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149화 (149/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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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림의 여인

역체변용술.

내가 팽유월을 안을 때 작았던 체구를 보완하기 위해 추대광이 되었던 것처럼,

독고연을 납치한 색마인 척하기 위해 빙색마인으로 변장한 것처럼,

팽유월에게 다시 접근하기 위해 팽가에 잠입할 의도로 여성에 가까운 연붕으로 변장한 것처럼,

역체변용술은 말 그대로 몸을 바꾸는 사술이다.

내가 이 사술을 아는 이유는 혈강시로서 가장 처음 배운 기술이 역체변용술이었기 때문이다.

내공만 있으면 외형을 얼마든지 변형할 수 있다.

혈교주가 말했던 ‘혈강시’의 재능에 가장 부합하는 나는 당시 ‘추마귀’였다. 꼽추에 전신의 기혈이 파괴된 산송장은 아무리 현경급 무공을 익혀도 몸이 망가져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근본이 되는 골격만큼은 나도 제법 좋은 편이었다.

스승은 말씀하셨다. 무공을 익히기에는 너무 나이를 많이 먹었고, 근골이 이미 망가져 상승의 무공을 익힐 수 없다고.

그걸 반대로 얘기하자면, 근골이 망가지기 전이라면 상승의 무공도 노려볼 수 있다는 말이었다.

혈교주 또한 내 근골을 알아본 것이 틀림없었다. 구룡육봉, 십마를 두고 나라는 추마귀를 선택한 것부터가 내 근골이 결코 그들에게 꿇리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계란은 여러 바구니에 나눠서 담으라고 하지만, 원래 인생은 한 방이지. 모든 영약 다 털어서 인생 한방 역전 간다. 부디 나와 ‘그녀’의 눈이 틀리지 않았기를 바라는 수밖에.

혈교주는 혈강시인 나에게 가장 먼저 ‘역체변용술’을 집어넣었다.

내가 가장 먼저 마신 피는 혈교주의 것이었고, 혈교주는 자신의 무공을 내게 주면서까지 내게 투자했다.

-이거 망하면 어쩌지? 음...장강 물 온도는 따뜻할까?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직접 역체변용술을 배워, 수많은 혈교의 술법을 두고 내게 역체변용술을 가르쳤다.

그리고 혈교주는 나를 가지고 ‘성형’을 했다.

원래의 근골을 되살리고, 무공을 익히기 쉬운 몸으로 만들고, 굽어진 허리를 펴고 망가진 뼈를 다시 짜 맞추는 대수술을 거쳤다.

혈교주가 혈강시의 재료를 구해 혈강시로 밖에 내놓기까지 1년.

나는 혈강시에 의해 1년 동안 몸이 ‘천하제일무인’에 걸맞게 성형되었고, 그동안 혈교주의 말벗이 되어 혈교주와 오랜 기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응? 이왕 바꾸는 거 잘생기고 멋지고 어깨 떡 벌어지게 만들어달라고? 흐흐, 당연하지. 따먹히는 여자도 혈강시 얼굴만 보고도 아주 질질 흘리게 만들 어주마.

혈교주는 나를 가지고 온갖 실험을 거듭했다. 그리고 혈교주는 나의 ‘양물’에 상당한 집착을 보였다.

-이게 아니야! 으으, 왼쪽으로 살짝 기울었어! 대칭이 안 맞는다고!

콰득.

혈교주는 천하제일의 조형 장인이라도 되는 양, 나의 양물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양물 빼고는 당장 밖에 나가서 혈겁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몸이 되었던 시점이 2개월째.

혈교주는 고작 2개월 만에 혈강시를 만들어놓고, 장장 10개월 동안 완벽한 남근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혈소미 같은 혈녀를 몇몇 불러서 내 남근을 시험하기도 했으며, 10개월의 대공사 끝에 혈교주는 자신이 느끼기에 완벽한 양물을 만들어냈다.

-아아, 만족했다.

혈교주가 만들어낸 남근은 혈강시인 나조차도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손목만큼 두껍지만 팔뚝만큼 두껍지 않고, 손보다 훨씬 길었지만 팔 만큼 길지는 않았다.

