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120화 (120/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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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구검

무림에서 끊이지 않는 논쟁이 있다면, 단연 천하제일인이 누구인가하는 문제일 것이다.

나야 명확한 답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정답을 모르고, 당연히 사람과 사람을 비교하기 마련이다.

맹주가 더 강하지 않나?

천마가 더 강할 걸?

내가 아는데, 맹주나 천마보다 강한 자가 분명히 있음.

그게 점점 확대되며, 천하십대고수까지 늘어나면 이제 사람들끼리 언쟁이 아니라 주먹다짐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특히 천하십대고수가 어떤 세력에 들어간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무림맹주가 그랬고, 천마가 그랬다.

다만 나는 여기서 한 가지 분탕을 더 치고자 한다.

'그래서 지금 천하십대고수랑 미래의 천하십대고수랑 비교하면 어떻냐?'

무림은 언제나 변하기 마련.

혼란의 시대, 무림 내부에 혈겁이 차고 넘치는 난세.

평화의 시대, 정마가 서로 하하호호 화기애애하게 비무장에 모여 비무를 벌이는 태평천하.

- 투쟁은 인간의 발전을 가져오지.

혈교주는 말했다. 인간이라는 종자는 무언가로부터 싸워 이기는 것으로 강해지는 존재라고. 무림인들은 그 중에서도 투쟁에 의해 더욱 강해지는 종자들이라고.

그리고, 무림의 난세에 더욱 강해지는 괴물들이라고.

태극검후가 지금의 현타도사보다 강하다.

어검술로 네 개의 검을 날리고 손에 쌍검까지 움켜쥘 수 있던 그녀는 무당 역사상 개파시조 이래 최강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미래천마가 지금의 천마보다 강하다.

탈마의 극의에 이른 그녀는 초마교인으로서 내 앞을 가로막았다. 금빛으로 찬란하게 물든 그녀는 목숨으로 나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독고연이 독고자영보다 더 강하다.

같은 무림맹주, 같은 천하제일인, 같은 독고구검의 사용자지만 살아간 시대가 다르다.

독고연이 살던 시대, 혈교가 판을 치던 시대에는 용봉지회도 없었다. 하루에 중원 곳곳에서 수 천, 수 만 명이 죽어나가는 전쟁이 일어났던 시대다.

그리고 독고연은 자신이 익힌 독고구검을 더욱더 발전시켜나갔다.

마교를 상대하며, 혈교인들을 상대하며, 독고구검의 칼날은 더욱 예리해졌다.

그러니까, 섞는다.

하단전에 빙백신공으로 기틀을 잡아 강기로 빙검을 만들어내고, 천마신공으로 빙백신공의 내기를 상단전까지 단숨에 끌어올린다.

그리고 이에 편승하는 무공은 독고구검.

그리고 세 개가 어우러진 힘을 나의 피로서 하나로 전부 아우르는 신검합일. 혈검합일이라고 불러도 되겠지만, 피 또한 나의 육신이다.

'바야흐로, 천하제이인.'

천마와 맹주의 무공이 합쳐진 그 날 뒤로, 어떤 자도 감히 혈강시를 이길 수 없었다. 그녀를 제외하고.

'근데 지금 아무리봐도 구천현녀는 없네?'

그럼 이겼다.

설령 내가 독고구검을 사용한다고 해도, 독고자영에게 들킬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

'알 리가 없지.'

다시 한 번 더 이야기하자면....

독고구검에는 초식이 없다.

독고연의 검에는 초식이 없다.

파천신검은 오직 상대를 죽이거나 제압하기 위한, 철저한 실전형 검술이다.

전쟁의 시대.

무와 리를 담았던 초식은 서로 죽고 죽이는 난세의 전쟁에서 거추장스러운 약점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파천(破天).

무공이 적을 죽이기 위한 기술이어야 할 수 밖에 없었던 시대.

인간의 상식과 무림의 도리를 가장 먼저 깨뜨렸던 자가 바로 독고연이다.

* * *

강하다.

그리고 미쳤다.

북해빙붕 의사백, 빙마는 단적으로 복수에 미친 귀신이었다.

‘아무리 은원이 있다고 한들 이 정도로 복수를 위해 힘을 기르다니.’

빙마는 화경의 고수였다. 개방, 화산, 아미의 공격을 빙백신검과 빙백신장을 적절히 섞어가며 모두 튕겨내고 막아냈다.

“비켜라, 나는 너희들에게 관심 없다!!”

빙마는 처절한 목소리로 검을 휘둘렀다. 초식 따위는 없었고, 오직 맹주만을 향해 바라보며 다가오고 있었다.

