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121화 (12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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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 떨어뜨린 날

존나 아프다.

전신이 터질 것처럼 아프다. 불에 타들어 가는 것보다 더한 고통에도 나는 웃어야만 했다.

“의원님, 여기 있는 꽃은….”

“하하, 아름답구려.”

독고연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동안, 나는 표정 관리를 하느라 애를 먹었다.

‘씁, 천환단 효과가 아직 안 돌았어.’

비천빙마로서 무림맹 특별비무장의 지하에서 분탕을 치고 난 뒤, 나는 상처 입은 몸을 급히 원래대로 되돌렸다.

‘역체변용술을 다 좋은데 상처 입으면 난감하단 말이지.’

나는 독고자영에 의해 심장이 찔릴 뻔했다. 적당한 때에 도주할 수밖에 없는 상처를 입으려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설마 진짜로 심장 근처까지 검이 닿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내공부족.

아직 내 몸의 내공이 파천신검의 검기를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빙마에게서 갈취한 내공을 모아도 현경 고수를 상대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세 가지 힘을 합쳤다.

천마신공에 폭혈까지 일으켜, 나는 잠깐이나마 무림맹의 고수들을 상대로 귀신처럼 날뛰며 독고자영과 비슷한 검기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래도 내공이 부족하다니, 미래천마와 파천신검이 확실히 대단한 여자들이야.’

그들의 힘을 온전히 끌어내려면 공력이 최소 5갑자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전 무림의 희망이었던 자들이니, 모든 문파가 온갖 영약을 몰아줬었지.’

혈교와의 전쟁 당시, 두 여인은 소림의 대환단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문파의 영약을 흡수하며 힘을 모았다.

‘실제 본인들의 공력이 7할, 영약의 힘이 3할.’

당시 무림의 전쟁은 맹주와 천마가 각 문파로 퇴각하며 공력을 쌓고, 혈교가 그걸 뒤쫓으며, 태극검후같은 이들이 길을 막아서며 시간을 버는 싸움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최후의 순간에는 둘 다 혈강시에게 패배했지만, 둘은 생사경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강해졌었다.

그런 자들의 힘을 고작 화경 정도의 내공으로 사용하고자 했으니, 근맥과 기혈이 뒤틀릴 수밖에.

‘폭혈이 아니었으면 그만큼 힘을 내지도 못했어.’

나는 일부러 주화입마에 걸리기 위해 혈기를 폭발시켰다. 덕분에 현경에 이르는 무공을 화경의 내공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모든 힘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

검에 찔린 순간, 내가 토한 각혈은 무리한 내공 운용으로 인한 것이었다.

‘다음번에는 이런 개고생하지 말아야지.’

즉, 나는 가슴이 찔린 상처보다 전신의 혈맥이 뒤틀리는 바람에 입은 피해가 더 심했다.

의원이 내상을 입는다는 게 참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그만큼 반대급부가 따른다면 한 번 정도는 시도해봄 직하지 않을까.

“의원님, 지금 제 말 듣고 계셔요?”

“물론이오. 이 넓은 호수를 넘어 씨가 여기까지 날아오다니. 자연이란 정말이지 대단하군.”

“그렇죠? 정말...아름다운 풍경이에요.”

독고연의 말대로 동백화원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좌우로 펼쳐진 나무들은 정갈하게 수풀을 이루고 있었고, 가지 사이사이에 피어오른 붉은 동백꽃은 만개하여 코를 간질였다.

“...후우.”

선녀들이 노니는 화원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괜히 무릉도원이라는 말이 붙은 게 아니다 싶을 정도로 화원은 예뻤다.

왠지 모르게 천환단의 기운도 꽃내음에 전신에 더 많이 스며드는 것 같았고, 고통은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제 좀 편안해지셨어요?”

독고연은 웃으며 손을 놓았다. 뒷짐을 지며 몸을 돌린 그녀는 나를 올려다보며 슬며시 웃었다.

“많이 힘들어 보이셨어요. 이제는 괜찮으시죠?”

“물론이오. 정말로 덕분에 몸이 낫는 것 같군.”

“후훗, 그러면 의원님. 제가 의원님을 낫게 해드렸으니까, 의원님이 저를 낫게 해주셔야겠죠?”

“...허.”

선녀다. 하늘하늘한 연보라색 옷을 나풀거리는 독고연은 두 눈 뜨고 다시 봐도 선녀 같았다.

“알겠소. 그럼 갑시다.”

꽃을 따러 가야 할 때가 드디어 도래했다. 나는 쓰라린 속을 억누르며 바깥을 가리켰다.

“......의원님.”

독고연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녹음이 짙게 깔린 바닥에는 이미 한껏 만개한 동백꽃들이 이부자리처럼 넓게 펼쳐져 있었다.

“치료...꼭 방에서 해야 하는 건가요?”