-길이, 두께, 강직도. 이 정도면 특특특이다. 이거면 선녀도 박히면 자지러져서 자지 달라고 외치게 될 거다. 흐흐흐.

그렇게 장장 1년 동안 나는 혈교주가 내 몸을 다루는 걸 보고 역체변용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깨달았다.

삼구의 집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린 시간 동안, 나는 혈교주가 만든 ‘혈강시’의 모습으로 나아가는 기틀을 마련했었다. 역체변용술로 내 몸이 혈강시처럼 성장할 수 있도록, 나는 심혈을 기울였었다.

그래서 나는 역체변용술이 누구한테서 들어온 건 지 알 수 없었다.

저 멀리 천축국의 기술이라고 소문은 듣기는 했지만, 그냥 혈교주가 역체변용술을 사용하는 자의로부터 무공을 빼앗았다고 생각하며 가볍게 넘어갔다.

그래서 나는 눈앞에서 ‘다른 사람의 역체변용술’이 풀리는 모습을 처음 보게 되었다.

혈교주는 자신의 몸이 최고로 아름답다면서 역체변용술을 사용하지 않았고, 강제로 역체변용술이 풀리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푸쉬이이이----.

근육 안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8척 거한의 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나는 말 그대로 쪼그라드는 여인의 모습에 오한이 들었다.

“...견희야. 혹시 이런 일에 대해 보거나 들은 적이 있느냐?”

“아뇨. 전혀요. 녹림왕의 딸 중 차녀는 어려서부터 덩치가 크고 호방해서 아들이 딸로 태어난 게 아니냐 하는 말이 있다고 하던데….”

푸쉬이이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는 방영희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어여쁜 여인이었다. 흐트러진 호피 사이 아래에 드러난 다리는 근육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매끈하게 잘 빠져있었다.

“...음.”

땀에 절어 얼굴을 가린 머리칼을 치우자, 아기색마가 그제야 슬쩍 고개를 들이밀었다.

미인이었다.

언니인 산주봉 방철수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아니 언니보다 훨씬 더 미인이었다.

대장부의 기질이 느껴지면서 동시에 속으로는 여리고 보드라운, 대나무 같은 성정이 엿보였다.

“상공.”

뒤에서 사공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저 없는 목소리는 내 귓가에서 서늘하게 맴돌았다.

“혹시...서셨나요?”

“무슨 의미냐?”

“발기. ...하셨나요?”

“.......”

거짓을 말할 수 없었다.

혈교주가 만들어낸 천하제일양물과 비슷하게 자란 나의 아기색마는 박음직스러운 여자만 보면 시도 때도 없이 고개를 들기 일쑤였고, 허리를 구부려도 티가 날 정도로 자기주장이 강한 녀석이었다.

“미안하다. 서버렸구나.”

나는 순순히 인정했다. 선 걸 안 섰다고 말할 바에는, 그냥 깔끔하게 인정하고 사공희의 양해를 구하는 편이 더 나았다.

“희야. 내가 지금 섭혼술을 쓰느라 내공이 조금 닳았구나.”

“상공, 쟤 처녀에요?”

왠지 모르게 등허리에 짜릿한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내 등 뒤에 살포시 올려진 사공희의 손가락은 분명 내 뒤에서 나를 안기 위한 손가락일 텐데, 왠지 모르게 혈을 누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녀인지 아닌지는 일단 넣어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후흥. 그렇네요. 하긴, 보기만 하고 처녀인지 아닌지 알면 귀신이죠.”

귀신은 아니고 용(龍)이지만, 나는 침과 함께 진실을 삼켰다.

‘뭐라고 답할까.’

괜히 걱정된다. 의사결정권은 나에게 있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만 신경 쓰이는 것이 영 찝찝했다.

-연애, 결혼, 출산. 셋 다 한 여자랑 하는 게 순리지만, 때로는 저마다 느낌이 다를 때가 있지. 무림의 여자들도 보면 참 그렇단 말이야.

혈교주는 말했다.

- 연애는 천마랑, 출산은 신녀랑, 그리고 결혼은 검후랑 하면 진짜 세상 사는 게 재미있을 것 같지 않냐? 응? 하아, 나는 왜 이런 몸으로 태어나서....

