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151화 (15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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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림의 여인

와하하하하!!

산적들의 웃음소리가 산채를 뒤덮는다. 녹림왕 방득패는 주먹에 묻은 피를 대충 털어내며 껄껄 웃었다.

"흐하하! 너는 아직 안 돼!"

그는 얼굴에 튄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양옆의 여인들은 긴장하여 벌벌 떨며 대접에 술을 부었고, 방득패는 한입에 크게 털어 넣었다.

"크으, 술맛 좋다! 야! 그 정도로 내 딸을 따먹겠다고?! 헛소리! 안 그렇냐, 철수야!!"

"...이름."

산주봉, 방철수는 술을 마시다가 잔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이름 바꿔주세요."

"으잉?"

"언제까지 철수로 살 수는 없잖아요. 영희는 영희인데 왜 저는 철수예요?"

"그거야...."

방득패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피식 웃었다.

"차기 녹림왕에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는데?"

쾅! 방철수는 탁자를 손으로 크게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산적들은 순간 놀랐지만, 시뻘게진 방철수의 모습에 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

"공주님, 철수라는 이름이 부끄러운가 보오!"

"예쁜 이름이구먼!"

쾅!

방철수는 거칠게 문을 열어젖히며 연회장을 떠났다. 자신의 방까지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이곳 산채에서는 워낙 대화가 통하지 않는 자들이 차고 넘쳤다.

"젠장, 왜 나만...."

방철수는 방으로 돌아와 동경 앞에 앉았다. 지나가던 상단 하나를 약탈하여 얻은 동경은 반 정도 깨져있었지만, 나머지 반으로 얼굴을 살피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우둑, 우두둑.

방철수의 근골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체격이 넓어지고, 몸이 더욱 커지며, 외형이 점차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동경에 비친 모습은 근육이 없는, 거한 방영희의 모습과 비슷했다.

"...아냐, 이게."

걸걸해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방철수는 다시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어느새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는 방영희의 또 다른 모습과 비슷했다.

"...이게 나야. 응, 그렇지."

방철수는 방영희를 닮은 자신의 얼굴을 톡톡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배에서 나온 자식인데 누군 아빠를 닮고 누구는 엄마를 닮는다고? ...그건 말이 안 되지. 나도 여자잖아."

방철수의 갈 곳 없는 한탄이 방을 가득 채웠다.

* * *

"...언니의 모습과 제 모습을 바꾸기로 했어요.... 저는 육봉 같은 거에 관심이 없었으니까...."

"세상에 이런 일이."

나는 섭혼술에 걸린 방영희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사공희 또한 입을 벌리며 놀랐다.

"자매끼리 역체변용술로 모습을 바꿨다고?"

"예.... 저는 언니의 모습이 되고, 언니는 제 모습이 되었어요. 저는 다른 이들과 비무를 즐기고 싶었고, 언니는 다른 이들에게 여인으로서 인정을 받고싶어해서...."

"잠깐, 잠깐. 그러니까 정리를 좀 해보지."

나는 방영희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남근을 살짝 빼냈다. 우리가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그녀는 멍하니 내 남근만 탐할 것이다.

"역체변용술로 서로 몸을 바꿨다? 혼을 바꾸었다는 얘기인가?"

"그런 게 가능해요? 제가 듣기로는 그냥 서로 모습으로 변용했다는 것 같은데요."

"...그, 그렇지? 휴우, 식겁하는 줄 알았네."

이혼대법(移魂大法)이라도 쓴 줄 알았다.

"음...원래는 언니 쪽이 거한의 모습이고, 동생 쪽이 여인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봐도 되지 않을까요, 상공?"

"그걸 서로 바꾼 이유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데. 방철수야 거한의 모습을 바꾸고 싶었다고 해도, 방영희 너는 왜 장판파 잘 막을 것 같은 모습으로 변했느냐?"

"조금 무서운 모습이라고 해도 그게 다 무(武)를 익히면서 변하는 모습일 뿐.... 사람은 외형보다 내면이 더 중요한 거니까...."

