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163화 (163/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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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검수 선주희

새벽.

아직 밤이 전부 다 끝나기 전, 나는 두 여인을 내 품에 안고 조용히 눈을 붙이고 있었다.

내부에 한 번 사정을 받고 만족한 미소로 자는 사공희가 한쪽에서 내 팔을 두 가슴 사이에 끼우고 자고 있었고, 입으로 하다가 그만 기절했던 선주희는 내 팔베개에 누워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좋았다.'

선주희와의 첫날밤은 성공적이었다.

정작 본인은 처녀를 잃은 걸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입으로 나를 괴롭히던 때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내 기억에 훨씬 더 강하게 남았다.

의식을 잃고 기절한 여인을 강제로 취하는 건 혈강시 때 골백번도 넘게 해봤다.

하지만 내 여자가 내게 사정 당하게 하지 않기 위해, 자신이 스스로 입을 벌리고 나를 착정하는 여인은 처음이었다.

나를 올려다보며 나를 질투하며, 내 양물을 물고 빠는 여인은 살아생전 처음이었다.

'이런 누나라면 언제나 환영이지.'

선주희와의 만남에 있어 내 정체를 밝히지 않는 한, 나는 아붕으로서 항상 그녀를 만나야 할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매번 그녀를 나이 차가 다소 나는 연상으로서 대해야 할 것이고, 선주희는 내게 누나 대접을 받기를 바랄 것이다.

'가능.'

연상을 딱히 좋아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이들이 누나라고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기뻐한다면 나는 얼마든지 누나라고 불러줄 수 있었다. 선주희도 은근히 주희 누나라고 불렀을 때, 자신의 머리가 내게 잡혀 입이 범해지고 있는데도 은근히 기뻐하더라.

그리고 나는 누나라는 단어가 가진 힘에 대해 알게 되었다.

허리 백 번을 흔들어 성감을 찌르는 것보다 '누나' 소리 한 번이 더 상대를 쾌감에 절게 만든다면, 굳이 애써서 체력을 잃을 필요는 없는 게 아닐까?

'여자는 참으로 오묘한 존재야.'

사공희, 이시아, 독고연, 팽유월.

그리고 회귀 후 내가 지금까지 만나온 숱한 여자들은 많았지만, 그들이 가진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기는 참으로 어려웠다.

- 남녀란 섞일 수 없는 양의와도 같은 것.

스승은 말했다.

인간이 남과 여로 나뉜 이유는 서로를 알아가며 다름을 이해하고 깨달아가는 과정을 겪기 위함이라고. 인간은 혼자 살 수 없으며, 인생에 있어서 필요한 반려를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숱한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성장해나가는 거라고.

전생의 내게는 그런 성장 과정이 없었다.

남녀에 대해 이해를 하기도 전에 나는 약육강식이라는 세계의 법칙에 밀려 온갖 분쟁 속에서 살아왔다. 어떻게 하면 다음 날 맞지 않을지, 어떻게 하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혈강시의 삶에서 벗어나 내 정신이 죽을 수 있을지 생각만 하며 지내왔다.

그래서 고작 말 한마디로 상대를 만족시킨다는 건, 상대가 내 말 한마디에 나를 더욱 믿고 신뢰할 수 있다는 건 처음이었다.

사랑을 속삭이는 말로 상대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힘이란 말인가?

나는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자 했다. 내가 여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내 감성보다 나의 편의와 나의 성장이라는 이성적인 요소를 우선으로 기준을 잡았다.

하지만 사공희와 선주희 둘의 품에 끼어있으면서, 나는 때로는 가슴이 이끄는 대로 사는 것이 썩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검선과의 전투가 계기가 되었을까?

아니면 선주희의 처녀를 취했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사공희와 함께 화산까지 온 이 여정에서 내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걸까.

화산에 와서 그런지 다소 감상이 깊어진다. 매화의 향기에 흠뻑 젖은 나머지, 없는 줄만 알았던 감성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우, 우으...."

선주희가 신음을 흘리며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나는 쥐죽은 듯 숨을 고르며 자는 척을 했다.

벌떡!

선주희는 급히 몸을 일으켰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눈치 하나는 빨라, 금방 자신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깨달은 듯했다.

"......미친 년. 무슨 짓...하아."

선주희는 자신의 얼굴을 쥐어뜯으며 좌절했다. 용안 덕분에 나는 눈꺼풀을 닫고도 그녀가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훤히 보였다.

"......."

선주희는 슬그머니 침대에서 일어나 사공희부터 먼저 눈으로 훑었다. 내게 몸을 밀착하며, 다리 한쪽을 내 몸 위로 올리며 발 베개로 삼아 편히 자는 사공희를 향해 눈물을 글썽거렸다.

"언니...."

그녀는 마치 첫사랑을 실연당한 소녀처럼 사공희를 바라보다가 눈가를 소매로 닦았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씩씩거리더니, 내 아래쪽을 향해 눈을 돌렸다.

