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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날다
“고대에는 남근상을 선물하여 다산과 건강을 기원했다고 하더군.”
“근거 없지?”
“그냥 독고 소저 놀리고 싶어서 만들어낸 소리 아녜요?”
어떻게 알았지.
둘은 독심술이라도 익히고 있는 건지, 내가 남은 음기를 빙백신공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천수관음봉의 배경을 금방 눈치채버렸다.
“그런 형태로 만든 이유가 하나밖에 없잖아요. 하필 상공의 형태로 똑같이 만든 거, 누구한테 끼우려고 하시는 거죠?”
“그러게. 생각해보니 염마 상대로도 비슷한 짓을 했었네? 이번에는 뭐 빙마 상대로 아래에 끼워두기라도 하려고? 그거 연습한 거지?”
“.......”
들켰다. 둘은 서로가 깨닫지 못한 부분을 채우며 나를 서서히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나는 독고연에게 내 남근모양 빙정을 선물한 변태가 된다.
“그렇기도 한데, 진짜로 그걸 잡고 있으면 몸이 괜찮아진다. 독고연에게 물어보든가.”
“저희가 물으면 계속 괜찮다고 이야기를 하니까 그렇죠.”
“각혈을 안 한다고 해도 속으로는 앓는 걸 억누르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잖아.”
“...내가 느끼기에는 사공희, 이시아. 둘이 내게 궁금한 게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둘이 직감을 통해 내 속내를 파헤쳤듯이, 나 또한 둘의 마음을 짐작했다.
“독고연을 치료하는데 장난치지 말라는 거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건 진짜로 효능이 있다. 독고연은 그걸 쥐는 거로 병세를 억누를 수 있어.”
“그게 이해가 안 간다는 거예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천수관음봉을 잡는 것만으로 각혈이 멎는다?
불가능하다.
“상공, 슬슬 얘기해주시면 안 될까요? 독고연 소저의 증상. 저희도 도울게요. 지금도 계속 돕고 있잖아요?”
“그래. 우리가 뭐 방해하는 건 아니잖아? 우리도 둘보다 셋이서 나눠서 감당해내는 것도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독고연 정도면 제법 격에는 맞는다고 생각하는걸.”
“그런가. 그런 거라면 알겠다. 설명해주지.”
십팔음뇌절맥.
선녀화.
서왕모의 선도.
"대공자는 소공녀에게 18살에 요절하는 독과를 먹였다. 근데 이게 효과만 보면 '18살에 요절'하는 게 맞지. 10살부터 8년이 지나, 선녀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는 셈이니."
나는 독고연이 앓고 있는 ‘선녀화’병에 대해 자세하게 읊었다.
"원래는 그게 맞다. 그런데 독고연도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거지. 선녀화의 기운을 억지로 억누른 거다. 그래서 자꾸 각혈하고 몸이 약해진 거야."
한동안 둘은 심각하게 내 대화를 듣다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입을 열었다.
“독고 소저가 정말 불쌍하네요. 대공자라는 자의 술수에 10년이 넘는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야 했다니.”
사공희는 독고연이 갇혀서 살았던 것에 슬퍼하고 공감했다.
“저, 독고 소저보다 무공은 지금 낮지만 동생으로서 잘 보살필 수 있어요.”
너무나 아름다운 미모 때문에 인피면구로 얼굴을 가린 채 살아가야만 했던 사공희에게 독고연은 같은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동지였다.
“진사월 언니가 저한테 했듯이, 제가 독고 소저에게 상공을 모시는 방법을 가르쳐 놓을게요.”
“고맙다, 사공희.”
사공희는 독고연의 방중술 스승이 되어주기로 했다. 재능 넘치는 독고연은 분명 금방 익히게 되겠지만, 사공희가 오직 나만을 통해 다져놓은 경험은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독고연을 후처로 들이는 건 괜찮은데, 이번 일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야겠어.”
그리고 이시아.
“대공자에게 그런 걸 주면서 뭔지 안 알려 줬다는 건 일부러야. 뭔지도 모르는데 맹의 끈을 잘라내면서 독이라고 먹일 리가 없어. ...그런 짓을 할 존재는 마화 뿐이야.”