혈교주조차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여인, 사공희.

“상공.”

꿀꺽. 나는 나를 올려다보는 붉은 입술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마차 모시느라 출출하셨죠? 가는 길에 입가심하실 간식 하나 챙겨가는 건 어때요? ...흐읍?!”

연애는 이시아.

출산은 독고연.

그리고 부인은 사공희.

'혈교주, 역시 당신이 옳소.'

나는 나도 모르게 사공희의 입술부터 탐했다.

* * *

야우오협의 첫째, 야협동은 좀처럼 발걸음이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왜 그러시오, 동 형."

"사 동생,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이 위험할 것 같소."

"동 형도 그렇게 생각하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설 형님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만이 너는 어떠냐?"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야우오협의 네 형제는 몸을 돌렸다. 그들이 지나온 길에 난 마차의 바퀴가 앞으로 쭉 뻗어있었고, 네 형제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갑시다. 아무리 강고한 무인이라 한들, 녹림의 왈패들은 버거울 것이오."

"수의 폭력 앞에는 장사 없지."

"어쩌면 자만심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 있습니다. 마차 안에 있던 여인이 인질로 잡힌다고 하면...으으, 끔찍하군요."

"형님들, 갑시다! 우리 야우오협의 힘을 보여줄 차례입니다!"

네 형제는 마차가 떠난 길을 따라 거꾸로 달렸다. 그들은 어떤 목적에 의해 호북으로 가는 길이었지만, 위험에 빠질 것 같은 사람을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음...."

앞서 달려 나가는 네 명의 협객의 뒤에, 체구가 작은 소년이 침음성을 흘렸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선이 고운 소년은 미소년이라고 불릴 만큼 외형이 아름다웠다.

"왜 그러느냐, 막내야."

"형님, 괜찮지 않겠습니까?"

"무엇이?"

"그 무인은 분명 강해 보였습니다. 저희가 굳이 돕지 않더라도-"

"갈!"

둘째, 야협사는 노성을 터뜨렸다.

"막내야, 위험에 빠진 사람을 그냥 보고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협설 형님, 아직 위험에 빠졌다고 확신할 수는 없는 법 아닙니까?"

"막내야, 녹림의 무리가 있다. 그리고 예쁜 여인이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예, 그렇죠."

막내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야우오협은 잠시 넋이 나갔지만,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다.

"크흠! 막내야, 네가 우리의 협행에 합류한 지 몇 개월이 지났느냐!"

"이제 3개월 이옵니다, 야협설 형님."

"그렇다! 아직 너는 아직 협행이 고작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초짜! 강호에는 어떤 일이 언제 어디서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그래, 막내야. 어쩌면 이미 벌어졌을지도 모르지. 산적 놈들이 이미 그들을 습격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막내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색마는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으니까요."

"응? 그게 무슨 소리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형님들."

막내의 사과에 야우오협의 네 협객은 인자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막내야. 그럼 어서 가자꾸나."

야우오협은 빠른 속도로 길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갔다. 초록이 우거진 초원을 지나, 산길에 들어선 순간 그들은 차마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에 침음성을 흘렸다.

"으음...!"

"어찌 이리도 잔혹할 수가."

피, 피, 피.

곳곳에 피가 뿌려져 있었다. 바닥에 누워있는 산적들은 하나같이 입에 피를 뿜은 채 죽어있었다.

"누가 이런 잔혹한 살겁을 벌였단 말인가!"

"크윽...아무리 녹림의 도적들이라고 한들 이리도 잔인할 수가!"

"형님들, 아직 살아있습니다!"

정정. 각혈한 채 죽어가고 있었다. 산적들은 당장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싸늘한 송장이 될 것 같았다.

"협만아, 남은 단환이 몇이나 있느냐?!"

"비상용밖에 없습니다! 이걸 사용하면 저희는...."

"갈! 지금이 비상이 아니면 언제가 비상이란 말이더냐! 내상을 다스리는 단환을 모두 꺼내라, 어서!"

