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154화 (154/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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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

색마부부단의 이번에는 사제지간으로 화산파의 한가운데에서 남들 모르게 운우지정을 나누고 있을 그 시각.

녹림72채의 중심이자 녹림왕이 있는 산채, <장강수로칠사채>는 녹림왕의 분노로 인해 산적들이 절절 메고 있었다.

“영희가 실종되었다?!”

“예, 예….”

방영희가 임시 채주로 있던 곳의 호골채의 채주, 장호골은 녹림왕의 분노에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퍼억, 퍼억.

녹림왕의 분노는 주먹으로 곧장 나타났다. 얼굴에 주먹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장호골은 입에서 피가 주룩 흘렀다.

“......쿨럭.”

피와 함께 하얀 무언가가 함께 빠져나왔다. 녹림왕의 권격으로 얻어맞은 나머지, 피와 함께 부서진 잇조각이 함께 빠져나왔다.

“젠장, 이 썩을 놈!”

하지만 녹림왕은 이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듯 장호골을 계속 휘둘러 팼다. 주먹으로는 모자라 발길질까지 서슴지 않았으나, 장호골은 손발을 들어 올리지 않고 폭력에 저항하지 않았다.

“이 개새끼! 네가 목숨을 걸어서라도 내 딸을 지켰어야지!”

“지, 진정하십시오. 태부악군이시여!”

“그렇습니다! 호골채의 형제들이 지금 납치범을 쫓고 있다고 하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주변 산적들이 방득패의 팔에 달라붙어 진정시키느라 안간힘을 썼다. 아무리 근육질의 거한이라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그것도 자신과 비슷한 덩치의 부하들이 여럿 달려드는 것에는 이겨내지 못했다.

“젠장...젠장…!!”

내공을 사용하면 전부 떨쳐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방득패는 술기운을 즐기기 위해 취기를 몸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 정도의 기술은 없었다.

“영희, 영희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딸이…!!”

방득패는 바닥에 주저앉아 한탄하기 시작했다.

“중원 최고의 미녀에게서 태어난 네가 어떻게 그런 수모를 겪는단 말이더냐…!”

방철수와 방영희를 낳은 모친은 이름난 미녀였다.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미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낳은 아이였다는 것.

“이래서야 어찌 죽은 네 어미를 볼 수 있단 말이냐! 아이고, 우리 영희!!”

여인은 방득패의 거친 손길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먼 길을 떠나기를 선택했다는 것. 그런 문제가 있었지만, 방득패에게는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는 사소한 문제였다.

그저 방영희가, 녹림왕의 딸이 어떤 무뢰배에게 납치를 당했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누구냐! 말해! 누가 납치했어!!”

“...검은 머리에 붉은 눈의 중년이었습니다. ...놈은 저희를 아이 다루듯 검을 휘둘렀고, 저희는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장호골은 말을 하면서도 확신을 하지 못했다. 뭔가 아닌 것 같지만, 그의 기억은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흑발에 적안! 혹시 머리숱이 적지 않더냐?!”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럴 수가!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어! 내 딸이...내 딸이 검마에게 납치를 당하다니!! 죽은 자가 어떻게 우리 딸을 납치해!!”

“사, 산군이시여!”

산적 하나가 급히 안으로 헐레벌떡 들어왔다.

“호골채로 편지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영희 아가씨의 필체로!!”

“!!”

방득패는 산적이 가져온 전갈을 빼앗아 펼쳤다. 분노와 증오가 가득 담긴 편지에는 피로 지장이 찍혀있었다.

“여, 영희야…!”

모든 내용을 살펴본 방득패는 편지를 손에서 떨어뜨렸다.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탓에, 그는 넋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소녀, 색마에게 겁간을 당했습니다. 이대로는 억울하여 죽고 못 사니, 색마에게 복수하기 위해 녹림을 떠나겠습니다. 놈을 죽이고 놈의 아내 앞에서 놈을 강간할 때까지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방영희, 백.

“끄, 으으으…!!”

