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150화 (150/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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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림의 여인

덜커덩, 덜컹.

산길은 걸어서 올라가기도 힘들다. 그걸 마차로 올라가는 건 더더욱 어렵다.

다만 올라가기 어려울 뿐이지, 말이 아예 오르지 못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성공적으로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상공, 저희 진짜 말 잘 고른 것 같아요. 이걸 이렇게 올라가네요?"

"금 몇 돈을 썼는데 사람 셋 정도는 거뜬히 움직일 수 있어야지."

히힝.

마차를 끄는 말은 자기를 칭찬하는 지 알아듣는 것 같았다.

"몸이 하얀 게 참 예뻐요."

"암, 말은 역시 백마지."

하북에서 이름난 명마로 비싼 돈을 치르고 빌린 말이며, 중간중간 사람 먹기도 모자란 고급 여물-영약이라는 이름의 먹이도 먹였다.

덕분에 백마는 힘차게 능선에 깔린 흙길을 따라 마차를 충분히 끌어당겼다.

"이번에 호북으로 돌아가면 아예 사버릴까봐."

"그래요? 들었니? 축하해. 너도 이제 우리 천가장의 식구가 될 것 같아."

히히힝.

백마는 사공희의 말을 알아듣는지 기뻐하며 힘차게 마차를 몰았다. 길이 험하여 계속 덜커덩거리기는 했지만, 중간에 돌부리에 걸려서 마차가 멈추지는 않았다. 역시 백마답게 자기 몸값을 톡톡히 해냈다.

'산길이라서 다행이군.'

나는 괜히 마차가 들썩거릴까봐 힘을 쓰지 못했지만, 굳이 힘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몸이 들썩거렸다.

"어억, 허으응...!"

방영희의 몸이 위아래로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돌부리에 바퀴가 걸려 덜커덩거릴 때마다 나는 일부러 그녀를 살포시 튕겨올렸다.

"으히익?! 놔줘...제발! 아아악!"

방영희는 전신에 최대한 힘을 주며 내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동시에 다리를 좌우로 벌리게 하며 계속 제압했다.

"놔 주면? 나를 죽이려 들 게 아니냐. 내가 미쳤다고 널 놓아주리?"

"이, 개같은 색마놈이...!"

"개같은 것도 맞고 색마도 맞으니까 대답이나 해라. 역체변용술은 어떻게 익혔느냐?"

"!!"

방영희가 역체변용술이라는 말에 한껏 긴장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긴장하며 몸에 힘이 들어가 내 양물도 꽉 움켜쥐기 시작했다.

"살살 조여라. 누가 처녀 아니랄까봐 양물을 터뜨릴 것 처럼 조이는 구나."

"다, 닥쳐! 강간마주제에!"

"산적 주제에 감히. 그나저나 방영희, 이게 네 본 모습이렸다?"

"읏?!"

처녀혈은 흐르지 않았지만, 처녀인 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남근이 박힌 뒤로, 자신의 '본 모습'이 들켰다는 걸 알게 된 뒤로 그녀는 어느정도 고분고분해졌다.

"흐흐, 선은 예쁘면서 안에 근육이 압축되어있는 게 정말 색스럽구나. 산에서 자란 여인네들이 그렇게 몸이 좋다고 하던데."

"시, 시끄럽다...!"

"말해라. 역체변용술을 어디서 어떻게 익혔는지 말한다면, 네 속에서 양물을 빼줄 수 있다. 이건 진담이다."

이미 모든 절차는 끝내놓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방영희의 안에서 음기를 갈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몸안에 내 정기를 뿌려, 내가 한 번 다녀갔다는 흔적도 남길 수 있었다.

"대답할 때까지 너는 계속 내 품을 벗어나지 못한다."

간식은 이미 다 먹어치웠다. 지금은 그냥 여물을 되새김질 하듯, 그저 방영희가 대답할 때까지 그녀를 괴롭히며 조금 더 그녀의 속살을 느낄 뿐이었다.

"말해라. 말하지 않으면 안에 싼다."