“큭, 강하다!”

“조심하시오!”

맹의 무인들이 맹주의 앞을 가로막으며 빙마를 저지하려 들었다. 하지만 빙마는 그들을 하나 하나 전부 제압하며 괴성을 질렀다.

“꺼져라! 죽여버리기 전에!”

개방의 타구곤을 반으로 갈라 방주를 걷어차고, 아미의 파사현정검을 정면으로 깨뜨려 장문인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

독고자영은 내기를 가다듬었다. 복수귀는 살겁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인을 납치하여 채음보양한 음적이며, 색마다.

“나는 너를 모른다.”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도 의사백이라는 자는 듣도 보도 못했다. 검은 머리를 대입해보기도 했지만, 의사백은 그의 기억에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아무 죄없는 여인을 상대로 못된 짓을 하고 나를 유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은 건 무인으로서, 맹주로서 용서할 수 없다.”

호흡을 가다듬고, 검끝을 빙마에게 겨눴다.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적인 만큼, 무림맹의 고수들이 시간을 버는 만큼 빙마는 틈이 늘어났다.

“색마 의사백. 너를 죽이겠다.”

“비켜라니까아아아!”

빙마는 처절한 괴성을 질렀다. 그게 꼭 사냥꾼들에게 몰이당하는 야생짐승과도 같았고, 독고자영은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검에는 의지가 담겨있다.

특히 검의(劍意)의 경지에 오른 이와 상대한다면, 검을 맞부딪히는 것만으로 상대를 알 수 있다.

‘나 때문이다.’

빙마가 휘두르는 살검의 아래에는 바른 길을 걷던 무인이 있었다.

어떤 목표를 위해 자신을 가열차게 몰아붙이며 검기를 쌓아오던 자가, 어느 순간 무언가를 계기로 철저하게 적을 죽이기 위한 살검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내가 저 자를 저렇게 만들었다.’

기억에는 없지만, 저렇게 처절한 복수를 외치는 자를 두고 어찌 부정할 수 있으랴.

“나를, 나를 감히 기억하지 못 해?! 크하하! 그래, 네 놈에게는 고작 한 낱 삼류 쓰레기에 불과했겠지!!”

짐승은 피를 토하며 검기를 뿌렸다. 드디어 빙마와 독고자영사의 길이 열렸다.

“죽어라----!!”

빙마는 자신을 향해 베어오는 칼날을 모두 튕겨낸 뒤, 무인들의 틈을 파고들어 포위망을 돌파했다. 붉은 안광을 흩뿌리는 빙마의 검에는 이전에는 없던 살기가 차고 넘쳤다.

“은원은 생기기 마련. 하지만 복수에 눈이 먼 자는 내게 이길 수 없다.”

독고자영은 순식간에 전력을 끌어올렸다. 빙백신검, 천마신공,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살검(殺劍)을 깨뜨리는 방법은 오직 하나 뿐.

“파신(破身).”

육체를 부순다. 독고자영은 폐부를 찌르고 들어오는 한기를 향해 한 발을 내딛으며 검을 앞으로 찔렀다. 빙마 또한 뛰어올라 검끝을 겨누며 독고자영의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흡!”

“죽어라!!”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검을 찔렀다.

평행하게 교차하는 철검과 빙검은 서로를 향해 내지른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정지했다.

“맹주!!”

무림맹의 무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커흑!"

빙마가 입에서 피를 뿜었다. 빙마의 검은 독고자영의 옷을 찔렀다.

하지만 독고자영의 검은 빙마의 가슴을 찔렀다. 고작 한 치 차이였지만, 둘의 차이는 명백했다.

“내 승리다, 빙마.”

“크허, 허헉…! 흐흐.”

검에 빙마의 피가 튀었고, 독고자영은 인상을 찌푸렸다.

얕았다.

파검식으로 정확히 빙마의 심장을 노렸으나, 빙마는 마지막 순간 가슴을 내기로 보호하며 급소를 보호했다.

"...쿨럭."

하지만 빙마의 입가에 흐르는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독고자영은 가슴에서 흐르는 피가 검신을 거꾸로 타고 다가오자 화들짝 놀랐다.

"폭혈?!"

"흐, 흐흐.... 나도 여기까지인가."

과도한 천마신공의 운용과 폭혈대법의 부작용으로 혈맥이 뒤틀렸다. 빙마는 뒤로 두 세 걸음 뒤틀거리며 물러났다.

와장창!

