 매화검수보다 윗 단계뿐이었다. 선주희는 자신의 손이 전부 한 번씩은 꼭 닿았던 책들을 살피며 감상에 젖어 들었다.
검법으로 다른 두 매화검수에게 밀리지 않지만, 아쉽게도 화산의 무공은 남성에게 더 유리한 무공이 많았다.
화산파의 무공은 대부분 극양지기에 근거한 무공이 많아, 여인이 익히기에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옥녀검법같이 여인을 위한 무공도 있었지만, 상승의 무공은 아니었다.
“흐흥, 흥.”
하지만 선주희는 그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익힐 수 있는 모든 무공을 연마했다. 화산의 남아들이 멋을 추구한다면, 그녀는 무공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 화산의 미학을 탐구했다.
- 화산 최고의 멋은 당연히 장문인 아니겠느냐!
- 꼭 장문인이어야만 아름다운 건 아닌 것 같은데.
다른 매화검수들과 달리 그녀는 장문인에 욕심은 없었다. 무공을 익히는 것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
대신 다른 쪽으로 욕심을 부렸다. 그러다가 미에 대한 동경은 사공희에 대한 연심으로 확장되었고, 지금은 아붕에 대한 질투심으로 불타오르게 되었다.
아름답게 아붕을 이겨, 사공희와 껴안고 하룻밤을 보내고 싶었다.
사공희가 자신의 가슴에 팔을 끼우고 다리를 올린 채 살을 부대끼는 자가 아붕이 아닌, 자신이 되기를 바랐다. 사공희가 애정이 어린 눈빛을 자신에게 주기를 바랐다.
여인들끼리 성행위 하는 건 바라지도 않았고, 그저 사공희의 곁에서 그녀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전 익히지도 않은 권법이나 장법, 수법, 각법 등을 하나라도 익힐 필요가 있었다.
괜히 검을 휘두르다가 아붕을 베어버리기라도 하면, 사공희의 시선은 천하에 둘도 없는 원수를 바라보는 눈이 되어버릴 테니까!
“으으…. 예전에 하나라도 배워둘 걸…!”
10대 시절, 자우양이나 자청하 이상으로 검법에 미쳐있던 선주희는 오직 검만을 추구했다.
덕분에 현재 그녀는 매화검수보다 한 단계 아래인, 십사수매화검법을 익히는 제자들과 권각술 실력이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러니 하루 동안 바로 익혀야 했다.
선주희에게는 그만한 재능이 있었다.
“...응?”
선주희는 책장에서 반짝이는 자주색 기운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다른 책들과는 달리, 유독 기이한 자줏빛 기운이 표지에 미약하게나마 서려 있었다.
“이게 뭐야?”
<자신을 하수하고 여기는 후배들을 위한 지공>.
제목만 봐선 선배 중 한 명이 장난을 쳐놓은 듯한 책이었다. 책 내부의 내용도 그럴듯해 보이는 구결이었지만, 딱히 선주희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연’은 보통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일어나는 법.
선주희는 유독 문구 중 강조되어 보이는 곳을 훑었다. 다른 단어와 달리, 몇몇 곳에만 자줏빛의 기이한 기운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자, 하...?”
기이함을 느낀 순간, 선주희는 전신의 털이 쭈뼛 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책 내부도 살펴보니, 한쪽마다 5~6글자 정도 반짝이는 글귀를 읽으니 하나의 구결이 완성되었다.
“!!”
선주희는 급히 책을 챙겨 방으로 달렸다. 중간에 장로로부터 책을 대여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 선주희는 방으로 돌아와 붓을 들어 숨겨진 구결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
책을 덮고 난 뒤, 아기자기한 글씨로 적힌 종이 10장에는 하나의 구결이 적혀있었다. 선주희는 구결의 시작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본인은 적성자...검선이라고 불렸던 자….”
꿀꺽.
선주희는 화산의 계보를 떠올렸다. 지금은 더는 사용하지 않는 ‘적(赤)’자 항렬은 벌써 100년도 전의 항렬이었다.
“화산의 풍취를 깨우친 자, 이 글을 볼 수 있으리. 후배여, 화산으로서 천하제일이 되어라. 이곳에...자하신공이 있으니. ……?!”
장문인에게만 이어진다는 자하신공이 비급으로 남아있다는 것에, 선주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에 빠졌다.
[작품후기]
검선 대폭소 불가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