못 참겠다. 나는 앞으로 달려가 독고연을 와락 끌어안았다.

* * *

여자 셋이 모인다. 하하 호호 웃는다.

여자 하나가 사라진다. 그때부터 둘은 사라진 여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시아, 역시 우리가 잘못한 것 같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흑백이화, 사공희와 이시아는 주인이 사라진 방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천환단의 힘을 이용해 몸을 치료했다고 한들, 내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역시 저희가 음기를 채워드렸어야 할까요?"

"글쎄.... 적어도 그러면 오늘의 주인공은 크게 실망하겠지."

이시아는 비어있는 독고연의 방을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쯧. 나도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걸. 괜히 내가 먼저 덮쳐서."

화원으로 수줍게 잡아끄는 소녀. 젊은 혈기를 참지 못하고 소녀를 덮치는 소년. 꽃밭에서 둘이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며 정을 나누는 풋풋한 모습에 이시아는 감성에 잦아들었다.

"좋을 때다. 저러다 한 번 천마남근추(天魔男根墜)로 위에서 찍혀보면 마음이 달라지겠지."

"그러게요. 아아, 부럽다. 저도 빨리 상공께 태극육효구궁진(太極六爻九宮陣)을 받아야 하는데...하아."

"......."

"......."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태극육효구궁진? 그게 뭐야?"

"천마남근추라니, 혹시...."

사공희는 비어있는 침대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이시아의 손을 잡아끌며, 침대를 가리켰다.

"저희...서로 도울까요? 초식 연습을 하는 거예요."

"뭐? 자, 잠깐만! 아무리 그래도 여자 둘이서, 히익?!"

"자세만 연습해요, 자세만~"

"......자세만 하는 거다...? 아무리 너라도 거, 거기는 걔 전용이니까!"

태극이화. 친선비무 연장전 개시.

* * *

“꺅!”

독고연을 안고 그대로 바닥을 향해 몸을 던졌다. 수풀 침대는 화원의 주인을 살포시 떠받쳤고, 나는 백발로 나를 올려다보는 독고연을 위에서 내려다봤다.

“.......”

독고연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녀는 환자였고, 나의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륵.

나는 선홍빛 입술 위에 살포시 입을 포개었다.

사공희처럼 혀를 섞는다거나, 이시아처럼 끈적한 입맞춤은 아니었지만, 입술을 붙이며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풋풋함이 오히려 좋았다.

“연 소저, 미안하오. 의원으로서 실격이오.”

“저도 환자로서 실격이랍니다.”

내가 말을 잇기도 전에 독고연은 내 목에 팔을 걸었다.

“환자가 의원님을 마음에 품다니, 나쁜 아이죠?”

“그래서 미안하오. 내가 너무 매력적이라. 이 얼굴이 워낙 잘생겼어야지.”

“저는 의원님의 얼굴에 반한 게 아니에요.”

독고연은 볼을 부풀렸다가 내 볼을 이리저리 쥐어뜯었다.

“의원님께서 저를 완전히 낫게 해주시니까. 그것만으로도 저는 제 평생을 바칠 의향이 있답니다.”

“그건 좀 그렇군. 나 말고 다른 의원이 나타나 그대를 치료한다고 하면, 그대를 빼앗기는 셈이 아닌가?”

“어머나, 의원님. 지금 질투하시는 건가요? 생명의 은인에게 연심을 품게 만드셨으면서? 후후, 걱정 마세요. 저도 이왕이면….”

독고연은 오른손으로 내 볼을 쓰다듬었다.

“연모하는 멋진 분께 제 처음을 드릴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나도 마찬가지요.”

사락, 사락. 나는 독고연의 옷을 천천히 풀어 헤쳤다. 띠의 매듭을 풀어 좌우로 늘어뜨리고, 단단히 동여맨 겉을 좌우로 풀었다.

“그대를 치료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영광이오.”

“정말 치료만이에요?”

“...그대를 품을 수 있어서, 정말 기쁘오.”

진심이었다. 그리고 진심 어린 대답에 독고연은 웃음꽃을 피웠다.

사락.

나는 손을 아래로 뻗어, 한복 치마 아래로 손을 뻗었다. 옷 아래의 새하얀 나신을 당장이라도 보고 싶었으나, 그건 몸을 치료하고 난 뒤다.

‘절맥증 때문에 지금은 성감을 거의 못 느껴.’

십팔음뇌절맥을 치료하고 난 뒤에, 그녀는 비로소 더 잘 느낄 수 있게 되리라.

“아아, 의원님….”

그런데도 달뜬 목소리로 기대감을 내비치는 건, 독고연이 육체적 쾌락만으로 나를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원님 손이 닿을 때마다 자꾸 안이 몽글몽글해요.”

“몽글몽글? 흐.”

