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119화 (119/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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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구검

무림맹 비무 대회 진행자, 섭점검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입안이 바싹 말랐다.

유설라, 실종!

정체불명의 존재-빙마로 추정되는 자-에 의해 납치당했으며, 무림맹주와 아미파 장문인이 이를 추적 중!

-뭔데, 무슨 일인데.

-난리 난 거 아니야?

-무림맹에서 일이 있으면 무슨 일이 터진다고.

‘내 말이!’

섭점검은 울고 싶었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는 무림맹의 비무 대회 전문 진행가니까.

“강호의 무사 여러분! 마침 귀빈으로 참석해주신 우리 개방의 방주님께 고견을 들어보겠습니다! 방주님께서는 누가 이길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흠흠, 아미파! 자고로 오래전부터 이 노부와 인연이 깊었지. 본 거지가 젊었을 때는 말이야….”

섭점검은 시간을 끌었다.

유설라를 찾을 때까지 버텨야 한다!

최소한 유설라가 살아있는지는 알아야 한다. 유설라가 갑자기 실종되었으니 정자 사태가 승리했다?

파국이다.

은자를 지불하고 들어온 관객들은 성을 낼 것이다. 이미 성질 급한 관객들은 왜 자꾸 질질 끄냐며 당장 경기를 진행하라 외치고 있었다.

관객들의 분노로 끝나지 않는다. 맹의 관리 지역에서 여인이 납치당했다고 한다면 무림맹 명예가 땅에 떨어진다.

용봉지회에 참석한 사람이 실종되어, 만약 간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면…?

‘용봉지회는 끝난다.’

그러니 실마리를 찾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했다. 다행히 섭점검에게는 상황을 이해하고 섭점검을 돕는 동료들이 있었다.

“크흐, 그날. 나는 멸색사태의 진정한 모습을 보았다네. 색을 탐하는 이를 멸한다는….”

“...제갈길이오. 과거 용봉지회에서 같은 문파들끼리 싸우는 경우는 있었으나, 이렇게 봉의 자리를 두고 겨루는 일은 없었소. 지금으로부터 2회차 전의 용봉지회에서는….”

개방 방주가 아미파 멸색사태에게 야한 농을 건넸다가 굴다리 아래에서 흠씬 두들겨 맞았다거나, 제갈 세가의 가주이자 군사가 용봉지회와 아미파의 역사를 읊는다거나.

“녹림왕께 여쭙겠습니다!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육갑 떨지 말고 경기나 진행해! 내가 이런 거 보려고 은자 백 냥이나 주고 이 자리 산 줄 알아?!”

“네! 그렇습니다! 녹림왕께서도 은자 백 냥이나 지불할 정도로 관심이 높은 바로 이 경기! 녹림왕께서도 누가 이길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최고의 비무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림맹의 사람들은 열심히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지, 독고연과 비무가 끝난 지 한 시간이나 지났다면 다들 의자에 붙인 궁둥이에 뿔이 나기 시작할 것이다.

“과연 비어있는 나머지 한자리는 누가 될 것이냐! 아미파의 검증된 신진 여고수, 정자사태냐! 아니면 스승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출전한 한상옥녀검의 주인, 유설라냐! 다른 육봉께 여쭙겠….”

섭점검은 표정이 굳었다. 독고연이 이봉의 자리를 한 자리 차지하는 바람에, 기존에 앉아있던 이들이 전부 뿔난 나머지 진작에 자리를 떠나있었다.

아니다. 육봉은 피신당한 것이다. 맹에서 한 걸까? 섭점검이 군사에게 육검의 빈자리를 가리키자, 군사 또한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런 젠장! 자기네 가문에서 피신시켰구나!'

유설라가 납치를 당했으니, 육봉도 안전하지 않다. 무림맹에서 하지 않았더라도 가문 자체적으로 육봉을 피신시켰으리라.

그렇다고 마찬가지로 자리를 피한 독고연에게 묻는다? 불가능.