빙백신장으로 검면을 튕겨낸 빙마의 공격에 검이 깨져버리고 말았다. 독고자영은 손잡이까지 타고 흘러들어오는 검붉은 빙기에 검을 내동댕이쳤다.

조금만 늦었어도 손이 전부 얼어버릴 뻔 했다.

그리고 그 틈을 빙마는 놓치지 않고-

"오늘의 일을, 크흑, 잊지 않으마...! 꼭 살아서, 복수를 하겠다!"

도주했다. 우연인지 아닌지, 빙마는 마침 비상탈출구 쪽에 서있었다.

"크흐, 흐하하! 잊지마라, 고자영! 의사백이 너를 죽일 것이다!!"

비상탈출구의 앞에 거대한 얼음벽을 만든 빙마는 꼴사납게 몸을 돌렸다.

"......나는 그대를 모른다. 그리고 그대를 여기서 놓칠 수도 없지."

스륵.

독고자영은 빈 손을 옆으로 뻗었다. 그러자 빙마가 빙검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그의 시퍼런 강기가 검이 되었다.

"놓칠까보냐, 이 음적!"

"흐하하하!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 네놈은 나를 영원히 잡을 수 없을 것이니! 나는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 되어, 너를 평생 저주할 것이다!!"

독고자영은 검을 옆으로 크게 휘둘렀다. 빙벽은 순식간에 반으로 잘려 파괴되었고, 독고자영은 비상탈출구로 달려나가는 빙마의 뒤를 쫓으려했다.

구구구구.

거대한 진동이 울려퍼졌다. 독고자영은 천장을 올려다봤다.

쩌적, 쩌저적.

파괴된 빙벽은 천장을 향해 거꾸로 솟아나있었다. 고드름이 천장을 찌른 것 같은 모습에 독고자영은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자신이 있는 곳 바로 위는 분명, 비무장이었다.

"위험합니다! 맹주!!"

군사의 목소리에 독고자영은 뒤로 크게 뛰었다.

구구구구구.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천장을 지탱해주던 보가 고드름침에 꿰뚫려 하나 둘 아래로 주저앉았다.

쿠구궁!

길이 막혔다. 무너진 천장과 비무장의 잔해 위로 태양빛이 비쳤고, 객석을 지나 비상통로를 향해 달려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주화입마에 걸렸으니 멀리 도망가지 못했을 것이다! 어서 쫓아!!"

독고자영의 낮은 외침에 무림맹의 고수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맹주! 어차피 비상탈출로 끝은 깎아지른 절벽과 폭포 뿐입니다! 막다른 길이에요!"

"그렇습니다! 놈은 이미 죽은 몸입니다!"

"빨리 가서 찾아! 죽어가던 놈이 계곡에 빠져서 살아돌아온 것만 내가 100명은 넘게 봤다!"

독고자영의 외침에 고수들은 급히 흩어졌다. 밖은 웅성거리는 군중의 혼란으로 가득했고, 독고자영은 검강을 해제하며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군사.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소. 그러니...."

독고자영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괴인이 침투하여 비무장을 붕괴하려고 한 걸, 무림맹이 막았다는 것으로 포장하도록 합시다."

"예? 하지만 그러면 맹이 당한 걸로 사람들이 인식할 겁니다!"

"유설라 양의 미래를 생각합시다. 군사. 그리고...."

독고자영은 살기 가득한 눈으로 무너진 잔해를 주시했다.

"시기가 잠잠해지면 의사백이라고 하는 자를 무림 공적으로 부르겠소."

군사의 지시에 따라 맹의 무사들은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림맹은 괴한을 놓쳤다. 하지만 유설라라는 무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괴한이 저지른 짓은 공식적으로 '없는 일'이 되어야 한다.

유설라는 정자사태를 십할로 이기고 육봉에 올랐어야 했을 자다. 유설라의 미래를 위해, 독고자영은 출혈을 감내하기로 했다.

"빙마…."

하지만 어째서일까. 독고자영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참을 수 없었다. 맹의 얼굴에 먹칠을 당했다는 분노?

아니다.

"어째서…?"

마지막 순간.

빙마의 검은 독고자영의 심장을 겨눈 채 멈췄다. 마치 피를 볼 수 없다는 듯이.

만약 빙마가 검을 멈추지 않고 찔렀다면….

"...아니지. 만약은 없다."

독고자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몸을 돌렸다.

"다음번엔 반드시 죽인다."

빙마, 의사백.