방득패는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눈에 핏발이 선 그의 주먹은 다시금 호골채의 채주에게로 향했다.

“이 개새끼! 네가 옆에서 제대로 지키지 못한 탓에 우리 딸이 검마에게 강간당했다! 내가 씨발 그러라고 너한테 호골채를 내어준 줄 알아?!”

퍼억. 방득패는 장호골의 배를 얻어찼다. 그는 검붉은 피를 왈칵 쏟아내며 쓰러졌고, 방득패는 씩씩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검마 새끼 찾아! 뒤진 놈이 유령으로 나왔든, 아니면 다음 대 검마든 색마든, 흑발 적안에 검든 새끼를 찾아! 그리고 내 앞에 대령해!”

방득패의 노성에 산적들은 모두 흩어졌다.

“녹림은 색마를 보이는 즉시, 그 새끼를 반드시 죽여버릴 것이다!!”

방득패의 진득한 살기에 장호골은 숨이 넘어가고 말았다.

빙색마인으로부터 시작된 색마들의 난동에 편승했던 녹림이 졸지에 색마를 잡아들이는 포졸이 된 작은 계기였다.

***

늦은 밤.

야우오협은 공터에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았다.

“형님, 정말 검마일까요?”

“글쎄….”

야우오협은 좀처럼 단서를 찾지 못했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녹림의 무리를 쓰러뜨리고 방영희라는 존재를 납치한 자가 ‘마인’이라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흑발, 적안, 그리고 검.

마교에서 유명한 십마 중 가장 중원에 널리 알려진 ‘검마’의 전형적인 특징이었다.

“이상하군요. 검마라는 자는 여색에 딱히 흥미가 없다고 들었는데.”

“동생아, 그놈도 결국 남자 아니냐? 여자는 맛 들이면 빠지는 건 금방이란다.”

“하지만 방영희가 아닙니까? 지난 이봉결정전에서 본 그녀는 분명….”

야우오협은 침을 꿀꺽 삼켰다. 비록 독고연에게 일격에 패배하기는 했지만, 이봉결정전에서 가장 인상 깊은 참가자 열 명을 꼽아보라면 백이면 백 방영희가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이봉결정전을 보셨나요?”

조용히 칼집만 만지작거리던 막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러자 다른 야우오협이 씩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아주 자아아알봤지. 협만이는 그때 없었지만, 나와 설 둘은 육봉쟁패도 봤었단다.”

“그렇군요….”

“막내야, 너는 그중에 누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느냐?”

“......태극화.”

막내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도제일화가 괜히 붙은 별호가 아니지.”

“그럼 백도제일화 다음은? 마교 소공녀는 집어치우고, 백도에서 누가 다음으로 제일 예쁜 것 같으냐?”

“모용가의 연희봉이 제일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막내는 소신 있게 자신의 의사를 펼쳤다. 그러자 야우오협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껄껄 웃기 시작했다.

“모용란? 하하, 막내는 그런 쪽으로 취향이었구나!”

“같은 도객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황궁의 공주 같은 외모가 취향인 건가. 흐흐, 이거 막내도 남자는 남자군.”

“......당연히 연희봉이 제일 예쁜 거 아닙니까?”

막내는 볼멘소리로 퉁명스럽게 답했다.

“출신도 뛰어나, 무공도 강해, 도로는 누구 하나 따라올 자 없어. 구룡과 비교해도 최소 중간은 충분히 넘을 강자입니다.”

“이 녀석, 완전 태극매화 수준으로 연희봉을 찬양하는구나!”

“태극화라면 모를까...연희봉을 상대로 그렇게 찬양하는 건 조금 그렇지 않나?”

“그래. 곧 색마에게 범해질 여자인데. 크큭.”

술이 들어가서 그런 걸까. 야우오협은 막내의 표정이 굳어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여자야. 제일 질 나쁜 색마에게 걸리다니.”

