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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담, 사천에 서다
"큰일이로다."
멸색사태는 상자 안에 든 검에 몹시 당황했다.
"이게 언제 바뀐 거지?"
상자 안에 든 검이 바뀌었다. 함 안에 고요히 잠들어있어야 할 와룡검은 아미파의 제자들이 사용하는 기본 철검으로 바뀌어있었다. 검을 이리저리 돌리며 살피던 그녀는 검신에 새겨진 작은 문구를 확인하고 말았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직접 키운 제자다. 아무리 와룡검이 인간의 정신을 미혹시키는 마성이 있다고 한들, 그런 마성이야말로 아미파의 무인이 이겨내고 견뎌내야 할 악이었다.
'정자가 왜?'
와룡검과 뒤바뀐 검은 제자, 정자 사태의 검이었다. 너무 허술하고 대놓고 모습을 드러낸 터라, 멸색 사태는 오히려 정자사태가 범인 같지 않았다.
와룡검은 이미 검의 손잡이 부분에 황금빛 용이 활개 치고 있었다. 그걸 '정자'라는 이름이 정자로 새겨진 검으로 바꾼 건 어린아이도 하지 않을 수작질이었다.
"사부님, 정조입니다."
"들어와라."
밖에서 대제자, 정조사태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방 안에 들어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럴 리 없지만, 의심을 거둘 수 없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정자는 어디에 있느냐?"
"어젯밤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쾅! 멸색사태는 주먹을 움켜쥐고 책상을 내리쳤다. 흑단처럼 고운 나무에 멸색사태의 주먹이 움푹 파였다.
"하늘로 솟아났느냐, 땅으로 꺼졌느냐! 너는 같은 방을 쓰면서 왜 어디로 갔는지 몰라!"
"죄, 죄송합니다. 간밤에 소피를 보러 간다고 나선 뒤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깨어나니 돌아오지 않아 바로 스승님께 말씀드렸었고요...."
"......나무아미타불."
멸색사태는 불경을 외우며 자신의 화를 억눌렀다. 그리고 제자가 실종된 것보다 제자를 의심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환멸에 반성하며 뒤집어질 것만 같은 속을 달랬다.
"...그래, 미안하다. 정조야, 나 또한 와룡검에 미혹되어있던 것 같구나."
"아니어요, 스승님."
"이해해줘서 고맙구나.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
멸색사태는 정자의 검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아미파는 와룡검을 잃어버렸다. 정자사태가 실종되었다. ...아무리 봐도 정자사태가 와룡검을 훔쳐 달아난 것처럼 보이지 않아."
"스승님, 정자는 그럴 아이가 아니어요!"
"나도 안다. 나도 정자를 믿고 싶다. 하지만 강호의 사람들이 그걸 믿어주겠느냐? 아미파의 장문인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검을 바꾸고 잠적했다고?"
멸색사태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분명 용제검의 주인이 곧 아미파에 올 것이다. 그럼 그자는 분명 혈겁을 일으킬 것이야. 청성의 장문인도 일격에 쓰러뜨린 고수가 올 것이야. 그럼...노모 선배님들이 나서도 이기는 게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멸색사태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저, 저기 스승님. 그 왜...."
"뭐 짐작 가는 것이라도 있느냐?"
멸색사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 정조는 우물쭈물했지만, 멸색사태의 간절한 눈빛에 간신히 입을 열었다.
"...무붕 의원께서 오신 그날. 호, 혹시 잠깐 장문인 실을 비우지 않으셨나요?"
"!!!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날, 호위무사가 말했습니다. 두 분은 어디 가고 혼자 있냐고 물으니까, 장문인과 의원님이 함께 계시는데 자기가 굳이 호위할 이유가 있냐고...."
"그, 그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나의 월경에 대해 진찰을 받았을 뿐이다!"
멸색사태는 정조를 향해 호통을 내질렀다. 정조는 예상치 못한 스승의 건강 문제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진찰받는 사이 나도 모르게 검을 바꿔치기 했다는 건 말도 안 돼! 더군다나 정자의 검과 바뀐 건 더더욱 말이 안 된다! 생각해봐라. 이게 다 맞아떨어지려면 의원과 호위무사와 정자가 셋이서 계획을 짰다는 말밖에 더 되느냐?"
