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143화 (143/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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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 사정

현타도사 사정후가 나와 사공희에 대한 전후 사정에 대해 알고 난 뒤로, 무당파는 우리의 방패가 되었다.

당연히 무당파 장문인인 현철도사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다른 장로들 또한 마찬가지이며, 모든 진실을 아는 존재는 현타도사 뿐이다.

"그다지 알고 싶지 않은데. 나한테 전부 시키려고 하는 거 아니오?"

"눈치 빠르긴. 정답이니까 네가 다 해라."

"...젠장."

내가 무붕 도사이기는 하지만, 내가 신의의 제자로서 의술을 행하는 건 알지만, 동시에 내가 마교의 소공녀를 따르는 색마라는 것, 그리고 독고연을 납치한 색마라는 것도 알지만.

그리고 사공희와 사실혼 관계인 지아비라는 것.

"아 그래서 나 쳐낼 거냐? 나 혼자 안 죽는다. 나 도망치면 사공희도 같이 따라서 떠날 거다. 흐흐흐. 견희가 색마 따라갈지언정 무당에 남을 것 같으냐?"

"...이런 거 협박이잖소."

"색마는 마인 아니냐? 흐흐흐."

의협에 따르면 당연히 나를 당장이라도 관아나 무림맹에 고발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나는 그에게 더러운 현실에 야합하기를 종용했다.

"일단 내 말은 네가 귓등으로도 안 들으니, 다른 녀석들 얘기도 좀 들어봐라."

그리고 세 여인은 사정후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눠 그를 설득했다.

먼저 이시아.

"대공자가 마교를 집어삼키면 정마대전이 발생합니다. 저는 그걸 원치 않습니다."

그녀는 현타 도사에게 무당파에 역병이 들었던 배경에 대공자 주지가 있음을 그에게 밝혔다.

"대공자는 천성이 고약하고 잔혹한 자입니다. 그가 천마가 되면 혈겁이 일어날 겁니다."

"대공자란 자도 사람인데 어찌 그런 참혹한 짓을 하겠소?"

"호북에 역병을 퍼뜨린 건 대공자의 짓입니다."

"이런 개씹새.... 크흠. 금수만도 못한 자가 있나. 정녕 그것이 사실이란 말이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던 그도 우리가 밝혀낸 주지의 음모를 전해 듣고는 노발대발했다.

"그렇군. 마교와 손을 잡는 건 원치 않으나...소공녀의 뜻은 알겠소. 하지만 명심하시오. 나는 소공녀와 손을 잡은 것이 아니라, 대공자라는 작자가 저지른 행위를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럼 제가 무당산 안, 천가장 안에서 지내는 것도 눈감아주십시오. 소란을 피우는 즉시 떠나겠습니다."

"가급적이면 이곳에서 지내주시오. 만약 밖에 나갈 일이 있거든, 다른 이의 눈에 띄지 마시고."

그렇게 현타도사는 이시아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독고연.

"독고 소저, 부친께서 피눈물을 흘리고 계십니다."

"도사님. 저는 의원님이 아니었으면 병을 치료하지 못하고 피를 토하고 죽었을 거랍니다."

독고연은 현타도사의 동정심을 유발했다.

"의원님께서는 제게 새 생명을 주신 분이어요. 구명지은은 평생을 바쳐도 모자란 은혜인데, 그걸 갚지도 못하게 되었으니 제가 어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

자신을 성심성의껏 치료해준 사람에게 평생을 바치겠다고 맹세하였건만, 부친인 독고자영은 자신을 강제로 결혼시키려고 만들었다고 했다.

'그런 적 있었어?'

'구두로 혼담이 들어오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

아예 없었던 일도 아니고, 독고자영은 독고연의 병이 나으면 바로 아이를 낳게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독고연 소저, 부친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아버지라는 이유로 딸을 강제로 결혼시키고, 원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처녀를 바쳐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뚝, 뚝뚝.