복수를 외치는 귀신의 이름이 자꾸만 그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 * *

비무대회는 갑작스런 지하실의 붕괴에 따라 일시 중지되었다. 흑백이화의 비무에 따라 안 그래도 비무장은 난리가 났는데, 그나마 멀쩡했던 비무장까지 무너지면서 견디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봉결정전이 이대로 끝나는가?

아니다.

- 무림맹에 5천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비무장이 있지!

이봉결정전은 추후 있을 용봉지회까지 생각하여 특별히 새로 만든 건물이었다.

당연히 기존에 무림맹에도 비무장이 있다. 2만명을 수용할 만큼은 아니지만, 5천명도 적은 수는 아니다.

- 유설라와 정자사태의 대결은 사흘 뒤, 맹의 비무장에서 진행하겠소.

혹자는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미 흑백이화의 아름다운 비무를 본 군중은 즐거운 마음으로 객석을 떠났다. 이미 그들은 은자 한 냥 값을 충분히 즐겼다.

유설라와 정자사태에게는 미안하지만, 둘의 비무를 보는 것보다 흑백이화의 비무를 보는 게 더 흥미진진했다.

- 나중에 해도 상관없소!

결국 이봉, 아니 일봉결정전은 다시 이루어지겠지만, 맹은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사흘의 여유를 뒀다. 사라진 복수귀, 빙마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을 알고 있는 극소수의 거대 문파들은 여인들을 숨겼다.

특히 세간에 널리 이름을 날린 독고연의 경우, 직접적인 은원의 대상자인 독고자영의 딸인 만큼 다시 독고세가로 돌아가게 되었다.

유설라를 습격한 빙색마인(氷色魔人)이 어디서 살아돌아와 딸을 노릴 지도 모르니까.

다행히 흑백이화가 상황이 끝나기 전에는 독고세가에 머무르기로 하여, 독고자영은 안심하고 딸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원 안에 가둔 채 밖에서 상황을 정리했다.

그렇다. 가뒀다.

독고자영은 독고연을 다시 가뒀다. 독고연은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장원의 다리를 따라 걸으며, 표정 없이 정자로 향했다.

"......검봉이 된 걸 축하하오, 연 소저."

이미 정자에 있던 청년은 상당히 피곤하고 수척해보였다. 그는 뭔가 말하고 싶은게 있어보였지만, 금방이라도 비틀거리며 쓰러질 것 같아보였다.

"의원님."

독고연은 청년, 무붕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

"많이 힘들어보이십니다."

"별 거 아니오. 단지 오늘 조금 무리를 했을뿐. 아무 문제없소. 나는 괜찮소."

"......의원님."

독고연은 정자에 걸터앉았다. 차가운 밤공기 때문에 몸은 시렸으나, 청년의 몸에서는 여전히 따스한 햇살같은 기운이 넘실거렸다.

"저, 육봉이 되었답니다. 별호도 이젠 검희봉(劍姬鳳)이 되었어요."

"진심으로 축하하오. 연."

연. 마음을 간질이는 좋은 울림이다. 청년은 독고연의 옆에 앉았다.

"그거 아셔요? 이봉결정전이 끝나면, 그 뒤에 아버지는 육봉들끼리 친선 비무를 펼치려고 했어요. 폭룡이 구룡 중 으뜸이 된 것 처럼, 천하제일봉이 누구인지 겨루고자 한 거죠."

"짐작하고 있었소."

"...그리고 천하제일봉이 된 여인은 감히 흑백이화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을 거예요. 마지막 한 자리가 채워지면, 아버지께선 두 분 언니에게 아마 넌지시 물어보실 거예요."

천하제일봉이면 흑백이화에게 도전할 자격이 있다. 그리고 독고연이 이긴다면, 백도제일화가 되리라.

"연 소저, 계속 싸울 것이오?"

"네. 저도 제가 익힌 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거든요."

독고연은 청년을 빤히 바라봤다.

"하지만 의원님. 혜지랑 비무를 치르면서 느꼈어요. 제 몸...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독고연은 자신의 손을 청년의 손등 위에 포개었다.

"사공희 언니, 소공녀 언니를 상대로 진심으로 이기려면 제 몸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그 말은...."

독고연은 배시시 웃었다. 웃지 않을래야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미소가 더 진심을 전달하기 쉬운 법.

"의원님. 이 근처에 작은 화원이 있어요. 바람을 타고 꽃씨가 날아온 걸 제가 몇 년 전부터 가꿔온 터라, 아버지도 아마 모르실 거예요. 다른 분들에게는 처음 보여드리는 거예요. 마침 동백꽃이 활짝 피었답니다."

독고연은 의원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꽃, 따러 가시겠어요?"

[작품후기]

진료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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