일부러 그녀에게 물어본 것은 그녀에게 주는 최후 통첩이었다.

"아니면 뭐냐. 일부러 대답을 안 해서 내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재롱을 떠는 것이냐? 기특한 녀석."

"으흑! 미친...새끼가...!"

조물조물.

"원래 야생마는 길들이는 맛이 쏠쏠하지."

나는 방영희의 두 손을 한 손으로 움켜쥔 뒤, 남은 한 손으로 방영희의 봉긋한 언덕을 움켜쥐었다. 혹시나 성감을 자극하면 입을 열지 않을까 싶어, 나는 꼭지를 살살 누르며 방영희를 채근했다.

"상냥하게 해주랴, 밖에 나가서 나무에다가 들이받고 거칠게 쑤셔주랴? 어떻게 해야 네가 입을 열까. 응? 안에 사정하고 나면 그 때가서 입을 열 것이냐?"

"이...아내에게 부끄럽지도 않느냐!"

자신이 불리해졌다 싶었는지, 방영희는 사공희를 걸고 넘어졌다. 나는 그녀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전혀!"

사공희는 오히려 나를 돕지 못하는 것에 아쉬워했다. 험한 산세 때문에 고삐를 계속 잡아야 하는 게 아니었으면, 그녀는 내 뒤에서 자신의 가슴을 문지르며 나를 애태웠을 것이다.

"부인, 나를 감히 겁탈하겠다고 하는 여자가 이런 말을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소?"

"제정신을 차릴 때까지 벌을 내려주셔야지요. 마침 저 앞에 공터가 있으니, 그곳에서 본 때를 보여주시옵소서. 워, 워."

사공희는 고삐를 잡아당겼다. 말 또한 분위기를 읽고 발걸음을 늦춘뒤, 주변에 휴식을 취하기 쉬운 공터에 멈춰섰다.

"고맙소. 내 금방 처리하리다."

"상공, 마차가 부서질까봐 염려되옵니다. 내려서 하시지요."

사공희는 웃으며 나무를 가리켰다. 큼지막한 아름드리 나무 아래에는 햇볕이 들지 않는 진한 그늘이 있었고, 마침 두 명이 앉기에 충분히 넓은 나무 그루터기가 있었다.

"천근추로 누가 더 위인지 똑똑히 보여주시어요."

당장 떼어가서 나무침대로 써먹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그루터기는 단단했다. 교배천근추를 연속으로 때려박아도 아무 문제 없을 수준이었다.

"그 정도로 격하게?"

"물론이지요. 지금 전혀 반성하는 기색이 없지 않습니까? 여기 앉으셔요. 저는 그동안 과일을 깎도록 하겠습니다."

사공희는 비단천으로 그루터기 위에 앉을 자리를 만들었고, 나는 먼저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어머, 계속 들고 하시게요? 무거울텐데."

"괜찮다. 지금이 딱 좋아. 괜히 여기에 힘들게 허리 흔들 필요는 없지 않느냐. 나중에 너랑 할 때를 위해서라도 체력을 보존해야지."

"후후,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사공희는 치마의 아랫단에 손을 집어넣어 손가락만한 작은 칼을 꺼내들었다. 그녀는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날씨가 참 좋네요, 그쵸?"

"그래.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다."

찌걱, 찌걱.

내 위에 알몸의 방영희가 올려져 있다는 것만 빼면, 부부가 산을 오르며 여행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었다.

"흐흥, 흥~"

사각, 사각.

사공희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복숭아를 깎았다. 나는 사공희가 전부 깎을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렸고, 복숭아처럼 말랑말랑한 방영희의 가슴을 주무르며 기다렸다.

"그, 그만 만져! 아항...!!"

"상공, 아앙."

"흐흐, 한 번 해보고 싶었나?"

"연이가 하는데 저는 못할 게 뭐 있어요? 자요."

사공희는 큼지막하게 자른 복숭아를 손으로 집어 내 입에 쏙 넣었다. 나는 사공희의 손가락 끝과 함께 복숭아를 베어물었다.