독고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님을 평생 가슴에 품은 채,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강제로 밤마다 범해지고, 마지막에는 원치도 않은 아이를 낳아 평생을 남자의 노리개이자 아이 낳는 인형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건가요...?"

"아니, 잠깐만. 그게 그런 얘기가 아니잖소."

"무엇이 다른가요?"

생각만으로도 우울한지 독고연은 눈물을 흘렸다. 서럽게 우는 것도 아니고,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자 현타 도사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봉결정전에서 선루필승도를 보더니 금방 초식을 익혔군.'

선발제인.

독고연은 먼저 공세를 취하는 입장으로서, 여인의 감성과 눈물을 무기로 사용했다.

"끄으응...! 알겠소! 내 모른 척하리다."

결국 현타 도사는 독고연의 존재를 비밀리에 부쳤다.

"하지만 명심하시오! 나는 무붕 저 사기꾼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독고연 소저의 마음을 배려하고 이해하고자 한다는 것을!"

그렇게 현타 도사는 독고연의 설득에 넘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사공희.

"사숙. 저, 상공의 아이를 가졌어요."

"으아아아악!!"

현타 도사는 침몰했다. 그 말에 짝짜꿍하던 이시아와 독고연의 눈동자가 희번득 돌아갔지만, 사공희는 손을 볼에 붙이며 옅에 웃었다.

"꿈에서요."

"야! 너 죽을래?!"

"희 언니.... 그런 농담은 재미없어요...?"

사공희의 도발 아닌 도발에 두 여인이 성질을 냈지만, 충격을 받아 나자빠진 현타도사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 그렇지. 벌써부터 아이를 낳기에는 이르...진...않...."

"적령기죠. 여인으로서 기쁨이 뭐겠어요? 사랑하는 지아비의 아이를 낳는 것이야말로 여인의 참된 기쁨이 아니겠어요?"

"그, 그건 맞지."

"말씀드렸지만, 저는 상공께서 무당파를 떠난다면 태극화고 뭐고 다 내던지고 상공을 따라 떠나겠어요. 제가 무당파에 있는 이유는 사랑하는 상공께서 저를 무당파의 무인으로 만드셨기 때문이에요."

사공희의 배포에 현타 도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내가 지아비를 따르는 데 뭐가 잘못된 거죠?"

"......부위부강(夫爲婦綱). 거기서 삼강을 들다니."

천마기승위로 삼강오륜을 대놓고 거스르는 이시아나 사랑을 위해 가문을 등지고 떠난 독고연과는 달리, 천가장에 있는 여인 중 사공희는 가장 보수적이면서 전통적인 관념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군. 너는 학자 집안의 아이라고 했었지."

"예. 돌아가신 선친의 가르침입니다."

그리고 세 명 중에서 현타도사의 상식과 가장 어울리는 사람은 이시아도 독고연도 아닌 사공희였다. 그는 도가(道家)의 사람일지언정, 그렇다고 유가를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여인이 지아비를 따른다면 어쩔 수 없는 건가. 하아."

결국 현타도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눈을 크게 부라리며 나를 노려봤다.

"무림공적이 괜히 무림공적이 아니군."

"무슨 의미로?"

"천하십대미녀를 꼽아도 손색이 없을 여인을 셋이나 아내로 들이는 것으로 모자라, 그걸로도 부족해서 다른 여인들을 겁탈하고 다니는 색마가 어찌 무림 공적이 아닐 수 있겠소?"

"하하하, 현타야."

나는 일부러 한껏 거들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얘기했지않느냐. 나의 색마 행위는 결국 전 무림의 평화와 안녕을 위한 것이라고."

"헛소리."

"여전히 믿지 않는군. 언젠가 진실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흐흐흐. 아니면 또다시 검증해보겠느냐? 내 말의 진위를?"

"...됐소. 어차피 확인도 안 될 거, 계속 떠들어봐야 공염불이지."