"......이 쥐좆만한 자지 새끼."

'어우야.'

상스러운 표현에 아기색마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새벽이기는 해도 해가 뜨기 전이라 사공희의 다리 아래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던 아기색마는 분기탱천하여 바지 위로 빼꼼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스르륵.

느슨하게 걸쳐져 있던 바지를 스스로 걷어낸 아기색마는 당당히 고개를 들고 선주희에게 외치기 시작했다.

이게 어딜 봐서 쥐좆이냐고, 당신의 안을 위아래로 드나든 나의 우람한 크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거냐고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나는 그걸 참고 싶었지만, 기본적인 생리현상이라 어쩔 수 없었다.

"...씁."

선주희는 내 남근을 손으로 가볍게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내 남근을 이리저리 만지며 측정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설마 아침부터 입으로?

콰득.

"......!"

선주희는 딱딱하게 굳은 내 양물의 옆으로 고개를 돌린 뒤, 이로 가볍게 잇자국을 냈다. 내가 잠에서 깨어나지 않게 아주 약한 힘으로, 하지만 가지런한 치열이 발기한 남근에 남도록.

"...절대 지지 않을 거야."

선주희는 내 남근을 향해 선전포고를 날렸다. 그녀의 귀여운, 하지만 은근히 빡치는 도발에 나는 아랫도리에 한 번 강하게 힘을 줬다.

껄떡.

"힉?!"

하늘을 향해 솟은 내 남근은 선주희의 깨물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몸집을 불렸다. 몸에 깃든 자하신공까지 끌어당겨 양물을 키우니, 선주희는 침대에서 물러나 뒷걸음질 치며 입술을 떨기 시작했다.

"이, 이렇게 컸었어...?"

심야보다는 훨씬 더 빛이 밝아져서 그럴까. 선주희는 압도적인 내 크기에 놀라 급히 옷을 챙겨입고 문밖으로 달아났다. 나는 선주희의 도발을 멋지게 물리친 것으로 승리를 만끽했다.

"......귀엽네요, 하는 짓이."

가만히 있던 사공희는 입꼬리를 비틀며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당연하다는 듯 내 아랫도리를 향해 상체를 뻗었다.

"물고 빨았으면 저 진짜로 가만히 안 놔뒀을 거예요."

"...하, 하하."

나는 뭐라 대답을 해야 할 지 감이 오지 않았다. 사공희는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몽롱한 상태로 입을 벌렸다.

사공희의 일과.

"스, 스승님. 지금은 조금...?"

"왜요? 이게 제 하루의 시작인데. ...하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 양물을 입에 물고 한 발 빼는 것. 사공희는 예고도 없이 내 물건을 단번에 뿌리까지 집어삼켰다.

'이제 고작 두 시진 밖에 못 쉬었는데!'

본인은 턱만 조금 아프겠지만, 정기가 아침부터 뽑히는 처지로서는-

쮸오아아아압.

"......."

될 대로 돼라. 젊을 때 즐기지 않으면 또 언제 즐기리.

나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사공희에게 모든 걸 맡겼다.

* * *

"정식으로 인사드리는 건 처음인 것 같군. 소개하겠소. 이쪽은 어제 인사하지 못한 매화검수 중 한 명, 선주희라고 하오."

"매화검수, 선주희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선주희는 다소곳한 자세로 우리를 향해 인사했다. 그녀의 인사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예의범절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을 정도였다.

마치 우리가 이전에 만난 건 없었던 일인 척하며.

당장 반나절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공희의 품 위에서 기절한 채 내게 첫 경험을 바친 그녀는 완벽한 신진 여고수의 모습으로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태극화, 사공희라고 합니다."

"제자, 아붕입니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 사공희는 백도제일화로서, 나는 그녀를 보좌하는 시종 겸 제자로서 그녀를 맞이했다.

다만 사공희는 아주 섬세한 부분에 있어서 실수가 다소 잦았다.

"처음...? 주희야, 어제 태극화를 모시겠다고 한 건 네가 아니었더냐?"

"......."

사공희도 선주희도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나는 선주희의 눈빛과 사공희의 눈빛을 번갈아 읽은 뒤, 사공희에게 올바른 정답지를 꺼내 들었다.

"아...그렇군요. 누군지 전혀 몰랐습니다. 설마 매화검수께서 그렇게 신경 써주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소녀가 많이 부끄럼을 타서, 제 소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답니다."

사공희와 선주희는 은근슬쩍 사기를 쳤다. 거짓말을 한 목적은 다르지만, 그들의 의도는 '화산의 장문인을 속인다'는 걸로 같았다.

"흐음, 그런가?"

장문인은 딱히 모순을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

"하긴, 주희 네가 어제 그랬던 걸 생각하면...."

"자, 장문인."