멸색사태는 두 가지 가능성을 부정했다.
하나는 색붕이 와룡검을 훔치는 데 일조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설령 그렇다고 한들 자신의 기감을 뚫고 몰래 와룡검을 가져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
"너도 보지 않았느냐. 검을 쥔 순간, 황룡이 고개를 치켜드는 것을. 검에서 울리는 소리는 숨기려야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색을 탐하던 중이라고 한들, 검이 뒤바뀌는 정도는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와룡검은 누군가 손에 쥔 순간 바로 용이 우렁차게 포효를 내질렀을 것이다. 멸색사태 본인도 억누르지 못하는 용의 기운을 누가 억누를 수 있겠는가.
그래, 용제검의 주인이라는 자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 그럼 어떻게 하죠?"
"...검담이 오면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과연 상대가 믿어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멸색사태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들었다.
"만약 그가 소문대로 여인을 납치하여 겁간하려는 음적이라면...내가 상대하마."
"스승님!"
"이 일은 내 책임이다. 내가 감내해야 하는 일이야."
"스승님...!!"
정조사태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쾅!
갑자기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멸색사태는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여인에 화들짝 놀랐다.
"멸망사태? 갑자기 무슨 일로...?"
"정자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장문인!!"
"뭐라!"
"성도 곳곳에 방이 붙었답니다!"
멸색사태는 멸망사태가 가져온 방을 펼쳤다. 그녀는 벌벌 떨리는 눈으로 방을 읽다가 허탈하게 주저앉았다.
"도대체 언제...?"
- 정자를 얻고 싶거든 제단으로 오너라!
화려한 필체로 휘갈긴 문구의 주인은 검담이었다.
* * *
청성, 그리고 아미.
두 문파의 제자가 납치되었다. 정자사태를 납치한 장본인인 검담은 자신의 존재를 숨기지 않았고, 아미파는 정자사태와 함께 와룡검이 사라졌음을 시인했다.
구파일방 중 두 문파의 제자가 납치당했다.
그리고 팔대세가 중 하나가 습격당하기도 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어디 무림의 법도가 서겠는가? 아니다.
"용제검의 주인, 검담을 지금부터 사천 공적으로 칭하겠소."
무림맹, 사천 지부.
"쌍고응검을 멋대로 건드린 것은 실수이나, 그걸 되찾으려 하는 검담의 손속은 분명히 과했소."
성도에 각 문파의 대표들을 모은 제갈길은 각 문파에서 모인 이들의 면면을 살폈다.
"크흠, 사파라면 어쩔 수 없지."
"공적으로 하되 죽이지는 맙시다. 죽일 짓을 한 게 아니라면."
사천당문. 가주인 <오란지병> 당오독을 비롯하여 독공의 고수들을 수 십 명 차출했다.
사천 공적으로 지정된 검담을 추살하는 것에는 다소 꺼리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어지간한 일에는 얼굴도 비치지 않는 <독귀> 당사림이 나선 것으로 당문은 엄청난 전력을 내세웠다.
"아미파는 그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아미파. 멸색사태는 별호만큼이나 씩씩거리며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멸색사태의 옆에는 다소 얼굴에 주름진 여인들, 아미파의 장로들 또한 나섰다.
"아미의 제자가 납치당했는데 뒷방에서 경이나 외울 수는 없지."
"군사, 언제든지 말씀하시오. 옥녀검이 검담의 목을 날릴 것이니."
문파의 제자가 납치당한 것에 장로들은 몹시 기세가 흉흉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성파의 부장문인, 벽진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했다.
"청성은 검담을 문파의 주적으로 삼을 것이오. 그를 주살한다면 응당 우리 청성이 해야 하오."
이미 청성과 검담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청성은 장문인을 제외한 12장로가 모두 올 정도로 검담 토벌 의지가 강했다.
"...좋소. 우리가 모두 힘을 합치면 검담도 이길 수 있소."
"하지만 군사, 조금...부족하지 않소?"
독귀의 말에 좌중은 울컥했지만 반박하지 못했다.
"벽박자 그놈도 일초에 졌소. 부끄러운 말이지만, 본인도 놈에게 졌소이다. 심지어 화골산우진 안에서."
