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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마인증제
팽가의 적녀, 팽신혜가 겁탈을 당했다.
독고연이 납치를 당하고, 을소미가 겁간을 당한 데 이어서, 새로운 피해자가 발생했다.
심지어 색마는 팽신혜에게 ‘⅗’라는, 마치 식당을 다녀간 뒤에 평가를 하듯 팽신혜를 능욕했다.
그런데도 색마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팽신혜의 방에서 도망친 색마는 분명 팽가를 빠져나갔을 리가 없었다. 따로 팽가의 비밀통로를 이용한 것도 아니고,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색마는 과연 어디로 사라졌는가?
답을 알아내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나 하북팽가의 가주 팽이왕이 선언한다! 팽가의 모든 곳을 다 뒤져서라도, 색마를 찾아내라!!”
무공은 전부 잃었지만, 그의 노성은 사자후처럼 널리 퍼져나갔다. 딸이 색마에게 겁탈당한 것을 보고 각혈하는 대신, 피눈물을 머금고 색마 수색에 열을 올렸다.
“가주! 찾을 곳은 다 찾아봤습니다!”
“아니야! 분명 아직 어딘가에 있다! 장원 담벼락은 맹의 무사들이 눈을 밝히고 있는데, 아직 개미 새끼 한 마리 빠져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창고까지 모두 살펴봤습니다! 색마는 없습니다!”
아무리 세가를 뒤져봐도 색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팽이왕이 들끓는 화에 피가 머리에 몰려 쓰려지려던 찰나.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선룡 을지상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색마는 여자를 범하고도 자신감 넘치게 도망쳤습니다. 그렇다면 어쩌면...놈은 한 명으로 만족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유월이!”
아직 팽유월의 방은 들어가지 않았다. 만약 소란을 들었다면 깨어있었을 테고, 팽유월은 색마가 침입했다면 능히 비명이라도 지를 수 있는 무공의 소유자였다.
“가세!”
하지만 그곳 말고는 이제 찾을 곳이 없었다. 색마가 숨어있을 모든 곳을 뒤졌으나 없으니, 소거법으로 팽유월의 방밖에 남지 않았다.
“유월아!!”
팽이왕은 거칠게 문을 열어젖혔다. 선룡과 자룡도 함께 뒤를 따라 들어갔다.
“괜찮습, 허억!”
안으로 단창을 내지르려던 조청홍은 기겁을 하며 몸을 돌렸다.
“실례했습니다. 아이가 자꾸 보채서….”
팽유월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허리의 띠마저 풀어헤친 소복은 좌우로 갈라져, 아이를 낳았음에도 여느 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팽유월의 아름다운 나신을 살짝 드러내고 있었다.
“크, 크흠. 미안하다, 유월아.”
“아니에요.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팽유월은 다소 비몽사몽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의 젖을 물린 아이의 엉덩이를 받쳐 들고 흔드는 모습에 무사들은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색마가 팽가에 들었다.”
“네? 색마가요?”
팽유월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흐트러진 소복을 정돈했다.
“죄, 죄송해요. 자느라 전혀 몰랐어요….”
팽유월은 땀에 흠뻑 절어 있었다. 몸을 좀 크게 뒤척인 건지, 침대도 소복과 마찬가지로 한껏 흐트러져 있었다.
“그, 그래? 그럼 어쩔 수 없-”
“실례하겠소.”
굳은 얼굴로 방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는 선룡의 행동에 모두 표정이 굳었다. 아녀자의 방을, 그것도 젖을 먹이고 있는 여인의 방 안으로 걷는 을지상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이 무슨 무례입니까!”
“실례라고 하지 않았소.”
을지상은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벽을 향해 다가갔다. 놀란 조청홍이 뒤에서 그의 손목을 붙잡으려고 했으나, 이미 을지상은 방 안에서 경공술까지 쓰며 거리를 벌렸다.
덜커덩!
을지상은 큼지막한 옷장을 열어젖혔다. 안에는 팽유월의 옷이 한가득 걸려있었고, 을지상은 거친 손길로 안을 헤집었다.
“을지상!!”
“...없군. 실례했소.”
조청홍이 노성을 지르고 나서야 을지상은 미안한 기색 없이 고개를 숙였다.
“...이 일은 을가장에 정식으로 항의할 것일세.”
팽이왕은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을지상을 노려봤다. 아무리 상황이 그렇다고 한들, 을지상의 행동은 명백한 무례였다.
“유월아.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
“괜찮아요. 저, 저는 괜찮은데….”
당황한 팽유월은 붉어진 얼굴로 밖을 가리켰다. 당황하여 다리를 부스럭거리는 바람에 옷이 흘러내려, 매끈하고 생기 넘치는 다리가 겉으로 완연히 드러났다.
“이, 일단 밖으로 나가주시겠어요?”
무사들은 모두 팽유월의 말에 따라 밖으로 나갔다. 팽이왕만이 문 앞에 남아 몸을 돌려 팽유월과 이야기를 나눴다.
팽가에 색마가 들었으니 주의하라 등등. 조청홍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을지상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자네 제정신인가?!”