나는 독고연의 표현에 웃음이 나왔다. 독고연은 그걸 내가 비웃는 것처럼 느꼈는지 볼을 부풀렸지만, 곧 내가 그녀의 은밀한 곳에 손을 대자 움찔거리며 긴장했다.

“나아가는 거요.”

천상의 존재가 되기 위해 꼬여가던 혈을 인간계의 혈로 아주 천천히 풀어주고 있으니, 안정된 감각을 느끼는 건 당연할 것이다.

“얘기했지. 성교가 그대의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네…거짓말 같았는데, 이렇게 진짜가 될 거라고는 몰랐어요. 하으으….”

독고연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몸을 떨었다. 기분 좋은 떨림과 미소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 하앗….”

기혈의 흐름이 안정될 때마다 그녀는 가볍게 절정하기 시작했다.

“의원님…. 저 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아요, 하앙.”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을, 오랜 시간 선녀화의 영향으로 잠들어있던 성감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저, 뭔가 잘못되고 있는 거, 흐읏, 아니죠?”

“잘못되기는.”

사락. 나는 치마 속으로 집어넣은 손으로 속옷을 잡아당겼다. 순백의 속옷은 앞부분이 살짝 젖어있었고, 나는 그걸 치마 속에서 꺼내 뒤로 던졌다.

“이렇게 젖은 게 지금 낫고 있다는 증거요.”

“흣?!”

찌걱. 나는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가장 은밀한 곳에 손을 집어넣었다.

‘많이 좁다.’

손가락 두 개를 넣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있었다. 몸을 치료하기 위한 주사를 놓다가 괜히 찢어지기라도 한다면 의원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러니까 풀어 놓아야지.’

손가락으로? 아니다. 지금 독고연은 성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나와 이어지고 있다는 충족감에 마음이 쾌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므로 손가락을 넣는 게 아니라, 바로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이미 8강전을 치르던 지난 밤, 사전작업은 끝내놓았다.

“연 소저.”

나는 독고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가슴 앞의 매듭만 풀어헤친 독고연은 옷을 입은 채, 속옷만 벗겨진 채로 내 말을 기다렸다.

“시작하겠소.”

나는 바지를 벗어 뒤로 던진 뒤, 독고연의 치마 안으로 무릎을 밀어 넣었다. 작고 앙증맞은 둔부에 무릎 끝을 붙였다.

“의원님, 무릎은 괜찮으셔요?”

“나는 그대의 등이 괜찮냐고 묻고 싶은데.”

나는 독고연의 다리를 좌우로 살짝 벌렸다. 치맛자락을 무릎에 걸치고 있다는 것 때문인지, 독고연은 다리를 오므리려다가 벌렸다가 하며 망설이고 있었다.

“연. 주사를 놓을 때는 따끔할 거요.”

“피. 안 아픈 주사가 어디 있나요.”

“...그대에게 처음 겪는 고통일 테니, 조심하시오.”

찌걱. 나는 남근의 첨단을 꽃잎 위에 살짝 놓았다. 그러자 그녀의 속에서 뜨뜻미지근한 밀액이 서서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성감은 적어도 육체는 솔직하다. 머리로 이미 남자를 받아들인다고 생각한 이상, 몸은 기본적으로 그에 대해 준비를 하게 되어있다.

“아아...크네요, 정말. 입으로 먹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것 같아요.”

독고연은 내 양물을 입으로 삼켰을 때와 비교하며 몸의 긴장을 풀었다. 덕분에 내 귀두는 아주 천천히, 안쪽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갈 수 있었다.

“으윽…!”

몸을 파고드는 이물감. 독고연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삽입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으으…. 지, 진짜 크네요…. 언니들이 의원님 주사가 진짜 큰 거라고 하셔서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했는데…!”

“둘이?”

“네, 하아. 의원님의 치료가 효과가 좋은 이유는, 흐응, 남들보다 더 크고 단단한 장침 덕분이라고...후흣.”

독고연은 아주 천천히, 하지만 몸을 떨며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입술 위에 올린 손은 무언가를 움켜쥐듯 작게 말아쥐었고, 나는 독고연의 허벅지에서 골반으로 손을 옮겼다.

“말하지 말고, 이 악물고.”

톡톡톡.

주사를 놓겠다는 신호로 골반을 손으로 건드리자, 독고연은 눈을 감으며 숨을 참았다. 나를 전적으로 믿고 몸을 맡기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스륵.

무릎 위에 걸쳐있던 치맛자락이 허벅지 아래로 흘러내렸다. 곱고 매끈한 다리는 아담하고 작아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만 같았다.

‘잘 자랄 거야.’

혈맥이 뒤틀려 성장에 제한이 걸린 나머지, 파천신검은 상당히 작은 체구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선녀에서 여인으로.

나는 아주 천천히, 나의 양물을 밀어 넣었다.

[작품후기]

색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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