방영희의 순수한 말에 나는 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외형에 너무 신경 쓰지 않는 거 아닌가?"

"산적 짓을 할 때도...언니 쪽 모습인 게 더 성공하기 쉬웠...."

"아, 그런 거라면 인정하마."

미녀가 도끼를 들고 가진 걸 전부 다 내놓으라고 말하는 게 더 무서울까, 아니면 8척 장신의 근육 떡대가 가진 걸 전부 다 내놓으라고 말하는 게 더 무서울까?

어느 쪽이 더 두렵냐에 대한 대답은 굳이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 질문. 역체변용술은 어디서 익혔지?"

"...언니가 가르쳐줬어."

"오호, 방철수가? 그럼 방철수는 어디서 그걸 얻었는지 알고 있는가?"

"......산신령님께 배웠대."

뜬금없는 소리에 사공희는 입을 가리며 웃음을 참았다. 나 또한 허탈함에 웃음이 다 나왔다.

"산신령이라니, 그러면 진짜 태악산군(泰岳山君)이 어흥, 하면서 가르쳐줬다는 걸까요?"

"견희가 똑똑하구나?"

"...네?"

본인은 농담으로 말했겠지만, 사공희의 말은 정답에 가까웠다.

"네 자보검도 영물인 현자오공의 몸으로 가공한 것이 아니더냐. 영물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기도 하고, 영물이 역체변용술을 가르쳐줬을 가능성도 있지."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나는 이 시대에 역체변용술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역체변용술의 기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인간화."

신의가 가진 청낭서에 적혀있었다.

"원래 역체변용술은 영물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기 위한 선술의 일종이었다고 하더구나."

"...정말요?"

"그래. 호랑이 연초 태우던 시절의 기술인데, 지금은 잊힌 기술이지. 그래서 내가 그게 왜 현대에 다시 나타났는지 궁금했던 건데...."

방영희가 아닌 산주봉 방철수를 찾아서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 나는 더는 방영희를 괴롭혀봐야 소용이 없음을 깨달았다.

"방영희, 너는 내게 역체변용술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섭혼술에 걸렸어도, 남근에 범해지면서도 의지를 다잡고 끝까지 저항한 것이다. 알겠느냐?"

"네...."

방영희는 완전히 섭혼술에 걸렸다. 나는 사공희에게 손가락으로 수를 헤아리게 한 뒤, 적당한 시간이 지나자마자 섭혼술을 해제했다.

"으, 으응...?"

"대단한 의지로구나. 기절하면서까지 대답을 하지 않으려고 하다니."

찌걱, 찌걱, 찌걱.

나는 방영희가 괜히 사공희를 더 자극하기 전에 허리를 뜰썩이며 방영희를 재촉했다.

"이래도 대답 안 해?"

"흐, 흐윽...! 대답 못 한다! 내 안에 사정을 당하더라도...나는 결코 말할 수 없어!"

방영희의 의지는 강력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양물을 빼냈다.

"어머, 상공? 지금 설마 그만하시려는-"

퍼---억.

"아아아앙!!"

들어 올려졌다 떨어진 방영희는 그대로 내 남근 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고개를 뒤로 젖히며 몸을 부르르 떨었고, 앞으로는 쪼르르 실금하며 가버렸다.

"그거 천ㅁ...천근추 아니에요? 그런 식으로도 가능하구나...."

"비슷한 거지."

엉덩이를 완충삼아 떨어뜨리는 충격은 감소하지만, 엉덩이가 떨어지기 전에 양물이 깊숙한 곳부터 찌른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다.

"뒤로도 못할 건 없지. 옆으로도 가능하고. 대신 이건 자의가 아니라 타의지만."

꾸우욱. 나는 방영희의 허리를 지그시 눌렀다. 남근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양물이 사방으로 뿌린 열기에 닿은 단전으로부터 음기를 끌어당겼다.

"이제 끝이다."