섭점검은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끝났구나. 이제 더는 물어볼 사람이 없다. 섭점검이 모든 걸 포기하기 직전.

탁, 타닥.

비어있는 비무장에 흑백의 꽃이 피어올랐다. 섭점검은 자신의 양옆에 선 흑백이화에 본능적으로 입을 열었다.

“흑백이화께서는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당연히 유설라죠.”

소공녀의 확신 넘치는 말에 모두가 놀랐다. 승자 예측을 하는 장문인 중 누구도 섣불리 확답하지 못했다.

“오오오! 이유는 무엇입니까! 백도와는 다른 흑도의 관점에서 보자면!!”

“척 봐도 강하잖습니까. 설명이 더 필요한가요?”

당돌한 대답에 객석은 후끈 달아올랐다. 대답은 좋지만 이대로라면 당장 비무를 해야 하는 흐름이 아닌가. 섭점검은 붉은 입술을 씩 당기는 소공녀가 갑자기 미워졌다.

“글쎄요. 저는 정자 사태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오오오오!”

의견이 갈렸다. 소공녀의 확신에 당당히 반론하는 당사자는 태극화, 사공희였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백도제일화가 보는 정자 사태의 승리 요인은?!”

“유 소저가 강한 건 저도 인정하지만, 정자 사태의 정신력은 결코 그에 지지 않아요. 강인한 의지가 있는 한, 승패는 모르는 겁니다.”

정신론. 뜬구름 잡는 소리지만, 뭇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근거였다.

두구두구두구.

폭풍전야와도 같은 분위기에 섭점검은 고개를 돌렸다. 현장과 외야를 동시에 관리하는 군사는 일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젠장.’

당장

“어머, 태극화. 당신이 틀렸어요. 승률은 항상 정해져 있습니다.”

“글쎄요.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 아니겠어요?”

“때로는 보기만 해도 알...수….”

빠직. 소공녀가 눈에 불을 켰다.

“저기요. 지금 이 비무장 좀 빌려도 될까요?”

“......!!”

감이 왔다. 섭점검은 두 여인의 눈빛을 보고 둘의 의도를 읽어냈다.

“강호의 무사 여러분! 여러분은 소공녀가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태극화가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소공녀! 태극화! 소공녀! 태극화!

반반. 적당히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섭점검은 분위기에 편승해 사자후를 터뜨렸다.

“이곳은 비무장! 서로 의견이 다르다면, 누구의 의견이 옳은지 찾아 마땅하지 않겠습니까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함성이 고조되었다. 그리고 섭점검은 자신이 너무 들떴음을 자각했다.

이 비무대의 주인공은 흑백이화가 아닌 아미파의 두 명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둘이 강하다고 한들, 절정 고수들의 비무를 보고도 뒷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을까?

말려야 한-

“태극화, 이런 건 어때요? 서로 본 실력을 드러내면 비무장이 초토화되니까, 전력은 봉인하기로 하죠.”

“좋습니다.”

철컹! 하늘에 검이 두 자루 날아올랐다. 평범해 보이면서도 장인의 손길이 가득 담긴 명검 두 자루는 소공녀의 옆에 떨어졌다.

“저는 무당의 태극권으로서,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겠습니다.”

“아, 그래요?”

철컹! 소공녀는 검을 두 자루 움켜쥐었다. 그 자세는 몇몇 이들이 등에 소름이 돋게 했다.

“그러면 저는 이 검술로 상대해드리죠.”

“그 무공은…?”

“천마쌍고검!”

고고고고.

서로를 향해 투기를 거두지 않는 두 여인의 모습에 섭점검은 자포자기했다.

"태극권의 사공희! 천마쌍고검의 소공녀! 흑백이화가 보이는 특별한 대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두 꽃의 비무를 함께하시죠!"

탕.

섭점검은 하늘을 향해 기공파를 날렸다. 두 여인은 공기파가 터지기 직전, 자세를 숙였다.