야우오협은 모두 산적들의 입안에 단환을 밀어 넣었다. 막내 또한 단환을 입으로 으깨어, 산적의 입안에 밀어 넣었다.

"으, 으으...."

여러 산적들 중 막내가 씹어준 단환을 삼킨 산적이 정신을 차렸다. 야우오협은 급히 산적에게로 모였다.

"정신이 드오?!"

"희, 아, 아가씨는...?"

산적은 죽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검은 머리! 붉은 눈동자! 그놈이 희 아가씨를 납치...아아악!!"

쿨럭. 산적은 피를 토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그는 또다시 의식을 잃었다.

"아가씨?"

"흑발에 붉은 눈동자? 잠깐, 그거 마인이 아닌가!"

"여인을 납치...설마 색마인가?!"

"......."

야우오협은 색마가 저지른 참상에 치를 떨었다. 막내 또한 두툼한 칼집에 손을 올린 채 분노를 터뜨렸다.

"동 형님, 색마는 북으로 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색마를 쫓을까요, 아니면 그 부부를 찾으러 갈까요?"

"...이곳을 수습하고 난 뒤, 색마를 쫓도록 하자꾸나."

까드득.

"아무리 색마라도 아무 여인이나 건드리지는 않겠지."

막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에 찬 도(刀)를 몇 번이고 만지작거리며 분노를 삭였다.

* * *

"쓰읍. 뭔가 중요한 걸 놓친 기분이야."

"그래요? 그럼 지금이라도 말을 돌릴까요?"

마부석에 앉은 사공희는 싱글벙글 웃으며 고삐를 들었다. 마부로서 마차를 몬다는 것 자체를 처음 겪어보는 그녀는 새로운 첫 경험에 기뻐하고 있었다.

"아니다. 괜히 지금 돌아가 봐야 더 혼란만 배가 될 것 같구나. 지금은...흐어, 앞으로 계속 가자꾸나."

덜커덩, 찌걱.

바퀴가 위아래로 크게 들썩거렸고, 나는 나른함에 고개를 뒤로 젖히며 한숨을 내쉬었다.

"으어어, 좋다."

"그렇게 좋으셔요?"

"좋다마다. 처녀는 언제나 새롭단다."

찌걱, 찌걱.

나는 내 위에 걸터앉은 방영희를 가리켰다. 그녀는 나를 등진 채 내 위에 앉아, 다리를 벌린 채 내게 박혀있었다.

덜커덩!

마차가 크게 흔들거렸다. 바닥에 박힌 돌멩이에 바퀴가 크게 들썩거린 듯했다.

"으응...."

방영희가 침음성을 흘리며 정신을 차렸다. 나는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정신이 드나?"

"여긴.... ......힉?!"

방영희는 무엇에 놀란 걸까. 자신의 역체변용술이 해제되었다는 것? 아니면 내게 처녀를 잃고 박히고 있다는 것? 그도 아니면 자신의 두 쪽 가슴을 하나로 모아도 비벼볼 수 없는 여신의 아름다움?

"꺄압, 으읍?!"

"시끄럽구나. 녹림왕의 딸, 방영희."

"그래요. 산새들이 놀라서 도망가잖아요."

방영희는 혼란 가득한 눈으로 나와 앞의 사공희를 흘겼다. 나는 그녀의 발기한 유두 꼭지와 음핵을 간질인 뒤, 그녀의 가슴 앞에서 포권을 취하며 다시 한번 속삭였다.

"반갑다, 나는 색마다."

"이, 이게 도대체...."

"그리고 저는 색마부인이에요."

사공희는 한쪽 눈을 찡긋이며 장막을 쳤다.

"임신한 저를 대신해서, 상공을 기쁘게 해주세요. 후훗."

사라락.

"어, 어...?"

"보시다시피 내 아내는 임신 중이라, 격하게 할 수 없거든."

나는 방영희가 움직이지 못하게 두 손을 꽉 붙잡았다.

"그러니까 가는 동안 네가 내 마누라다."

덜커덩!

마차가 위아래로 크게 들썩이자마자, 내 양물은 방영희의 가장 깊숙한 곳을 꿰뚫었다.

[작품후기]

실전압축근육 vs 부부색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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