“형님도 그렇게 생각하오? 나도 마찬가지오. 크으, 어차피 색마에게 범해질 여자라면 내가 한 번 안고 색마가 범하면 안 되나?”

“이놈, 그게 말이라고 지금 하는 소리냐?”

“뭐 어떻소? 결혼하거나 애를 낳은 여인도 아니고. 평생 아랫입에 거미줄치고 살 것도 아니지 않소?”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음담패설에 막내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딜 가느냐?”

“강에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순찰을 함께 다녀올 테니 걱정 마십시오.”

“흐흐, 물 빼러 가는 거냐? 잘 다녀와라, 아하하!!”

야우오협은 거나하게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막내는 멀찍한 곳까지 달려가 조금 넓은 호수에 손을 넣었다.

“...후우.”

막내는 천천히 도포를 벗어 내리기 시작했다. 달빛에 비친 막내의 몸은 남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가늘었고, 흉부에는 흰 붕대를 칭칭 휘감고 있었다.

출렁.

붕대마저 풀어내자 붕대 속에 갇혀있던 두 언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아니 그녀는 상투를 틀 듯 묶어둔 머리칼을 풀고 알몸으로 호수에 몸을 담갔다.

첨벙.

차가운 물이 그녀의 얼굴을 적셨다. 옷을 벗기 전에도 제법 여성스러운 얼굴이기는 했지만, 알몸이 되고 나니 그녀는 볼을 부풀리며 물로 자신의 몸을 씻어내렸다.

"...연희봉이 당연히 최고인 거 아니야?"

막내는 수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살폈다. 연희봉과 쏙 빼닮은, 아니 연희봉 그 자체인 얼굴로 그녀는 빈정거렸다.

“흥. 말하는 것하고는.”

연희봉 모용란. 그녀는 달밤에 아무도 없는 강에 더러워진 몸을 씻었다. 백옥처럼 새하얀 나신이 달빛에 비쳤으나, 다행히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정.

누군가가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막내-연희봉 모용란은 물가에 고이 접어둔 옷 위에 놓인 칼로 손을 뻗었다.

혹시나 누군가가 나타난다면-

타닷--!

모용란은 깜짝 놀라 칼집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물속으로 가라앉으며 나신을 숨긴 뒤, 칼을 번쩍 휘둘렀다.

첨벙!

물이 튀기며 아름다운 호선을 만들어냈다. 번쩍이며 휘어진 칼끝에 무언가 날카로운 침 같은 것이 부딪혀 수면에 떨어졌고, 모용란은 한 손으로 흉부를 가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으하하! 확실히 가장 예쁘다고 자처할 만 하군!”

“막내야, 색마 대신에 너를 범하러 왔다!”

음흉한 눈빛으로 다가오는 남자들은 다름 아닌 야우오협이었다. 모용란은 치를 떨며 칼을 겨눴다.

“이 개 같은 자식들이…!”

“어휴. 몸 잘 빠진 거 보소. 역시 명문세가가 아니야. 애 하나는 진짜 잘 낳게 생겼다니까?”

“형님. 내가 뭐랬소. 막내가 남자면 내가 좆을 뗀다고 했지?”

“새끼. 누가 봐도 여자가 남장한 건데 모르면 등신이지. 키히히.”

야우오협은 비릿하게 웃으며 키득거렸다. 둘은 물가에 떨어진 옷을 만지작거리며 그녀를 비웃었다.

“아주 그냥 몇 달 믿어주니까 헤벌쭉 웃으면서 긴장 풀어지기는. 이 년아, 우리는 처음부터 네가 여자인 걸 알고 있었다.”

“칼처럼 벼르고 있더니 인제야 긴장을 놓고 말이지. 흐흐흐, 낮에 본 그 잘생긴 남자 때문에 아래가 젖기라도 했느냐?”

“이...자식들이…!!”

모용란은 치를 떨며 더욱 뒷걸음질 쳤다. 이미 수면은 그녀의 배꼽 근처를 적시며 참방거릴 정도였으나, 더는 깊은 곳은 없었다.