이시아는 대공자의 행동에 대하여 미심쩍인 부분과 분탕을 일으킨 마화의 의도에 대해 추측했다.
"마화...라는 분은 시아의 밤 스승이셨죠? 그분은 그러면 시아의 아군이 아닌 건가요?"
"밤 스승이라기보다는 마화가 아버님이랑 하는 걸 내가 눈으로 보고 배웠을 뿐이야."
흠칫. 사공희는 표정이 굳었다. 역시 천산마교의 시대착오적인 성교육에는 사공희도 떨떠름할 수밖에 없었다.
"마화는 내 편도 대공자 편도 아니야. 굳이 따지자면 천산마교의 편도 아니지."
"그런데 왜 마교에 있는 거죠?"
"나도 몰라. 한 가지 확실한 건 천마가 남근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대답에 둘의 표정이 한 번 더 굳었다.
"천마의 양물맛에 길들여진 거지. 천마도 마화 말고 다른 여자랑 하면 그 여자가 죽어버리니, 성욕을 해소하려면 마화 이외의 여자는 안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자, 잠깐만. 그러면 혹시 내 어머니도...?"
"......어느 날 갑자기 주화입마에 걸려서 천마가 눈물을 머금고 죽였다고 했지? 그런 거다. 천마는 아내의 명예를 위해 그랬던 거지."
"......."
호상이라고 해야 하나. 최소한 죽는 순간만큼은 서로 사랑하며 죽었을 테니, 나는 그저 애도를 표할 따름이었다.
"하하, 하."
모친을 잃은 이유를 알게 된 이시아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공희는 이시아를 끌어안으며 위로했다.
"하.... 괜찮아. 어차피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그런 전처를 안 밟으면 돼."
"그 말은?"
"내 남자한테 깔려서 안 죽으면 된다 이거지."
역시 소천마. 모친의 전철을 밟지 않고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에 나는 괜히 하초가 뻐근해졌다.
"좋아, 나도 대공자 엿 먹이는 작전에 동참할게. 지금부터 계획을 말해봐."
"고맙소. 하지만 계획이라고 할 것도 없고...단지 그대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할 것밖에 없는데."
소곤소곤.
내 계획에 둘은 냅다 서로 떨어졌다. 조금 전까지는 동지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적이 되어야만 했다.
"독고연의 성적 방벽을 무너뜨리려면 그 환경에 익숙해지게 만들어야 하는데.... 누구부터 할래?"
"상공, 저도 천근추의 수법을 익혔답니다?"
"처, 천마구궁혈 한 번 더 하는 건 어때?"
대공자의 계획을 망치고 독고연의 선녀화를 막는 유일한 길.
- 흑백제일화도 좋아하는 무붕 의원의 침술!
독고연 스스로 나를 침대에 들이게 하기 위해, 두 여자는 하루에 한 번씩 번갈아 가며 독고연의 앞에서 나와 음양합일을 하기로 했다.
* * *
이봉결정전도 어느덧 중엽에 이르렀다.
각 조에서 가장 으뜸인 여덟 명의 여자 무인들이 하나둘 윤곽을 드러냈고, 그중 단연코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자는 독고연이었다.
- 독고연의 검기는 절정 이상이다.
벌써 독고연은 백도제일화로 올려야 하는 게 아니냐, 이봉결정전을 할 게 아니라 태극화와 비무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 할 정도로 말이 많았다.
오죽하면 독고연을 마주한 여무사 중 한 명이 경기장에 나오지 않고 기권할 정도로 독고연은 승승장구했다.
맹주가 괴물을 키웠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꽃들이 피어오른 곳에 나무가 자리 잡았다며 성토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았다.
- 독고연이 이봉결정전에 나온 걸 다행으로 여겨야지. 안 그랬으면 호북에서 소공녀랑 붙어서 정마전쟁 났을걸?
- 아직 태극화 진 거 아니다!
- 암만 봐도 태극화보다 강한 것 같은데?