"그, 그런...!!"
사천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무인 중 가장 강한 무인 둘이 한 번씩 패배했다. 하지만 제갈길은 부채로 하관을 가리며 웃었다.
"훗, 그럴 줄 알고 모셔왔소."
"실례하겠소, 무림의 영웅 여러분."
중후한 목소리에 무인들은 벌떡 일어났다. 있다고는 들었지만, 이곳에 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남자가 모두의 앞에 나섰다.
"검담은 감히 그분의 상징인 황룡으로 백성들을 현혹하는 자. 따라서...금의위에서도 이 사안을 엄히 보고 있소."
"설마!!"
"미약한 힘이나마, 이 신창이 돕겠소."
잠시 뒤.
가장 약한 자가 일류 고수이며 천하십대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까지 숱한 강자들이 모인 100여 명의 검담 토벌대가 성도의 북문을 빠져나왔다.
* * *
쌍고응검이 박힌 제단.
우리는 누군가가 뿜어낸 조수로 녹슨 철검 두 자루를 제단에 위에 놓아둔 뒤, 아미산에서 잡아 온 아미파의 여인을 제단에 반듯하게 눕혔다.
"으어, 힘들다. 누가 허벅지로 얼굴 죽일 것처럼 조르는 바람에 턱이 다 아프군."
"안 마시면 죽을 것처럼 혀로 빨아댄 탓 아닙니까?"
"본인이 제일 즐겨놓고는."
"그러게요. 다음에도 부탁드립니다, 비천. 저는 언제든지 준비되어있습니다."
이시아는 나를 향해 배시시 웃으며 도포 자락을 좌우로 들어 올렸다. 숙소에서 허벅지 사이에 얼굴을 묻었던 내가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그녀의 속옷은 지금도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자꾸 그렇게 도발하면 진짜로 덮치는 수가 있소."
"어머, 확신하시나요? 제가 당신을 마음에 품었는지? 제 마음 얻기 전에는 몸 안 취한다고 하셨으면서."
"척하면 척이지. 이 세상에 내게 박히고도 반하지 않을 여자는 없소."
"참으로 광오하십니다."
이시아는 나를 힐난했지만 부정하지는 않았다. 도포를 정리한 그녀는 제단에 누워있는 아미파의 여인, 정자사태를 향해 다가갔다.
"아무리 방을 붙여놓았다고 한들 아미파에서 알아채겠습니까?"
"알 것이오. 굳이 알아차리지 않아도 결국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소."
청성과 아미의 여제자를 각각 한 명씩 납치하여 제단으로 도망쳤다. 검담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점점 내려가고 있지만, 어차피 한 명은 존재하지 않고 다른 한 명은 죽이려고 납치한 게 아니다.
"이곳은 조만간 전쟁터가 되겠지. 아미파는 나를 감당하지 못해 도움을 요청할 것이며, 무림맹의 군사는 검담을 상대로 삼자동맹을 맺을 것이오. 나는 그들을 동시에 상대하게 될 것이오."
청성, 아미, 그리고 당문. 그 외에 잡다한 군소문파들이 모이게 된다면 그 세력은 어마무시 할 것이다. 사실상 사천의 백도가 모두 모여 검담을 도모하려 들 것이다.
"나는 그들을 동굴 밖에서 맞이할 것이오. 그러면 그대는 여기에 누워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오. 반드시, 누군가 이 검을 확인하러 올 테니."
"그게 염마라고 확신하셔요?"
"물론. 제단으로 오는 길을 '두 개'나 아는 자는 공식적으로 단 세 명뿐이오. 보물 지도를 발견한 당가의 도련님, 봉추검을 가져간 창천신룡, 그리고 와룡검을 가져간 정자 사태. 그 셋은 내가 위에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것이오."
화골산우진의 중앙에 서서 비고로 향하는 길을 막았던 것처럼, 나는 어떤 존재들이 나를 도모하려고 해도 맞서 싸울 것이다.
아무도 '정문'으로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위치를 아는 자가 있기는 하지. 바로 보물 지도를 그곳에 집어넣은 장본인, 적마."
"하지만 그는 지금 사천에 없습니다. 동방으로 떠났죠."