때문에 모용란은 상반신을 나신 째로 보여야만 했다. 그녀는 울분에 치를 떨었고, 날카롭게 겨눈 칼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나를 범하려고...세 달이나 속여왔다고?”

“그래. 흐흐, 육봉 중 한 명을 따먹는데 석 달이면 충분히 값어치를 하지! 그동안 막내로 우리 뒷바라지하느라 고생 많았다, 막내야! 이제 우리 좆바라지도 해다오!”

그는 바지를 훌러덩 벗어 던지며, 만천하에 드러난 양물을 좌우로 흔들어댔다. 모용란은 진심으로 혐오감이 들었지만, 이미 강물에 몸을 담근 이상 움직임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닥쳐라, 이 더러운 음적들…! 가까이 오기만 하면 목을 베어버릴 것이다!!”

한 손으로는 모든 몸을 가릴 수 없었다. 야우오협, 아니 야우색마들에게서 정조를 지키려면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그 안에서 버티고 있나 보자고. 흐흐, 우리야 교대로 볼 일 다 보면 되는 거지만….”

“안 먹고 안 자고 버틸 수 있을까? 흐흐.”

“이…!!”

모용란은 진심으로 눈물이 핑 돌았다. 빙색마인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가출하여, 모처럼 협객들을 만났다고 생각해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상대는 무려 넷이서 삼 개월 동안 그녀를 속인 색마들이었다.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이 색마 놈들. 내가 따먹히는 한이 있어도 하나는 반드시 죽이고 갈 것이다…!”

“하하! 막내야, 뭔가 하나를 모르고 있구나. 우리가 왜 야우오협인 줄 아느냐?”

“예전에는 막내가 있었지. 하지만 너랑 만나기 전에 그만 막내 놈, 칼침을 맞고 죽어버렸어. 크으…. 반드시 보지에 좆을 박겠다고 신을 냈던 놈인데.”

“!!”

모용란은 안색이 파리해졌다. 야우오협은 이미 위협이 소용이 없는 존재였다.

“한 명이 죽는다면, 세 명이서 죽은 사람의 몫만큼 범해주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천천히 칼을 버리고 가랑이만 가리고 밖으로 나오너라. 흐흐.”

“상냥하게 해주마. 응?”

“이...색마 놈들이…!!”

“색마아아아-----------!!”

잔잔한 물결에 파도가 일 정도로 강력한 사자후가 터져 나왔다. 야우오협은 멀리서 터져 나온 노성에 고개를 돌렸다.

“색마, 죽인다!!!”

빠아아악.

숲에서 튀어나온 거한은 가장 가까이 있던 야협만의 등허리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일격에 피를 토하며 야협만은 고꾸라졌고, 강물에 얼굴을 처박았다.

“누, 누구냐!!”

“색마필살권!”

퍼억, 퍼억.

모용란은 살아생전 사람이 하늘을 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볼 수 있었다.

거적때기로 중요 부위를 가린 채 주먹을 휘두르는 거한의 여자-흉부를 가렸기에 직감할 수 있었다-는 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여인이었다.

“방...영희…?”

녹림왕의 딸.

녹림왕과 닮은 거구의 그녀는 네 명의 색마를 일격에 기절시켰다. 그걸로도 성이 차지 않는다는 듯 씩씩대다가, 바닥에 흩뿌려진 모용란의 옷을 들어 올렸다.

“색마에게 당할 뻔했죠? 조심, 크, 허억…!”

방영희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몸에서 열기가 피어올랐고, 모용란은 급히 물에서 빠져나와 방영희를 살폈다.

“괜찮으세요?!”

“크, 흐윽...내공이…!”

내공이, 근육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흰 연기가 가라앉자 방영희는 모용란에 준하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되었다. 거구에 맞게 걸친 거적때기는 금방 흘러내려, 나신이 되었다.

“......와.”

“......어우야.”

야심한 시각.

의도치 않게 졸지에 나신이 된 두 여인은 서로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작품후기]

강호에 색마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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