“이곳밖에 없네. 분명 내 감이 여기라고 말하고 있는데….”
“없지 않았나. 그 거구의 남자가 숨을 만한 공간이 또 있던가? 없었어!”
“.......”
조청홍이 멱살을 놓자 을지상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방 안에 6척이 훌쩍 넘는 중년인이 숨어있을 자리는 없었다.
“다시 한번 더 찾아보세. 분명 어딘가 있을 거야.”
“음….”
“어서. 가주님께서 더 노하시기 전에 빨리 색마를 찾는 걸세!”
“끙…….”
을지상은 좀처럼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모두가 떠난 뒤.
팽유월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월아를 떼어냈다.
새근, 새근.
젖을 한껏 마신 월아는 다시 잠들었다. 팽유월은 월아를 울타리 쳐진 영유아 전용 침구에 살포시 눕힌 뒤, 침대에 가려진 작은 공간으로 눈을 돌렸다.
"......허."
눈앞에는 이제 막 소년의 티를 벗은 청년이 몸을 바짝 숨기고 있었다. 눈빛만으로도 자신을 임신시키게 만들 것 같던 거구의 남자는 죄지은 어린아이처럼 쭈그러들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천장을 향해 맹렬히 자기주장 하는 양물 만큼은 똑같았다.
“하, 하하.”
양물 하나만큼은 완벽한 어른이지만 아직 소년의 때가 약간은 묻어있는 남자의 모습에 팽유월은 어이가 없었다.
“...그것도 몸을 바꾼 건가요?”
“아니. ...이게 원래 몸인데.”
정체가 탄로 난 것에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청년의 얼굴이 왠지 모르게 낯이 익다. 팽유월은 기억을 더듬었다.
“......아!”
팽유월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팽유월은 분명히 청년을 본 적이 있었다.
“신의의 제자?”
“...라고 사칭 중.”
바깥의 소란이 점차 잦아들자, 청년은 침대 위로 기어 올라왔다. 그리고 팽유월의 가슴 위에 얼굴을 묻고, 양물을 허벅지 사이로 밀어 넣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아나?”
가슴골 사이에서 고개를 든 청년은 명백히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팽유월은 흐트러진 이불을 청년의 위로 덮으며, 두 다리를 살짝 옆으로 벌렸다.
“맘마 먹을래요…?”
“허.”
청년은 어이없어하면서-
“......까꿍.”
팽유월의 가슴을 물었다. 어린 아이 같은 모습에 팽유월은 이불 속에 가려놓은 청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느긋하게 청년의 온기를 즐겼다.
“정말, 월아가 누구 닮았는지, 아앙….”
찌걱.
청년은 양물을 팽유월의 꽃잎 사이로 밀어 넣었다. 위에서 엎어진 각도 때문에 휘어지듯 들어갔지만, 팽유월은 손으로 입을 막으며 숨을 참았다.
찌걱, 질컥.
“팽유월님, 지금부터 저희가 밖에서 경계를 서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말해주십시오.”
“네, 알겠어요.”
밖에서 들려오는 무사들의 목소리에 팽유월은 숨을 죽였다. 가슴을 좌우로 모아 젖샘을 동시에 공략하는 색마의 아이 같은 행동에 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만나면 그거, 교배천근추 해달라고 보채려고 했지만….”
팽유월은 잔잔하면서 느긋한 삽입에 진한 안도감을 느꼈다.
“이것도...좋네요. 상공.”
팽유월은 젖샘이 텅텅 비어버리겠다 싶을 때까지, 아기 색마가 만족할 때까지 기다렸다.
***
젖무덤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팽유월과 한 시진 가량 이어진 느긋한 정사에서 안에 진득하게 사정을 하고 행위를 끝마쳤다.
"나는 비천색마라고 한다."
나는 팽유월에게 내 정체를 밝혔다. 사공희나 이시아, 독고연에게 했던 것처럼, 나의 무공 수위와 힘을 확실히 밝혔다.
"나는 혈교를 막고자 한다."
그리고 아직은 그들에게도 밝히지 않은 무림의 이면에 대해 밝혔다. 정마대전의 뒤에 숨어 암약하는 존재들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었다.
"팽신혜. 그녀는 혈교의 교인으로 죄없는 여인을 고문하고 피를 착취하여, 제물로 바치고자 했다."
팽유월은 내 말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자신을 범하고 아이까지 낳게 한 다음 떠난 남자의 말이었지만, 팽유월은 귀를 기울이고 내 말을 경청했다.
"내가 양물로 팽신혜를 범해 금제를 걸었지만, 하북팽가는 여러모로 위험하다. 그러니 월아."
나는 내 옆에 손을 잡고 앉은 팽유월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이를 데리고, 나와 함께 가겠느냐?"
"빙색마인으로서 팽유월과 딸을 납치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허상인 독고연과 달리, 이번에는 진짜로 팽유월과 아이를 안고 도망쳐야한다. 이전처럼 포위망을 뚫기는 다소 어려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팽유월이 원한다면 나는 얼마든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아니요. 거절합니다."