"그렇소. 적마가 남에게 그런 걸 말할 리가 없으니, 자연히 소거법으로 떨어지게 되어있소."
나는 이시아와 서로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누구도 모를 보물 지도의 존재를 알고 있는 자."
"그걸 알고 뒤에서 상황을 조종할 수 있는 자."
"소동이 벌어진 틈을 노려 쌍고응검을 회수하러 올 자."
"......직접 다녀가지 않았으면 모를 '출구'를 이용해 제단까지 들어오는 자."
끼이이익.
""염마.""
우리는 녹슨 철검을 잡고 각각 '이'와 '릉'에 파인 홈에 정확히 칼을 찔러넣었다. 동시에 우리가 있던 제단의 맞은편 벽에서 '딸칵'하는 소리가 났다.
"입구는 검담이 막고 있을 텐데, 직접 들어와서 확인한 게 아니면 모를 출구로 들어오는 자가 있다?"
"십 할 염마죠."
지상에서 내가 일 대 다로 싸우는 동안, 지하 제단에서 소공녀가 염마를 상대로 1:1로 이길 것이다.
"소공녀. 유비무환이라는 말을 알고 있소?"
"당연하죠."
싸우기 전 내공을 늘려야 한다. 마침 우리의 앞에는 내공을 온전히 가지고 있는 영약(?)이 있다.
"......."
사공희라면 내가 채음보양을 하게 될 정자사태를 질투하거나, 대신에 자기를 범해달라며 간청했을 것이다.
과연 이시아는?
"그럼...."
"풋."
내가 제단을 향해 눈치를 주자, 이시아는 나를 향해 비웃으며 정자사태의 옷을 손으로 찢어버렸다.
"허."
그리고는 속옷을 양손으로 쥐어뜯고, 정자사태의 다리를 잡고 벌렸다.
"색마, 명령입니다. 어서 이 여인에게서 채음보양을 하십시오. 그리고 그걸 양기로 바꿔서 주세요."
"...허어."
섭혼술에 의식을 잃은 정자사태의 위에 올라탄 이시아는 고양이처럼 정자사태의 위에 엎드렸다.
설마 이런 전개가 될 줄이야. 상상도 못한 행동이었다.
"저는 당신이 저를 위해 내공을 갈취하는 걸 특등석에서 구경하겠어요. 후후."
"내가 다른 여자와 하는 걸 눈앞에서 보겠단 말이오?"
"후, 후후."
정자사태의 하복부 위에 손깍지로 꽃받침을 하는 이시아는 아래로 내린 검지로 정자 사태의 꽃잎을 가리켰다.
"다른 여자랑 하는 건 괜찮지만, 다른 자에게 충성하는 건 용서치 않겠습니다. 박으세요. 그리고 이 여자의 내공을 제게 넘겨주십시오."
단 한 번도 남자의 손길이 닿지 않은 꽃잎을 짓이기라는 소천마의 명령에 나는 아랫도리가 뻐근해졌다.
"...후후, 그대도 참 특이한 사람이야."
"어머. 저니까 이런 거 허락해주는 겁니다? 아...."
이시아는 남근의 첨단에 흘러나온 투명한 점액을 핥아올렸다.
"이건 내 거."
"......."
붉은 입술과 귀두 사이에 투명한 실선이 늘어졌다. 나는 정자사태의 허벅지를 잡고 제단 위에서 자세를 잡았다.
찌걱.
"아 참. 지금 섭혼술로 정신을 제압해뒀으니, 용봉지회 때처럼 몰래몰래 범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알고 있었소?"
"어머나."
이시아는 내 남근을 손으로 휘어잡았다. 왠지 모르게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이 웃고 있지 않았다.
"그냥 던져봤는데 맞췄네요. 이 색마. 앞으로 제가 지금처럼 무전취식을 도와드릴테니, 저한테 개평 주셔야 합니다?"
"......이거, 꽉 잡혀살게 생겼군."
"후훗. 당신은 제 색마니까요."
나는 절반을 정자사태의 안에 밀어 넣은 채, 절반으로는 이시아의 천마대수음을 즐겼다.
[작품후기]
갑자기 존대하는 이유는 밑에 한 명 있기 때문입니다.
소공녀 충성 충성