파아아앙!!

둘은 시작과 함께 서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 * *

맹주의 검은 강하다. 현재 중원을 통틀어 나를 제외한 세 명의 강자를 꼽자면, 나는 우선 무림맹주 독고자영을 으뜸으로 올릴 것이다.

"큭!"

전방에 세운 얼음방벽이 깨진다. 독고자영이 수직으로 휘두른 검에 빙검은 사정없이 박살 났다. 나는 검을 사선으로 세우며 몸을 빙글 돌렸다.

서걱!

독고자영의 검이 수평으로 찔러 들어왔다. 검면 옆에 서린 검기를 정확히 깨뜨린 검은 나의 검 전체를 부숴버릴 것 마냥 강대한 기운을 내비쳤다. 검에 실린 검기, 그걸 이루는 내공 자체를 깨뜨리는 듯한 기운이 넘실거렸다.

"크오오오!"

나는 빙백신공을 극성으로 일으켜 독고자영의 검을 밀어냈다. 내 발치를 중심으로 살얼음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나는 한(寒)기를 띄는 검기로 독고자영을 압박했다.

"......."

독고자영은 말없이 나를 탐색하고 있었다. 머리칼과 수염에 하얀 서리가 끼기 시작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회수하여 휘둘렀다.

카앙, 카앙, 카앙!!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이런 느낌일까! 독고자영은 쉴 틈 없이 검을 휘두르며 나를 압박했고, 나는 계속 뒤로 거리를 벌리며 공격을 받아내야만 했다.

'초식이 있다면 정해진 형에 빈틈을 찌르고 들어가겠는데.'

빙백신검은 초식을 사용하는 무공에 상대적으로 강하다. 초식을 사용하기 위해 정해진 움직임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한기를 뿌려 근육의 움직임을 더디게 한다.

몸이 굳으면 자연히 동작도 제대로 나오지 않기 마련. 당연히 자신이 생각하던 초식을 제때 사용하지 못하고, 빙백신검은 그 틈을 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독고구검 앞에서는 무용지물.

초식없이 상대를 쓰러뜨리는데 특화된, 상대의 무공을 정면에서 박살 내는 것에 특화된 독고구검의 앞에서는 대부분의 무공이 쓸모가 없어진다.

"큭!"

유능제강? 안 된다. 독고구검은 흘려내는 검을 통째로 베어버리며 들어오는 검이다. 그 때문에 내 호흡이 오히려 망가지기 십상이다.

방어, 방어, 방어.

심장을 찌르는 검을 옆으로 튕겨내면 그걸 이용해 회전 베기로 사선을 그어 내린다.

목을 수평으로 날리겠다는 검을 뒤로 피하면 손목을 돌려 검의 방향을 바꾼 다음 검을 찍는다.

한기를 일으켜 검 위에 얼음의 벽을 쌓아 막으려고 하면 얼음을 통째로 베며 내 몸을 가르려 든다.

피하는 방법? 없다. 피하는 즉시 연계로 공격이 들어온다. 거리를 한 보 벌리면 두 보를 달려와 공격하는 게 독고자영이다.

"놈! 누군지 모르지만, 은원이 있다면 내게 풀어야 할 것!"

독고자영은 여유를 부렸다. 아직 다 또한 상처가 하나 없었지만, 명백한 수세는 나였다.

"애꿎은 여인들에게 그런 참담한 짓을 하다니, 죽어 마땅하다! 파월(破月)!"

"큭!"

독고자영은 검을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막강한 검기를 싣고 휘두르는 검격은 베기라기보다는 때려 부수기에 가까웠다. 말 그대로 달을 부숴버릴 듯한 일격이었고, 나는 전력을 다해 검에 기를 실었다.

카드드득!

검이 잘렸다. 나는 과감하게 검을 손에서 놓고 뒤로 몸을 날렸다. 검을 내던지는 내 행동에 독고자영은 눈썹을 찌푸렸다.