"어헉, 허으윽, 이, 이거 뭐야...?!"

"가버리는 거요."

채음보양으로 거칠게 숨을 헐떡이는 방영희의 옆에서 사공희는 얄밉게 계속 속삭였다.

"미칠 것 같죠? 막 몸이 붕 뜨죠? 다들 그러더라고요. 가고 싶지 않은데, 막 몸이 너무 가벼워질 것 같다면서. 그러다가...."

톡. 사공희는 손가락으로 방영희의 가슴을 아래에서 튕겨 올렸다.

"짜릿하게, 전신이 채워지는 감각이 들 거예요."

"으허어엉!!"

누가 방득패 딸내미 아니랄까 봐 방영희는 교성으로 사자후를 터뜨렸다. 자신의 음기가 빠져나가는 감각은 전신을 채우는 성감으로 뒤덮였고, 방영희는 더는 저항하지 못했다.

"흐아, 하아, 하아...."

방영희는 내게 몸을 맡기듯 기절했다. 내가 뒤로 눕는다면 나를 따라 누울 기세였다.

기절.

방영희는 기절했다.

후면좌위를 통한 제법 느긋한 성교에도 불구하고, 처녀인 그녀가 천하제일의 힘을 견뎌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으어...좋다."

나는 방영희를 계속 끼운 뒤, 채음보양의 음기를 흡수하는 거로 사정감을 대체했다. 덕분에 내 고환은 지금 터질 것처럼 뜨거웠지만, 방영희의 안에 사정까지 할 이유는 없었다.

"상공, 간식 다 드셨어요?"

방영희는 간식이고, 주식은 따로 있으니까. 나는 방영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치워다오."

"네. 에잇."

사공희는 바로 방영희의 몸을 부축하듯 일으켜 세웠다. 정확히는 방영희에게 꽂혀있던 내 물건을 뽑아냈다는 게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상공. 아직 많이 배고프시죠?"

"물론이지. 잠깐 기다려라."

나는 옆에 놓아둔 수통을 챙겼다. 아무래도 방영희의 안에 드나든 물건을 바로 사공희의 안에 넣는 건 찝찝했다.

"전 괜찮은데...."

"이렇게 안 하면 넣자마자 쌀 것 같거든."

물로 열기를 적시지 않으면 사공희의 안에 넣는 즉시 사정할 것 같았다. 사공희는 싱긋 웃으며 내 허벅지 위에 등을 돌리며 걸터앉았다.

"상공, 저도 똑같이 해주세요."

"......."

역시 사공희. 뒤로 돌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겨드랑이 사이로 보이는 옆 가슴의 존재감에 나는 절로 손이 가버렸다.

뭉클.

"아아...."

"원래 바꾼 몸으로 안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건 이거대로 좋군."

나는 사공희의 어깨에 턱을 올리며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체구를 일부러 키운 덕분에 사공희는 내 품에 쏙 들어왔다.

"역체변용술, 역시 좋은 기술이야."

출처를 밝혀내지 못한 건 아쉽지만, 덕분에 사공희를 뒤에서 안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상공, 제가 준비한 도시락은 어떠신가요?"

"최고다, 견희야."

햇볕이 따스한 산길.

나는 사공희와 함께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며 느긋하게 휴식을 즐겼다.

* * *

한 시진 뒤.

인근 샘에서 몸단장을 하고, 느긋하게 기다려 준 말에게 영약 섞인 여물까지 준 우리는 방영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그냥 버리고 가면 분명 강간당하겠지?"

"네. 녹림왕의 딸이라고 한들, 대외적으로 알려진 모습은 이게 아니니까요."

현재, 기절한 방영희는 역체변용술이 풀린 상태였다. 이대로 우리가 떠난다면 분명 누군가가 건드리고 갈 게 뻔했다.

의협심이 강한 자가 발견한다고 해도 워낙 예쁜 여인이 엎어져 있는데 가만히 보고 간다면 남자가 아니다.

"씁...그냥 안에 쌀 걸 그랬나?"