다행히 선주희는 상사병을 앓았던 전적이 있기에, 장문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어갔다. 선주희가 조금 부끄러워하기야 하겠지만, 아무렴 어젯밤의 일을 들키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다.

"태극화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오. 이건 화산의 장문인으로서 드리는 선물이오."

장문인의 지시에 선주희는 작은 상자를 꺼냈다. 나는 사공희 대신 상자를 받았다. 안에는 매화향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매화단이오. 앞으로 화산파와 무당파 사이의 좋은 관계를 바라오. 장문인...그리고 현타 도사에게도 안부 전해주시오."

"......현타 사숙 말씀입니까?"

장문인은 그저 능글맞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노인네는 이만. 젊은이들끼리 긴히 담소를 나누시오."

장문인은 인사만 간단히 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다. 졸지에 탁 트인 정자에는 나와 사공희, 그리고 선주희만이 남게 되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나와 사공희가 시선을 교환하던 때, 선주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간밤의 일에 먼저 사과드립니다. 방에 몰래 들어가려고 했던 것. 정말 죄송합니다."

"간밤의 일이라고 해서 저는 다른 건 줄 알았는데."

사공희의 은근한 말에 선주희는 눈을 잠시 깊게 감았다.

"여러모로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제게 씌워진 미혹을 잘라내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미혹이요?"

"저는 오랫동안 아름다움을 추구해왔습니다."

갑자기 무슨 뜬구름잡는 소리일까. 나는 선주희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처음에는 화산의 검에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무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모두에게 제 무를 뽐내기 위해 용봉지회에 참가했던 날, 저는 진정한 미(美)가 무엇인지 보고 말았습니다. 예, 당신이요."

"......."

사공희가 이쁘기는 하지. 인피면구를 씌워놓아도 선주희만큼 예쁘고, 인피면구를 벗기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백도제일화가 맞다.

"그리고 저는 보았습니다. 태극화께서 얼굴에 쓴 가면을."

"......."

사공희는 슬쩍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선주희의 말에서 확신을 느꼈다.

"제...본모습을 아시나요?"

"예. 소공녀와의 비무에서 인피면구가 살짝 찢어진 걸 본 사람은 저만 있는 게 아닐 겁니다. 태극화의 얼굴은 사실 인피면구라는 말은 아는 사람만 아는 기밀이죠."

언젠가는 드러날 거로 생각했지만, 역시 낭중지추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사공희의 아름다움은 인피면구 따위로 가릴 수 없었다.

"그래서 저는 당신과의 만남을 기다려왔답니다. 이봉결정전에서 다시 뵈었던 순간, 확신했습니다. 저는 당신의 아름다움에 반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조금 당황스럽군요."

사공희는 차를 홀짝이며, 명백히 선을 그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그런 쪽으로 관심이 없습니다."

"...예. 태극화께서 제자분을 얼마나 아끼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선주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했다.

"저는 여인이기에 태극화 님의 연인이 될 수는 없죠. 하지만 태극화 님과 가장 가까운 여인이 되고 싶습니다."

"선주희 양, 그 말은...?"

"부디 저를 태극화의 매화(妹花), 의매(義妹)로 받아주시겠어요?"

가장 가까운 남자는 될 수 없다고 한들, 가장 가까운 여자가 되겠다는 건가. 나는 선주희의 지독함에 치가 떨렸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았다.

"그냥은 안 되고, 조건이 있어요."

사공희는 단호한 목소리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내 손을 붙잡으며 옅게 웃었다.

"아붕의 누이가 되어주시겠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물고 뜯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윽...!"

선주희는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하, 하하. 하하하."

인형같이 헛웃음을 지으며, 선주희는 나를 향해 입꼬리를 비틀며 두 팔을 벌렸다.

"아붕아...누님의 품에 한 번 안겨보련?"

"기꺼이, 주희 누님."

나는 선주희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선주희는 나를 으스러뜨릴 듯이 끌어안았지만, 나도 나름 무공을 익힌 거로 되어있는 만큼 그녀의 힘을 견디며 마음껏 그녀의 몸을 주물럭거렸다.

"앞으로 자아아아알 부탁한다, 아붕 동생아...?"

선주희는 내 머리를 움켜쥐었다. 간밤에 내가 했던 짓에 복수하듯 머리에 힘을 줬지만, 그녀의 엉덩이를 마음껏 주무르고 있는 내 승리다.

"물론이지요, 주희 누님."

나는 아붕으로서, 선주희라는 매화검수와 의남매가 되었다. 사공희가 잠시 차에 눈이 팔린 걸 확인한 선주희는 나를 토닥이듯 끌어안으며,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두고봐...! 언니한테 절대 세우지 못하게, 내가 불알 텅텅 비어버릴 때까지 뽑아줄 테니까...!"

...한 명의 여인을 두고 싸우는 연적이라는 의남매가.

[작품후기]

의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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