"도사가 공염불이라고 하다니, 쯧쯧. 말세다."

"......."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이들을 품고 있는 것이 천하의 안녕을 위한 지름길임을, 현타도사 또한 분명히 잘 알고 있었다.

"끄응.... 하지만 명심하시오...! 무당파에 해가 되는 일이 있거든, 나는 내 명예가 땅에 떨어지더라도 무당파를 위해 움직일 것이니."

"거 명심할 것 한번 더럽게 많군. 걱정 마라. 나도 무당파를 내 제2의 집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나는 젓가락으로 태극혜검을 펼쳤다. 공중에 떠오른 젓가락은 오늘 새벽에 강에서 잡은 연어구이를 뭉개지지 않고 정확히 뼈와 살을 분리했다.

"태극혜검을 또!! 그런 식으로 자꾸 쓰지 마시오!"

"이게 얼마나 편한데. 요즘 아예 태극혜검만 쓸까 봐."

"무당파의 무공이 그대의 성명 절기도 아니지 않소!!"

"그렇긴 하지. 근데 요즘은 태극혜검을 자주 쓰다 보니 나름 진짜로 편해졌다."

세 여인을 상대로 동시에 비무를 펼치기에 태극혜검만큼 좋은 게 또 없다.

내가 운용하는 태극혜검은 어검술에 특화되어있기에, 천마신공의 구결을 섞어 다른 무공을 펼치는 데 큰 제약이 없었다.

그 혜택을 보는 건 세 여자뿐만 아니라 사정후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사정후의 입막음 비용 대가로 많은 특혜를 베풀었다.

"현타야, 너도 이런 기회가 잘 없다. 네 수준에 맞게 태극혜검을 가르쳐줘, 네 수준에 맞춰 적당한 수준의 비무 상대까지 찾아주는 존재가 어디 있단 말이냐? 네 무공의 발전도 날로 일취월장하고 있지 않으냐. 그게 내 덕분인 건 너도 인정하는 바 아니더냐?"

"으윽...!"

현타 도사는 이미 내가 던진 덫에 빠져들었다.

"등선해야지? 내가 양기가 강해서 그렇지, 마음만 먹었으면 등선도 가능한 반선이니라."

"허...."

무인들이란 자고로 자신의 상승욕이 가장 강한 존재이며, 그중에서도 도사들은 특히 등선을 위한 선공(仙功)을 익힐 때 눈이 돌아가는바.

"흐흐흐, 거기에 네가 1장로가 된 것도 내 덕분 아니냐? 다른 장로들은 현기 도사가 남긴 걸 보고 배우거나 견희에게 배우고 있지만, 너는 따지고 보면 내 직전제자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

"끄으으으...!!"

주먹을 움켜쥐고 부들부들 떠는 게 왠지 모르게 더 괴롭히고 싶어질 정도였지만, 여인도 아니고 수염 가득한 남정네를 괴롭혀봐야 아무 이득도 없다.

"내가 너 건방지게 구는 것도 다 봐주고 있는데 이러기냐? 응? 너희들이 나보고 태사부라며? 아이고, 현기야! 네 사제인 현타가 나를 이리도 모욕하는구나!"

"그건 사기당한 것이오!"

"사기라니? 실전된 태극혜검을 무당에 전해준 자가 태사부가 아니면 또 누가 태사부라고? 우리 한 번 진짜로 진지하게 배분 따져볼까?"

나는 처음 사기를 칠 때 현자 도사라고 사기를 쳤다. 하지만 태극혜검은 현자 도사보다 훨씬 이전에 실전된 무공이므로, 나의 정식 배분을 따지면 태태태사부 급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사실상 시조 다음이 내가 되는데, 진짜 깽판 한 번 쳐봐? 응? 5갑자를 돌고 돌아 나타난 장삼봉의 제자라고 한 번 힘 좀 써봐? 응?"

"...그만합시다, 무붕 태사부. 내가 졌소."