- 그럼 혹시 소공녀보다도 강한 거 아니야?
무릇 강호의 사람들이란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을 줄 세우기 아주 좋아하는 자들이며, 세 여인의 무공 수위를 두고 어떻게 서열을 매겨야 하나 떠들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사실상 이봉 중 한자리는 일단 독고연의 차지가 되었다.
그렇다면 결국 남은 한 자리를 두고 누가 봉황에 오를 것인가! 독고연에 대한 화제보다는 덜했지만, 대회가 이봉결정전인만큼 아예 무관심은 아니었다.
첫 번째 후보, 남궁가의 남궁유린.
창궁무애검법을 폭룡 남궁패와 비슷한 수준까지 익힌 그녀는 압도적인 검기로 상대를 제압했다.
독고연의 일초제압에 비교하면 한참 부족했지만, 최소 현재 사봉에 이른 이들과 비교해도 손색은 없었다.
두 번째 후보, 아미파의 정조사태.
나이가 과년하여 모두가 걱정했지만, 의외로 그녀는 상당히 선전하며 당당히 조 1위에 올랐다.
1위 결정전에서 같은 나이의 선루필승도의 주인, 옥선루와의 처절한 대결은 서로 절정 고수 이상의 투기를 보이며 뭇 남성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의외의 세 번째 후보, 아미파의 정자사태.
소열제 쌍검 소동에서 납치를 당했다고 하여 많은 이들의 기대감이 줄었으나, 그녀의 실력은 이전의 기대감을 배로 만들 만큼 뛰어났다.
오히려 납치당한 것을 계기로 절치부심하여 키운 실력은 일류 중반을 훌쩍 뛰어넘었고, 강호의 중년층은 과거멸색사태가 한창 전성기에 날뛰던 때가 떠오른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아미파, 의외의 선전!
덕분에 아미파의 장문인 멸색사태는 지금 한창 어깨에 힘이 들어가 웃음을 퍼뜨리고 다녔다.
"이거, 구파일방이 상당히 선전하는군!"
"허허. 이미 육봉 중 팔대세가의 일원이 몇이나 되는가?"
...그리고 이봉결정전을 두고 무림맹의 늙은이들은 서로 기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독고연, 남궁유린, 모용란, 제갈선으로 대표되는 팔대세가.
사공희, 정조사태, 정자사태로 대표되는 구파일방.
언뜻 보기에는 팔대세가의 세력이 훨씬 더 압도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태극화는 이미 육봉을 뛰어넘은 존재로서 유명세를 달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독고연과 사공희의 무공 수위를 다투느라 정신이 없었기는 하지만, 다른 한 자리를 두고 사실상 남궁유린과 아미파의 대결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허허! 아미파는 참으로 좋겠소! 8강전에 무려 '세 명'의 고수를 배출하다니!"
"그저 운이 좋았을 따름입니다."
그렇다.
아미파는 현재, 8강전에 세 명의 제자가 올라갔다. 정조사태와 정자사태에 더불어, 그 누구도 몰랐던 아미파의 또 다른 고수.
유설라.
10년 전 행방불명된 멸보사태의 진전을 이어받은 그녀는 한상옥녀검을 휘두르며 자신의 무용을 뽐내었다.
- 이봉결정전에서 이봉의 자리에 올라, 돌아가신 스승님의 명예를 드높이고자 합니다.
아미파의 문도는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도 아미파에 어울리는 여검객의 등장!
항간에는 독고연과 비교를 해봐야 한다고 조심스레 무공의 수위를 관측하고 있었지만, 결국 모든 것은 결과를 두고 봐야 아는 것.
이봉결정전, 팔강전.
허창 전역을 뒤덮은 팔강전의 대진표에 모두의 눈에 불이 붙었다.
* * *
"연, 대진표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아...시아 언니."
한창 대진표를 바라보고 있던 독고연은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이시아에게 대진표를 건넸다.
"어디 같이 봐봐요."