팽유월은 내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저는 하북팽가의 여인입니다. 팽가가 곧 저이며, 저는 팽가를 떠날 수 없는 사람입니다."
"내가 강제로 납치한다고 하면?"
"상공을 설득할 것이어요. 제가 단신의 여인이라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겁간을 당하고 납치를 당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홀몸이 아니에요."
팽유월의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자는 월아는 나와 팽유월을 쏙 닮았다.
"아이를 데리고 호북 먼 곳까지 갈 수는 없어요."
"......."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정상적으로 마차 여행을 해도 위험하건만, 무림인들의 추적을 뿌리치고 도망을 다녀야하는 상황에 이제 한 살인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던 어불성설이었다.
"저는 하북팽가를 지키겠어요. 그리고 상공의 아이를 이 세가의 으뜸으로 키우겠어요."
팽유월의 당찬 포부에 나는 설득을 포기했다. 팽유월은 나의 여자이기 이전에, 내 아이의 어머니였다.
"...먼 훗날. 천가장이라는 곳이 나타날 것이다."
나는 팽유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림에 평화가 내려앉고, 중원 전체가 천가장의 이름을 알게 된 날. 팽가에 혼담이 들어갈 것이야. 천하제일인의 가문이지."
"후후, 애 딸린 과부에게 천하제일인이 혼담을 넣다니."
"싫으냐?"
"아뇨. 그럴 리가요."
팽유월은 내 볼에 입술을 맞췄다.
"추가장이나 백가장보다는 훨씬 낫네요. 하늘같은 지아비를 섬길 영광을 주셔서 고마워요. 천가가."
"그래. …월아를 잠시 안고 있거라."
나는 팽유월의 품에 안긴 월아의 등에 손을 올렸다. 단전에서 흘러나오는 내공은 월아의 모든 혈맥을 천천히 개방시켰다.
"어머, 설마…?"
"벌모세수다."
시간이 제법 걸리기는 하지만 나는 내공으로 시간을 대신했다.
"제법 막대한 공력을 불어넣었으니 월아는 병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어지간한 영약 100첩보다 더 효과가 영혐할 것이야."
"그치만 아버지의 빈 자리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윽."
아픈 곳을 찌르고 들어온 팽유월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팽유월은 쿡쿡 웃으며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천가장,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물론. ...그리고 한 가지 오해하게 했는데."
나는 팽유월의 하복부에 손을 올렸다. 그녀의 안에 불어넣은 나의 양기를 전신으로 퍼뜨렸다.
"......어머."
"혼담을 넣기 전까지 오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언제든 대붕이 오는 날을 기대하거라."
나는 팽유월의 고개를 돌려 입을 맞췄다. 우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짧은, 풋풋한 입맞춤이었다.
"교배천근추는 다음에 왔을 때 해주도록 하지."
"다음...요?"
"그래. 천가장도 슬슬 기틀이 잡히고 있거든."
나는 몸을 일으켜세웠다. 팽유월은 아쉬워하며 내 손을 붙잡았다가, 슬며시 놓았다.
"몇 밤 자면 오실 건가요? 월아가 물으면 알려주려고요."
"그것 참 곤란한 질문이군."
"후후. 농담이에요. 저는 가가가 주시는 쾌락도 좋지만...세상에서 더할 나위 없는 사랑을 받은 걸요."
팽유월은 월아를 품에 안고 싱긋 웃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가가. 당신과의 첫 만남은 좀 그랬지만...당신이 주신 선물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랍니다."
"그대 또한 그렇소."
나는 팽유월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내게 월아를 선물해주셨으니."
"어머. 머리 치지 마세요. 저 거기 민감하니까."
"...크흠."
"잊으셨어요? 머리 대신 어디를 때려주시기로 했는지?"
"허."
잊을 리가 없지. 나는 팽유월과 마지막으로 입을 맞추고, 월아에게도 입을 맞춘 뒤 몸을 돌렸다.
"다음에 보지 딱 대라. 월아 동생 만들어 줄 각오로 올테니."
"......정말, 기대하시게 만드시기는."
팽유월은 붉어진 얼굴을 뒤로 돌렸다. 소매로 눈물틀 훔치며, 팽유월은 내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 참. 팽신혜 말이에요."
"걔가 왜?"
"팽신혜는 5점 만점에 3점인데, 저는 몇 점이에요?"
"없어."
나는 좁은 창문을 열었다. 빙색마인은 탈출이 불가능하지만, 내 원래 몸은 무리없이 빠져나갈 수 있었다.
"나는 내 부인들에게 점수같은 거 못 메겨. 너는 어떠냐?"
"저도 못 메겨요. 비교할 대상이 없는데 어떻게 메기겠어요? 다만…."
팽유월은 배시시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너무 오래 독수공방시키면, 있던 점수도 떨어질 지 몰라요? 그러니까…."
팽유월은 내게 새끼손가락을 뻗었다.
"...조금은, 자주 찾아 오실 거라고 약속해주세요."
"약속하지."
나는 팽유월과 손가락을 걸었다.
"생각보다 너무 자주 찾아와서 놀라지는 마라."
색마는, 하늘을 날아다니니까.
[작품후기]
기러기색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