콰득.

과즙이 입안에서 터져나왔다.

"상공, 맛있나요?"

"그래. 정말 맛있구나."

"이, 이, 미친...!"

방영희는 허리를 비틀며 사공희를 향해 손가락을 펼쳤다.

"너, 너희들...!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내게 이런 모욕을 주고도...살 수 있을 것 같아...!!"

"제 남편한테 꼬리치는 불여시요."

"......."

사공희의 똑부러진 말에 방영희는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복숭아를 계속 깎으며, 방영희를 향해 미소지었다.

"어엿한 아내가 있는 남자에게 제발 첩으로 들여달라고 해도 유분수지, 감히 겁탈하려고 했나요?"

"거, 겁탈이라고는 안 했어!!"

"신랑으로 삼겠다는 게 그게 그 거죠. 아까전에 역체변용술 풀리기 전의 그 떡대같은 몸으로, 상공을 묶어놓은 뒤 위에서 큼지막한 엉덩이로 깔고 앉으려고 했죠? 맞죠?"

"아니야!"

방영희는 정말로 억울한 듯,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그, 그냥 해본 말이었을 뿐이야!!"

"믿을 수 없네요. 칼든 산적들 수 십을 데려와놓고 그런 말을 했으면서, 그냥 해본 말이야? 상공, 그냥 쎄게 한 번 박아주세요. 아직 정신 못 차린 것 같아요."

나는 사공희의 말대로 허리를 강하게 한 번 튕겼다. 방영희의 등허리가 활처럼 휘었고, 벌어진 입에서 혀가 나와 부들부들 떨렸다.

"아으, 아으으...."

살짝 가버렸다. 기절한 상태로 계속 내게 박혀 들썩거렸던 덕분에, 그녀의 안쪽은 어느정도 남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인의 몸이 되었다.

"그, 그마안.... 주, 죽을 것 같애...."

"안 죽어요. 상공이랑 해서 죽은 여자는 한 명도 없으니까 안심해도 된답니다."

사실이다. 놀랍게도 나는 여태까지 색마로서 지내며 한 명의 여인도 죽이지 않았다. 복하사 미수라면 몇 번 있었을 지 몰라도, 최소한 아직까지는 여인을 범하고 죽이지 않았다.

"그냥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세요. 당신이 범하려고 했던 존재가 부인있는 남자였고, 색마라는 걸."

"나, 나는 범하려고 하지 않았어...흐윽...!!"

"상공. 자기가 남을 겁탈하려고 들었으니, 당신도 겁탈 당해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하는 거 아닐까요?"

"암. 물론이지."

사공희는 내 가르침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방영희의 땀이 묻은 손을 옷에 닦고난 뒤, 사공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내게 어깨를 살짝 눕히며 내 손길을 만끽했다.

"나 또한 내가 다른 여인을 겁탈할 때, 여인에게 따일 각오를 한단다. 만약 내가 너를 겁탈하려고 달려들었다가 네가 나를 제압한다면, 나는 얼마든지 몸을 내어줄 수 있다. 크흐흐."

"개소리 집어치워!"

"개소리라니? 목이 따여서 모가지가 날아가든, 좆대가리가 따여서 남근이 날아가든, 그에 대한 각오를 한다 이 말이다."

그런 정신없이 어떻게 색마 노릇을 하겠는가.

나는 구천현녀가 다시 나타나 내 목에 칼을 들이밀고 나를 범하겠다고 한다면, 기꺼이 알몸으로 두 팔을 벌릴 수 있는 사람이다. 이건 색마행을 시작한 처음부터 가진 마음가짐이다.

"유감스럽지만 네게는 그런 각오가 없나보군. 그럼 현실의 쓴맛을 알려주도록 하지. 세상에는."

찌걱. 나는 방영희의 허리를 잡았다가 살포시 내렸다.

"때로는 불합리한 현실이 들이닥치기 마련이란다."

퍼-억.