짐승들이 영역표시를 하듯, 내가 다녀갔다는 흔적이라도 남겨두면 범해졌다는 걸 알고 조심히 대하지 않을까 싶었다.

"상공, 산적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쓰지 않을까요?"

"그렇지? 한 번 범해진 여자니까 데려가서 범할 것 같구나."

방법은 단 하나.

"잠깐 숨자."

나는 말과 마차, 그리고 사공희와 함께 미혼표식구궁진을 펼쳤다. 우리는 방영희가 깨어나는 동안 진짜 도시락을 먹으며 배를 채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영희가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우응.... 핫?!"

퍼뜩 몸을 일으킨 방영희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주변을 흘겼다. 워낙 살기 짙은 눈으로 바라보느라 말이 놀라 투레질을 했지만, 방영희는 우리를 다섯 장 간격을 두고도 찾지 못했다.

"으아아, 아아악!!"

방영희는 자신이 지린 흔적이 가득한 그루터기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고 발로 걷어찼다. 호리호리한 외형과 달리 한계까지 압축된 근육에 그루터기는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다.

"상공, 그냥 저 정도로도 충분히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러게. 그냥 눈앞에서 철봉 하나 손아귀 힘으로 휘어버리면 미인이고 뭐고 그냥 지려버릴 것 같은데."

"용서 못 한다---!!"

우둑, 우두둑.

방영희의 몸이 다시 거한으로 변했다. 이전과 달리 채음의 영향으로 근육은 좀 더 줄어들었지만, 줄어든 근육 때문에 더 분노하는 것 같았다.

"나를...이 나를 감히 범하고 쓰레기처럼 버리다니...!!"

버리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이렇게 옆에서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부부색마----!!"

"어쩌지. 우리 은원 생긴 것 같은데."

"괜찮아요. 혹시 복수하러 오면 제가 혼내줄게요."

쿵, 쿵, 쿵!

방영희는 옷을 챙겨입고 공터를 떠났다. 그녀는 우리가 올라온 길을 따라, 앞으로 미친 듯이 달렸다.

"놓치지 않는다, 부부색마---!!!"

"다른 이름을 댈 걸 그랬어. 앞으로 쟤 계속 부부색마라고 할 거 아니야."

"저는 좋은데요?"

"...그러냐.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아무리 범해졌다고는 한들, 분노에 눈이 먼 방영희는 냉철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바퀴 흔적도 말발굽 흔적도 없으면 의심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방금 범해졌는데 그런 걸 찾는 사람이 더 무서울 것 같은데요."

그런 사람이 한 명 있다. 당장 우리가 갈 곳에 그녀가 있다.

"화산에 간 김에 그 녀석도 취해야겠어."

"어머, 또 누구 있어요?"

"그래."

화산파, 매화검수.

훗날 화룡(花龍)이 될 남자의 아내이며, 화산파 오대 고수 중 한 명이기도 한 여자. 혈강시에게 숱하게 범해지고도 몇 번이고 도전하며, 오히려 혈강시를 추적하며 쫓았던 나찰 같은 여자가 한 명 있다.

"지금 결혼 안 했으면 좋을 텐데."

"상공, 그 사람은 또 가슴 큰 사람인가요?"

"너 알지 않냐? 선주희. 매화검수."

"아."

사공희는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났어요. 몸에서 꽃향기 나는 여자!"

"그래. 그 여자에게 접근하려면 네 도움이 필요하단다."

우둑, 우두둑.

나는 역체변용술로 몸을 바꾸었다. 사공희는 나를 향한 시선을 점점 떨어뜨렸고, 점점 숨이 거칠어졌다.

"사, 상공. 이건...!!"

"방영희 보니까 생각이 나서. 놈들도 내가 이렇게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할 테지. 하하, 나를 아붕(兒鵬)이라고 불러라."

선주희.

그녀는 아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여인이었다.

"하아, 하아, 쓰읍, 하아."

"......."

[작품후기]

사서 무덤을 파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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