그리하여, 나 또한 무붕으로서 인정을 받았다.

"너 혹시 안 줬다고 삐진 거냐? 아, 거참. 천년하수오가 어디 잡초처럼 무성하게 있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은 백년하수오로 나물 볶아 먹으면서 그런 말 하면 미안하지도 않소? 그게 다 무당산에서 캐낸 것 아니오? 투기장 노름꾼도 개평은 주는 법이오."

"옜다, 천년하수오. 오다가 주웠다."

"고맙소, 태사부."

그리하여, 천가장은 완벽히 무당파 안에 숨어들 수 있었다.

* * *

"가주님,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왜? 별채에서 하루 자고 가지."

"호호, 오늘은 사양하겠어요. 요즘 뭐라고 해야 할까, 딸 셋 가진 어머니가 된 듯한 느낌이라."

진사월은 옅게 눈웃음을 치며 허리를 꾸벅 숙였다. 손님용으로 만들어진 별채뿐만 아니라 본채에도 몸을 누울 방이 있었지만, 그녀는 굳이 호북성 안에 사놓은 저택에서 자기를 원했다.

"딸들이 저렇게 눈치를 주는데 제가 어떻게 여기 있을 수 있겠어요? 원래 신혼집에 장모가 붙어 있는 거 아니랍니다. 후훗."

"그것참.... 바래다주리?"

"아니어요. 이제는 저도 나름 다리 좀 쓰는 여자라 혼자서 귀가할 수 있습니다. 대신 다음에 내공 한가득 넣어주셔요."

"아아, 알았다. 조심히 가거라."

내가 하남에서 호북으로 돌아온 뒤, 진사월은 무당파의 무공을 일부나마 익혔다. 무재는 없었지만 내가 내공을 넣어줄 수 있어, 그녀는 무공을 사용하려면 내게 의존해야만 했다.

"진가장을 잘 부탁한다. 그곳의 가주는 너다, 사월아."

"물론입니다. 가주께서 제게 저택을 맡기셨으니, 성심을 다해 진가장을 잘 꾸려나가겠습니다."

막 울타리를 나선 진사월은 내게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삼가, 다시 한번 더 감읍 드립니다. 홍기에 불과했던 저를 이리 어여삐 여겨주시며, 저택의 주인으로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래. 내가 더 잘 부탁하마."

진(辰)가장. 진사월의 성을 딴 저택으로, 무당파 숲속 미혼표식구궁진의 안에 있는 천가장과는 다른 호북성 안의 작은 장원이다. 나는 진사월에게 이곳에서 제법 가까운 장원을 선물했고, 그녀는 작은 세가의 가주가 되었다.

즉, 이곳 천가장이 본가라고 한다면 진가장은 분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천하 곳곳에서 이곳에 방문할 여인들을 위해, 나는 천가장 이외에도 호북성 안의 별가(別家)를 하나 더 구했다.

"사월 언니, 갔네요. 상공, 그러면 어서 이쪽으로 오셔요."

뒤에 있던 사공희가 내 소매 옷깃을 잡아끌었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몸을 돌렸다. 방이 여러 개 다닥다닥 붙은 상태로 새로이 개축된 천가장에는 방마다 명패가 달려있었다.

태극문(太極門).

마천루(魔天樓).

선녀원(仙女園).

그리고 각자의 방과 모두 연결된 나의 방, 천가장의 중심 비천궁(飛天宮).

"오늘도, 알지?"

"가가. ...하실래요?"

이미 마천루와 선녀원 앞에는 이시아와 독고연이 마루에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공희는 자신의 방-태극문의 앞에 서서, 나를 향해 물었다.

"상공, 오늘 밤은...어디서 주무시겠어요?"

[작품후기]

# 정실결정 아닙니다.

# 그냥 여러분의 기호를 알고자 하는 과정입니다.

# 향후 스토리 전개에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여러분이라면 누구 방으로 들어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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