평상 의자의 옆자리에 엉덩이를 붙이며 바싹 옆에 앉는 이시아의 행동에 독고연은 당황했지만, 일부러 몸을 옆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어머, 탄탄대로네요. 축하해요, 이봉이 된걸."
"아직 거기까지는...."
화산파의 일류 매화검수. 황보세가의 금지옥엽. 그리고 종남파의 여검사.
하나같이 전부 일류 수준의 무사들이었고, 투기꾼들에게 우승 후보 순위에서 6~8위 수준으로 점쳐지던 여인들이다.
대진운이 너무 좋다.
독고연은 상대적으로 손쉬운 상대를 만나며 결승전에 오를 예정이었고, 이봉의 자리는 떼놓은 당상이었다.
"반대편 대진은...어머나. 이거 일부러 이런 걸까요?"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제비뽑기로 했으니까."
제비뽑기가 아니라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한 문파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8강전 1경기, 남궁세가 남궁유린과 아미파(예정)인 유설라.
8깅전 2경기, 아미파 정조사태와 아미파 정자사태.
사매지간끼리 대결하는 것만으로도 아미파에서 항의해도 모자라 건만, 한 조에 아미파의 고수 셋이 몰려있는 건 명백한 아미파에 대한 홀대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제비뽑기로 나온 대진이라는데!
"아미파에서 잠잠한 게 이상하더라고요."
"그건 말이에요...."
이시아는 짓궂은 미소로 독고연의 귀에 속삭였다.
"네? 그게 사, 사실인가요?"
"물론이랍니다. 그렇죠, 희?"
"네. 시아 말대로, 아미파는 이번 이봉결정전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고 있는걸요. 무붕 의원님의 도움을 받아서."
"그, 그러면 설마."
독고연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
"아미파 제자분들을 상대로도…?"
"제자만 그러겠습니까."
"아마도 지금쯤 무붕 의원님, 아미파 장문인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거예요. 그보다...."
할짝. 할짝.
이시아는 손에 쥔 나무꼬치 위에 얼려진 봉-천수관음봉을 혀로 할짝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처럼 생긴 물건을, 아이가 길쭉한 당과를 핥듯 물고 빨았다.
"...언니 뭐하셔요?"
"천마무호흡구궁혈 연습."
"......."
사공희와 이시아가 양물을 물고 빨던 모습이 떠올라, 독고연은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그래. 시아 언니는 마교니까.'
이시아가 특이한 걸 수도 있다. 독고연은 마침 부엌에서 나오는 사공희에게 고개를 돌렸다.
"희 언니, 혹시-"
쮸와아아아압.
볼이 쏙 들어간 상태로 천수관음봉을 입안에 넣고 앞뒤로 움직이는-심지어 손도 안 쓰는 사공희의 모습에 독고연은 할 말을 잃었다.
"연, 어서 먹어요. 영약이니까."
"......."
정말 무림은 이대로 괜찮을까. 독고연은 자신의 손에서 녹을 기미도 보이지 않던 천수관음봉의 위에 입술을 살포시 올렸다.
츄릅.
...아주 미미하지만 내공이 늘어나는 것 같아, 독고연은 묵묵히 천수관음봉을 입안에 물고 혀로 핥아 녹여 먹기만 했다.
"그런데 희, 아까 의원님께 뭐라고 했어요?"
"오실 때 복숭아?"
"의원님은 뭐라고 하셨는데요?"
"...부탁 좀 할 겸, 친구 만나러 간다고 하셨어요."
아미파에 잠시 외진을 나간 무붕을 기다리며.
"근데 의원님, 친구 없지않습니까?"
"......."
두 여인은 조용히 천수관음봉을 핥았고, 독고연은 둘을 따라 조금씩 봉을 핥아먹었다.
주룩.
"복숭아 맛...?"
안에서 흘러나온 농밀한 꿀에 독고연은 자꾸 혀를 할짝거렸다.
[작품후기]
재료 : 꿀+빙정+복숭아 간 것+우유
몸에 넣으면 내공이 늘어나니까 아무튼 영약입니다.
사람한테 나온 건 빙정 갈아넣을 때 들어간 내공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본격적인 8강전은 8월에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