"놈...!"

독고자영의 검은 바닥을 크게 때렸다. 검이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반경 3장에 이르는 바닥이 풍비박산이 나버렸다.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바닥을 검 한 자루로 부숴버리다니, 역시 현재의 천하오대고수 다웠다.

'현재'.

"크흐흐, 역시 강하군. 역시 무림맹주다워."

고개를 조금만 더 늦게 뒤로 젖혔다면 분명 볼에 상처가 길게 생겼을 것이다. 역체변용술이라고 해도 원래대로 돌아가면 상처가 조금이라도 남는 만큼, 나는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검을 잃은 자가 어찌 그리 태연하지?"

"검이야 다시 만들어내면 그만이니까."

사아악!

하얀 서리가 모여 내 손을 중심으로 검 한 자루를 만들어냈다. 빙백신공의 내공을 강기로 뿜어내며 만들어낸 빙검에 독고자영은 살기를 뿌리며 이를 갈았다.

조금 전까지의 무공 수위가 화경이었다면, 지금은 완벽한 현경 고수에 이르렀다. 천마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린 덕분에 백발은 다시 검게 물들었고, 빙검에 비친 내 눈동자는 붉게 반짝이고 있었다.

"크흐흐, 복수의 칼날이 울부짖는구나."

"하여튼 마교 새끼들은...!"

"흐하하. 이게 바로 천마신교, 천마의 힘이다!"

천마신공이 섞여 불투명한 흑적의 검으로 반짝인다. 나는 호기롭게 검을 휘두르며 기술명을 외치려다 손이 멈췄다.

빙백신검. 하지만 이제는 까매졌으니 빙흑신검이라고 불러야 하나? 아니면 빙검신검? 보이는 대로 빙흑적신검? 일단 천마는 붙으니까, 애매한 색을 떼버리면....

'천마빙신검은 역시 너무하다.'

천마신공도 천마신공이지만, 빙백신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아무리 맹한 유설라라도 이러려고 천마빙신검을 위해 자기 내공을 가져갔다는 걸 알게 되면 화를 낼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나는 검을 내 앞에 수직으로 세웠다.

"천마-"

"흥. 늦었다."

독고자영은 나를 비웃으며 검을 겨눴다. 그러자 사방에서 무복과 도포 자락이 휘날리며, 형형색색의 무복이 나를 중심으로 원진을 펼쳤다. 장문인 대리인 현타도사부터 시작하여 파사현정 상태에 들어간 멸색사태, 개방 왕초 거지에 군사 제갈길까지 면면이 다들 화려했다.

"유설라는 구출했다! 네 놈은 이제 포위됐다!"

계획대로. '빙마에게 범해진 유설라'는 무림맹에 구출 받았다. 이제 남은 건 내가 무사히 허창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된다. 구파일방, 팔대세가. 어디 하나 빠진 곳 없이 다들 모인 백도의 무사들은....

"...곤륜은 없나?"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닐 텐데, 이 색마!"

멸색사태는 진심으로 화난 얼굴로 내게 검을 겨눴다. 아무리 색마에게 범해지는 성벽을 가지고 있다 한들, 아미파의 제자인 유설라가 범해진 것에 진심으로 분개하고 있었다.

"항복해라. 그리고 얌전히 네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항복? 흐흐, 내가?"

나는 역수로 쥔 검을 수직으로 세웠다. 한쪽 얼굴을 가리며, 나는 이미 둘이나 섞인 내공에 또 다른 구결을 실었다.

'연.'

탈마의 극의-초마교인만 아니라면, 흑발적안과 빙검으로 검제의 무공을 얼마든지 숨길 수 있다. 빙백신검과 용제검을 아우르는 천마신공의 삼위일체로, 나는 천하십대고수의 힘을 다시금 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천마. 신검합일(身劍合一), 빙(氷)."

지하실 바닥에 검붉은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작품후기]

D-1

2챕 불검

3챕 얼음검

국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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