방영희가 내 품에 풀썩 주저앉았다. 남근은 뿌리까지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방영희의 천장을 두드렸다.

"아흐, 흐으윽...! 아앙...!"

"아앙."

쾌락에 괴로워하는 방영희의 입술에 사공희는 자신이 깎은 복숭아를 내밀었다.

"당신은 축복받은 사람이에요. 첫 경험을 천하제일이신 분과 경험하게 되었잖아요?"

"노, 놀리지 마라...!"

방영희는 자신의 입술에 닿은 복숭아를 고개를 돌려 쳐냈다. 사공희는 진흙에 파묻힌 복숭아를 보며 잠시 표정이 굳었다가, 다시 미소를 띄었다.

"정말...나보다 무공도 약한 게...."

조금, 짜증이 인 미소를.

"나한테도 지는데, 감히 상공을 넘볼 생각을 했어요?"

사공희는 칼을 역수로 움켜쥐었다. 칼의 손잡이 부분이 방영희의 경동맥을 눌렀고, 방영희는 전신을 긴장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하는 덕분에 남근도 조였다.

"마음 같아서는 크게 다치게 하고 싶은데, 상공이 당신을 취하길 바라시니까 가만히 두는 거예요. 아시겠어요?"

"큭...!"

역시 결혼은 사공희.

이시아와 독고연을 품어 준 것에 대한 상냥함과 내가 다른 여자를 취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자세가 역시 바람직하다.

'일단 사공희는 자기보다 가슴 못하다 싶으면 깔고 가니까.'

아무리 많은 여인을 품에 넣더라도 가슴에 얼굴을 묻고 싶을 때는 자신을 찾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사공희는 내가 자신보다 가슴 작은 여자를 안는 것에 딱히 질투를 하지 않았다.

'팽유월은 절대 들키면 안 되겠다.'

만약 자신과 마음씨를 겨룰 호적수와 마주치게 된다면, 사공희는 호적수와 동등한 조건으로 상대하기를 바랄 것이다.

...분명 생리가 찾아오지 않을 때까지 나를 닦달하며 정기를 달라고 할 테지. 나는 계속 방영희를 들었다가 올리며 내공을 탐했다.

"상공, 지금 혹시 채음하시는 건가요? 이번에는 좀 어때요? 내공 말이에요."

"달달하구나. 네가 깎아준 과일 만큼 달달해."

"다행이네요. 아까전에 소모하신 내공보다 못한 양이면 어쩌나 싶었는데."

이시아와 독고연과 달리, 그녀는 용봉지회 때부터 내가 다른 여자를 안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 색공을 펼칠 때 만큼은 백도의 여인이라기보다는 흑백의 면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이걸로...어, 몇 명째더라? 음.... 뭐, 앞으로도 계속 취하실 테니 세는 건 의미가 없겠네요. 후후."

선을 넘지는 않지만 필요하다면 손을 쓰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항상 내게 보이는 모습은 마냥 착해보이기만 하지만, 사공희는 흑과 백의 중도에 걸쳐있는 여인이다.

"후훗. 근데 좀 미안하네요. 섭혼술로 기억을 잃는다면, 상공의 양물맛도 잊어버리는 거잖아요. 안타까워라."

진짜로, 색마부인을 칭해도 어색함이 없다. 다른 남자를 올라탄다는 게 아니라, 색마의 부인으로서 가지는 마음가짐이 올바르다는 말.

"아...이제 기억을 잃어도 몸이 기억할텐데. 상공의 것이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으니.... 정말 안타깝네요."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너는 기억을 잃어버릴 거란 얘기지."

나는 방영희의 머리를 붙잡았다.

"나를 덮친 것, 내게 역강간을 당한 것, 그리고...내게 역체변용술을 실토한 것."

"!!"

"말해라. 어디서 얻었는 지."

방영희를 바탕으로 역추적을 한다면, 아주 낮은 가능성이지만 그자에게 닿을 수 있을 것이다.

내게 역체변용술을 가르쳐 준 장본인, 혈교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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